1. 서론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은 말소리에 대한 인식과 조작능력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서, 말소리 단위에 따라 각 단위들을 분리하고 합성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포함한다. 음운인식 평가 도구들을 살펴보면 말소리 단위를 단어 수준, 음절 수준, 음소 수준으로 나누어 각각 수세기, 변별, 탈락, 합성, 대치 과제 등을 적용한다(김수진 & 신지영, 2015). 영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2세부터 두음(onset)과 각운(rime)에 대한 조작능력이 발달하고 3세에는 음절체(alliteration)를 인식하고, 4세에는 음절의 수세기 및 음절의 분리가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다(Schuele & Boudreau, 2008). 한국어의 경우, 4세에서 6세에 걸쳐 음절-음절체-각운-음소의 순서로 발달한다고 보고하였다(이숙 & 김화수, 2014). 말소리 단위별로 살펴보면 음절단위의 인식 능력은 주로 4세경에 발달하고 음소단위의 능력은 대부분 6세에 발달한다고 보고되어 있다(신혜정 외, 2009). 음절 수준과 음소 수준의 생략과제를 이용하여 5세 전반, 5세 후반, 6세 전반 집단의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음절 수준의 과제는 5세 후반에 94% 확립되어 있고, 음소 수준의 과제는 5세 전반부터 꾸준히 발달하여 6세에 이르러야 53%의 발달수준을 보였다(김선정 & 김영태, 2006). 따라서 각 말소리 단위에 대한 발달 순서를 고려할 때 4세에서 6세까지의 학령전기 아동을 대상으로 음운인식능력에 어려움을 보이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음절단위의 과제를 활용할 수 있다.
학령전기 아동의 음운인식 능력이 오래 동안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받아 왔던 이유는 음운인식의 어려움이 음운처리과정 및 초기읽기 능력과도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말-언어처리 과정을 입력과정, 출력과정, 그리고 의미표상․음운표상을 포함하는 어휘표상의 저장과정의 세 단계로 나누어보면(Stackhouse & Wells, 1997), 말소리의 조작능력을 일컫는 음운인식은 말 언어처리 과정 중 음운표상에 접근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Claessen et al., 2010). 말소리장애 아동들의 특징 중 하나로 부족한 음운표상 접근 및 분석 능력을 설명한다(정일권 외, 2015). 또한 음운인식능력이 초기 읽기능력을 예측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National Reading Panel(2000)은 읽기 능력의 관련 요인으로 음운인식 능력을 설명하였고, 국내의 연구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다(김선옥 & 조희숙, 2006; 김애화 외, 2010; 이차숙 외, 2008). 음운인식능력은 읽기 능력의 성취와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조기평가를 통하여 이후의 읽기능력을 신뢰롭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Anthony et al., 2002).
최근 학령전기 아동을 대상으로 음운인식능력을 선별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말소리산출에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 더 중요하다. 말소리장애 아동들의 음운인식능력을 조사한 최근 국내 연구 결과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50%가 음운인식능력에서 지연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서은영 외, 2017). 언어치료 현장에서 말소리장애로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만 4~5세 아동이 3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6~7세가 19.2%를 차지하고 있다(김수진 외, 2015). 학령전기에 음운인식 능력에 어려움을 보이는 말소리장애 아동은 학령기에도 말소리 산출, 음운인식, 문해기술 습득 또한 어려우며, 향후 특정학습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대규모 종단 연구로 밝혀졌다(Lewis et al., 2015). 말소리장애 아동에게 효율적인 치료접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말소리장애 아동을 감별진단할 필요가 있다. 음운인식이 어려운 아동에 대해서는 상위음운인식접근 방법 등의 다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지만(Dodd et al., 2005), 임상 현장에서 음운인식을 평가하는 일은 일반적인 진단과정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김민정 외, 2015).
