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반폐쇄성도기법(semi-occluded vocal tract exercise, 이하 SOVTE)은 성도(vocal tract)의 전방부, 주로 구강의 전방부를 다양한 방식으로 일부 폐쇄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발성 훈련의 한 방법을 일컫는다(Guzmán et al., 2016). 성도 전방부의 폐쇄에 따라 기류의 흐름이 방해를 받으면 음향학적 임피던스(acoustic impedance)가 증가하며(Story et al., 2000), 음원인 성대음(glottal sound)과 필터인 성도와의 상호작용이 증가하여(Titze, 1996), 결과적으로 발성 역치 조건(phonation threshold condition)에 보다 가까운 상태에서 발성을 할 수 있게 된다(Menezes et al., 2011; Paes et al., 2013; Robieux et al., 2015; Titze, 2006). 발성 시의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SOVTE는 과도한 성대의 접촉을 막아 음성외상(phonotrauma)이 발생할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발성 훈련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용 음악(contemporary commercial music) 발성을 하는 가수들의 음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Dargin et al., 2016; Fantini et al., 2017).
발성을 하면서 입술 트릴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발성 입술 트릴(voiced lip trill)은 SOVTE의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Cordeiro et al., 2012; Gaskill & Erickson, 2008), 일반적으로 통상적인 모음 발성에 비해 성대접촉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marante Andrade et al., 2016; Gaskill & Erickson, 2008). 입술 트릴은 도구가 필요 없이 비교적 간단히 익혀 수행할 수 있고, 혀 트릴 등 일부 다른 방식에 비해 난이도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Maxfield et al., 2015). 입술 트릴은 발성 없이 그 자체로도 입술 주변의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워밍업의 수단으로 음성 치료 혹은 발성 훈련 시 널리 이용되어 왔으나, 가창 훈련의 차원에서 본격적인 훈련 프로그램의 주요 방법으로 발성 입술 트릴을 도입한 연구는 많지 않다.
SOVTE의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 방식들의 효과 간의 비교를 수행하거나(Amarante Andrade et al., 2016; Dargin et al., 2016), 둘 이상의 방법을 함께 시행하거나(Amarante Andrade et al., 2016), 각 방법의 세부적인 수행의 방법에 대한 변형을 통하여 그 효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Cordeiro et al., 2012; Maxfield et al., 2015)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한 국내의 시도 중 하나로 응용 입술 트릴 훈련(Modified Voiced Lip Trill training, 이하 MVoLT)을 들 수 있다(이승진 외, 2017a). MVoLT의 가장 주요한 세 가지 특징은 전통적인 입술 트릴에 비해 음량을 증가시키고, 후두를 하강시키며, 손가락을 활용하여 입술 접촉을 촉진시키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MVoLT는 전통적인 입술 트릴 방법에 비해 증가된 음량을 산출하면서도, 통상적으로 모음을 산출할 때와 유사한 정도로 성대의 접촉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이완된 상태에서 SOVTE의 효과를 거두는 안전한 발성을 수행함으로써 효과적인 가창 훈련 방법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다(이승진 외, 2017a). 다만 이와 같이 MVoLT의 즉시적인 효과(immediate effect)가 전통적인 입술 트릴과 차별화된다는 점은 확인되었으나, 체계적인 훈련 방법을 장기간에 걸쳐 가창 훈련자에게 적용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뮤지컬 발성은 비교적 최근 도입된 엘리트 음성 사용의 한 부류이며, 실용 음악 발성의 한 갈래로 간주되기도 한다(D’haeseleer et al., 2017). 전통적인 서양의 성악 발성에 비해 뮤지컬 발성에서는 텍스트의 명료도(intelligibility)가 가장 우선시되며, 뮤지컬 발성을 수행하는 연기자는 가창뿐만 아니라 연기 그리고 무용과 같은 신체적 퍼포먼스까지 수행하며 음성 부담(vocal load)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Kayes & Welch, 2017; Sliiden et al., 2017). 따라서 이러한 뮤지컬 발성을 배우는 학생들이나 가수들은 음성의 질과 발성의 용량(vocal capacity)에 따라 학습과 직업적 퍼포먼스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뮤지컬 발성 시의 발성적 특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들 가운데 하나로 ‘벨팅’(belting)이라고 하는 현상을 들 수 있는데, 벨팅은 흉성(chest register)과 높은 위치의 후두에서 산출되는 발성의 질을 일컫는 용어이다(Kayes & Welch, 2017). 