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신경언어장애 환자 중 대부분이 마비말장애를 가지고 있다. 마비말장애는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손상으로 근육의 운동능력 감소와 느려진 속도, 협응성의 문제로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Duffy, 2005). 이러한 말 손상은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개인과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Ziegler, 2002). 마비말장애의 구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성도에 있는 능동적인 조음기관인 입술, 혀 및 연인두의 운동능력 협응과 호흡 및 발성 능력의 협응이 어렵기 때문이다(Kent et al., 1987). 따라서 마비말장애인의 운동구어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성도에 있는 능동적인 조음기관의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비말장애를 평가하는 방법은 말 산출의 심한정도(severity)와 약함(weakness)에 대한 정보를 주는 청지각적 분석과 객관적인 평가인 기기평가를 사용한다(김향희 외, 2004). 그 중 마비말장애의 운동협응과 관련된 파라미터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주로 조음교대운동 과제를 이용하여 속도와 규칙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조음교대운동 분석에 사용되는 과제는 /퍼퍼퍼/, /터터터/, /커커커/와 같이 동일한 음절을 반복하는 ‘교대운동속도(alternating motion rate: AMR, 이하 AMR)’와 /퍼터커, 퍼터커/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음절을 반복하는 ‘일련운동속도(sequential motionrate: SMR, 이하 SMR)’가 있다. AMR 과제는 입술, 치조, 연인두 등을 포함한 조음기관 움직임의 속도 및 규칙성을 알아보는 데 유용한 과제이다. 더불어 연인두 폐쇄 및 조음의 정확성을 파악할 수 있고, 호흡과 발성의 특성도 살펴볼 수 있다. SMR 과제는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빠르게 움직이는 조음 기관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서, 일련 운동(sequence of motion) 을 통해서 다양한 조음 기관의 신속하고 부드러운 운동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Duffy, 2005).
조음교대운동 분석에서의 청지각적 평가방법은 빠르게 반복되는 말과제를 듣고 속도와 규칙성에 대해 등간척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경험정도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김향희 외, 2004). 따라서 음향학적 분석을 통한 기기 평가는 마비말장애 환자들의 기초적인 병태생리학(pathophysiology)의 이론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해준다. 최근 기기를 이용한 조음교대운동 분석은 음향 신호를 바탕으로 조음교대운동 속도(rate), 규칙성(jitter) 등의 다양한 파라미터를 평가할 수 있다(Duffy, 2005).
이러한 기기적 평가방법으로 Kay Elemetrics Corporation의 Motor Speech Profile(이하 MSP) 프로그램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정상 기준치에 대한 많은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김근효 외, 2015). 하지만 마비말장애 화자의 조음교대운동에 대한 MSP의 분석 결과는 AMR의 속도와 규칙성은 보고되고 있으나 SMR에 대한 연구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 MSP의 경우 SMR 과제에서 /퍼터커/를 한 단위로 인식하지 않고 /퍼/, /터/, /커/로 각 음절 단위로 분석하기 때문에 SMR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Praat 등을 이용하여 /퍼터커/ 파형을 한 단위를 수동적으로 설정하여 계산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음성 파형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조작하여 각 음절마다의 간격을 측정하고 표준편차 등을 계산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남현욱, 2011; 정은영 외, 2011).
SMR 과제는 AMR 과제보다 운동협응 능력이 더 요구되기 때문에 교대운동 과업을 MSP로 분석할 시 SMR을 한 단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AMR처럼 각 음절을 한 단위로 분석하기 때문에 이를 SMR의 속도 및 규칙성에 대한 측정 결과로 적용하기에는 제한점이 있다고 하였다(남현욱, 2011).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LingWAVES Voice Clinic Suite Pro(Wevosys)의 Motor Speech Disorder Assessment(이하 MSDA)는 AMR 뿐만 아니라 SMR에 대해 조음교대운동 속도, 표준편차, 규칙성, 에너지 손실 및 평균 음절 길이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하였다. 이는 기존의 MSP와 달리 /퍼터커/를 한 단위로 인식하여 음절간의 에너지 변화 및 평균 음절길이를 측정함으로써 SMR의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MSDA를 이용하여 경직형 마비말장애 화자들의 SMR에 대한 속도 및 규칙성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대상은 부산 소재의 대학 병원에 외래 또는 입원 중인 환자로 신경과 전문의와 언어재활사에 의해 경직형 마비말장애로 판정받은 26명과 정상인 3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자들은 모두 남성으로 마비말장애 평균 연령은 61.5±8.5세었고, 평균 발병 후 경과일은 8.5±4.2년이었다. 정상인들의 전체 평균 연령은 58.8±10.6세였다. 정상군은 한국판 간이 정신 상태 검사(K-MMSE)에서 정상 범위(26.5±2.5)에 해당하고, 신경학적 그리고 정신적 질병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다(강연욱 외, 1997). 또한 경직형 마비말장애 중 말실행증이 있는 대상자는 연구에서 제외하였다.