음운인식능력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성별에 따른 음운인식 능력의 차이는 연구마다 다르다. Burt et al.(1999)은 46~58개월의 영어권 일반아동들에게 있어 음운인식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Dodd et al.(2003) 역시 3세에서 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린 아동들의 경우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고 6세 아동그룹에서만 여아들의 수행력이 더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한국어의 음운인식을 연구한 이숙(2014)은 5세부터 초등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음운인식 검사 도구를 제시하였으며, 5세와 6세 모두 단어탈락 및 음절탈락 과제에서 성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에 따른 음운인식 능력에 있어서 여아가 그 수행력이 우수함을 보이는 연구도 있는데 Moura et al.(2009)은 음소 인식에 대한 중재 적용 후에 남아보다 여아가 더 우수한 수행력을 보였다고 하였다. 음운인식 능력에서의 성별에 따른 차이는 읽기능력에서 성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Lundberg et al., 2012). 언어발달에 있어서 여아보다 남아가 더 천천히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말소리장애가 있는 학령전기 아동 또한 남아가 여아보다 약 두 배 많다고 보고하였다(김민정 외, 2015). 언어발달이나 말소리발달 양상에서 그리고 장애의 비율처럼 음운인식에서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운인식 과제에는 수세기, 변별, 합성, 탈락, 대치 등의 과제가 있는데, 연령이 증가할수록 과제별 수행력이 달라진다. 음소 수준에서 과제별 발달 순서를 살펴보면 변별, 합성, 분절 능력이 먼저 발달하고, 탈락과 대치는 그 후에 발달한다(Adams, 1990; Yopp, 1988). 한국어의 경우 합성-변별-탈락-대치 과제 순으로 발달하는데 5세에 변별, 탈락, 합성 능력이 급격한 발달을 보이고 대치는 6세에 급격한 발달을 보였다(이숙 & 김화수, 2014). 음운인식 과제 중 특히 탈락과제(deletion task)는 낱말 내의 소리를 직접적으로 조작하고 분리해야 하는 과제로 난이도가 비교적 높고, 음운인식 발달 후기에 완성된다고 알려져 있다(Torgesen et al., 1994). 또한 다른 음운인식 과제들에 비해서 탈락과제가 읽기와의 상관성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들에서 과제로 사용되었다(Catts et al., 1999; Wilson & Lesaux, 2001). 그리고 일반아동과 말소리장애,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들을 변별해주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Leitão et al., 1997) 탈락과제는 집중력이 길지 않은 아동들에게 특히 제한된 여건에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운인식 영역을 포함하는 표준화된 국내 검사로는 한국어 읽기검사(Korean Language based-Reading Assessment, 이하 KOLRA, 배소영 외, 2015)와 기초학습기능 수행평가체제 : 초기문해(Basic Academic Skills Assessment : Early Literacy, 이하 BASA : EL, 김동일, 2011) 그리고 난독증 아동의 검사를 위한 해피마인드 종합학습능력검사(Happymind Comprehensive Learning Test-Reading, 이하 CLT-R, 유한익 외, 2016) 등이 있다. KOLRA는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BASA : EL은 만 4세 이상, CLT는 7세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KOLRA 내의 음운인식 평가는 탈락과 합성과제를 음절과 음소단위로 나누어서 이루어진다. CLT는 읽기능력과 난독증 선별을 위한 검사로 음운인식의 합성과제를 하위 검사로서 포함하였다. BASA는 초기 문해력에 집중하여 음운인식능력검사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데 음절단위와 음소단위로 나누어 각각 변별, 탈락, 합성, 대치검사를 2~4문항씩 시행한다. 대부분의 음운인식 과제를 활용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표준화된 과제의 일부를 사용하기보다 선행연구들을 참고하여 연구자가 직접 과제를 만들어 사용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4~9개의 하위과제들을 가지고 각각의 과제별로 5~25문항을 실시한다. 다양한 단위에 대해서 음운인식 과제를 모두 실시하게 되면 문항수가 많아져 어린 대상 아동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음운인식 검사진행의 피로도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보다 간편한 선별검사를 제작하거나 실험을 위해 단순한 과제를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영어의 경우 음소단위를 조작하는 능력이 읽기능력을 예측할 수 있음을 근거로, 22문항의 음소탈락과제를 실시하는 Yopp-singer test가 다수의 연구들에서 주과제로 사용되었고 읽기능력과 철자능력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Yopp, 1988). 또한 매우 간단한 음절과 음소단위의 탈락과제로서 Rosner's Auditory Analysis Test(Rosner & Simon, 1971)를 참고한 Catts deletion task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검사는 3개의 연습문항과 21개의 검사문항으로 구성되는데 13개는 합성어 혹은 2음절 단어에서 첫 소리를 탈락시키는 과제이다. 나머지 8문항은 1음절 단어에서 첫 소리를 탈락시키는 음소수준의 과제를 활용한다. 이렇듯 영어권에서 약 20여 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과제를 사용하여 선별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 적절한 과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말소리장애나 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의 음운인식능력이 지체되었는지 선별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일반 아동의 음운인식능력의 발달 연구이다. 일반적으로 음운인식이 활발하게 성장해가는 학령전기 아동들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 형태와 난이도에 대한 탐색적 연구결과들이 축적되어야만 이를 기반으로 하여 적절한 형태와 난이도의 과제를 선택하여 말소리습득이나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들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어권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 지연 유무를 빠르고 쉽게 선별할 수 있다고 알려진 탈락검사처럼 한국어를 이용한 음절 탈락과제를 제안하며, 한국어 말소리 습득이 활발하게 되면서 안정되어 가는 4세부터 6세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연령에 따라 어떻게 발달하고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음운인식 탈락과제는 연령에 따라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가?
