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한국 사회는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이주자 가정, 북한이탈주민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 규모는 1998년 이후 증가하였고 2007년 2월 총 입국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2년 5월경에는 약 23,700명에 이르렀다.
2019년 3월 말 북한이탈주민 입국 인원 합계 추정치는 32,705명이다(Ministry of Unification, 2019). 이렇게 남한에 입국하는 북한 이탈주민의 수가 많아지면서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도 증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 ‧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언어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다(Jeong, 2017). 이주민의 적응 과정은 거의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민자의 언어문제는 중요하게 부각된다(Yang, 2013). 이주민들에게 언어는 중요한 인적 자원 중의 하나로서 거주국의 공용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노동 시장에서 지위에 영향을 준다. 거주국 공용어 구사 능력은 개인의 직업, 사회적 지위, 소득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다(Yoon, 2011). 북한이탈주민들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질화된 언어로 인해 의사소통의 장애를 느끼며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거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Kim, 2003).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의 고용에 있어서 취업 후에도 언어소통 장애로 인해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며 문화적 측면에서 북한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시와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Gyeonggido Family & Women Research Institute, 2008).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사회 정착을 방해하는 언어적 요인으로는 남북한 어휘의 차이, 남북한 발음과 억양의 차이, 남북한 화행의 차이, 심리적 타자화 문제 등이 있다(Yang, 2013). 이러한 다양한 언어적 요인 중 억양은 분단으로 인해 이질화된 남 ‧ 북한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Moon(2006)에서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언어적응실태 조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발음과 억양을 꼽는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남북한 발음과 억양의 차이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조사되었다(Jeon, 2010; Kang 2017;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2016).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자신의 말투나 억양 등이 남한 말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남북한 발음과 억양 차이가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장애 요인이 된다는 선행 연구가 있다(Cho & Cho, 2018). 실제로 취업과 관련하여 북한이탈주민은 남북한의 발음과 억양이 달라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Kim, 2005). 직장생활에서도 북한식 발음과 억양으로 인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친다는 오해를 많이 받으며, 심한 경우 자신이 조롱받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Lee & Kim, 2015). 또한,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자신의 말이 남한 사람들에 비해 거칠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Lee, 2009).
이렇게 한국인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 북한이탈주민의 억양은 북한이탈주민의 심리적 타자화를 증진시킨다. 북한이탈주민이 사용하는 발음과 억양에 대한 주변인들의 지적은 그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회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어낸다(Cho & Cho, 2018). 또한 Bae(2013)는 북한이탈주민이 보이는 발음과 억양의 차이가, 북한이탈주민이 가질 수 있는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러한 이유들이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자신의 발음을 최대한 정착 지역의 발음, 또는 표준어 발음으로 교정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된다고 보고하였다.
억양이란 음향 음성학적으로 어떤 발화에 있어 의미의 차이를 전달하는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 길이(duration), 강도(intensity)의 변화를 가리킨다(Ko, 1988). 한국어의 억양 단위를 살펴보면, Jun(2000)은 억양의 단위를 강세구와 억양구로 분류하였다. 억양구의 성조는 마지막 음절 부분에서 실현되는 경계 성조(boundary tone)에 의해 결정되며 억양구 경계 성조는 억양구 마지막 음절 초성에서 시작되는 f0 곡선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어에서의 억양구 경계 성조는 최소 9가지 종류로 구분되며 억양구 경계 성조가 '저조'로 실현될 경우 평서문의 억양으로, ‘고조’, ‘저고’로 실현될 경우 의문문 억양으로 실현된다.
반면, 북한어에서는 북한이탈주민과 경상남도 화자의 문장 유형에 따른 문미 억양을 분석하였을 때, 함경북도 방언의 경우 평서문의 경우 문미 억양이 내림조로 나타났으나, 그 정도가 완만하게 나타났다(Choi & Kim, 2013). 의문문의 경우 문미 억양이 내림조의 경향을 보여 올림조의 경향을 보이는 표준어의 억양과 차이를 보였으며, 경상도 방언과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와 북한어의 표현 차이 중 가장 두드러진 문법적 특징으로 부정부사 ‘아니’와 ‘못’의 위치가 다르거나 어미의 교체 양상이 표준어와 다르게 나타난다(Lee, 2007).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서 나오는 억양연구는 현재 미흡한 실정이다.
