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본 연구에서는 한 음소가 음성적으로 다르게 실현된다는 것이 음절 구조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한 음소가 음절 내 위치에 따라 여러 개의 이음으로 실현된다. 가령, 영어 /l/은 음절초에서는 [l]로 음절말에서는 [ɫ]로 실현되는 것처럼 한 음소가 음절 내 위치에 따라서 음성 실현이 다르다. 영어 음소의 음절 위치에 따른 음성 실현을 연구한 선행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영어 /s/가 다양한 단어 내 환경(어두, 어중, 어말)에서 어떻게 음성적으로 실현이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음성 실현의 결과가 재음절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해 연구한 연구는 부족하다(김지연 & 성철재, 2018; 김지향 & 김지호, 2014; 최영이 & 이상도, 2018; Cheon & Anderson, 2008; Hualde & Pilar, 2014; Im, 2002; Koenig et al., 2013; Kehoe & Lleó, 2002; Redford, 2007). 본 연구는 영어 /s/ 또한 음절 구조 따라서 음성 실현이 다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한다.
특히 단어 안에서 모음 사이의 자음이 서로 다르게 실현되는 것은 음운 환경에 따른 재음절화 규칙의 결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음절 이상의 영어 단어에서 모음과 모음사이에 자음이 있는 경우 비록 음운적으로는 음절 두음 최대화 규칙에 따라 모음 사이의 자음이 후행 음절의 두음을 이루지만 실제 음성적 표면 구조에서는 다른 음절 구조를 가질 수 있다1. 음절화가 이루어진 음운 형태가 음성으로 구현될 때에는 음성적 재음절화(phonetic resyllabification)가 일어난다. Kahn(1976)의 양음절성(ambisyllabification) 이론과 Selkirk(1982)의 재음절화(resyllabification) 이론이 음성적 재음절화와 관련된 견해이다. Kahn(1976)의 양음절화 이론에 따르면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면서 강세를 받을 때 후행 음절의 두음은 선행 음절에도 속하게 되어, 선행 음절의 말음인 동시에 후행 음절의 두음이 된다. 즉, 모음과 모음 사이의 자음은 선행 음절과 후행 음절에 모두 속하는 양음절성을 갖게 된다. 반면에 Selkirk(1982)의 재음절화 이론에서는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을 때, 후행 음절의 두음이 원래 속해 있던 음절로부터 분리 되어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만 실현된다.
음절 구조에 관한 두 이론(Kahn, 1976; Selkirk, 1982)에서 보여주는 공통된 견해는 음성 단계(phonetic level)의 재음절화에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첫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는 ‘lémon’의 [m]은 두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는 ‘lamént’의 [m]보다 선행 음절의 음절 말음(coda)으로 재음절화될 가능성이 높다([lém.ən] vs. [lə.mént]). 또한, ‘depend’[di.phέnd]의 무성 폐쇄음 /p/는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이고 /p/가 강세 음절의 두음에 위치한 경우 기식음 [ph]로 발음된다. 반면에 ‘happen’[hǽp.ən]의 무성 폐쇄음 /p/는 음성적 재음절화 후 선행음절의 말음으로 재음절화 되어 비기식음 [p]로 발음된다. 어중에 위치한 무성 폐쇄음 /p/가 음성적 재음절화를 통해 다르게 실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 /s/ 또한 단어 내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실현된다. 김정아(2008)는 영어 원어민 화자와 한국인 학습자의 마찰음 발화에서 나타난 음향 단서에 대해 구간 값(최대 소음 상승 시간, 소음 지속 시간, 기식 시간)을 마찰음의 위치(어두, 어중, 어말) 그리고 마찰음이 속한 음절의 강세 여부(강세/비강세)에 따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어말에 위치한 /s/의 길이(상승+지속 시간)가 어두에 위치한 /s/의 길이보다 더 길었으며, 어중에 위치한 /s/는 강세 모음 뒤 보다 비강세 모음 뒤에 /s/-기식 시간이 모두 더 길었다2. /s/가 속한 음절이 강세를 받느냐 여부에 따라 /s/가 다르게 실현된다는 것은 /s/가 음절 구조상 두음인지 말음인지에 따라 다르게 실현된다는 것을 말한다. van Santen(1993)은 어중 /s/가 선행음절이 비강세 음절일 때 보다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일 때 더 짧다는 것을 밝혔다3.