2) 음운인식 탈락과제는 성에 따라 수행력에 차이가 있는가?
3) 음운인식 탈락과제는 연령과 성에 따라서 상호작용 효과가 있는가?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서울지역 S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일반 아동으로 4세 25명, 5세 32명, 6세 33명으로 총 9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 아동은 (1) 담임교사에 의해 정서적, 행동적, 감각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되고 (2)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 언어능력에서 10%ile 이상에 해당하고, 조음능력에서 –1SD 이상에 해당하는 아동을 선정하였다. 조음능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동용발음평가(Assessment of Phonology & Articulation for Children: APAC, 김민정 외, 2007)’ 또는 ‘우리말 조음음운평가(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 U-TAP, 김영태 & 신문자, 2004)’의 낱말 검사 중 한 가지를 사용하였다. 언어발달의 지연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Expressive Vocabulary Test : REVT, 김영태 외, 2009)의 수용어휘 영역을 사용하였다. 대상자의 연령별 성별 언어능력과 조음능력에 관한 평균, 표준편차는 <표 1>과 같다.
본 검사는 20개의 문항으로 학령전기 아동들에게 익숙한 2~5음절의 단어로 구성되었고 단어 및 음절을 탈락시키는 검사이다. 1차로 연구자가 선정한 단어 30개 중, 언어병리학 전공 교수 3인과, 언어학 전공 교수 2인의 검토를 통해 안면타당도가 높은 상위의 20개의 어휘로 최종 선정하였다.
8문항은 목표음절을 탈락시켜도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의미단어이고, 나머지 12문항은 목표음절을 탈락시켰을 때 독립적으로 쓸 수 없는 단어이다(<표 2>). 각 문항은 1점으로 총점은 20점이고 아동의 모든 반응은 녹음기를 통해 녹음하여 전사한 후 채점하였다.
1 | 야구방망이 | 8 | 비옷 | 15 | 휴지통 |
2 | 동전지갑 | 9 | 창문 | 16 | 호랑이 |
3 | 손톱깎이 | 10 | 놀이터 | 17 | 축구공 |
4 | 소고기 | 11 | 코끼리 | 18 | 유리창 |
5 | 책가방 | 12 | 수요일 | 19 | 오토바이 |
6 | 신발장 | 13 | 풍선 | 20 | 안녕하세요 |
7 | 물총 | 14 | 바지 |
모든 검사는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2급 언어치료사 5인이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에서 아동과 개별적으로 진행하였다. 모든 검사과정은 녹음되었고 말소리검사의 경우 검사자가 녹음파일을 듣고 확인 후에 전사하였다.
어휘 및 말소리 검사가 끝난 후에, 3개의 연습 문항으로 과제의 수행방법에 익숙해지도록 하였다. 연습 문항을 통해 검사 방법이 익숙해지면 음운인식 탈락과제의 본 문항을 시행하였다. 실시한 연습 문항은 ‘꽃병, 딸기우유, 종이컵’으로 목표음절을 탈락시켰을 때도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로 구성되었다. 이때 꽃, 병, 꽃병의 그림을 단서로 제시하였고 아동이 틀리게 말한 경우 검사자의 정답을 설명해주는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연습 문항 3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답을 말하는 경우, 전체적 과제를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대상자에서 제외하였다.
검사 문항들은 아동이 그림 단서 없이 검사자가 구어로 제시하는 질문을 듣고 구어로 대답하였으며, 연속해서 5개 문항에서 실패하면 검사를 종료하고, 이후의 문항은 모두 오답 처리하였다. 전체 검사 시간은 약 10분 미만이다.
