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005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초로 이집트 아인샴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이집트인 성인 학습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유학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이집트인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1 이집트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발음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산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집트인 학습자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 통번역이나 관광, 문화 교류, 외교 등의 분야에 종사하기를 원하는데, 이러한 일들은 모두 올바른 발음과 지각에 기반을 둔 정확한 의사소통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만 18세 이후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으로 발음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집트인 학습자들에게 그들의 학습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한국어 발음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 습득 연구는 주로 학습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국인이나 일본인, 그리고 영어권 학 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아랍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발음 습득 연구는 매우 미미하고, 이집트인 학습자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습득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한국어 발음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하는 이집트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한국어 음소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고변이 음성 훈련 후 얼마나 지각이 개선되는지 알아보고, 한국어 자음과 모음의 학습용이성 위계를 수립해 이집트인 학습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한국어 발음 교육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외국어 및 제2언어 음운 학습 과정에서 학습자들에게 말소리에 대한 변별적 지각 능력을 일깨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고변이 음성 훈련(High Variability Phonetic Training)은 집중적인 청취 훈련을 통해 외국어 및 제2언어의 말소리를 구별해서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이다. 가장 초기의 연구 중 하나인 Strange & Dittmann(1984)에서는 컴퓨터로 합성한 ‘rock-lock’의 연속체만을 훈련 자극으로 사용하여 일본인 학습자에게 /r/과 /l/을 변별하게 하였다. 3주간의 지각 훈련 결과 학습자들의 합성음 /r/–/l/ 자극에 대한 변별 능력은 향상되었으나, 훈련에서 얻어진 학습 효과가 자연음 자극을 변별하는 데 일반화되지는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Logan et al.(1991)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훈련 자극의 변이성(variability)을 높이기 위해 5명의 영어 원어민 화자가 녹음한 68개의 /r/–/l/ 최소대립 쌍을 이용해 지각 훈련을 구성하였다. 일본인 학습자들은 다른 환경이 모두 같고 /r/ 또는 /l/만 다른 단어(예: rack-lack, alive-arrive, play-pray)를 하나씩 듣고 버튼을 눌러 답을 제출한 후 ‘정답’ 혹은 ‘오답’의 피드백을 제공받았다. 3주간의 훈련 결과 학습자들의 /r/–/l/의 구별 능력이 향상되었음은 물론이고 훈련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자극과 화자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향상된 지각 능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여러 연구들을 통해 여러 명의 원어민 화자가 다양한 문맥(예: 단어, 문장)에서 녹음한 자연음을 사용하는 것이 단일 화자의 녹음 자료나 컴퓨터로 합성한 인공음을 사용했을 때보다 훈련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검증되었고(Bradlow et al., 1999;Hazan et al., 2005; Iverson & Evans, 2009, 2012; Iverson et al., 2005; Lively et al., 1993), 실험 자극의 변이성을 높이는 것이 고변이 음성 훈련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고변이 음성 훈련에서는 훈련 대상이 되는 소리가 포함된 단어나 문장을 들려주고 제시된 선택지에서 답을 고르게 하는 식별과제(identification task)가 주가 되며, 학습자가 답을 고르면 정답인지 오답인지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방법은 학습자가 단기간에 제2언어나 외국어의 음소 대립 쌍을 구별해서 지각할 수 있게 도움을 주며, 학습자가 훈련 과정에서 접하지 못한 단어나 문장도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일반화 능력의 함양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Iverson & Evans, 2012).
일반적으로 고변이 음성 훈련은 일정한 간격으로 5~10회 진행되고, 대립 쌍의 난이도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훈련 후 음소 식별 능력이 대략 10%~15% 정도 향상된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학습된 음소 대립 쌍 구별 능력은 장기적으로 유지되며(Bradlow et al., 1999; Iverson & Evans, 2009), 향상된 지각 능력이 산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Bradlow et al., 1997).
