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음성범위 프로파일(Voice Range Profile, VRP)은 발성 시 기본주파수와 음성강도의 최대범위를 살펴보는 음향학적 검사방법이다. VRP는 모음연장발성을 통해 최저부터 최고 주파수 범위를 따라 최저부터 최고 음성강도 범위를 측정하여 이들 간의 관계를 이차원 도표에 표시하며, 포네토그램(phonetogram)이라고도 한다(Kim et al., 2014).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음성장애군은 정상음성군에 비해 VRP의 범위가 현저하게 감소하며(Heylen et al., 1996a, 1996b; Ma & Yiu, 2006; Ma et al., 2007; Wuyts et al., 2000), 음성치료 전보다 후에 VRP의 범위가 증가한다. 이와 같이 VRP는 생리적 음성한계나 발성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정상 음성과 병리적 음성을 구분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되어 음성장애를 진단하고 음성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Airainer & Klingholz, 1991; Dejonckere et al., 2001; Mailӓnder et al., 2017; Meerschmana et al., 2017; Peter et al., 2014; Speyer et al., 2003).
그러나 VRP는 모음연장발성을 통해 평가하므로 발화를 산출하는 동안 변화하는 후두의 생리적 특성과 관련된 발성능력을 살펴보기 어렵고, 검사자의 지시방법이나 대상자의 과제 수행 정도에 따라 측정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VRP로 측정된 음성범위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D’Alatri & Marchese, 2014). 또한 VRP는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 F0)를 바탕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음성신호가 비주기적이거나 저조파(subharmonics)가 많이 산출되는 중증도가 높은 음성장애 환자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울 수 있어 민감도(sensitivity)나 특이도(specificity)가 낮다(D’Alatri & Marchese, 2014; Heylen et al., 2001). 이와 더불어 VRP는 최대기본주파수범위와 함께 각 기본주파수에서의 최저음성강도와 최고음성강도 범위를 모두 측정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임상에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VRP를 보완하기 위해 기능적 말산출 수행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발화범위 프로파일(Speech Range Profile, SRP)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SRP는 발화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음성능력의 범위를 측정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말하기 음성범위 프로파일(speaking VRP)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Hacki, 1996), Emerich et al.(2005)이 발화범위 프로파일(SRP)이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정상음성군과 음성장애군에서 SRP와 VRP 간의 차이를 비교한 연구(D’Alatri & Marchese, 2014)에 의하면, 정상음성군에서는 이들 간의 차이가 없었으나 음성장애군에서 VRP의 최저음성강도가 SRP의 최저발화음성강도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음성장애 환자가 VRP를 산출하기 위해 가장 작은 음성강도 수준에서 연장발성을 하기 위해서는 발성역치압력이 상승하므로 낮은 호기류율로 진동하는 데 제한이 있으나 SRP를 측정하기 위해 또렷하게 문장을 읽는 과정에서는 음성을 보다 생리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고 성문하압을 보다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VRP 측정 시 음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성대의 긴장성을 재빨리 변화시켜야 하는데 성대의 병변이 있거나 운동성 또는 점막파동의 결함이 있는 경우 성대의 길이를 재빠르게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하였다. 즉 모음연장발성을 이용한 VRP는 생리적인 음성 사용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성대메카니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측정의 신뢰성이 낮을 수 있다. 이에 VRP를 대치할 수 있는 SRP의 측정이 필요하다.