통상적으로 낮은 후두위치에서 이완되고 성대 중앙부 접촉이 촉진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Titze, 1993), 높은 후두 위치라는 조건에서 명료하게 들리는 발성을 하려면 인위적으로 근 긴장을 통해 성대 접촉률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지속적인 발성이 요구되므로, 뮤지컬 가창을 배우는 학생들에서는 성대 병변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발성 시 성문상부 협착(supraglottal constriction)이 유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D’haeseleer et al., 2017; Kayes & Welch, 2017). 뿐만 아니라, 여타 전공의 학생들에 비해 더욱 높은 정도의 주관적인 음성장애가 보고되기도 한다(Watson et al., 2013). 따라서 MVoLT와 같이, 보다 효율적인 발성을 유도하면서도 동시에 음성외상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훈련 방법의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만약 뮤지컬 발성 훈련을 하는 학생에게 이러한 특정 훈련기법을 적용한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기법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서, 체계적이고 프로그램화된 훈련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프로그램화된 가창 훈련이라 함은 아래와 같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첫째, 일정 정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정해진 빈도수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해진 절차를 정확하게 활용해야 하며, 가창 훈련의 특성상 성별에 따라 훈련 음역대 등이 서로 다르게 특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확한 훈련의 여부를 교수자와 더불어 훈련을 받는 학생 본인이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훈련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무리한 발성 가능성이 시사되는 경우 어떠한 전략들을 활용하여 개별적이고 최적화된 촉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지침을 가지고 훈련을 시행하여 훈련 전후의 음성의 질과 음역대, 발성 특성 등을 다양한 과제를 활용하여 다면적으로 비교한다면, 프로그램의 효과(efficacy)와 안전성의 담보 여부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증명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뮤지컬 가창 학생을 대상으로 약 3개월 간에 걸쳐 프로그램화된 MVoLT를 이용하여 수행한 체계적인 훈련이 음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하여 음향학적, 공기역학적, 심리측정적(psychometric), 전기성문파형검사 등의 다면적인 음성 평가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2. 연구방법
G*Power 3.1.9.2(Faul et al., 2009)를 이용하여 MVoLT 전후의 음성 비교를 위한 최소 표본수를 계산한 결과, 29명이었다(two-tails, effect size=0.7, Power=0.95). 이에 연구 대상은 탈락률을 약 10%로 예상하여 만 18–29세의 남녀 학생 32명(남성 17명, 여성 15명)으로 하였다. 평균 연령은 남성 20.47±2.48세, 여성 19.33±1.45세로 집단 간에 연령의 차이는 없었다(t=1.557, p=.130). 이들은 모두 실용음악 뮤지컬 가창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고, 실용음악 분야에 입문한 뒤 경과 기간은 예술계 고등학교 졸업 여부에 따라 0–5년(평균 2.06년)으로 분포하였으며, 프로그램을 접하기 전 대개 하루 평균 2–3시간 가량 가창연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참여자는 한국어 모국어 화자로 기존에 MVoLT를 이용한 가창훈련을 시행한 경험이 없는 자, 흡연력 혹은 최근 3개월간 음성 관련 병력이 보고되지 않은 자, 마지막으로 1급 언어재활사인 제1저자(언어병리학 박사, 음성 관련 임상 및 연구경력 7년)가 후두스트로보스코피를 시행하여 제3저자(이비인후과 전문의)에 의해 후두의 구조적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자로 한정하였다. 각 대상자는 사전에 연구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은 후 자의로 본 연구에 참여하였다.
각 대상자는 응용 입술 트릴 훈련 전 초기 검사 후 정확한 MVoLT의 자세 및 기본 연습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수행방법(이승진 외, 2017a)에 대하여 본 연구의 교신저자에게 직접 충분히 교육을 받았다. 훈련은 약 3개월(95일)간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회, 회당 10–15분 정도(하루 약 30–40분)를 권장하였다. 대상자가 정확한 훈련 방법으로 MVoLT를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1주일에 한 번씩 교신저자가 직접 체크한 후, 정확한 연습방법과 진행방향을 피드백하였다.
