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호흡단락(breath group)은 한 번의 호흡 동안 산출되는 일련의 음절 혹은 단어군을 의미한다(Wang et al., 2012). 호흡단락은 휴지(pause)를 통해 구분이 되는데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통사적으로 중요한 경계에서 휴지를 사용해야 하며 청자들은 휴지를 통해 통사적, 의미적 단위를 구분하게 된다(Huber et al., 2012). Huber et al.(2012)은 문법적으로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음도의 변화곡선(pitch contour)보다 휴지가 더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하여 의사소통에 있어 휴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휴지는 발화과제나 발화길이, 발화속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Yoo & Shin(2019)은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자유발화와 낭독발화를 비교한 결과 낭독발화에서 더 짧은 휴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Malecot et al.(1972)은 짧은 문장에 비해 긴 문장에서 상대적으로 쉼 길이가 짧아진다고 하였다(as cited in Ko et al., 2010). Lee & Kim(2017)은 일반아동과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발화속도와 쉼의 길이 및 빈도를 비교한 결과 발화속도가 빠를수록 쉼의 길이와 빈도는 낮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휴지는 대화상황이나 대화 상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Yoo & Shin(2019)은 자유발화는 즉각적인 발화계획이 필요하므로 낭독발화보다 인지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휴지가 더 길어진다고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조용한 상황, 친숙한 상황, 친숙한 상대와의 대화는 시끄러운 상황, 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친숙하지 않은 상대와의 대화보다 더 짧은 휴지를 보일 수 있다. 또한 대화상대자가 의사소통 문제나 청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면 정상 화자와 대화할 때와는 더 느린 발화속도와 더 긴 휴지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휴지는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문제가 있는 화자의 휴지 특성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Choi(2001)는 청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어절간, 어절내 쉼의 빈도를 비교한 결과 청각장애 아동은 건청 아동에 비해 어절간 및 어절내 쉼의 빈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Lee et al.(2007)은 뇌성마비 아동을 대상으로 쉼의 빈도와 길이를 측정하여 명료도가 낮은 뇌성마비 아동이 보인 쉼의 빈도가 정상 아동보다 더 높았고 쉼의 길이도 더 길었다고 보고하였다.
휴지에 의해 구분되는 단락을 의미단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호흡단락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휴지를 통해 발화를 지속할 수 있는 흡기류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성대질환을 동반하는 음성장애 화자들은 성대 폐쇄부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발화 시 호흡조절이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음성장애 화자의 휴지 및 호흡단락 특성은 다른 의사소통장애 화자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음성장애 화자의 휴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Ko et al.(2010)이 파킨슨 병 환자의 쉼 특성을 정상 화자와 비교하여 보고하였으나 이들은 신경학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어 일반 음성장애 화자에게 이 결과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Pyo et al.(2014)이 정상 화자와 성대 양성병변을 동반한 음성장애 화자의 호흡단락을 비교한 결과를 보고하였으나 이는 예비연구로서 그 대상자 수가 부족하여 결과의 일반화에 무리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정상 성인 화자와 음성장애 성인 화자의 휴지 특성을 공기역학적 평가기기를 이용하여 측정해보고자 한다. 두 집단 간의 휴지 특성을 비교함으로써 정상군과 음성장애 화자군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음성장애 화자의 평가 및 중재 시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숙고해보고자 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조선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시행되었다(IRB No.: 2-1041055-AB-N-01-2019-21).
본 연구의 참여자는 18~45세의 여성 성인 화자로서 정상 성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정상 성인 화자 40명과 기능적 음성장애를 동반한 음성장애 성인 화자 4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휴지가 성별에 따라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는 Yoo & Shin(2019)의 연구결과에 따라 여성 참여자로 한정하였다.
정상 성인 여성 화자군(이하, 정상군) 40명은 본인이 음성문제가 없다고 보고하였고 음성장애의 평가 및 연구경력이 10년 이상인 음성장애 전문가 2인이 GRBAS 척도평정을 실시한 결과 모두 G척도 점수로 0점(정상)을 부여한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실험 당시 음성문제는 물론, 호흡기 질환, 청각 문제, 알레르기성 비염 등 성대 및 음성산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질환을 동반하지 않았고 고혈압 약, 항역류성 약물 등 음성산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음성 문제를 포함하여 말소리, 유창성 등 의사소통의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29.8세(표준편차 7.65)이고 연령범위는 18~42세였다.