고변이 음성 훈련의 선구 논문들은 주로 일본인 학습자의 영어 /r/과 /l/ 구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Bradlow et al., 1997, 1999; Lively et al., 1993; Logan et al., 1991), 이후 다른 자음 대립 쌍의 훈련에도 활용되었고(Aliaga-Garcia & Mora, 2009; Hazan et al., 2005), 모음과 초분절음까지 훈련 영역이 확장되었다(Hirata et al., 2007; Iverson & Evans, 2009; Kingston, 2003; Lambacher et al., 2005; Nishi & Kewley-Port, 2007; Wang et al., 1999).
Lee & Hwang(2016)에서는 고변이 음성 훈련을 활용하여 영어 자음과 모음의 학습용이성(learnability) 위계를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을 위한 영어 발음 교육 우선순위를 제시하였다. 영어 자음과 모음 전체에 대해 고변이 음성 훈련을 실시한 결과 기능부담량2이 큰 자음이 기능부담량이 작은 모음보다 학습용이성이 높았고, 자음과 모음 각각의 그룹 내에서도 기능부담량이 높은 소리들이 학습용이성이 높았다. 또한 영어 발음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학습자들이 지각 능력이 높은 학습자들보다 더 높은 훈련 효과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학습 수준에 따른 음소 쌍별 학습용이성을 측정하고 위계를 선정하는 것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발음 교육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 연구에서는 이집트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발음 교육 우선순위 선정의 첫 단계로 고변이 음성 훈련을 통해 한국어 분절음의 학습용이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파열음과 마찰음이 유성음, 무성음, 그리고 인두음의 삼원대립으로 구별된다(Jakobson, 1957;Ghazeli, 1977; 부록 1 참조). 이집트 아랍어에는 기식성과 긴장성에 의한 대립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의 평음, 경음, 격음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성양순파열음(/p/)이 체계상의 빈칸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며, 이것이 한국어 양순파열음의 지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아랍어에 마찰음이 발달되어 있는 반면 파찰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 파찰음 /ㅈ, ㅉ, ㅊ/의 지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나, 이집트 아랍어에서 /t+ʃ/와 /t+ʃ+i/의 연쇄를 허용하기 때문에 /ㅊ/의 지각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유음 /r/과 /l/이 대립 쌍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어 /ㄹ/ 의 변이음을 환경에 따라 변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비음은 /m/과 /n/ 두 개만 있어 한국어 종성 비음 /ㅇ/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의 모음 체계는 장모음 5개(/a:, e:, i:, o:, u:/)와 단모음 3개(/a, ɪ, u/)로 구성되어 있다(Munro, 1993;Norlin, 1987; Watson, 2002). /a:, e:, i:/는 각각 한국어의 /ㅏ, ㅔ, ㅣ/와 대응한다. /o:/는 한국어의 /ㅜ/와 매우 비슷한 음가를 가지기 때문에(부록 2 참조) 한국어의 /ㅗ/와 /ㅜ/가 이집트 아랍어 /o:/ 하나에 범주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중모음인 /aw/와 /o:/의 합류로 인해 이집트 아랍어에서는 /o:/의 기능부담량이 크고 /u:/보다 출현 빈도가 높은데, 이 때문에 이집트 아랍어에 없는 /ㅓ/ 모음을 기능부담량이 높은 /o:/와 혼동하여 /ㅓ, ㅗ, ㅜ/ 세 모음을 구별해서 지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어 단모음 /ㅡ/는 이집트 아랍어에 없는 매우 이국적인 발음으로, 음성학습모델(Flege, 1995; 2003)의 예측대로 새로운 범주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는 3개의 이중모음(/aj, we, wi/)가 있으며, /ㅕ, ㅛ, ㅠ/를 포함한 한국어의 다양한 이중모음을 지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 아랍어는 5개의 음절 구조(CV, CVV, CVC, CVVC, CVCC)를 가지고 있으며, 모음은 초성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종성에는 아랍어의 모든 자음이 올 수 있고, 한국어와는 달리 중화현상이 없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발음 교육 분야에서 고변이 음성 훈련을 활용한 연구는 많지 않다. Kim(2010), Park(2011), Lee(2016), Hwang(2017) 등이 중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파열음 및 파찰음의 삼중 대립과 단모음에 대한 지각 훈련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Hwang(2017)에서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변이 음성 훈련을 통해 한국어 자음과 모음의 학습용이성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교육 우선순위를 제안했다.