손형숙(2013)은 /sC/자음군에서 음절 구조에 따른 폐쇄음의 기식성 정도를 연구하였다. 먼저, /s/의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인 ‘máster’는 폐쇄 음절 구조를 가진 ‘cónstant’보다 어중 /t/의 기식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인 경우에 /sC/자음군의 /s/가 음절 말음으로 재음절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más.ter] vs. [cón.stant], *[cóns.tant]). 또한 선행 음절에 강세가 오는 ‘máster’의 /t/는 후행 음절에 강세가 오는 ‘sustáin’의 /t/보다 기식성이 높은 것을 밝히고 이러한 기식성의 차이는 음성적으로 음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máster’의 어중 /s/는 선행 음절에 강세가 오기 때문에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 재음절화되고 따라서 /t/는 후행 음절의 두음이 되어 기식음으로 실현된다. 반면에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sustáin’의 경우에는 어중 /s/가 그대로 후행 음절의 두음으로 남기 때문에 /t/는 /s/와 동음절을 이루게 되어서 비기식음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más.ter] vs. [su.stáin]). 이와 같이 선행 음절이 강세를 받는지 여부에 따라서 /s/와 무성 폐쇄음이 같은 음절에 속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서로 다른 음절에 속할 수도 있다.
음성적 재음절화의 연구는 단어 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신승훈(2017)은 벅아이 코퍼스를 활용하여 단어 경계의 /s/와 무성 폐쇄음의 연속에서 음성적 재음절화를 통해 음절 두음에 위치한 무성 폐쇄음의 기식 양상을 살펴보았다4. 그 결과 재음절화 된 무성 폐쇄음의 경우 단어 경계에서 /s/를 후행하는 경우 어두의 /p/는 60% 정도 무기음으로 발화되었으며, /t/와 /k/의 경우에도 기식음화의 비율은 60%–7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단어 경계 /s#C/인 경우 Kahn(1976)의 양음절성 이론에 나온 단어 경계에 관한 규칙을 적용시키면 선행하는 단어말에 있는 /s/가 후행하는 단어의 어두에 있는 무성 폐쇄음과 동음절을 이루는 양음절성을 지니게 된다5. 그러므로 후행하는 단어의 어두에 있던 무성 폐쇄음이 비록 강세 모음을 선행할지라도 재음절화 되어 양음절성을 가진 /s/와 동음절에 속하게 되므로 기식성을 잃게 된다.
선행 연구를 통해 인접 음절의 강세와 음절 구조가 음 실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선행 연구에서는 주로 /s/와 함께 오는 폐쇄음의 기식 정도를 측정하여 음성적 재음절화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영어 /s/가 나타나는 환경으로 선행 음절을 강세 여부로 나누고 또한 선행 음절의 개방 여부로 나누어 어중 영어 /s/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연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어 중간에 나타나는 /s/가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어 다르게 실현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영어 원어민 화자를 대상으로 실제 단어와 비단어를 녹음하여 음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영어 어중 /s/의 /s/-길이, /s/-무게중심(COG) 그리고 /s/-기식(aspiration) 길이를 측정하여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어중 /s/가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는 과정에서 선행 모음의 형태(강세/비강세, 개방/폐쇄)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영어의 재음절화 이론과 양음절화 이론 중에서 어떠한 접근 방식이 보다 실제 발음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한다.