구어 명료도의 수준은 Kim 등(2004)의 기준에 따라 정상(normal), 경도(mild), 중등도(moderate), 고도(severe)의 4등급으로 마비말장애 치료 경력이 10년 이상인 1급 언어재활사가 자발화를 듣고 구어 명료도를 평가한 후에 경도(66%–95%)에 해당하는 26명을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이는 SMR의 경우 두 개 이상의 음절을 반복하는 과업에서 중등도 이상의 경우 말뭉침 현상으로 인해 객관적인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선행 연구를 기준으로 하였다(남현욱, 2011).
SMR을 측정하기 위해 LingWAVE 프로그램의 MSDA 모듈이 설치된 노트북과 Logitech USB 콘덴서 마이크를 연결하여 사용하였다. 모든 대상자들은 최대한 숨을 들이 쉰 후 빠르고 정확하게 /퍼터커/를 반복하게 하였으며 총 3회에 걸쳐 녹음을 하였다. 녹음 시 마이크와 약 10–15 cm 떨어진 곳에서 녹음하였다.
조음교대운동 측정은 5초의 길이를 원칙으로 하되, 5초 동안의 반복이 불가능하였던 환자는 표집에서 제외하고 분석하였다. 또한 반복이 명료하게 분절이 되지 않아 여러 음절이 겹쳐서 산출되거나 심한 기식성 음성으로 인해 음성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분석에서 조음교대운동의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의 경우 강도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작과 끝의 음성 파형 0.5–1초 정도를 제외하고 분석하였다.
MSDA는 연구 목적에 따라 DDK rate(S/s), DDK standard deviation (S/s), DDK jitter(%), 기본주파수(Fo), Energy Slope(dB/s), 개방지수(open quotient; OQ), 평균 음절 길이(mean syllable length (MSL), ms)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위의 7가지 프로토콜 중 기본주파수와 개방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6가지 프로토콜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DDK(S/s)는 초당 음절에 대한 교대운동 속도이며 DDK standard deviation은 초당 음절수의 표준편차로 말한 단어의 규칙성을 볼 수 있다. DDK jitter(%)는 SMR 길이를 사이클 대 사이클로 계산하여 규칙성을 측정하고 높을수록 불규칙적이라 볼 수 있다. Energy Slope(dB)는 단어의 연속발화동안 나타나는 에너지 손실을 측정하는 것으로 정상화자일수록 적은 에너지 손실을 보인다. 만약 마이너스 값이 나오면 음성피로(vocal fatigue)가 높은 것으로 본다(WEVOSYS, 2010). 평균음절길이(MSL, ms)는 /퍼터커/의 각 음절 길이로 연속발화 SMR에서 각 음절(앞, 중간, 뒤)에 대한 평균 시간을 나타낸다. /퍼터커/ 각 음절을 얼마나 동일한 간격으로 발화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각 음절의 가중치를 알 수 있다.
자료의 분석 결과는 그림 1과 같이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나타내어 주어 치료 전후 비교에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연구결과
경직형 마비말장애군과 정상군의 간의 SMR 속도에 대한 기술통계 및 t-검정 결과는 표 1과 같다. SMR 과제에서 두 집단 간 속도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표준편차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마비말장애군이 정상군보다 일련운동속도가 느리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강영애 외, 2013; 남현욱, 2011; 박희준 외, 2008).