SRP 또한 정상음성군과 음성장애군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D’Alatri & Marchese, 2014; Hacki, 1996), 성별, 연령 또는 음성치료나 수술 전과 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 임상에서 VRP와 함께 또는 VRP를 대체할 수 있는 음성평가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dos Santos et al., 2015; Hacki & Heitmüller, 1999; Siupsinskiene & Lycke, 2011).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러 장애군이나 전문적 음성사용자, 음성치료 또는 연령 등에 따른 음역대를 살펴보기 위해 모음연장발성을 통해 실시한 VRP 연구(Bae, 2011; Chung, 2000; Kim, 2007; Kim et al., 2004; Kim, 2010; Lee et al., 2012; Nam & Kim, 2009) 이외에 발화과제를 이용한 SRP와 관련된 연구는 발화기본주파수(speaking fundamental frequency; 이하 SFF)를 측정한 연구(Euh, 2004; Ha, 2006; Hwang et al., 2009; Jung, 2007; Lee, 2005; Nam & Choi, 2008; Nam et al., 2009; Wang, 2018; Yoo, 2003)가 대부분이고, SRP를 이용하여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한 연구는 변성기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개의 문장을 편안한 소리와 큰소리로 읽기를 한 연구가 유일하다(Hwang, 2018).
SRP는 숫자세기, 독백하기, 읽기, 노래하기, 소리지르기 등의 다양한 발화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측정할 수 있다. SRP는 전통적인 VRP에 비해 비교적 측정 과정이 단순하고 측정 시간이 짧기 때문에 바쁜 임상 환경에서 짧은 시간 내에 기능적인 말산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SRP를 측정하기 위한 과제나 방식이 연구자들마다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연구마다 각기 다른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자발화 또는 문장읽기에서의 편안한 음도의 음성강도 범위를 측정하였으며(Awan, 1997; Chen, 2007; Holmberg et al,. 2010; Gӧkdoğan et al., 2016; Ma et al., 2007), 그 외에 숫자세기를 통한 편안한 음도와 크기, 가장 작은 소리부터 시작하여 점점 큰 소리 또는 각 숫자마다 작은 소리, 편안한 소리, 큰 소리, 매우 큰 소리로 발화하기를 통해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였다(dos Santos et al., 2015; Siupsinskiene & Lycke, 2011). 독백하기 과제로 낮은 음도와 음성강도 범위를 측정하기도 하고(Holmberg et al., 2010), 노래부르기, 소리지르기(Hacki & Heitmüller, 1999) 등 연구마다 각기 다른 과제 양식과 수행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로 인해 연구마다 최대발화기본주파수나 최저발화기본주파수 또는 최대발화음성강도나 최저발화음성강도가 다른 값들로 제시될 수밖에 없어 표준화된 자료가 없다.
최근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 연구에서 SRP의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고 SRP의 유용성을 밝히기 위해 문장읽기와 2배 큰소리(시끄러운 환경에서 부르는 소리)로 소리지르기 과제를 스페인어로 제작하여 VRP와의 차이를 정상음성군과 음성장애군에서 비교하였다(D’Alatri & Marchese, 2014). 문장읽기 과제는 의문형, 긍정형, 감탄형으로 구성된 문장과 감정(예, 기쁨, 슬픔, 불신감, 실망 등)을 나타내는 문장의 20문장을 가장 편안한 음도와 강도로 읽기였고, 소리치기 과제는 /la/ 음절을 최대한 크게 말하기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발화기본주파수와 최대발화음성강도의 범위를 측정하였다. D’Alatri & Marchese(2014)의 연구는 스페인어로 제작되어 있어 한국어로 번안될 경우 적절한 한국어 표현이 어렵거나 다른 의미를 내포 또는 한국어의 문장형태와는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번안하여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에 본 연구는 SRP 측정을 위해 국내 임상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SRP 발화과제를 개발하고, 이 발화과제가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지 검증하고자 정상음성을 산출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VRP 발성과제와 비교하였다.