훈련에 이용된 음역대의 경우 성별에 따른 뮤지컬 발성의 특성상 일반적인 발성과는 음역대의 차이가 있으므로, 기본연습음역은 시작 음을 여성은 낮은 A3–D4까지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다소 높은 C4–F4로 한정하였다(그림 1 참고). 이는 이보다 더 높은 음을 진행하면 시작음보다 5도 상행 스케일 시 여성 Bb4, 남성 C#5이상의 고음을 산출하게 되고, 이때 음도 일탈(pitch break)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MVoLT를 활용한 연습 진행 중 입술 트릴 훈련의 정확한 수행이 어려웠던 대상자들은 특징적으로 거북목 증상을 보이거나, 후두 위치가 비교적 높고, 흉부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이 많았으며, 하악 주변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 또한 많았고, 들숨의 호흡량도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대상자들의 경우 훈련을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적절한 훈련이 가능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특정한 촉진책을 통해 적절한 훈련이 가능하였을 경우 본인에게 잘 적용되는 촉진책을 기억하도록 하고, 추후 본인 스스로 이러한 단서를 교신저자의 지도 없이도 적용해 보도록 독려하였다.
먼저 자세 측면의 촉진책을 살펴보면, 후두 위치가 높은 상태를 보인 대상자들에게는 성대음을 발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의 후두 위치를 내리고 올리는 연습을 선행한 후, 성대음 발생을 조금씩 유도하였다. 한편 후두 위치는 적당하게 하강했으나 흉부 근육에 긴장이 많아 응용 입술 트릴의 음량이 작을 경우, 더 낮은 음역대의 스케일을 먼저 유도하되 일정기간 더 높은 음역대의 훈련은 피하였고, 저역대의 응용 입술 트릴의 음량이 충분히 증가하였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연습 음역대를 높여가며 훈련한 결과 빠른 효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악 주변 근육이 긴장한 경우 입을 다문 상태에서 턱을 떨어뜨려 치아와 치아 사이를 떨어뜨리도록 하여 연습을 진행한 결과 턱 근육의 긴장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었다.
다음으로 호흡 측면에서는 들숨의 호흡량 자체가 부족한 경우 흉복식 호흡을 통해 충분한 호흡을 유도하였다. 반면 내보내는 호흡의 양이 과다할 경우 기침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고, 기침발생 학생에게는 날 숨의 양을 줄이게 하고, 후두의 위치를 더 낮추게 유도 후 기침 발생을 없앨 수 있었으며, 후두의 위치가 너무 낮을 경우 답답한 느낌의 소리와 응용 입술 트릴의 소리가 오히려 더 작아지는 현상도 생겨 적당한 위치를 찾아가며 후두 위치 조정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불필요한 근육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후두하강을 유도 하는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상태가 만들어지면, 복부 근육의 조절을 시도하여 MVoLT 수행 시 음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몸의 상태를 찾는 훈련을 진행하였다. 대개 복부를 바깥 방향으로 밀어내는 움직임을 유도하였을 때 음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음역대가 과도하게 높아 음도 일탈 현상이 관찰되는 경우, 하복부 근육을 몸 안쪽으로 당기도록 하였을 경우 비슷한 음량에서 음도 일탈이 제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음량이 증가하는 몸의 상태를 찾게 되면 이를 잘 기억하여 반복 수행하도록 독려하였다.
평가 절차로는 훈련 전후 음성에 대하여 최대한 다면적인 평가를 하기 위하여 음향학적 평가, 전기성문파형검사, 공기역학적 평가, 음역대 검사, 심리측정적 평가, 청지각적 평가를 시행하였다(이승진 외, 2017b). 모든 절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음성검사실에서 제1저자가 시행하였으며, 훈련 전 초기 검사일로부터 95일이 경과한 날에 모든 대상자에게 추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탈락률은 0%였다. 검사 시 주변의 소음은 소음측정기(Voltcraft Datalogger 322, Conrad Electronic, Germany)를 이용하여 50 dB 이하로 통제하였다.