음성장애 성인 여성 화자군(이하, 환자군) 40명은 이비인후과 두경부 전문의가 기능적 음성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 환자들이었다. 이들은 성대질환 외의 다른 질환을 동반하지 않았고 진단 후 수술이나 약물 처치 혹은 음성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정상군과 마찬가지로 음성 문제 외의 의사소통 문제는 동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평균연령은 33.4세(표준편차 8.23)이고 연령범위는 19~47세였다. 두 군의 연령차는 t 검정 결과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p>.05). 이들이 동반한 성대질환은 성대용종(vocal polyp; 16명), 성대결절(vocal nodules; 14명), 만성후두염(chronic laryngitis; 7명), 성대결절 및 성대용종(2명), 근긴장성 발성장애(muscle tension dysphonia, MTD; 1명)였다. 앞서 정상 음성 여부를 판정한 음성장애 전문가 2인이 GRBAS 척도 중 G 척도 평정을 통해 중증도를 판정하였는데 환자군의 평균 G 척도의 점수는 1.88점(표준편차 0.69점)이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기기는 Phonatory Aerodynamic System (PAS, Model No. 6600, PENTAX Medical Co., New Jersey, USA)의 프로토콜 중 하나인 Running Speech이다. 이는 문단낭독 시 발화에 동반되는 호기 및 흡기의 기류량, 기류체적 및 지속시간의 측정치를 제공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Running Speech 검사 시 ‘가을(Kim, 2005)’ 문단 중 일부로 210음절로 구성되어있으며 낭독 시 대략 45초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가을’ 문단 전체를 낭독하면 대략 1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일부를 발화자료로 선택한 것은 Han et al.(2008)이 정상화자를 대상으로 Running Speech 검사를 시행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60초 동안 발화를 하는 것이 평소 발화 상태보다 더 힘들었다고 보고한 내용을 참고하였다. 그 발화자료는 표 1에 제시하였다.
Running Speech를 통해 발화자료를 낭독하면 그림 1과 같은 화면을 얻을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단낭독 화면은 세 개의 창(window)으로 나뉘어 제시되는데 첫 번째 창은 음도(pitch), 두 번째 창은 강도(sound pressure), 세 번째 창은 기량(airflow)을 나타낸다.
Yoo & Shin(2019)은 휴지가 발화말에서 이루어졌는가, 발화내에서 이루어졌는가와 들숨을 동반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따라 휴지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었다. 본 연구는 이 분류유형을 따르되 발화 대신 어절을 구분 기준으로 하였다. 어절의 구분은 Kim(2002)에 따라 띄어쓰기를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Winkworth et al.(1994)이 발화 시 호흡경계는 문법구조와 같이 구둣점이나 언어적 요소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한 것과도 일치한다. 어절 경계는 본 연구자와, 아동언어발달장애 전문가로서 언어병리학 박사학위 소지자 2인의 전문가와 협의하여 확정하였다. 이를 통해 확정된 전체 어절의 수는 69개였다.
어절과 어절 사이에서 나타난 휴지를 어절간 휴지로 하고, 한 어절이 끝나기 전에 나타난 휴지를 어절내 휴지로 하여 그 횟수를 측정하였다. Running Speech의 화면을 기준으로 어절간 혹은 어절내 휴지 시 기류량이 0인 선 아래로 내려가 흡기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하강곡선이 나타나면 흡기를 동반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에 따라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 흡기 미동반 어절간 휴지, 흡기 동반 어절내 휴지, 흡기 미동반 어절내 휴지로 휴지의 유형을 나누었다.
선행연구에서는 휴지가 일어난 것으로 간주하는 휴지 길이는 0.1초부터 0.25초까지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다(Ko et al., 2010; Lee & Kim, 2017; Yoo & Shin, 2019). 본 연구는 0.2초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휴지로 설정하였다.
그림 2는 휴지 유형 중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 흡기 미동반 어절간 휴지와 흡기 미동반 어절내 휴지의 예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화살표로 표시된 구간 중 첫 번째 구간은 ‘쌍쌍이 짝지어있는 듯한’에서 ‘짝지어있는’과 ‘듯한’ 사이의 휴지를 나타낸다. 발화의 강도를 표시하는 위쪽 창에는 0.24초의 발화공백이 있으나 기류량을 표시하는 아래쪽 창에는 흡기의 표시가 없어 이는 흡기 미동반 어절간 휴지에 해당된다. 두 번째 구간은 ‘높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에서 ‘있노라면’ 다음의 휴지를 나타낸다. 이 경우는 아래쪽 창에 흡기 표시가 나타나므로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에 해당된다. 세 번째 구간은 ‘옛부터’에서 ‘옛’과 ‘부터’ 사이에서 0.26초간 나타나 어절내에서 이루어진 휴지인데 흡기를 동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흡기 미동반 어절내 휴지에 해당된다.