억양이 물리적인 특성을 가진 소리의 변화라고 할 때, 음향 음성학적인 방법으로 억양을 연구한다면 운율특성에 대한 객관적인 기초 자료를 통해 억양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Song & Yoo, 2011). 억양의 특성 중 음도 범위는 넓을수록 높은 음조와 과장된 억양으로 들릴 수 있으며(Kim & Seong, 2014), 음도 범위가 좁을수록 음성이 단조롭게 들리거나, 감정 표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Asperger, 1944; Cannizzaro et al., 2004; Christina & Harold, 1997; France et al., 2000; Kanner et al., 1943; Michael et al., 2004).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집단과 한국인 집단 간의 운율특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짧은글 읽기과제’와 ‘대화글 읽기과제’에서 3가지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서의 북한이탈주민 집단과 한국인 집단의 문장읽기 과제에서의 억양의 특성 중 음도범위를 음향학적으로, 청지각적으로 평가하여 좀 더 정확한 음성 데이터를 얻고자 하였다. 두 가지 평가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기기를 이용한 객관적 평가만으로는 다차원적인 음성의 요소들을 수치화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Kreiman et al., 1993).
또한, 상대방의 언어와 언어 사용자에 대해 갖는 사회 심리적 자세, 즉 언어 태도를 효과적으로 다룬다면 북한이탈주민의 언어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의 억양자기평가 설문지를 실시하여 북한이탈주민의 발화에 대한 서울말 화자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와 북한이탈주민 본인의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 설문지 결과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Gim, 2014). 따라서 본 연구의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80대(Mean Age= 56.34, SD=12.04) 북한이탈주민 15명(여 11명, 남 4명)과 연령과 성비를 맞춘 30–80대(Mean Age=57.4, SD=12.44) 한국인 15명(여 11명, 남 4명)으로 총 3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집단별 선정된 대상자들의 배경정보는 표 1, 표 2에 제시하였다.
구분 | 빈도(명) | 비율(%) | |
---|---|---|---|
성별 | 남 | 4 | 26.7 |
여 | 11 | 73.3 | |
연령 | 30대 | 1 | 6.7 |
40대 | 3 | 20 | |
50대 | 4 | 26.7 | |
60대 | 2 | 13.3 | |
70대 | 1 | 6.7 | |
80대 | 1 | 6.7 | |
거주 지역 | 서울 | 15 | 100 |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과 한국인의 음성이 ‘짧은글 읽기과제’와 ‘대화글 읽기과제’에서의 각 문장 유형에서 객관적으로 다른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과 한국인의 발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음도범위를 측정하였고 이와 동일한 문장을 서울말을 사용하는 화자의 청지각적 판단으로 평가하는 주관적 방법을 실시하였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언어문제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집단에게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 설문지를 실시하여 본인의 억양에 대한 자기 평가 결과와 서울말을 사용하는 화자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를 비교하였다.
본 연구는 Choi & Kim(2013) 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문장읽기과제에서 문장 끝 억양이 경상남도 거주 성인의 억양과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문장들로 구성된 짧은글 읽기 과제를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다양한 문장 유형들이 비교적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는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나무 그늘을 산 총각’ 이야기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일부 수정하였다. 문장들은 Choi & Kim(2013)에서 나타난 것처럼 억양 대비가 분명히 나타나는 ‘평서문’과 ‘의문문’이 포함되었고 Kwon(2014a)에서 부정어 ‘안’, ‘못’에서 억양 차이가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부정문’을 추가하였다. 총 13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문장유형에 따른 문장 개수는 평서문 5개, 의문문 4개, 부정문 4개이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13문장 중 6개 문장(평서문 2개, 의문문 2개, 부정문 2개)을 선정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짧은글 읽기 자료와 본 연구 분석에 사용된 문장들은 부록1.1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Yang & Seo(2007), Park(2009) 등에서 억양 차이를 살펴볼 때 대화문 과제를 사용한 것을 바탕으로 대화글을 읽기 자료로 선정하였다. 대화의 상대가 있는 자연스러운 담화 맥락에서 일정한 발화를 수행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발화의 자연스러움을 높여 보다 두드러지는 억양 차이를 보고자 했다(Song et al., 2012). 본 연구에서 사용한 대화글은 Kim & Kim(2010)의 대화글 자료를 참고하여 수정하였다. 대화글의 상황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 칠 수 있는 쇼핑 상황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짧은글 읽기와 마찬가지로 6개의 문장을 선정하여 분석하였으며, 연구 분석에 사용된 문장들은 부록1.1에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개인 배경정보와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의 언어와 억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억양 자기평가 설문지를 실시하였다. 또한, 북한 집단의 억양과 남한 집단 억양의 차이를 청지각적으로도 평가하기 위하여 청지각적 평가 설문지를 실시하였다. 설문지 문항은 부록1.2에 제시하였다.