구체적인 절차로는 먼저 면담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성별, 연령 등 개인정보와 과거 병력 등을 수집하였고, 심리측정적 평가를 통해 대상자의 주관적인 음성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음향학적 평가를 위해서는 모음 샘플과 말 샘플을 산출하도록 하였는데, 모음 샘플로는 /아/ 모음을 4초 이상 편안한 음도와 음량으로 산출하도록 하여 4초 길이의 안정적인 모음 샘플을 녹음하였으며, 말 샘플로는 전기성문파형검사(electroglottography, 이하 EGG)를 위해 한국어 표준 문단인 ‘가을’ 문단(김향희, 2012)을 편안하게 읽도록 하여 녹음하여 전체 샘플 중 두 번째 문장을 별도 트리밍하여 음향학적 분석에 이용하였다. 녹음 시에는 EGG의 전극(electrode) 두 개를 각각 대상자의 갑상연골에 위치시킨 뒤 벨크로를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고정시켰으며, 대상자의 입술에서 직선거리 5–10 cm에 마이크를 안정적으로 거치하였다. 모음 산출 및 문단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제1저자가 GRBAS 척도(Hirano, 1981)를 이용하여 청지각적 평정을 시행하였다.
다음으로 음역대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여 음역대의 범위를 Hz와 반음(semitone) 단위로 산정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말 샘플에 대한 EGG 분석을 통해 계산한 발화 시 기본주파수와 가급적 유사한 음도로 /아/ 모음을 산출하도록 한 후, 해당 음으로부터 최대한 고음까지 상행으로 스케일을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필요 시 호흡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다시 편안한 음으로부터 하행하도록 하여 최대한 저음까지 진행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상행 시 관찰된 최고음을 클릭하여 들려준 후 해당 음으로부터 가성구(falsetto)로 최대한 고음까지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때 검사자가 판단하기에 명백하게 청지각적으로 들린 음과 다른 음이 기록될 경우에는 해당 기록 포인트를 수작업으로 삭제하였다.
마지막으로 공기역학적 검사를 시행하되 폐활량(vital capacity) 프로토콜, 최대 발성 시간(maximum phonation time) 프로토콜, 음성 효율성(voicing efficiency) 프로토콜을 시행하였다. 폐활량 프로토콜에서는 검사자가 측정기기의 마스크를 대상자의 얼굴에 밀착시키고(고혜주 외, 2015), 대상자가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한 번에 최대한 숨을 내쉬도록 하였다. 이때 기류 산출 속도의 피크값이 5 Lit/Sec를 초과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였다. 최대 연장 발성 프로토콜에서도 역시 마스크를 밀착시키고,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쉰 후 편안한 음도와 음량으로 최대한 길게 /아/를 발성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음성 효율성 과제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의 직경 1 mm 일회용 구강 내 튜브(intraoral tube)를 기기에 삽입하여 한 쪽 끝은 기기의 호흡유량계에 연결하고 다른 쪽 끝은 환자의 혀 끝 위에 위치하도록 한 후, 마스크를 밀착시킨 상태에서 입술을 붙였다 떼면서 한 호흡에 /파/ 발음을 다섯 번 연달아 산출하도록 하였다. 폐활량 프로토콜은 1회 시행하였고, 최대 연장 발성 프로토콜은 3회 시행하여 최대 수행력을 측정하였다. 음성 효율성 프로토콜은 1회 수행력이 3회 수행력의 평균치와 다르지 않다는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1회만 시행하였다(이승진 외, 2018). 모든 과제들에 대하여 대상자가 요청할 경우 연습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였다.
심리측정적 평가도구로는 한국어판 음성장애지수(Korean- Voice Handicap Index, 이하 K-VHI; 김재옥 외, 2007), 음성 활동 및 참여 프로파일-한국판(Korean version of the Voice Activity and Participation Profile, 이하 K-VAPP; 이승진 외, 2016)을 대상자가 직접 작성하도록 하였다. 모든 모음 및 말 샘플의 녹음을 위한 기기로 Computerized Speech Lab(Model 4150B;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이하 CSL) 하드웨어, Real-time EGG(Model 6103;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하드웨어, 단일지향성 다이나믹 마이크(SM48; SHURE, Niles, IL, USA), T자형 마이크 스탠드를 이용하였으며, 채널 1에는 음향학적 신호가, 채널 2에는 EGG 신호가 입력되도록 하였다. 공기역학적적 평가에는 Phonatory Aerodynamic System(Model 6600, KayPENTAX, NJ, USA; 이하 PAS)를 이용하였다.
모음 녹음에는 CSL 소프트웨어의 모듈 프로그램인 Multi-dimensional Voice Program advanced version(Model 5105;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이하 MDVP)을, 말 자료 녹음에는 CSL main program(Model 4150B;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을 이용하였다. 음역대검사에는 Voice Range Profile(Model 4326;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이하 VRP)을 이용하였다. 녹음 시 표본 추출률은 44.1 kHz로 하였다.