2. 연구방법
국내에서 적용하기에 적합한 SRP 발화과제를 개발하기 위하여 국외 및 국내 문헌 검색을 통해 SRP 측정 방법을 분석하였다. 국외 논문은 PubMed와 Google Scholar 검색 엔진을 사용하여 “Speech Range Profile” OR “Speaking Range Profile” OR “Speech Range” OR “Speaking Range” OR “Voice Range Profile” OR “Vocal Range Profile” OR “Voice Range” OR “Vocal Range” OR “Phonetogram”을 검색하였고, 국내 논문은 말소리와 음성과학(구 음성과학회지), Communication Sciences & Disorders(구 언어청각장애연구), 언어치료연구 및 대한음성언어의학회지 그리고 네이버 학술정보에 “음역대” 또는 “음성범위 프로파일” 또는 “음성범위 프로필” 또는 “음성범위” 또는 “발화범위 프로파일” 또는 “발화범위 프로필” 또는 “발화범위”, “말범위” 용어로 검색하여 이와 관련되어 게재된 학술지논문과 학위논문을 대상으로 하였다.
국내외 선행연구들은 SRP 측정을 위해 숫자세기(Hacki & Heitmüller, 1999; Siupsinskiene & Lycke, 2011), 읽기(Chen, 2008; Emerich et al., 2005; Ma et al., 2007), 소리치기(Berg et al., 2017)를 주로 사용하였다. 특히 읽기는 편안한 음도와 크기로 읽은 상태에서 SRP를 측정한 경우가 많아 최저와 최고의 기본주파수와 음성강도를 포함하는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소리지르기는 가장 큰 소리만을 산출하기 때문에 최저기본주파수와 최저음성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숫자세기의 경우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산출하게 하므로 다양한 음도와 크기를 측정할 수 있으나 얼마만큼의 숫자를 세는 것이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지 불분명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D’Alatri & Marchese(2014)의 연구에서 다양한 억양이나 감정의 문장을 편안하게 읽기와 2배 크기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길 건너편의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른다고 생각하고 말하기(소리 지르기)를 통해 다양한 음도와 크기를 반영한 과제로 SRP의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SRP 측정용 발화 과제로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 및 읽기를 모두 포함하는 문단읽기 과제를 개발하였다. 문단읽기 과제는 한국어의 모든 말소리(Kim & Shin, 2015)와 한국어 문장에서 구분하는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감탄문’의 5가지 문장형태(Korean Language Education Research Institute, Seoul Natioal University, 1996, 2002; Lee, 2016 as cited in Hong, 2017)를 모두 포함하고, 명령문은 긍정명령문과 부정명령문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억양을 표현하도록 하였다. 또한 최저와 최대의 기본주파수 및 음성강도를 산출하고 불이 났을 때의 긴장감으로 큰 소리를 발화할 수 있는 『불이야』 문단을 개발하게 되었다.
『불이야』 문단은 내용의 정확성을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출판된 Seoul Metropolitan Fire & Disaster Headquarters(2018)와 Natioal Fire Agency(2018)를 참고하여 제작하였고, 최종 256개 자음, 202개 단모음, 37개 이중모음으로 구성된 총 14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대상자가 『불이야』 문단을 편안한 음도와 크기로 읽다가 ‘최대한 큰 소리로’ 또는 ‘속삭이지 말고 최대한 작은 소리로’라고 괄호에 표시된 문장에서는 지시사항에 맞게 읽어야 한다.
『불이야』 문단의 내용타당도는 음성장애 임상경력이 10년 이상인 언어병리학과 교수 2명에 의해 검증되었고, 5점 척도(1점 매우 타당하지 않다–5점 매우 타당하다) 중 4.7점의 높은 내용타당도를 보였다.
『불이야』 문단의 임상 적용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정상 음성을 산출하는 18–29세의 성인 45명(남성 15명,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본 연구를 실시하였다.
대상자는 청지각적 및 음향학적 평가에서 모든 변수가 정상 범주에 속하고 정상 청력을 갖는 사람으로 성악이나 실용음악 등의 직업적 음성훈련을 받지 않았고, 과거력 상 청각장애, 호흡기질환, 신경계질환 및 후두질환의 병력이 없으며, 조음기관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없고, 자료수집일을 기준으로 최근 2주간 호흡기질환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 하였다.