설문지는 Gim(2014); Kwon(2014b)의 과제를 수정하여 사용하였으며, 설문지는 크게 ‘개인정보’와 ‘언어 사용과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 두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개인정보’에서는 향후 개개인의 억양 차이 정도와 변인들의 상관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이름 쓰는 항목을 추가하였으며, 북조선과 한국에서 받은 교육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항목 두 가지에서의 보기들을 보다 명료하게 수정하였다.
‘언어 사용과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는 13개 항목으로 총 24개 항목으로 구성하였으며, 크게 ‘한국어지향도’와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 4개 하위유형으로 나뉜다. 이 설문에서는 남한에서 대부분의 남한 사람이 쓰는 말을 ‘한국어’로 북조선에서 대부분의 북조선 인민이 쓰는 말을 ‘조선어’로 정의하였으며, ‘억양’은 평상시 말할 때의 높낮이로 정의하였다. 1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들의 평가 척도는 설문 조사에 흔히 쓰이는 리커트 척도(Likert scales)로 5점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그렇다, 아주 그렇다‘로 구성하였다. 본인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됐다고 생각하는 칸에 체크 표시하도록 하였으며 점수의 총합이 높을수록 첫째, 한국어 사용을 지향하고 둘째, 조선어 억양으로 인한 핸디캡이 많다고 생각하고 셋째, 자신의 억양이 한국어와 유사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넷째, 자신의 억양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생각함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문장 읽기 억양 특성을 통해 한국인과의 억양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 ‧ 경기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과 한국인 두 집단에게 주어진 읽기자료를 읽도록 하여 녹음한 음성 샘플을 음향학적으로 분석하고 청지각적으로도 평가하였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 설문지도 실시하였다.
2019년 5월 5일, 5월 12일, 5월 19일에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억양 자기평가 설문지를 실시하고 읽기 자료를 제시하여 음성을 녹음하였고 대상자 한 명당 연구자 한 명이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발화를 수집하였다.
과제는 짧은글 읽기, 역할과 상황이 있는 대화글 읽기 순으로 진행하였으며 각각의 읽기 과제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짧은글 읽기과제는 ‘나무 그늘을 산 총각’ 이야기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먼저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야기 앞부분 내용을 설명하였다. 과제 수행 시, 대상자가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한 번 읽어보게 한 뒤 소리 내어 읽게 하였으며 이때,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읽을 것을 요구하였다.
대화글 읽기과제도 마찬가지로 먼저 일상생활에서 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대화글의 전반적인 내용과 과제 수행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에 진행하였다. 대화글 읽기과제는 역할을 나누어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구자와 대상자가 차례를 주고받으며 발화하였다.
위의 과제 수행 중 소음이 발생하거나 조음 오류를 보이는 경우, 오류가 보이는 문장을 다시 읽게 하였으며 모든 과제에서 대화 문장은 실제와 같이 발화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과제는 A4용지 한 장에 읽기 내용이 모두 포함되도록 하여 글을 읽을 때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청지각적 평가에서는 1인이 발화한 목표문장 12개로 1 set를 구성해 총 30명(북한이탈주민 15명, 한국인 15명), 360문장을 사용하였다. 청지각적 평가는 Visual Studio 2017을 사용하여 랜덤 배치하여 북한이탈주민 발화와 한국인 발화가 동일 비율로 섞이게 하였으며 한 사람이 발화한 문장이 3번 평가되게 하였다.
평가 방법으로는 서울 지역 출신 성인 청자 60명에게 청지각적 평가 설문지를 나눠주고 녹음된 두 집단의 음성을 무작위로 배치한 음성 파일을 들려주었다. 그 후, 성인 청자들은 조용한 장소에서 헤드폰을 쓰고 각각의 음성 파일을 들은 뒤 서울말에 가까울수록 5점, 가깝지 않을수록 1점에 평정하였다.