4초 길이의 모음 샘플 64개(32명×2회)에 대하여 MDVP를 이용하여 음질관련 변수인 지터(Jitter%, 단위 %, 이하 Jitt), 쉼머(Shimmer%, 단위 %, 이하 Shim), 소음 대 배음비(noise-to-harmonic ratio, 이하 NHR)를 측정하였다. 아울러 Analysis of Dysphonia in Speech and Voice(Model 5109;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이하 ADSV)를 이용하여 모음 샘플과 가을 문단 두 번째 문장 샘플 각 64개에 대하여 켑스트럼 피크 현저성(cepstral peak prominence, 단위 dB, 이하 CPP), L/H 스펙트럼 비율(L/H spectral ratio, 단위 dB, 이하 SR), 두 변수의 표준편차(σCPP, σSR)를 측정하였다.
모음과 말 샘플별로 켑스트럼 스펙트럼 발성장애 지수(Cepstral Spectral Index of Dysphonia, 이하 CSID)는 ADSV에서 자동 계산되도록 하였다. CSID는 전문가에 의해 0에서부터 100에 이르기까지 평정되는 CAPE-V(Consensus Auditory- Perceptual Evaluation of Voice, Kempster et al., 2009)의 전반적 중증도(overall severity) 평정치를 음향학적 측정치인 켑스트럼 스펙트럼 측정치로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추정치로서, 수치가 높을수록 중증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모음과 말 자료에 따라 켑스트럼 스펙트럼 측정치에 상이한 가중치를 적용한 회귀식을 이용하여 계산되며, 모음의 경우 성별에 따라서도 가중치가 달라 각 대상자에 맞는 값을 취하였다. CSID의 공식 자체는 영어문장을 이용하여 산정되었으나, 한국어 말 자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일부 확인된 바 있다(심희정 외, 2016).
EGG 분석을 통해 모음 및 말 샘플에 대하여 음도(단위 Hz), 성문폐쇄지수(closed quotient, 단위 %, 이하 CQ)와 각 표준편차(σPitch, σCQ)를 측정하였다. PAS의 폐활량 프로토콜을 통해 호기량(expiratory volume, 단위 Lit/Sec, 이하 EV)을 측정하였고, 최대 발성 시간 프로토콜을 통해 최대 연장발성 시간(maximum phonation time, 단위 sec, 이하 MPT)을 측정하였으며, 음성 효율성 프로토콜을 통해 평균 성문하압(mean peak air pressure, 단위 cmH2O, 이하 MPAP)과 평균 호기류율(mean airflow rate during voicing, 단위 Lit/Sec, 이하 MFPHO)을 측정하였다.
각 설문지마다 총점을 산정하였고, K-VHI는 하위영역별로 기능(F), 신체(P), 감정(E) 영역의 하위점수를, VFI는 음성 피로의 정도와 음성 사용 기피(Tired), 신체적 불편함(Phys), 음성 사용 후 휴식에 따른 증상의 개선(Rest) 하위 점수를, K-VAPP는 활동 제한 점수(ALS), 참여 제약 점수(PRS), 1~5 하위 영역별 점수(Sub 1~5)를 계산하였다.
3. 연구 결과
MVoLT 훈련 전후 MDVP를 이용한 음향학적인 측정치, ADSV를 이용한 켑스트럼 스펙트럼 측정치, 그리고 CSID를 비교한 결과의 유의수준이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Jitt, Shim, NHR은 모음에서만, 켑스트럼 및 스펙트럼 측정치는 모음과 말 산출 과제에서 측정하였다.
MDVP로 측정한 음질 관련 측정치들에서 훈련 전후 유의한 차이를 보인 변수는 없었다(그림 2 참고).
켑스트럼 스펙트럼 측정치 중에서는 모음 산출 시 CPP가 훈련 후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σCPP는 감소하였다(그림 3 참고).
CSID의 경우 모음(p=.001)의 CSID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그림 4 참고).
훈련 전후 EGG를 이용하여 측정한 모음과 말 산출 시 음도 및 CQ 관련 측정치를 비교한 결과가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훈련 전후 음도 및 CQ 관련 변수들을 비교한 결과, 유의한 변화를 보인 변수는 없었다.