이 연구에서는 이집트인 한국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10회의 고변이 음성 훈련을 실시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 연구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첫째, 이집트 학습자들은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 없는 평음, 경음, 격음의 삼원 대립을 얼마나 구별해서 지각하고, 단기간의 지각훈련을 통해 얼마나 지각이 향상되는가? 특히 아랍어에 없는 무성음 /p/는 어떻게 지각되고, 지각훈련을 통해 얼마나 지각이 향상되는가?
둘째,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의 /o:/와 음가가 비슷한 한국어 모음 /ㅗ, ㅜ/와 이집트 아랍어에 없는 한국어의 모음 /ㅡ, ㅓ/를 어떻게 지각하고, 지각실험을 통해 얼마나 지각이 향상되는가?
셋째,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다양한 한국어 이중모음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지각훈련을 통해 지각이 얼마나 향상되는가?
넷째, 이집트어의 종성은 개방되는 반면 한국어의 종성은 개방되지 않는데, 개방되지 않는 한국어 종성을 이집트인 학습자가 얼마나 구별해서 지각할 수 있고, 지각실험을 통해 얼마나 지각이 향상되는가? 또한 이집트어에 없는 한국어 종성 /ㅇ/은 어떻게 지각되고, 지각훈련을 통해 얼마나 지각이 향상되는가?
다섯째, 이집트 학습자들의 한국어 자음과 모음의 학습용이성(learnability) 순위는 어떠한가?
2. 실험
총 50명의 이집트 한국어 학습자가 실험에 참여하였다. 피험자들은 한국어 실력과 한국어 학습 기간 등을 기준으로 하여 초급 집단, 중급 집단, 고급 집단으로 나누었다. 초급 학습자는 이집트 A 대학교 한국어학과의 1, 2학년 학생들이고, 중급 학습자는 같은 학과의 3, 4학년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고급 학습자는 이집트 A 대학교에서 4학년까지 한국어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거나 한국에서 1년 내외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초급 학습자 집단은 27명, 중급 학습자 집단은 17명, 고급 학습자 집단은 6명으로 구성되었다. 고급 학습자 집단의 피험자 수가 적은 것은 고급 학습자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피험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급 학습자 집단의 피험자 수가 적어 이 실험에서는 중급과 고급 학습자 집단을 묶어 중고급 학습자 집단 하나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피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표 1에 제시하였다.
이 실험을 위해 Hwang(2017)에서 사용한 지각 훈련 자료를 이집트 학습자들의 실정에 맞춰 수정해서 준비하였다. 실험 자료는 사전/사후 테스트용과 지각 훈련용 두 가지로 나눠 준비했으며, 단어와 문장 최소 대립 쌍들로 구성하였다. 사전/사후 테스트용과 고변이 음성 훈련용 자료에 서로 겹치는 자극이 없게 만들었다.
사전/사후 테스트용으로 53개의 자극 목록을 구성하였다. 모음, 초성, 종성으로 나눠서 준비했고, 자연스러운 지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4개의 자극을 제외하고 모두 의미 있는 어휘들로 구성하였다.
단모음의 경우 지각 유형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모음 7개를 한 세트로 구성했는데, 전체를 유의미어로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모음 /ㅔ/에 대한 실험 단어를 무의미 단어인‘게르다'로 선정하였다. 이중모음의 경우 이집트인 학습자들에게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이중모음 6개만 선택하여 유의미 단어 3개, 무의미 단어 3개로 실험 단어를 구성했다.