억양을 확인하기 위한 음향 관련 변수로는 음도 범위(pitch range)를 사용하였다. 음도 범위는 목표문장에서 측정된 최고 음도(maximum f0)에서 최저 음도(minimum f0)를 뺀 값으로, 억양의 높낮이 범위가 클수록 음도 범위 값이 크다.
북한이탈주민이 산출한 말 샘플의 운율적 특성은 Praat (ver.5.3.57)을 사용하여 음향학적으로 분석하였다. 녹음의 샘플링 속도는 44,100 Hz, 양자화는 16 bit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총 30개의 발화 중 연구자들이 12개 발화를 선정하였으며 목표 문장 전체를 분석하였다.
분석을 위해 목표문장에서의 발화 내용을 모두 한글로 적어 넣었으며 이와 같은 정보는 모두 Praat의 텍스트그리드(textgrid)에 저장하였다. 그리고 발화 내 2초 이상의 쉼이 생겼을 경우와 비정상적인 숨소리로 인해 음도가 상승한 경우 해당 부분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아래 그림 1은 목표문장에서의 스펙트로그램 분석 화면 예시이다.
청지각적 평가는 각 문장이 3명의 청지각적 평가자에게 평가되도록 하였으며 각 평가 시 5점 만점이 되게 평가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각 청지각적 평가자가 3명이 내린 평가의 총합을 사용하여 한 문장당 15점 만점 척도로 평가,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음향학적 측면에서 집단(북한, 남한), 과제(짧은글, 대화글),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삼원분산분석(three-way mixed ANOVA), 다변량분석(multivariate analysis)을 실시하였으며, 청지각적 측면에 대한 분석방법으로는 비모수통계인 Mann-Whitney U Test를 사용하였다. 북한 이탈주민 집단의 경우 자기평가의 하위유형 4가지(한국어지향도,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와 청지각적 평가의 하위유형 6가지(짧은글평서문, 짧은글의문문, 짧은글부정문, 대화글평서문, 대화글의문문, 대화글부정문)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피어슨의 적률상관계수(Pearson’s product moment correlation coefficient)를 산출하였다. 본 연구의 모든 통계 분석은 SPSS ver. 25 (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였다.
3. 연구결과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 읽기과제(짧은글, 대화글)에서의 음도 범위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음도 범위 평균은 83.181 Hz (SD=11.44), 한국인집단의 음도 범위 평균은 132.891 Hz (SD=18.46)으로 한국인집단의 음도 범위가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음도 범위에 비해 유의미하게 컸다(F(1,28)=12.931, p=.001).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 읽기과제(짧은글, 대화글)에서의 문장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음도 범위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모든 문장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집단보다 한국인집단의 음도 범위가 유의하게 컸다(p<.05). 즉, 평서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81.3 Hz(SD=50.0),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21.1 Hz(SD=37.0),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72.8 Hz(SD=52.1),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23.5 Hz(SD=32.8),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95.4 Hz(SD=62.3),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54.2 Hz(SD=50.9)이었다. 문장 유형별 음도 범위 수치는 표 3에 제시하였다.
문장유형 | 북한이탈주민 (n=15) | 한국인 (n=15) | F-value |
---|---|---|---|
평서문 | 81.3 (50.0) | 121.1 (37.0) | 7.2* |
의문문 | 72.8 (52.1) | 123.5 (32.8) | 11.9** |
부정문 | 95.4 (62.3) | 154.2 (50.9) | 12.6** |
각 집단의 읽기과제(짧은글, 대화글)에서의 문장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음도 범위는, 북한이탈주민집단에서는 부정문, 평서문, 의문문 순서로 컸으며 한국인집단에서는 부정문, 의문문, 평서문 순서로 컸다.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 ‘짧은글 읽기’와 ‘대화글 읽기’과제 간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음도 범위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짧은글 읽기’와 ‘대화글 읽기’과제 내 모든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보다 한국인집단의 음도범위가 유의하게 컸다(p<.05). 즉, 짧은글의 평서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77.4 Hz(SD=40.4),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13.8 Hz(SD=53.8),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70.1 Hz(SD=36.7),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24.3 Hz(SD=44.4),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87.6 Hz(SD=55.7),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36.1 Hz(SD=53.0)이었다. 대화글의 평서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85.3 Hz(SD=34.4),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28.3 Hz(SD=46.7),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75.5 Hz(SD=29.6),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22.6 Hz (SD=60.4),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음도범위 평균은 103.3 Hz(SD=47.6), 한국인의 음도범위 평균은 172.3 Hz(SD=65.8)이었다. 문장 유형별 음도 범위 수치는 아래 표 4에 제시하였다.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 읽기과제(짧은글, 대화글)에서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짧은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평균 순위는 9.17이며,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평균 순위는 21.83으로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평균 순위가 북한이탈주민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Z=–3.944, p=.000). 대화글에서도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평균 순위가 8.93,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평균 순위는 22.07로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가 북한이탈주민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Z=–4.090, p=.000).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 문장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청지각적 평가 점수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모든 문장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집단보다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가 유의하게 높았다. 즉, 평서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3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63이었고 (Z=–3.834, p=.000),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8.9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2.03(Z=–4.096, p=.000),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0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93(Z=–4.013, p=.000)이었다. 문장 유형별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의 점수는 표 5에 제시하였다.