호흡단락수는 전체 흡기횟수에서 1을 더해서 구하였다. 예를 들어 전체 흡기횟수가 10회이면 호흡단락수는 11개가 된다. 전체 음절수가 210개이므로 이를 호흡단락수로 나누어 호흡단락당 음절수를 구하였다.
69개의 전체 어절 중 어절과 어절 사이의 경계, 즉 어절경계에서 휴지가 동반된 어절의 비율을 구하였다. 이는 휴지횟수를 전체어절수로 나눈 백분율로 계산하였다. 어절경계는 어절 사이(어절간)에 위치하므로 여기서 사용한 휴지횟수는 어절간 휴지횟수만 포함하였다. 예를 들어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가 9회, 흡기 미동반 어절간 휴지가 1회였다면 전체 어절간 휴지횟수는 10회가 된다. 이를 전체어절수인 69로 나누면 이 참여자의 휴지동반 어절 비율은 14.5%가 된다.
3. 연구결과
정상성대를 가진 성인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정상군과 기능적 음성장애를 진단받은 성인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문단낭독 시 공기역학적 검사결과를 근거로 휴지와 호흡단락에 대해 분석하였다.
정상군 및 환자군의 문단낭독 시 흡기 동반 및 미동반, 어절간 및 어절내 휴지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표 2에 제시하였다.
어절간 휴지 중 흡기 동반의 경우 정상군은 평균 10.15회, 환자군은 평균 12.05회로 환자군이 유의하게 더 많은 휴지를 보였다(t=–2.645, p<.05). 흡기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의 어절간 휴지는 정상군 1.18회, 환자군 0.90회로 흡기를 동반했을 때와는 달리 환자군이 더 적은 휴지를 보였으나 그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어절내 휴지 중 흡기를 동반한 경우는 정상군, 환자군 총 80명이 모두 0의 수치를 보였다. 흡기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 정상군은 40명 중 8명이 1회(7명) 혹은 2회(1명)의 어절내 휴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환자군은 40명 중 7명이 1회(6회) 혹은 2회(1회)의 어절내 휴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어절내 휴지는 어절간 휴지보다 현저히 적은 수로 나타났고 그 차이도 유의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호흡단락수는 흡기가 일어난 횟수에서 1을 더한 수로 계산하였는데 분석결과 흡기는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같은 장소에서 나타났다. 결국 모든 호흡단락수는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 횟수에서 1을 더한 것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그래서 정상군은 11.15개, 환자군 13.05개로 나타나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마찬가지로 환자군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t=–2.645, p<.05).
정상군 및 환자군의 문단낭독 시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전체 어절경계 중 어절간 휴지를 동반하는 경우의 비율)과 호흡단락당 음절수(한 호흡단락에 포함된 평균 음절수)에 대해 분석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측정항목 (단위) | 집단 | 평균 | 표준 편차 | t-value |
---|---|---|---|---|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 | 정상군 | 16.40 | 4.90 | –2.062* |
환자군 | 18.80 | 5.30 | ||
호흡단락당 음절수(개) | 정상군 | 20.13 | 5.32 | 2.546** |
환자군 | 17.24 | 4.64 |
문단낭독 시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은 정상군이 16.4%, 환자군이 18.8%로 환자군의 휴지 동반 비율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t=–2.062, p<.05). 그리고 호흡단락당 음절수는 정상군은 20.13개, 환자군은 17.24개로 정상군의 음절수가 환자군보다 유의하게 많았다(t=2.546, p<.01).
흡기 동반 및 미동반 어절간 휴지횟수, 흡기 미동반 어절내 휴지횟수,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과 호흡단락당 음절수 측정치 간의 상관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흡기 동반 어절내 휴지는 모든 참여자가 0의 횟수를 보였기 때문에 계산이 불가하여 제외하였다).