3. 연구 결과
음운인식 기술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였으며 5세에서는 집단 내 분산이 가장 큰 특징을 보였다(<표 3>, <그림 1>). 분산분석 결과 연령에 따른 음운인식 기술은 <표 4>와 같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F(2, 84)=55.444 (p<.001)). 또한 사후분석 결과 4~5세, 4~6세, 5~6세 모든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Age | Gender | M(SD) | |
---|---|---|---|
4 yrs | Boy | 2.15(2.37) | 1.76(2.35) |
Girl | 1.33(2.35) | ||
5 yrs | Boy | 10.57(5.84) | 9.19(6.70) |
Girl | 8.11(7.28) | ||
6 yrs | Boy | 17.33(2.77) | 16.03(5.00) |
Girl | 14.94(6.17) |
Variables | SS | df | MS | F-value | p-value |
---|---|---|---|---|---|
Gender | 78.507 | 1 | 78.507 | 2.960 | .089 |
Age | 2,940.975 | 2 | 1,470.487 | 55.444 | .000* |
Gender×age | 11.573 | 2 | 5.787 | .218 | .804 |
Error | 2,227.843 | 84 | 26.522 | ||
Total | 13,585.00 | 90 |
4. 논의
본 연구는 2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진 음운인식 탈락과제를 통해 학령전기 아동의 연령과 성별에 따른 음운인식능력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첫째, 탈락과제를 통해 살펴 본 4~6세 일반아동의 음운인식 능력은 선행연구와 같이 연령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본 연구의 탈락과제에서 6세는 20문제 중 평균 16점으로 약 80%의 수행력을 보였다. 김선정 & 김영태(2006)는 음절수준의 탈락과제를 6세 아동에게 실시하였을 때 96%의 수행력을 보고하여 본 연구와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차이는 실시한 과제와 문항의 수에 기인할 수 있다. 김선정 & 김영태(2006)의 연구에서 음절생략 문항은 총 14문제로 7문제는 앞음절 생략, 7문제는 뒤음절 생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본 연구에서 사용한 탈락과제는 모두 앞음절의 탈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뒤음절을 생략하는 것보다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김애화 외(2010)가 사용한 음운인식 검사의 음절탈락 영역만을 보면 6세의 수행력이 76.1%로 나타났고 본 연구 6세의 평균은 20문항 중 16점으로 약 80%로 나타나 비슷한 수행력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세의 경우 평균과 표준편차가 5, 6세보다 작은 것은 이 시기가 음운인식능력의 발달이 시작되는 시기로 대부분의 4세 아동이 과제를 어려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세의 경우 표준편차가 세 그룹 중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발달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로 개인의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성별에 따른 음운인식능력의 차이에 있어서는 남아의 평균이 여아의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서 음운인식능력의 성차가 없음을 보고한 선행연구와 일치한다. 3~6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Dodd et al.(2003)의 대규모 연구는 물론이고, 국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숙(2014)의 연구에서도 5세와 6세 두 그룹 모두 단어탈락 및 음절탈락에서 성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한 것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남아의 평균이 여아의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점은 해석상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는 여아의 음운인식 능력 및 읽기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기존의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이다. 본 연구에서 음절 수준의 탈락과제만을 시행한 점, 단어의 친숙도가 다를 수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상현장에는 언어장애, 말소리장애 등의 문제를 가진 어린 아동들의 치료가 활발하다. 치료사를 대상으로 임상현장에서 만나는 의사소통장애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약 7,000명의 의사소통장애 사례 중 44%가 말소리장애가 있었고 4~5세 연령의 아동이 많았다(김수진 외, 2015). 이들 말소리장애 아동의 60% 정도는 언어장애를 동반하고(고유경 외, 2017), 음운인식능력에 지연을 보이는 경우 또한 50%에 달한다(서은영 외, 2017). 학령기의 아동을 살펴보면 언어능력의 지연을 보이는 2학년 아동의 구어능력과 읽기능력은 강한 상관을 보였는데(Tomblin et al., 2000) 언어문제를 보이는 52%의 아동이 읽기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말소리와 언어에서의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들이 학령기에 읽기문제를 보일 수 있다. 언어능력 및 말소리 습득의 어려움으로 인해 임상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학령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음운인식의 평가는 읽기의 어려움을 대비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학령기의 읽기장애 예측요인으로 알려진 음운인식 과제를 학령전기에 시행하여 중재가 필요한 경우를 조기에 선별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평가를 위해 소요되는 한 회기, 즉 40~50분 안에 대상자의 언어, 조음 능력 외에 음운인식 능력의 종합평가까지 실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음소 대치처럼 난이도가 높은 과제의 경우 과제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정확한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음운인식 검사는 읽기 검사 혹은 난독증 검사의 전체 검사 중 일부이기 때문에, 음운인식 검사만을 위하여 전체 검사를 모두 구입하거나 온라인 채점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본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4세부터 6세까지의 일반 아동이 음운인식의 음절과 단어 탈락과제에서 연령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보여주었다. 만 4세 아동의 경우 1.76점으로 바닥효과를 보이던 과제에 대해서 만 5세가 되면서 9점으로 높아지고 만6세에 이르러서는 16점 이상을 보였다. 이러한 연령별 점수의 급격한 발달 양상은 음절과 단어 수준의 탈락과제에서 4~6세 아동의 음운인식 능력이 급격히 발전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본 연구에서 사용된 과제가 4세부터 6세 아동의 수행력의 발달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제의 속성은 언어치료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학령전기 말소리장애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에 대한 선별평가를 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결과에서 제공된 연령별 데이터가 말소리장애 아동의 또래 비교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제안한 탈락과제가 학령전기 아동의 보다 안정적인 선별평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른 음운인식 평가들과의 비교를 통한 타당도와 선별정확도 등을 평가하는 후속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