초성자음 훈련을 위한 자극 단어는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장애음들로 구성하였다. 어두 초성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 /ㅈ, ㅉ, ㅊ/에 모음 /ㅔ/나 /ㅐ/를 붙여 유의미어 대립 쌍을 만들었다. 한국어 모음 /ㅔ, ㅐ/는 젊은 세대의 한국어에서는 합류되어 있고, 이집트 아랍어의 모음 /e/와 비슷한 음가를 가지고 있어 이집트 한국어 학습자들이 이 모음을 지각하고 발음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ㅅ-ㅆ/ 쌍은 /ㅐ/ 모음을 붙여서는 유의미어 최소대립 쌍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ㅏ/ 모음을 사용하였다. Benjamin (2013)에 의하면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한국어 ‘시-씨’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또한 아랍어에 파찰음이 없으므로 이집트인 학습자들이‘지-찌-치’를 잘 구별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시, 씨, 지, 치, 찌’를 자극 단어 목록에 한 집단으로 포함시켰다.
종성 자음의 경우 비음, 유음, 장애음으로 나누어 단음절과 2음절 단어들을 실험 단어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종성의 유무를 구별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종성이 없는 단어도 단어 세트에 포함시켰다. 사전/사후 테스트에 사용한 단어 목록은 표 2와 같다.
녹음에는 서울 출신의 20~3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참여했다. 53개의 실험 단어를 무작위로 섞은 리스트를 3번 읽게 하였고, 그 중 단어별로 가장 명료하게 발화된 것을 선택하여 모두 159개 자극(53단어×3명)을 실험에 사용하였다. 녹음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녹음실에서 이루어졌고, 삼성 노트북 NT900X4D, 슈어(SHURE)사의 SM48S 마이크, 사운드 디바이스(Sound Devices)사의 USB Pre2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녹음하였다.
훈련용 자료는 모음과 자음의 최소대립 쌍을 활용해서 준비했다. 모음의 경우 훈련 대상이 되는 7개의 단모음을 /ㅏ-ㅓ/, /ㅓ-ㅗ/, /ㅗ-ㅜ/, /ㅜ-ㅡ/, /ㅡ-ㅓ/, /ㅡ-ㅣ/, /ㅔ-ㅣ/ 등 7쌍으로 나누었고, 6개의 이중모음은 /ㅕ-ㅛ/, /ㅛ-ㅠ/, /ㅚ-ㅟ/, /ㅢ-ㅟ/ 등 4쌍으로 나누어 각 음소 쌍별로 훈련 자료를 준비하였다. 대립을 이루는 단어가 많은 단모음 쌍들의 경우 단어와 문장을 각각 5세트씩 준비하였고, 활용할 수 있는 최소대립 쌍의 수가 제한적인 이중모음의 경우 단어와 문장 자료를 1~3세트씩 준비했다.
초성 자음은 이원 대립과 삼원 대립을 이루는 장애음들을 다시 두 음소씩 짝지어(예: /ㄱ-ㄲ-ㅋ/ → /ㄱ-ㄲ/, /ㄱ-ㅋ/, /ㄲ-ㅋ/) 각 음소 쌍별로 2~3세트의 단어와 문장을 준비했다. 단어 자극과 문장 자극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면서도 초급부터 고급까지의 학습 수준을 아우를 수 있도록 훈련 자료를 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다.3
종성 자음은 7개를 모두 훈련 대상으로 정하고 헷갈리는 소리를 두 개씩 짝지어 훈련 자료를 준비했다 종성 자음의 경우 문장 자극은 /ㄹ/에 대해서만 준비하고 나머지 쌍들에 대한 훈련 자료는 단어 자극으로만 구성하였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는 유음 /r/과 /l/이 대립 쌍으로 존재하는 반면, 한국어 유음 음소는 /ㄹ/ 하나만 있고 [ɾ]과 [l]이 변이음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의 /ㄹ/의 변이음을 환경에 따라 변별하여 지각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 종성의 /ㄹ/를 [ɾ]과 [l]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아래의 표 3에서 실험에서 사용한 대립 쌍들을 제시하였다.