2. 음성 실험
영어 마찰음 어휘를 대상으로 하여 원어민 화자의 /s/의 길이(s-dur), /s/의 center of gravity(s-COG) 및 /s/의 기식 시간(s-asp)을 측정하였다. 음성적 재음절화 후 이러한 음향 단서들의 값의 변화를 측정해서 비교해 봄으로 인해 재음절화 이론들 중 어떤 이론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지 판단해 보고자 한다. 그림 1에 s-dur, s-COG 그리고 s-asp의 측정을 예시한다.
s-dur은 /s/의 길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마찰음 /s/의 불규칙 파형 시작에서부터 진폭이 최대가 되어 불규칙한 파형이 유지하는 시간을 나타낸다. s-COG는 마찰음 /s/의 최저 주파수와 최대 주파수의 중간 부분을 나타낸다. s-asp는 스펙트로그램 상에서 마찰음 /s/의 소음 지속 구간을 나타내는 불규칙파가 끝나는 시점으로부터 모음의 규칙파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구간을 측정한 것이다(이석재 외, 2008). 그리고 R-Linear mixed model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통계 분석하였다.
영어 원어민 화자 10명(남자 5명, 여자 5명)이 음성 실험에 참여하였다. 원어민 화자들은 모두 20–30대의 미국인 또는 캐나다인이다. 녹음은 조용한 방이나 방음 처리가 된 강의실에서 실시하였으며, 피실험자가 단어를 정확히 알고, 각 단어의 강세의 위치를 올바로 알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녹음을 시작하였다. 녹음한 음성 파일은 음성 분석 프로그램인 Praat5.3.78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s/위치 | 음운 환경 | 실험 단어 |
---|---|---|
어중 | 선행 음절(개방/강세) | GOssip, PAssage, MEssage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deCIDE, aSCEND, aSSIST | |
선행 음절(폐쇄/강세) | CONcept, INsect |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conSIST, acCEPT, exCITE |
표 1에 나온 실험 단어 11개6는 Kalvin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무작위 순서로 나오게 구성하고, 문장 틀 ‘say _______ again' 안에서 읽도록 하였다. 각 데이터는 세 번씩 발화하였고 총 토큰 수는 330개이다(11개 단어×3번 반복×10명 화자). 표 2는 음성 실험 1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s-dur, s-COG 그리고 s-asp의 평균값을 보여준다.
표 2는 본 연구의 음향 단서 3가지 s-dur, s-COG 및 s-asp를 측정하여 평균을 보여준 결과이다. 선행 음절의 형태에 따라 각각의 값들이 다르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었을 때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냐 비강세 음절이냐에 따라 값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각 음향 단서가 음운 환경에 따라 어떻게 실현되는 지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표 3에 제시한 실제어 s-dur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의 어중 s-dur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의 s-dur보다 짧았다.
/s/ 환경음향단서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s-dur (ms) | 남 | 85.31 | 109.56 | 84.79 | 88.66 |
여 | 114.86 | 146.87 | 110.96 | 116.86 |
그러나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85.31 ms vs. 109.56 ms, 여: 114.86 ms vs. 146.87 ms)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남: 84.79 ms vs. 88.66 ms, 여: 110.96 ms vs. 116.86 ms).
그림 2의 박스 플롯을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선행 음절의 강세 여부는 stressed/unstressed로 표기하고 음절 형태는 open/ closed로 표기하였다.
표 4는 실제어 s-dur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표 4의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에서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9.46e–10***, 여: Pr=1.72e–05***).
다시 말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이고 폐쇄 음절인 경우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면서 강세 음절인 경우는 음성적 재음절화를 통해 어중 /s/가 다르게 음성 실현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5와 그림 3의 실제어 s-COG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 어중 s-COG값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 s-COG값보다 낮았다. 그러나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5,281.62 Hz vs. 5,943.31 Hz, 여: 3,867.72 Hz vs. 4,802.37 Hz)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남: 5,588.50 Hz vs. 5,624.57 Hz, 여: 4,089.44 Hz vs. 4,122.81 Hz).