문장유형 | 북한이탈주민 (n=15) | 한국인 (n=15) | Z |
---|---|---|---|
평서문 | 9.37 | 21.63 | –3.834** |
의문문 | 8.97 | 22.03 | –4.096** |
부정문 | 9.07 | 21.93 | –4.013** |
북한이탈주민집단과 한국인집단의‘짧은글 읽기’와 ‘대화글 읽기’과제 간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른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짧은글 읽기’와 ‘대화글 읽기’과제 내 모든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보다 한국인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가 유의하게 높았다. 즉, 짧은글의 평서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의 평균 순위는 10.10,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0.90(Z=–3.369, p=.001),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13,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87(Z=–3.975, p=.000), 부정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9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03(Z=–3.454, p=.001)이다. 대화글의 평서문에서의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10.2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0.73(Z=–3.260, p=.001), 의문문에서의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2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73(Z=–3.888, p=.000), 부정문에서의 북한이탈주민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9.27, 한국인의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21.73(Z=–3.889, p=.000)이다. 문장 유형별 청지각적 평가 평균 순위는 표 6에 제시하였다.
과제 유형 | 문장 유형 | 북한이탈주민 (n=15) | 한국인 (n=15) | Z |
---|---|---|---|---|
짧은글읽기 | 평서문 | 10.10 | 20.90 | –3.369** |
의문문 | 9.13 | 21.87 | –3.975** | |
부정문 | 9.97 | 21.03 | –3.454** | |
대화글읽기 | 평서문 | 10.27 | 20.73 | –3.260** |
의문문 | 9.27 | 21.73 | –3.888** | |
부정문 | 9.27 | 21.73 | –3.889** |
북한이탈주민의 억양 자기평가를 보기 위해 설문지를 실시하였다. 설문지의 문항은 크게 ‘한국어지향도’와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로 분류된다. 이러한 4가지 하위유형(‘한국어지향도’,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간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 자기평가 설문지에서의 각 하위유형 간의 상관관계는 표 7에 제시하였다.
한국어 지향 | 핸디캡 정도 | 한국어 비유사성 | |
---|---|---|---|
핸디캡정도 | .784** | ||
한국어비유사성 | –.642** | –.523* | |
억양불만족정도 | .555* | .647** | –.353 |
청지각적 평가에서 북한이탈주민 집단 ‘의문문’의 결과와 설문지의 ‘한국어지향도’문항이 유의미한 상관(r=.709, p=.003)을 보였고, ‘핸디캡정도’ 문항과도 유의미한 상관(r=.686, p=.005)을 보였으며 ‘한국어비유사성’과도 유의미한 상관(r=–.646, p=.009)을 보였다.
반면, 북한이탈주민 집단 ‘의문문’의 결과와 설문지의 ‘억양불만족정도’는 유의미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에서의 문장 유형과 설문지 문항 간 상관관계는 표 8에 제시하였다.
평서문 | 의문문 | 부정문 | |
---|---|---|---|
한국어지향도 | .388 | .709** | .323 |
핸디캡정도 | .380 | .686** | .498 |
한국어비유사성 | –.341 | –.646** | –.103 |
억양불만족정도 | .047 | .476 | .350 |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집단과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짧은글 읽기과제’와 ‘대화글 읽기과제’에서 3가지 문장 유형(평서문, 의문문, 부정문)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음성이 음향학적으로, 청지각적으로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고,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가 본인의 억양에 대한 자기평가 설문지 결과와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각 과제의 모든 문장 유형에서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음도 범위 값이 한국인집단의 음도 범위 값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도 범위가 좁을수록 단조로운 음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고한 선행 연구와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집단의 말이 한국인 집단의 말보다 더 단조롭게 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Christina & Harold, 1997; Michael et al., 2004).