훈련용 자료는 총 200개의 단어와 152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다. 훈련 자료 녹음에는 서울 출신의 20~30대 남자 2명과 여자 3명이 참여했다. 각 화자는 무작위로 뒤섞인 단어 자극들과 문장 자극들을 각각 두 번씩 읽었고, 더 명료하게 발음된 자극을 선택하여 훈련용 음성 자료를 만들었다. 녹음 장비와 환경은 사전/사후 테스트 자료 녹음 때와 동일했다. 훈련에 실제로 사용한 단어와 문장의 예는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 앞서 이집트인 학습자들에게 실험 설명문을 제공하고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실험은 사전 테스트, 지각 훈련, 사후 테스트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전/사후 테스트와 지각 훈련은 스피커를 통해 음성 파일을 듣고 미리 나누어 준 답안지에서 객관식으로 정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표 5에서 보듯이 사전 테스트와 사후 테스트에서는 학습자들이 3명의 화자가 녹음한 159개의 음성 파일을 듣고 정답을 고르게 했다. 음성 자극은 무작위로 제시되었고 피드백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테스트는 총 25분이 소요되었다.
유형 | 사전/사후 | 훈련 | |
---|---|---|---|
단어 | 단어 | 문장 | |
모음 | 13 | 86 | 86 |
초성 | 20 | 62 | 56 |
종성 | 20 | 52 | 10 |
합계 | 159개(53개×3명) | 1,408개(352×4회 반복) |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사전 테스트 다음날부터 약 2주에 걸쳐 총 10회의 고변이 음성 훈련(자음 5회, 모음 5회)을 받았다. 훈련 때마다 다른 화자의 목소리로 발화한 새로운 단어와 문장이 사용되었고, 답안지의 단어와 문장 보기가 무작위로 제시되었다. 모든 피험자들은 이집트 아인샴스대학교의 랩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각 문제를 2번씩 듣고 답안지에서 정답을 고르는 식별 과제를 수행했다. 문제를 다 푼 다음 피험자들에게 정답 피드백을 제공했고, 그 후에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각 문제의 음성 파일을 2번씩 다시 들려주었다. 결과적으로 피험자들은 한 세션 동안 각 자극을 총 4회 반복해서 들었다. 각 훈련 세션에 소요된 시간은 30~40분이었다. 표 6에 각 세션에서 사용된 단어 자극과 문장 자극의 개수가 제시되어 있다. 자음의 경우는 초성과 종성을 포함했으며, 종성은 /ㄹ/을 제외하면 단어로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음 세션의 단어와 문장 개수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모음 세션 | 자음 세션 | ||||
---|---|---|---|---|---|
단어 | 문장 | 단어 | 문장 | ||
세션 1 | 18 | 18 | 세션 1 | 22 | 14 |
세션 2 | 18 | 18 | 세션 2 | 24 | 14 |
세션 3 | 18 | 18 | 세션 3 | 22 | 12 |
세션 4 | 16 | 16 | 세션 4 | 24 | 12 |
세션 5 | 16 | 16 | 세션 5 | 22 | 14 |
합계 | 86 | 86 | 합계 | 114 | 66 |
3. 실험 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초급 학습자 집단과 중고급 학습자 집단 모두 사전 테스트보다 사후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 평균 점수에서 초급 집단은 7.6%, 중고급 집단은 5%(중급 4.3%, 고급 7%) 상승했다.