Variables | Dysarthria | Normal | t-value |
---|---|---|---|
DDK(S/s) | 1.07 | 1.87 | 2.76* |
DDK stddev(S/s) | 0.84 | 0.75 | –1.54 |
경직형 마비말장애군과 정상군 간의 SMR에서 규칙성(DDK jitter)과 에너지 손실(energy slope)에 대한 기술통계 및 t-검정 결과는 표 2와 같다. 두 집단 간의 규칙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AMR에 대한 DDK jitter에 대한 보고는 있으나 SMR에 대한 DDK jitter에 대한 보고가 없어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Praat를 이용하여 SMR의 표준편차를 통해 규칙성을 본 연구에서 마비말장애 집단에서 규칙성이 떨어진다는 선행 연구와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강영애 외, 2013; 정은영 외, 2011; 황보명 & 강수균, 2000).
SMR 과업시 에너지의 과도한 손실을 나타내는 에너지 손실(dB/s) 비교에서도 정상인의 경우 에너지 손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마비말장애의 경우 에너지 손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과업의 지속시간 감소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Variables | Dysarthria | Normal | t-value |
---|---|---|---|
DDK jitter(%) | 4.51(±1.04) | 2.87(±0.68) | –2.98* |
Energy slope(dB/s) | –0.17(±0.08) | 0 | –9.83* |
경직형 마비말장애군과 정상군 간의 SMR에서 평균음절 길이에 대한 기술통계 및 t-검정 결과는 표 3 및 그림 2와 같다. 두 집단 간의 평균 음절 길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평균 음절 길이에 대한 선행 연구가 없어 객관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연구결과를 볼 때 경직형 마비말장애군의 경우 /퍼/와 /터/음절이 정상군의 /퍼/와 /터/ 음절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길이가 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정상군의 경우 /퍼터커/에서 /퍼터/의 반복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마비말장애군의 경우 /퍼터/의 반복시간이 길어 전체적인 SMR 속도가 늦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Variables | Dysarthria | Normal | t-value |
---|---|---|---|
/pʌ/ | 175.72(±82.04) | 123.02(±32.54) | –2.52* |
/tʌ/ | 165.77(±65.21) | 121.34(±27.65) | –2.27* |
/kʌ/ | 202.50(±94.85) | 201.67(±62.74) | –1.01 |
4. 논의 및 결론
마비말장애의 조음교대운동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Janssen & Laatz, 2007). 본 연구에서는 MSDA를 사용하여 경직형마비말장애 화자의 SMR 분석이 마비말장애를 진단하고 중증도를 결정하는데 유용한지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DDK rate, 표준편차, DDK jitter, 에너지 손실 측면에서 경직형 마비말장애 그룹과 정상인 그룹간 평균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Dagmar 등(2013)의 경직형 마비말장애를 대상으로 MSDA를 이용한 SMR 분석에서 속도와 규칙성, 평균음절길이에서 마비말장애 집단이 속도와 규칙성이 정상인에 비해 느리고 불규칙적인 특성을 나타내었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일치하였다. 평균음절길이에서 경직형 마비말장애 그룹이 정상인 그룹보다 첫음절과 두번째 음절의 길이가 길게 나타나 SMR 속도와 규칙성이 느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MSDA를 사용한 SMR 분석은 마비말장애를 선별하고 진단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 간단한 조작과 짧은 분석시간으로 실제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기존의 Praat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각 음절 간 측정치를 모두 기록하여 속도와 규칙성을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한계점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일반적인 언어재활사가 사용하기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으로 연구에서는 활용될 수 있으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은 매우 제한적인게 사실이다. 본 연구에서는 MSP의 SMR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보완한 MSDA를 사용하여 SMR의 속도, 표준편차 및 규칙성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마비말장애의 특성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MSDA가 SMR 분석에 활용되어 언어재활사들이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빠르고 객관적인 분석결과를 임상에 적용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는 경직형 마비말장애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다양한 마비말장애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AMR에 비해 SMR의 경우 구어실행증에서 그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는 선행 연구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에너지 손실과 평균음절길이의 경우 국내외 연구가 부족하여 정상 기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점이 있어 향후 연령대별 정상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