청지각적 평가는 교육경력이 10년 이상, 임상경력이 5년 이상인 음성장애 전공 교수 1명과 대학원에서 언어병리학을 전공하고 음성장애를 수강하였으며 청지각적 음성평가 훈련을 받은 언어재활사 1명이 평가하였고, 대상자가 /a/ 모음연장발성과 자발화를 산출하는 동안 GRBAS 척도(Hirano, 1981) 상에서 G가 0인 경우만을 대상자로 하였다. 2명이 평가한 음질의 단계가 상이할 경우 녹음된 음성을 다시 듣고 재평가를 실시하였으며, 여전히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경우 높은 단계의 음질을 선택하였다. 음향학적 평가는 대상자가 /a/ 모음연장발성을 실시하여 Computerized Speech Lab(Model 4150B, KayPENTAX, Lincoln Park, NJ, USA; 이하 CSL)의 하위 모듈인 Multi-dimensional Voice Program(이하 MDVP) 상에서 모든 변수가 정상 범주인 경우로 하였다. 정상 청각은 청력계(동보 DB-15000, 서울)를 이용한 순음청력검사 상 500 Hz, 1,000 Hz, 2,000 Hz 및 4,000 Hz에서 청력역치가 20 dB 이하인 경우로 하였다.
『불이야』 문단이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기에 적합하며 임상 적용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소음측정기(Sound Meter, Abc Apps)로 환경소음 측정치가 30 dB 이하의 소음이 통제된 방에서 대상자는 편안한 자세로 앉은 다음, 자연스러운 음성을 산출하도록 “안녕하세요. OOO입니다.”를 말한 후, 숨을 들이마시고 그 음도와 크기로 편안하게/a/ 모음을 3초간 연장 발성하였다. 산출된 음성은 대상자의 입으로부터 10 cm 떨어진 위치에서 90도 각도로 고정된 단일지향성 다이나믹 유형의 마이크(Shure SM58, Shure Inc., USA)를 통해 MDVP에 녹음하였다.
SRP 과제는 선행연구(Berg et al., 2017; D’Alatri & Marchese, 2014; dos Santaos et al., 2015)에서 사용한 21–30까지 숫자세기 과제(이하 숫자세기)와 『불이야』 문단읽기 과제(이하 문단읽기)를 사용하였다. 숫자세기는 편안한 소리, 작은 소리, 큰 소리 순으로 진행하였고, 작은 소리는 속삭이지 않되 가장 작고 낮은 소리, 큰 소리는 진성(modal)으로 시끄러운 환경에서 길 건너의 사람을 부른다는 느낌으로 크게 산출하게 하였다.
VRP 과제를 선정하기 위해 선행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사용되는 VRP 유형으로 (1) 반음을 이용한 VRP(Chen, 2007; Emerich et al., 2005; Hacki, 1996;Ma et al., 2007; Siupsinskiene & Lycke, 2001), (2) 활창하기(Bae, 2011; Sanchez et al., 2014), (3) 축약된 VRP(Jung, 2018)가 사용된다. 반음을 이용한 VRP는 대상자가 편안한 음도에서 시작하여 반음(semitone)씩 상승하거나 하강하여 각 음도에서 가장 작은 소리와 가장 큰소리를 산출하고(Chen, 2007; Emerich et al., 2005; Hacki, 1996; Ma et al., 2007; Siupsinskiene & Lycke, 2001), 활창하기는 대상자가 편안한 음도와 크기에서 발성한 후 계단식으로 가장 낮고 작은 소리까지 활창(decrescendo)하고, 다시 편안한 음도와 크기에서 발성한 후 계단식으로 가장 높고 큰 소리까지 활창(crescendo)하는 방식이다. 축약된 VRP는 7개(남성) 또는 9개(여성)의 기준음에서 기본주파수에 해당하는 음을 검사자가 건반음과 모델링을 통해 제시하고 대상자는 제시된 음도에서 최소 및 최대 강도를 발성하며, 그 다음으로 낮은 기준음을 제시하여 대상자가 최소 및 최대 강도를 발성한다. 만약 대상자가 제시된 기준음을 발성하지 못할 경우 바로 직전에 산출된 기준음에서 반음씩 내려가거나 올라가 최저 및 최고주파수를 확립한다. 이 세 가지 방법을 비교한 최근 연구(Jung, 2018)에 의하면, 반음을 이용한 VRP와 축약된 VRP가 최고기본주파수, 최저기본주파수, 최대음성강도, 최소음성강도 및 기본주파수범위와 음성강도범위가 유사하였고, 활창하기에 비해 넓은 범위의 기본주파수범위와 음성강도범위를 보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 VRP 과제로 가장 좁은 최대발성범위를 제시하는 활창하기 과제(이하 활창하기)와 가장 넓은 최대발성범위를 측정하면서 시간이 절약되는 축약된 VRP 과제(이하 축약된 VRP)를 실시하였다. 활창하기와 축약된 VRP에서 대상자가 가장 낮거나 높은 음역대에서 충분한 발성을 산출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될 경우, 그 음역대에서 추가적으로 발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활창하기 시에는 가성대(falsetto) 음역까지 산출하도록 하였으나 다른 과제들과의 비교를 위해 진성대 범위만을 평가하였다(Hacki, 1996). 이를 위해 검사자가 청지각적으로 평가하여 진성대 범위에서 최대로 발성할 수 있는 지점을 표시하고 이에 해당하는 최고기본주파수와 최대음성강도를 기록하였다.