그림 1과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급 집단은 지각 훈련 후 초성의 지각 정확도가 훈련 전보다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모음도 훈련 후 점수가 많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훈련 전부터 높은 지각 정확도를 보인 종성은 천장 효과로 인해 낮은 수준의 향상도를 보였다. 중고급 집단의 경우 모음과 종성의 지각 정확도는 훈련 후 소폭 상승했으며, 초성의 지각 정확도는 훈련 전부터 넓은 분포를 보였고, 훈련 후 적지 않은 향상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집트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각 훈련은 충분히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집트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음소 지각 능력이 고변이 음성 훈련 이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향상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R Core Team(2017)의 ‘lme4’패키지에서 ‘glmer’함수를 사용하여 혼합효과 회귀분석(Mixed Effect Logistic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테스트(사전, 사후)와 집단(초급, 중고급), 음절 내 위치(모음, 초성, 종성)를 고정효과로, 자극단어와 피험자는 무작위효과로, 학습자의 응답 점수를 종속변수로 지정했다. 초급과 중고급 집단에서 모두 사전 테스트와 사후 테스트 결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나[χ2(1)=141.801, β;=0.619, SE=0.062, z=9.965, p<0.01], 테스트와 집단 간의 상호작용은 유의미하지 않았다. 집단과 테스트에 따른 주효과는 유의미했으며, 중고급 집단의 사후 점수가 초급 집단의 사후 점수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χ2(1)=17.321, β=0.474, SE=0.14, z=3.384, p<0.001]. 초급 집단은 사후 점수가 사전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훈련의 효과가 확인되었고[χ2(1)=99.978, β=–0.62783, SE=0.06268, z=10.016, p<0.01], 중고급 학습자 집단도 사후 점수가 사전 점수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χ2(1)=45.319, β=0.50369, SE=0.07443, z=6.768, p<0.01]. 또한 음절 내 위치에 따른 사전/사후 테스트 결과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χ2(1)= 140.56, β=0.557, SE=0.107, z=5.205, p<0.01]. 사후 검정(Tukey's HSD) 결과 학습자들은 종성을 가장 잘 지각했고, 초성 지각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초성<모음<종성, p<0.01). 집단에 따른 음절 내 위치 차이의 주효과는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χ2(2)=31.311, p<0.001], 집단과 음절 내 위치의 상호작용의 결과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χ2(2)=10.61, p<0.01]. 테스트와 집단과 음절 내 위치 간의 상호작용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χ2(7)=15.359, p<0.05]. 이집트인 초급과 중고급 학습자들 모두 지각 훈련 이후 점수가 이전 점수보다 높은 것으로 관찰되어 훈련의 효과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표 8은 초급 집단과 중고급 집단의 한국어 7개 단모음 (/ㅏ, ㅓ, ㅗ, ㅜ, ㅡ, ㅣ. ㅔ/)과 6개 이중모음(/ㅑ, ㅕ, ㅛ, ㅠ, ㅟ, ㅚ/)에 대한 사전/사후 테스트 평균 점수를 보여준다. 훈련 후 초급 집단의 지각 정확도는 평균 8.2% 향상되었고(80.6% → 88.8%), 중고급 집단의 정확도는 평균 5.4% 향상되었다(87.4% → 92.8%).
구분 | 사전 | 사후 | 향상도 | |
---|---|---|---|---|
초급 | 평균 | 80.7 | 88.8 | 8.2 |
(SD) | (8.8) | (5.9) | (5.3) | |
중고급 | 평균 | 87.4 | 92.8 | 5.4 |
(SD) | (10.1) | (6.4) | (5.7) |
훈련을 통해서 한국어 모음 지각 능력이 향상되었는지 여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사전, 사후)와 집단(초급, 중고급)을 고정효과로 하고, 종속변수를 정답 여부(0, 1)로, 무작위효과는 피험자와 자극으로 하여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테스트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사후 점수가 사전 점수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χ2(1)=47.839, β=0.75534, SE=0.13396, z=5.638, p<0.001] 고변이 음성 훈련이 이집트 학습자들의 한국어 모음 지각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집단에 대한 주효과도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중고급 학습자들의 지각 정확도가 초급 학습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χ2(1) =9.316, β=0.596, SE=0.243, z=2.451, p<0.05].