/s/ 환경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음향단서 | |||||
s-COG (Hz) | 남 | 5,281.62 | 5,943.31 | 5,588.50 | 5,624.57 |
여 | 3,867.72 | 4,802.37 | 4,089.44 | 4,122.81 |
표 6은 실제어 s-COG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표 6의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에서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0.00279**, 여: Pr=9.82e–05***).
이러한 결과는 어중 /s/가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면서 강세 음절일 때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게 되어 s-COG값에서 차이가 난 것을 보여준다. 또한 어중 s-dur이 짧아지면 s-COG값도 더 낮아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중 /s/가 재음절화를 겪고 난 후 s-COG값의 음성 실현이 달라진 결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표 7과 그림 4의 실제어 어중 /s/의 s-asp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 어중 s-asp값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 s-asp값보다 더 길었다.
그러나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10.15 ms vs. 7.45 ms, 여: 13.65 ms vs. 11.90 ms)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남: 8.51 ms vs. 7.77 ms, 여: 11.43 vs. 10.59 ms).
/s/ 환경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음향단서 | |||||
s-asp(ms) | 남 | 10.15 | 7.45 | 8.51 | 7.77 |
여 | 13.65 | 11.90 | 11.43 | 10.59 |
/s/가 강세 음절 두음에 위치해 있을 때는 s-asp 길이가 더 짧지만 강세 음절 말음에 있을 때는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8은 실제어 s-asp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표 8의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에서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0.0500*, 여: Pr=0.03626*).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고 개방 음절인 경우에만 음성적 재음절화가 일어나서 s-dur이 짧아지게 되면서 s-asp 길이는 더 길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영어 단어를 대상으로 한 음성 실험 결과, 어중 /s/ 앞에 오는 음절이 강세 음절일 때의 s-음향단서(s-dur, s-COG, s-asp)가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일 때와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인 경우에 폐쇄 음절이 아니라 개방 음절일 때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본 실험에서 /s/는 실제어에서 나타나는 음이어서 인접 분절음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선행 모음과 후행 모음을 통제한 비단어에서도 실제어와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비단어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실시하였다.
영어 원어민 화자 6명(남자 5명, 여자 1명7)이 음성 실험 2에 참여하였다. 원어민 화자들은 모두 20–40대의 미국인 또는 캐나다인이다. 실험 자료는 어중에 위치한 /s/가 선행 모음의 형태(강세/비강세, 개방/폐쇄)에 따라 s-dur, s-COG및 s-asp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하기 위해 비단어(nonce words)로 구성하였다.
녹음은 첫 번째 음성 실험과 마찬가지로 방음 처리가 된 강의실에서 실시하였으며, 피실험자가 단어를 정확히 알고, 각 단어의 강세의 위치를 올바로 알고 있는지 확인한 후 녹음을 시작하였다. 녹음한 음성 파일은 음성 분석 프로그램인 Praat5.3.78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s/ 위치 | 음운 환경 | 실험 단어 |
---|---|---|
어중 | 선행 음절(개방/강세) | PAsap, PIsip, PUsup8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paSAP, piSIP, puSUP | |
선행 음절(폐쇄/강세) | PANsap, PINsip, PUNsup |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panSAP, pinSIP, punSUP |
표 9에 나온 실험 단어 12개를 Kalvin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녹음하였으며, 순서는 무작위로 나오게 구성하고, 문장 틀 ‘say _______ again' 을 사용하여 세 번씩 발화하게 하였다. 총 토큰의 수는 216개이다(12개 단어×3번 반복×6명 화자). 통계적 분석에는 R-Linear mixed model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표 10은 음성 실험 2 결과로 나온 s-dur, s-COG 그리고 s-asp의 평균값을 보여준다.
표 11와 그림 5에서 비단어 s-dur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 어중 s-dur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 s-dur보다 짧았다. 그러나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112.76 ms vs. 159.63 ms, 여: 103.52 ms vs. 141.06 ms)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남: 129.64 ms vs. 135.88 ms, 여: 119.69 ms vs. 124.35 ms).