모든 SRP와 VRP 과제는 2번씩 반복 측정하였고, CSL의 Voice Range Profile(Model 4326; 이하 VRP) 프로그램으로 녹음하였다. 녹음의 샘플링 속도(sampling rate)는 44,100 Hz이며, 양자화(quantization)는 16 bit로 하였다. 그림 1–4는 각 과제의 VRP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도식의 예시를 보여준다.
SRP 측정 과제인 숫자세기와 문단읽기, VRP 측정 과제인 활창하기와 축약된 VRP에서 녹음된 음성파일을 VRP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과제별로 최고기본주파수(F0max), 최저기본주파수(F0min), 기본주파수범위(F0range), 최대음성강도(Imax), 최소음성강도(Imin) 및 음성강도범위(Irange)를 측정하였으며, 각 과제별 2회 측정치들의 평균값에 대한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SRP와 VRP의 각 변수들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자 성별을 개체 간 요인으로, 과제를 개체 내 요인으로 하는 반복측정 이요인 분산분석(혼합설계분산분석, repeated measures two-way ANOVA)을 실시하여 각 과제별 변수들 간의 평균값을 비교하였고, 통계적으로 과제 간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변수는 Bonferroni 검정을 이용한 주효과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유의수준은 .05로 하였다.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45명의 10%에 해당하는 5명의 대상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첫 번째 검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모든 과제를 평가하고 각 과제별 Spearman 상관분석으로 검정한 결과, 활창하기는 신뢰계수 r=.945(p<.001), 축약된 VRP는 r=.955 (p<.001), 숫자세기는 r=.957(p<.001) 그리고 문단읽기는 r=.963 (p<.001)으로 모든 과제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3. 연구결과
SRP와 VRP 변수들의 성별과 과제 간 차이를 비교한 결과, Mauchly의 구형성 검정에서 Imin은 구형성 가정이 성립된 반면, F0max(χ2=29.782, p<.001), F0min(χ2=15.814, p=.007), F0range(χ2= 29.831, p<.001), Imax(χ²=17.083, p=.004) 및 Irange(χ2=2.965, p<.001)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여 구형성 가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Imin을 제외한 모든 변수는 Greenhouse-Geisser 검정으로 개체 내 효과 검정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Imin을 제외한 모든 변수에서 과제와 성별 간 유의한 상호작용과 과제 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Imax와 Irange를 제외하고 모든 변수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이에 과제별로 주효과분석을 실시한 결과, F0max는 숫자세기-활창하기(p<.001), 숫자세기-축약된 VRP(p<.001), 문단읽기-숫자세기(p.001), F0min은 활창하기-축약된 VRP(p=.014), 숫자세기-활창하기(p<.001), 숫자세기-축약된 VRP(p=.012), 숫자세기-문단읽기(p<.001), 그리고 F0range는 활창하기-축약된 VRP(p=.015), 숫자세기-활창하기(p<.001), 숫자세기-축약된 VRP(p<.001), 숫자세기-문단읽기(p<.001) 간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그 외에 나머지든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Imax는 모든 변수들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p<.001), Imin은 활창하기-축약된 VRP (p<.001), 숫자세기-활창하기(p<.001), 문단읽기-축약된 VRP(p<.001), 숫자세기-문단읽기(p<.001) 그리고 Irange는 숫자세기-활창하기(p=.001), 문단읽기-활창하기(p<.001), 숫자세기-축약된 VRP (p=.001), 숫자세기-문단읽기(p<.001) 간에 차이가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F0max, F0range, F0min 및 Imin가 여성이 남성보다 유의하게 높은 값을 보였다.