1 | 2 | 3 | 4 | 5 | |
---|---|---|---|---|---|
1 | 1 | ||||
2 | .081 | 1 | |||
3 | .003 | .010 | 1 | ||
4 | .952** | .383** | .006 | 1 | |
5 | –.944** | –.083 | –.050 | –.901** | 1 |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유의한 상관을 보인 것은 전체 25개 비교쌍 중 4개였다.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r=.952),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호흡단락당 음절수(r=–.944),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과 호흡단락당 음절수(r=–.901)은 .90 이상의 높은 상관을 보였다. 흡기 미동반 어절간 휴지와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의 상관성은 유의하기는 했으나 .38의 낮은 상관을 보였다. 이 4개를 제외한 21개 쌍은 .10 이하의 매우 낮은 상관을 보였다.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정상성대를 가진 성인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정상군과 기능적 음성장애를 진단받은 성인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문단 낭독 시 휴지와 호흡단락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흡기를 동반한 어절간 휴지횟수와 호흡단락수는 환자군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흡기를 동반하지 않은 어절간 및 어절내 휴지는 비록 유의하지는 않았어도 정상군이 환자군보다 더 높았다. 전체 어절경계 중 휴지를 동반한 어절경계 비율은 환자군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더 높게 나타났으나 호흡단락당 음절수는 정상군이 유의하게 더 높았다. 측정치 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호흡단락당 음절수,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과 호흡단락당 음절수는 .90 이상의 높은 상관을 보였다.
흡기를 동반한 어절간 휴지의 횟수는 환자군이 정상군보다 유의하게 더 높았다(12.05회와 10.15회). 음성장애를 동반한 화자는 호흡기나 호흡근의 문제를 동반하지는 않으나 성대폐쇄의 비정상성을 동반한다(Gartner-Schmidt et al., 2015). 발화 시 성대의 폐쇄가 불완전하게 이루어지면 성문 틈새로 기류가 낭비되면서 상대적으로 발화를 지속할 수 있는 호흡지지의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로 인해 정상군보다 더 많은 수의 흡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발화 시 호흡지지의 문제를 동반하는 다른 의사소통장애 화자의 발화에서도 나타난다. Hong & Byeon(2014)은 이완형 마비말장애 화자 15명과 정상화자 15명의 쉼 특성을 비교한 결과 환자군의 전체 쉼의 빈도가 정상군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자들은 이완형 마비말장애 화자는 종종 호흡의 문제를 동반하며 이러한 불충분한 호흡이 한숨에 발화할 수 있는 길이를 짧게 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음성장애 화자의 성대폐쇄부전으로 인한 호흡지지의 문제는 호흡단락당 음절수가 환자군(17.24개)보다 정상군(20.13개)에서 더 높게 나타난 것과 상관이 깊다. 즉 정상군은 환자군보다 호흡지지를 더 길게 지속할 수 있으므로 한 호흡단락 시 산출할 수 있는 음절수가 환자군보다 평균적으로 5개 음절 이상을 더 지속할 수 있었다.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이 환자군이 더 높은 것, 다시 말하면 정상군이 더 적은 어절경계에서 흡기를 동반한 휴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할 수 있다.
두 군의 참여자 모두 흡기 동반 어절내 휴지는 보이지 않았다. 흡기를 동반하지 않은 어절내 휴지도 두 군 모두 평균 0.2회 안팎(정상군 0.23회, 환자군 0.18회)의 매우 낮은 빈도를 보였다. Wang et al.(2010)은 호흡단락은 주로 문법규칙에 따라 나타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음성장애 화자는 음성 문제 외의 다른 의사소통 문제를 동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문법규칙 등 언어에 대한 지식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므로 어절경계가 아닌 곳에서 휴지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상 화자도 일상 대화 시에는 문법규칙에 맞지 않는 곳에서 휴지를 보이기도 하므로(Wang et al., 2010) 일상대화라면 이 비율이 더 높았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문단을 낭독하도록 하여 발화 내용을 화자가 머릿속에서 구상해야 할 필요가 없었고 검사 전 문단내용을 한 번 묵독하도록 했으므로 어절경계가 아닌 곳에서 나타나는 휴지는 두 군 모두 매우 적게 나타났다.