훈련 전후 PAS를 이용하여 측정한 공기역학적 측정치를 비교한 결과가 표 3과 그림 5에 제시되어 있다. MVoLT 후 MPT, MPAP, MFPHO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훈련 전후 VRP를 이용하여 측정한 음역대를 비교한 결과가 표 4와 그림 6에 제시되어 있다. MVoLT 후 최고 음도, 음도 범위 및 반음 단위의 범위가 증가하였다.
훈련 전후 설문검사 도구들을 이용하여 측정한 심리측정적 평가 결과를 비교한 결과가 표 5에 제시되어 있다.
K-VHI, Korean-Voice Handicap Index, VFI, Vocal Fatigue Index; K-VAPP, Korean version of the Voice Activity and Participation Profile; K-SVHI, Korean version of the Singing Voice Handicap Index; TTL, total score; F, functional; P, physical; E, emotional; Tired, tiredness of voice; Phys, physical discomfort; Rest, improvement of symptoms with rest; ALS, activity limitation score; PRS, participation restriction score; Sub1–5; subscale scores of the subsections 1–5; **p<.003; ***p<.001
검사도구별로 살펴보면, VHI의 총점, F, P 하위점수 영역에서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그림 7 참고).
VFI의 경우 총점과 Tired, Phys의 하위영역에서 유의하게 점수가 감소하였다(그림 8 참고).
K-VAPP의 경우 총점, ALS, 하위영역 1(목소리 문제의 심각한 정도에 대한 본인의 인식)과 3(일상 의사소통에 대한 영향)에서 유의하게 점수가 감소하였으며, K-SVHI의 총점 또한 감소하였다(그림 9, 그림 10 참고).
GRBAS 척도를 이용한 청지각적 평정을 시행하여 비교한 결과, 전반적 중증도, 조조성, 기식성, 노력성의 훈련 전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표 6 참고).
4. 논의 및 결론
이 연구에서는 MVoLT를 활용한 훈련 프로그램이 뮤지컬 가창을 전공하는 학생의 음성 변화에 미치는 효과를 다면적인 음성평가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를 통하여 MVoLT가 더욱 효율적인 발성을 유도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이며, 지속적인 가창 훈련 시 흔하게 발생 가능한 음성의 여러 부정적인 구조 및 기능적 변화를 예방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가창 훈련 방법임을 확인하였다.
먼저 음향학적 측정치의 변화를 보면, 훈련 후 모음 산출 시 CPP가 증가한 반면, σCPP는 감소하였다. 반면 전통적 음향학적 측정치들의 변화는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울러 켑스트럼 측정치를 활용하여 산정한 CSID의 경우도 모음에서는 감소하였으나 말 산출 시 CSID의 감소는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음향학적 측정치의 이러한 변화들은 MVoLT가 대상자의 음성의 질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였거나, 혹은 최소한 말 산출 시에도 부정적인 초래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MVoLT의 즉시적 효과를 살펴 본 선행연구는 물론, 넓게 보았을 때 실용음악 가수의 음성에 SOVTE가 긍정적인 개선 효과를 보였음을 보고한 선행 연구와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이승진 외, 2017a; Fantini et al., 2017). 왜냐하면 이 대상자들은 약 3개월에 이르는 훈련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많은 발성을 함으로써 성대에 무리를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음 산출 과제에서 나타난 개선된 음향학적 지표의 경향이 말 산출에서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은 말 산출과 더불어 가창 시의 음성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여겨진다.
EGG 측정치의 변화를 보면, 훈련 전후 모음과 말 과제 모두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인 측정치는 없었다. 음도와 CQ 관련 변수들이 변화를 보이지 않은 점은 MVoLT 훈련이 성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MVoLT 훈련 과정에서 음량을 증가시킨 상태에서 발성을 수행함에도 부정적인 변화가 초래되지 않았던 것은 성대의 과한 접촉을 방지하는 SOVTE의 특성이 적절하게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통적인 발성 입술 트릴은 즉시적 효과 측면에서는 CQ를 감소시켜 과도한 성대 접촉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Amarante Andrade et al., 2016; Gaskill & Erickson, 2008), MVoLT는 오히려 성대의 완전한 접촉 자체는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승진 외, 2017a)을 상기하면, 이러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편안한 발성과 말하기에서 유지된 CQ 측정치에서 엿볼 수 있는 이러한 변화가 가창에까지 일반화되었을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후속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한, 평균 CQ 외에도 성대의 접촉양상을 더욱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추가적인 EGG 관련 변수들을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역학적 측정치의 변화를 보면, EV는 유의하게 변화하지 않았던 반면, MPT, MPAP, MFPHO의 유의한 증가가 이루어져 발성의 효율성이 증가하였음을 시사하였다. 또한 음역대 프로파일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대 음도와 음역대 측정치가 증가하였다. 이는 MVoLT를 이용한 상행 훈련을 하면서 음도 일탈 여부를 모니터링함으로써 고음역대 산출 시 효율적인 발성 훈련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효율적인 가창훈련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여겨진다. 다만 이 부분은 다른 발성 훈련 기법과의 차이가 고려되지는 못하였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해봄직하다.