/s/ 환경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음향단서 | |||||
s-dur (ms) | 남 | 112.76 | 159.63 | 129.64 | 135.88 |
여 | 103.52 | 141.06 | 119.69 | 124.35 |
표 12는 비단어에서 s-dur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 준다.
표 12의 비단어 s-dur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어중 /s/도 음성 실험 1의 실제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0.0392*, 여: Pr=0.000992***). 결과적으로 실제어에 대한 음성 실험 1의 결과와 같이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고 개방 음절일 때만 s-dur이 더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고 개방 음절인 경우에 음성적 재음절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표 13과 그림 6의 비단어 s-COG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 어중 s-COG값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 s-COG값보다 낮았다. 그러나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4,464.86 Hz vs. 5,253.71 Hz, 여: 3,656.08 Hz vs. 4,396.67 Hz)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남: 4,925.46 vs. 5,134.50 Hz, 여: 4,152.16 Hz vs. 4,263.06 Hz).
/s/ 환경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음향단서 | |||||
s-COG(Hz) | 남 | 4,464.86 | 5,253.71 | 4,925.46 | 5,134.50 |
여 | 3,656.08 | 4,396.67 | 4,152.16 | 4,263.06 |
표 14는 비단어에서 s-COG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 준다. 표 14의 통계 분석 결과에서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0.00600**, 여: Pr=0.0424*).
이러한 통계 결과는 실제어 어중 /s/와 마찬가지로 비단어 어중 /s/도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은 후 s-COG값에서 또한 s-dur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을 말한다.
음성 실험 1의 실제어 결과와 마찬가지로 음성 실험 2의 비단어에서도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고 개방 음절일 때 s-dur이 더 짧아지게 되고 더불어 s-COG값이 더 낮아지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15와 그림 7의 비단어 어중 /s/의 s-asp 평균값을 살펴보면 남/여 화자 모두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는 경우 어중 s-asp값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 s-asp값보다 더 길었다.
그러나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인 경우는 남/여 모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지만(남: 10.08 ms vs. 6.47 ms, 여: 11.09 ms vs. 6.19 ms)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인 경우는 남자 화자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 화자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남: 7.77 ms vs. 6.42 ms, 여: 7.80 vs. 5.84 ms).
/s/ 환경 | 선행 음절(개방/강세) | 선행 음절(개방/비강세) | 선행 음절(폐쇄/강세) | 선행 음절(폐쇄/비강세) | |
---|---|---|---|---|---|
음향단서 | |||||
s-asp (ms) | 남 | 10.08 | 6.47 | 7.77 | 6.42 |
여 | 11.09 | 6.19 | 7.80 | 5.84 |
표 16은 비단어 s-asp에 대한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표 16의 R-mixed effects 통계 분석 결과에서 선행 음절의 강세 형태(강세/비강세)와 음절 형태(개방/폐쇄)의 상관관계를 볼 때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 음절인 경우에만 남/여 화자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남: Pr=0.00868**, 여: Pr=0.04770*).