표 2는 숫자세기와 문단읽기의 SRP 과제 그리고 활창하기와 축약된 VRP의 VRP 과제들의 각 변수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나타내며, 그림 5–10은 각 변수별 과제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여준다.
4. 논의 및 결론
음성장애를 평가하고 치료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음성평가인 VRP는 모음발성을 통해 최대발성능력을 평가하고 정상 음성과 병리적 음성을 변별하기 위해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VRP는 기능적 말산출 시 후두의 생리적 변화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검사자나 측정 방법에 따라 측정치의 변이성이 높고, 측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음성을 직업이나 전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VRP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D’Alatri & Marchese, 2014). 이에 VRP의 단점을 보완하고 말하기나 읽기와 같은 자연스러운 발화 산출 시의 최대발화능력을 평가하는 SRP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SRP는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미진할 뿐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음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 임상에서 사용이 가능한 발화과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SRP 측정용으로 14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불이야』 문단의 발화과제를 개발하였으며, 이 문단이 최대발화범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지 검증하기 위해 정상음성을 산출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숫자세기, 활창하기 및 축약된 VRP 과제와 비교하였다.
그 결과, F0max는 SRP 과제인 문단읽기는 VRP 과제인 활창하기 및 축약된 VRP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이 높은 수치를 보였고, SRP 과제인 숫자세기가 가장 낮았다. F0max의 평균값이 가장 높은 과제는 남성에서 문단읽기(421.45 Hz)였고, 여성은 활창하기(531.28 Hz)였다. 이는 40명의 음성장애가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D’Alatri & Marchese(2014)의 연구에서 F0max는 20문장 읽기 및 /ehi/를 가능한 크게 소리지르기(444.80 Hz)를 통해 측정된 SRP와 활창하기의 VRP(469.53 Hz)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과 유사한 결과이다. 즉 F0max는 문단읽기로 측정된 SRP나 활창하기의 VRP 모두에서 유사한 값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0min은 문단읽기가 활창하기나 축약된 VRP와 유의한 차이가 없이 낮은 수치를 보였고, 숫자세기가 가장 높았다. F0min의 평균값이 가장 낮은 과제는 문단읽기와 활창하기로 남성이 각 86.08 Hz와 84.99 Hz, 여성이 각 152.00 Hz와 148.42 Hz였다. D’Alatri & Marchese(2014)의 연구에서도 F0min이 SRP(162.37 Hz)와 VRP(158.63 Hz)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본 연구와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어 F0min또한 SRP와 VRP 과제에서 측정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F0range도 문단읽기가 활창하기나 축약된 VRP와 유의한 차이 없이 넓은 범위를 가진 반면 숫자세기는 가장 좁은 범위를 보였다. F0range는 남성의 문단읽기(335.37 Hz)와 여성의 활창하기(382.86 Hz)가 가장 넓게 나타나 최대발성능력을 측정할 때 문단읽기의 SRP나 활창하기의 VRP 모두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Imax는 모든 과제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고, 평균값은 문단읽기가 가장 높은 값으로 남성은 116.50 dB, 여성은 113.42 dB였다. 그 다음으로 활창하기, 축약된 VRP, 숫자세기 순이었다. 즉 음성강도의 최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문단읽기의 큰 소리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측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Imin은 숫자세기와 축약된 VRP 간에 차이가 없으면서 낮았고, 문단읽기와 활창하기는 유의한 차이가 없이 높게 나타났다. Imin은 성별 간에도 차이가 없어 전체 평균값을 살펴보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과제는 숫자세기(67.82 dB)와 축약된 VRP(67.67 dB)였다. D’Alatri & Marchese(2014)의 연구에서도 소리지르기를 포함한 SRP와 활창하기의 VRP 평균 Imin이 각 63.57 dB와 64.42 dB로 이들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다만, 『불이야』 문단에서 측정된 Imin은 가장 낮은 값을 보이지 않아 SRP를 통해 Imin을 측정할 때에는 숫자세기 과제를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다.