정상군의 호흡단락당 음절수가 평균 20.13개인 것은 Han et al.(2008)이 호흡그룹당 평균 음절수가 17.95개로 측정되었다고 보고한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는 사용한 낭독자료와 문단낭독 길이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Han et al.(2008) 은 본 연구에서 사용한 ‘가을’ 문단이 아니라 ‘산책’ 문단(Jeong, 1993, as cited in Han et al, 2008)을 사용하여 문단을 구성하는 언어적 구성(음소, 음절구조 등)이 달랐다. 또한 이 연구는 음절수가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낭독을 종료하도록 했다. 즉 60초 동안 문단을 읽도록 했기 때문에 산출된 음절수가 223개에서 341개로 다양하기 때문에 210음절을 기준으로 낭독을 종료하도록 한 본 연구결과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환자군의 호흡단락당 음절수가 17.24개로 보고된 것은 Pyo et al.(2014)의 연구에 참여한 음성장애 환자군 중 48세 이전 환자군의 15.69개에 비하면 역시 높은 수치이다. 이들은 본 연구와 같은 낭독자료를 사용하여 발화자료의 차이는 없으나 연구 참여자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은 성대결절, 성대용종, 만성 후두염 등 기능적 음성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들이었으나 Pyo et al.(2014)에 참여한 음성장애 환자는 성대양성병변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므로 성대결절이나 성대용종뿐 아니라 성대낭종 환자도 포함되어있었다. 성대낭종은 만성 후두염에 비하면 성대폐쇄부전의 정도가 더 심각하므로 이로 인해 이들의 연구에서 평균 음절수가 더 적게 나타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흡기를 동반한 어절간 및 어절내 휴지와 달리 흡기를 동반하지 않은 어절간 혹은 어절내 휴지의 평균 횟수는 비록 그 차이가 유의하지는 않았으나 정상군이 환자군보다 약간 더 높았다. 정상군은 호흡지지가 충분하여 흡기 없이도 휴지를 둘 수 있지만 환자군은 상대적으로 호흡지지가 약하므로 흡기가 없는 휴지보다 흡기를 동반한 휴지가 발화유지에 더 유리하다. 이러한 양상이 측정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각 측정치 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상관정도를 보인 것은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r=.952)이었다. 어절경계는 어절 사이에서 나타나므로 이 위치에서 흡기가 나타난 비율을 보여주는 휴지 동반 어절경계 비율은 상관성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높은 상관성을 보인 것은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와 호흡단락당 음절수로 –.944의 부적상관을 보였다. 이는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가 많아질수록 호흡단락당 음절수는 감소한다는 의미인데 흡기 동반 어절간 휴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흡기횟수가 많아짐을 의미하고 이는 다시 호흡단락의 수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동일한 음절수를 가진 상황에서 호흡단락의 수가 높아지면 호흡단락에 포함되는 음절수는 적어지게 된다.
연구결과를 통해 음성장애 화자는 정상화자에 비해 더 많은 흡기 동반 휴지와 더 많은 호흡단락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대폐쇄부전으로 인해 호흡지지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잦은 흡기의 동반은 발화의 흐름을 저해한다. 그러므로 음성장애 화자를 평가할 때 부적절한 휴지 혹은 빈번한 휴지를 보이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호흡지지 훈련을 통해 불필요하게 잦은 휴지 및 흡기의 빈도를 감소시켜야 한다.
본 연구는 문단낭독 시 휴지와 호흡단락을 구분하는 데 공기역학적 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Wang et al.(2010)은 흡기의 궤적은 공기역학적 방법을 통한 기류량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본 연구도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여 휴지 및 호흡단락에 대해 보다 더 객관적인 근거로 분석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문단낭독 시 휴지와 호흡단락의 특성을 공기역학적 검사를 통해 분석하였으므로 이 결과를 일상 대화 상황으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일상대화와 문단낭독은 같은 사람이 산출했다고 해도 발화속도가 다르고 휴지를 두는 방법이 다르다. Wang et al.(2012)은 문단낭독에 비해 일상 자발화는 호흡단락이 더 길고 흡기를 동반한 휴지가 문법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데에도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Hodge & Rochet(1989)도 일상대화와 낭독의 호흡단락당 음절수를 비교한 결과 낭독 시 그 음절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Yoo & Shin(2019)은 청, 장년층 정상성인 남녀가 낭독 및 자유발화를 산출했을 때 휴지 특성을 분석하여 낭독 발화보다 자유발화의 휴지가 더 길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추후에 음성장애 화자의 일상대화 시 휴지는 문단낭독 시 휴지와 비교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음성장애 화자는 기능적 음성장애를 동반한 화자들이었다. 이들은 음성 오남용을 주원인으로 하기 때문에 대개 성대의 과내전(hyperadduction)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보이는 성대폐쇄부전은 대개 성대에 생긴 혹이나 부기가 폐쇄를 방해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성대마비(vocal fold paralysis)나 성대구증(sulcus vocalis) 등 성대 내전력이 부족하여 성대폐쇄부전이 나타나는 경우는 기능적 음성장애 환자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본 연구결과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성대과소기능 환자의 휴지 및 호흡단락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추후연구도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