또한, 읽기과제에서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북한이탈주민집단의 발화가 한국인집단의 발화에 비해 유의미하게 서울말에 가깝지 않게 들렸고, 문장 유형에 따른 청지각적 평가 결과 의문문에서 가장 낮게 평가되어 의문문에서 가장 서울말과 다르게 들렸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일반적으로 표준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의 경우, 의문문의 끝이 올림조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의 억양을 연구한 선행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집단은 의문문 억양 곡선의 끝이 내림조인 특성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Choi & Kim, 2013). 본 연구의 청지각적 평가 결과, 의문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이 낮은 청지각 평가 점수를 받은 것은 위의 선행연구 결과가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억양 자기평가 설문지의 문항(‘한국어지향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은 대체로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한국어지향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한국 사회에서 인식하는 핸디캡 정도가 높았으며, 자신의 말이 한국어와 유사하지 않다고 평가하였고 자신의 억양에 대해서 불만족하는 경향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한국어지향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한국 사회에서 인식하는 핸디캡 정도가 낮았고, 자신의 말이 한국어와 유사하다고 평가하였으며, 자신의 억양에 대해서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어비유사성’과 ‘억양불만족정도’에서는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억양이 한국어와 유사하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본인 억양에 만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억양을 청지각적으로 평가한 결과와 설문지 4가지 하위유형(‘한국어지향도’,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 ‘억양불만족정도’) 간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설문지의 하위유형 중 ‘한국어지향도’, ‘핸디캡정도’, ‘한국어비유사성’과 3가지 문장 유형 중 ‘의문문’에서 유의한 상관이 나타났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집단이 한국어를 지향하고, 한국 사회에서 인식하는 핸디캡 정도가 크고, 자신의 억양이 한국어와 유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화자일수록 의문문에서 다른 문장유형보다 더 서울말에 가깝게 들리게 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교육에서 문미 억양을 올림조 또는 내림조로 발음하는 등의 억양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Lee, 2009) 한국어를 지향할수록, 자신의 억양을 고치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의문문에서 이러한 시도가 가장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탈주민집단의 ‘의문문’ 청지각적 평가 결과와 설문지의 ‘억양불만족정도’는 유의미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설문지의 ‘억양불만족정도’ 항목이 자신의 억양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항목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인과 다른 경향을 보이는 북한이탈주민의 억양을 음향학적, 청지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결과가 자신의 억양을 표준어로 교정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진 북한이탈주민들의 언어 교육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본 연구에서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서울에서 거주한 기간이 서로 달랐으나 10년 이상 거주자와 1년 미만 거주자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거주 기간보다는 직업(사회적 지위), 지역, 개인적 어투와 같은 다양한 변수와 억양의 상관을 연구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나이를 다양하게 하여 전반적인 북한이탈주민의 억양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각 연령대 별 대상자 수가 충분하지 못하여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각 나이대의 충분한 대상자 수를 더 확보하여 심층적이고 신뢰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의문문, 부정문, 평서문으로 3가지 문장 유형에서의 억양을 살펴보았다. 3가지 문장 유형으로는 북한이탈주민과 한국인의 대략적인 억양 차이는 파악할 수 있었으나, 세부적인 억양 차이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였다. 따라서 3가지 문장 유형 이외의 다양한 문장 유형에서의 억양을 세분화하여 북한이탈주민 집단과 한국인집단의 차이를 더욱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마음에 안 드시나요?’의 문장에서 보이는 피치 곡선이 ‘안’, ‘못’에서 피치가 상승하는 형태를 보여 음도범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부정문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해당 문장은 문법적으로 부정문과 의문문이 합해진 문장이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부정문 + 의문문’ 문장과 같이 혼합형 특성을 가진 문장 연구를 통해 심층적인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발화 수집 방법에 있어서 자발적인 대화 상황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발화 수집을 통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넷째, 억양을 살펴보는 방법으로는 발화속도, 운율구 경계 짓기, 음도 범위, 강도 범위 분석방법 등이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운율의 특성을 나타내는 음도범위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므로 후속연구에서는 운율구, 강세구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