표 9와 표 10은 각각 이집트인 초급 집단과 중고급 집단의 한국어 단모음과 이중모음에 대한 사전/사후 테스트 지각 정확도와 향상도, 통계 결과 등을 보여준다. 사전 테스트에서 초급 학습자들이 지각하기 어려웠던 모음은 /ㅗ/(56.7%), /ㅜ/(75.3%), /ㅓ/(80.2%), /ㅡ/(81.4%), /ㅛ/(53.0%), /ㅕ/(71.6%), /ㅠ/(75.3%) 등이었다. 훈련 후의 지각 정확도 변화를 살펴보면 초급 학습자들이 지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음소들의 지각 정확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집트 아랍어에 없는 모음 /ㅡ/는 14.8% 상승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모음 /ㅗ/는 12.4% 상승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ㅣ/, /ㅔ/, /ㅏ/도 각각 7.4%, 6.2%, 5,0% 상승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ㅓ/와 /ㅜ/는 상승폭이 매우 낮았다. 이는 이 두 모음이 /ㅗ/와 혼동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중모음은 단모음보다 더 높은 지각 향상도를 보였다. /ㅛ/와 /ㅠ/는 각각 19.8%, 12.3% 향상되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다른 이중모음들도 지각이 향상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ㅢ/와 /ㅟ/는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지각 향상도도 긍정적이었다. 아래 표 10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훈련 전 지각 정확도가 62.3%에 불과해 모음 중에서 가장 지각이 잘 되지 않았던 모음 /ㅗ/는 지각 훈련 후 정확도가 대폭(20.3%) 상승해 97.1%에 이를 정도로 훈련 효과가 높았다. 이집트어에 없는 모음 /ㅡ/의 경우는 훈련 전에도 지각 정확도가 89.8%에 이를 정도로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훈련 후 97.1%에 도달하여 7.3%의 인상적인 향상도를 보여주었다. 비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단모음에 대한 중고급 학습자들의 지각 정확도가 훈련 전 85%를 상회한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ㅏ, ㅣ, ㅔ/의 경우 훈련 전부터 90% 이상의 지각 정확도를 보였고, 천장 효과로 인해 향상도는 매우 낮았다.
이중모음의 경우에는 /ㅠ/가 10.1%로 높은 향상도를 보였고, /ㅟ/와 /ㅢ/는 각각 8.7%, /ㅕ/는 7.2% 상승했다. 이 중 /ㅠ/와 /ㅟ/의 향상도는 통계적으로 거의 유의미했다(marginally significant). 이를 통해 중고급 학습자도 지각 훈련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 모음 지각을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성 자음의 훈련 전 지각 정확도는 모음과 종성보다 낮았으나, 훈련 후에는 가장 높은 향상도를 보였다. 표 11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급 학습자 집단의 지각 정확도는 사전 평균 56.7%에서 사후 평균 67.9%로 11.2% 상승했고,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지각 정확도는 사전 평균 69.5%에서 사후 평균 76.3%로 6.8% 상승했다.
구분 | 사전 | 사후 | 향상도 | |
---|---|---|---|---|
초급 | 평균 | 56.7 | 67.9 | 11.2 |
(SD) | (8.7) | (9.6) | (10.3) | |
중고급 | 평균 | 69.5 | 76.3 | 6.8 |
(SD) | (10.7) | (8.6) | (6.9) |
초급 집단과 중고급 집단의 한국어 초성 지각 능력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향상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사전, 사후)와 집단(초급, 중고급)을 고정효과로 하고, 정답 여부(0, 1)를 종속변수로, 피험자와 자극 단어를 무작위효과로 하여 혼합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테스트에 따른 주효과는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사후 점수가 사전 점수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χ2(1)=71.016, β=0.598, SE=0.08185, z=7.315, p<0.001].
위의 표 12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급 학습자 집단의 경우 평음의 훈련 전 지각 정확도는 매우 낮았으나 /ㄷ/, /ㅂ/, /ㄱ/, /ㅈ/,‘지’는 훈련 후에 각각 28.4%, 27.1%, 23.4%, 21.0%, 13.6%의 높은 향상을 보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집트어에는 /p/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순 파열음의 인지가 치조 파열음이나 연구개 파열음의 인지보다 인지 정확도나 향상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ㅅ/와 ‘시’는 훈련 전 평음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각 정확도를 보였으나(각각 69.1%, 53.0%) 훈련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음들 중에서는 /ㅈ/와 ‘지’가 훈련 전과 후에 가장 낮은 지각 정확도를 보여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습득하기에 가장 어려운 음소로 판명되었다.