심리측정적 평가 결과의 변화를 살펴보면, VHI의 총점, F, P 하위점수, VFI의 총점과 Tired, Phys의 하위점수, SVHI 총점, K-VAPP의 총점, ALS, 하위영역 1과 3 하위점수가 감소함으로써 주관적 음성문제가 훈련 뒤에 감소하였음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는 음성과 관련된 기능적, 신체적 핸디캡뿐 아니라, 음성피로도, 나아가 음성과 관련된 활동 제한, 목소리 문제의 심각한 정도에 대한 본인의 인식, 일상생활에 대한 영향 정도나 가창 시 느끼는 문제점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 이는 전문적 음성사용자 집단에서 더 높은 정도의 주관적 음성문제가 보고된다는 점(김재옥, 2015; 최정석 외, 2013; Lee et al., in press)에서, 이를 경감시키면서도 효율적인 발성을 훈련할 수 있는 MVoLT의 효과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 외 유의한 감소를 보이지 않은 점수들의 경우 훈련 전 검사 시 이미 낮은 점수로 기저효과를 보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VFI의 Rest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즉 MVoLT를 이용한 훈련을 하더라도 음성피로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일 수 있다. 또한 PRS가 감소하지 않은 것은 해당 항목에서 ‘최근 6개월 동안’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점에서 훈련기간인 3개월 이전의 경험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인 음성 개선은 청지각적 평정치의 감소에까지 반영되지는 않았다. 즉 청지각적 평정치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대상자가 이미 검사 전에도 음성의 질이 크게 나쁘지 않았으므로 기저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감소 폭이 비교적 큰 G(p=.016), S(p=.010) 척도의 경우 특히 보다 다양한 음성상태의 대상자를 포함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본다. 이러한 기저효과를 최소화 하기 위해 측정치의 보다 큰 이산(dispersion)을 가져올 수 있는 CAPE-V 등의 다른 검사 척도를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음역대가 증가하였음에도 음성의 질에 대한 청지각적 평정치가 유지된 점은 MVoLT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훈련 프로그램의 상세한 사항들에 대한 다양한 촉진전략들을 활용한 미세 조정은 MVoLT 훈련을 수행하는 대상 학생의 수행력, 성실 참여도, 가창 방법의 차이, 발성에 대한 이해도, 진전의 경향, 음성의 상태, 본인의 음성에 대한 모니터링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부분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미세 조정을 어떠한 경우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지침은 어떠한 것이 바람직하며, 지침에 따라 대상자의 음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후속 연구들을 통해 더욱 보충하여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요약하자면 MVoLT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창 훈련 프로그램은 뮤지컬 가창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효율적인 발성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가창 훈련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뮤지컬 가창 훈련을 수행한 대조군이 없으므로, 이러한 발성의 개선에 대한 해석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표본 수가 다소 부족하여 음성의 변화에 대해 성별에 따른 통계적 차이를 살펴보지는 못하였다. 특히 음도의 경우 성별에 따라 개별적인 변화 경향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발성 자체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서 실제 뮤지컬 가창 자체의 예술적인 수행력의 훈련 전후 변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주관적이고 미학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본 연구에 포함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충분한 수의 대상자를 모집하고 대조군을 설정하여 연구를 진행한다면, 훈련 전후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MVoLT에 의한 변화임을 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효율적 발성을 유도할 수 있는 이러한 훈련방법이 SOVTE의 하나로서 발성의 효율성이 저하된 음성장애 환자에서 어떠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적 관점에서의 연구 또한 흥미로운 후속 연구 주제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