Irange는 문단읽기와 활창하기 간 그리고 활창하기와 축약된 VRP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이 넓게 나타났으며, 숫자세기가 가장 좁은 범위를 보였다. Irange는 성별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전체 평균값을 보면 문단읽기(41.53 dB)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 가장 넓은 범위의 음성강도를 산출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활창하기가 축약된 VRP에 비해 최대발성범위가 넓었던 반면, 축약된 VRP를 처음으로 제시한 Jung(2018)에서는 축약된 VRP가 활창하기에 비해 최대발성범위가 더 넓어 본 연구 결과와 상이하였는데, 이는 Jung(2018)의 연구는 VRP에서 F0max를 가성범위까지 측정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SRP 과제들과의 비교를 위해 진성범위 내에서만 측정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결과는 Emerich et al.(2005)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듯이 말할 때와 모음발성할 때를 비교한 연구에서 모음연장 발성할 때보다 연극할 때 더 큰 소리를 산출할 수 있어 모음연장발성 과제로 VRP를 산출할 때보다 연극 과제로 SRP를 산출할 때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결과와도 동일하다. 또한 Hacki(1996)의 편안한 소리로 문장읽기, /a/로 낮은 음도부터 높은 음도로 노래하기, 문장을 큰 소리로 말하기 과제를 통한 최대발성범위를 비교한 연구 결과와도 유사한데, 이 연구에서는 편안하게 말할 때의 SRP는 노래부르기 VRP의 아래쪽 1/3을 차지하지만 문장을 큰 소리로 발화할 때 SRP는 노래부르기의 VRP보다 F0max와 Imax가 유사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기본주파수의 최고, 최저 및 최대범위는 문단읽기의 SRP와 활창하기의 VRP 간에 차이가 없어 최대발성능력을 평가할 때에 두 가지 중에 임상에서 용이한 것을 사용하면 좋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음성강도의 최고와 최대범위는 문단읽기의 SRP를 통해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며, 최소음성강도는 숫자세기의 SRP를 통해 가장 낮은 값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성대의 음역대도 함께 살펴보기 위해서는 활창하기 등의 VRP를 함께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롭게 개발된 SRP 발화과제 『불이야』 문단은 정상 음성 산출 화자에서 모음만을 통해 측정된 VRP의 음역대와 유사한 수준의 음역대를 산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중증도의 음성장애에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는 VRP를 대신하여 기능적 말산출 과제인 SRP를 적용함으로써 국내 임상환경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음성평가를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본 연구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음을 이용한 VRP 방법과 축약된 VRP 간에 차이가 없음을 전제로 하여 반음을 이용한 VRP를 비교 분석하지 않은 제한점이 있다. 추후에는 SRP 발화과제를 이용하여 보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정상 음성의 표준화된 값들을 산출하고, 음성장애군과 정상음성군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