비단어로 구성된 음성 실험 2의 결과와 실제어로 구성된 음성 실험 1의 결과가 일치한다. 즉, 두 실험 모두에서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고 개방 음절인 경우에 음성적 재음절화가 일어나서 s-dur은 더 짧아지고 s-COG값은 더 낮아지며 s-asp 길이는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영어의 어중 /s/의 마찰구간 길이(s-dur), 무게중심(s-COG) 그리고 기식 시간(s-asp)을 분석하였다. 음성 실험 1은 실제 영어 단어로 구성된 자료들이고 음성 실험 2는 어중 /s/를 기준으로 앞 뒤 모음을 통제한 비단어 자료이다. 두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모음과 모음 사이에 위치한 /s/는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인 경우 s-dur과 s-asp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보다 s-dur이 더 짧았고 s-asp는 더 길었다. s-COG는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인 경우 s-COG값이 선행 음절이 비강세 음절인 경우의 s-COG값보다 더 낮았다. s-dur이 짧아지면 s-COG값은 낮아지고 s-asp값은 더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3가지 음향 단서(s-dur, s-COG, s-asp) 모두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면서 동시에 개방 음절일 때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단어 내 어중 /s/는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고 동시에 개방 음절일 때 음성적 재음절화를 거치면서 음운적 음절화 후 음절 두음에 위치한 /s/와는 s-dur, s-COG 그리고 s-asp 값에서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본 연구의 음성 실험 결과를 어떤 음성적 재음절화이론이 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Kahn(1976)의 양음절성 이론에 따르면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면서 강세를 받을 때 후행 음절의 두음은 선행 음절에도 속하게 되어, 선행 음절의 말음인 동시에 후행 음절의 두음이 된다. 즉, 모음과 모음 사이의 자음은 선행 음절과 후행 음절에 모두 속하는 양음절성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서, Kahn(1976)의 양음절성 이론에 따르면 어중 /s/는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고 강세가 있으면 음성적 재음절화 후 양음절성을 가지게 되어 선행 음절 말음인 동시에 후행 음절 두음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어중 /s/가 선행 음절이 폐쇄 음절이어서 두음으로만 작용하는 경우와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어서 양음절성이지만 여전히 음절 두음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모두 음절 두음으로 기능하므로 /s/-음향 단서 값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Selkirk(1982)의 재음절화 이론에서는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을 때, 후행 음절의 두음이 원래 속해 있던 음절로부터 분리 되어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만 실현된다.
본 연구의 음성 실험 결과, 어중 /s/-음향 단서 값(s-dur, s-COG, s-asp)이 선행 음절의 개방성 여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Kahn 1976)의 양음절성 이론으로는 설명이 힘들다. 반면에 Selkirk(1982)가 주장하는 재음절화 이론은 음운적 음절화 단계에서 음절 두음 최대화 원칙에 따라 후행 음절 두음이었던 /s/가 선행 음절에 강세가 있으면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고 난 후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후행 음절의 두음에 위치해 있을 때와는 음성적으로 다른 값을 가지게 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의 음설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에는 Selkirk (1982)의 재음절화 이론이 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음성 실험은 어중 /s/가 음성적 재음절화를 겪고 난 후 s-dur, s-COG 그리고 s-asp값이 후행 음절의 두음에 위치해 있을 때와 선행 음절의 말음에 위치해 있을 때가 유의미하게 다름을 보여주었다. 결국 어중 /s/는 양음절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후행 음절의 두음에서 떨어져 나와서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만 위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음성적 재음절화를 설명하기에는 Kahn(1976)의 양음절성 이론보다는 Selkirk 1982)의 재음절화 이론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본 연구는 Selkirk(1982)의 재음절화 이론을 좀 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elkirk(1982)의 재음절화 이론에 따르면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기만 하면 선행 음절의 형태(개방/폐쇄)와는 상관없이 음성적 재음절화가 일어난다. 그런데 본 실험 결과 선행 음절이 강세 음절이면서 동시에 선행 음절이 개방 음절이어야 음성적 재음절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재음절화 논의와 연관하여 선행 음절의 강세가 음성적 재음절화에 중요한 단서가 되며 나아가 선행 음절의 개방성 또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것을 밝혔다. 본 연구는 영어 단어 내의 /s/를 분석하였는데 손형숙(2013)의 연구에서 다루어진 /s/ 자음군을 대상으로 차후에 실험을 실시하여 폐쇄음의 기식 정도를 분석하여 어중 자음군의 재음절화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어중 자음군의 재음절화 연구를 위해서는 /s/ 뿐만 아니라 후행 폐쇄음의 폐쇄 구간과 기식정도와 후행 모음의 길이나 포먼트 같은 음향 단서 또한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음절 박자 언어인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강세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어의 재음절화를 제대로 구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