경음의 경우에는 ‘찌’와 /ㄸ/가 가장 높은 향상도(각각 22.3%, 18.5%)을 보였다. 다른 경음들도 지각 정확도가 6%~12% 정도 향상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으며, /ㅃ, ㄸ, ㅉ/는 훈련 후에도 지각 정확도가 70%를 밑돌았다. 격음의 향상도는 /ㅋ/와 /ㅌ/가 각각 14.8%와 13.6%로 가장 높았다. /ㅊ/와 ‘치’는 훈련 전부터 80% 이상의 높은 지각 정확도를 보였으나 훈련 후 지각 정확도가 더 향상되지는 않았다. /ㅍ, ㅌ, ㅋ/는 훈련 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각 정확도를 보였는데, 초급 학습자들은 훈련 전과 후 모두 격음과 경음을 상당히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음에 대한 사후 지각 정확도는 사전에 비해 대부분 20% 이상 상승할 정도로 훈련 효과가 높았지만, 훈련 후에도 정확도가 70%를 밑도는 음소들이 많아 초급 단계부터 평음, 경음, 격음 구별에 많은 훈련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한국어 파찰음은 이집트인 초급 학습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소리이다. 특히 /ㅈ/와 ‘지’는 훈련 전의 지각 정확도가 각각 12.3%와 13.5%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했다. 반면 격음 /ㅊ/, ‘찌’는 훈련 전부터 각각 83.9%, 87.6%의 지각 정확도를 보일 정도로 잘 지각되었으나 천장 효과로 인해 훈련 후 향상도는 낮게 나타났다. 마찰음의 경우 평음이 경음보다 지각 정확도가 훨씬 낮게 나타났고, 평음과 경음 모두 훈련 효과가 미미하거나 훈련 후에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지각 훈련 결과는 표 13에 제시되어 있다. 지각 훈련 전 평음 지각 정확도는 15.9%부터 75.3%까지 굉장히 큰 범위를 보였다. 경음에 대한 지각 정확도는 72.4%부터 88.4%까지 상대적으로 높고 일정하게 나타났고, 격음에 대한 정확도 역시 최소 68.1%에서 최대 92.7%까지 높게 나타났다.
훈련 전 평음의 지각 정확도는 대부분 60% 이하로 매우 저조했으나 훈련 후 높은 지각 향상을 보였다. 특히 /ㅂ/는 89.8%까지 향상되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경음의 경우에는 /ㅃ/, /ㄸ/, /ㄲ/, /ㅉ/는 높은 지각 향상도를 보였으며, 이 중 /ㅃ/와 /ㄲ/의 향상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초급 그룹의 결과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찰음 /ㅅ/, /ㅆ/와 ‘시’, ‘씨’는 훈련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격음의 지각 향상도는 /ㅍ/와 /ㅋ/가 각각 10.1%, 8.7%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ㅊ/, /ㅌ/, ‘치’는 훈련 효과가 없거나 매우 약했다. /ㅊ/과 ‘치’는 훈련 전부터 80% 이상의 지각 정확도를 보여 천장 효과로 인해 지각 향상도가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초성이나 모음보다 종성을 훨씬 더 잘 지각했다. 표 1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종성에 대한 사전 지각 정확도가 초급 집단과 중고급 집단에서 각각 88.9%와 90.4%로 훈련 전부터 이미 높게 나타나고 있다. 훈련 후 초급 학습자들의 종성 지각 정확도는 92.5%로 평균 4.0% 높아졌고, 중고급 학습자들의 정확도는 93.3%로 2.9% 상승하였다.
구분 | 사전 | 사후 | 향상도 | |
---|---|---|---|---|
초급 | 평균 | 88.9 | 92.5 | 3.6 |
(SD) | (5.3) | (3.3) | (3.15) | |
중고급 | 평균 | 90.4 | 93.3 | 2.9 |
(SD) | (3.7) | (5.0) | (5.5) |
고변이 음성 훈련 전후의 종성 지각이 유의미하게 다른지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사전, 사후)와 집단(초급, 중고급)을 고정효과로 하고, 종속변수를 정답 여부(0, 1)로, 피험자와 자극단어를 무작위효과로 하여 혼합효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테스트에 따른 주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사후 점수가 사전 점수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χ2(1) =26.83, β=0.584, SE=0.141, z=4.132, p<0.001]. 반면에 집단에 따른 주효과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χ2(1)=1.51, p<0.1]. 테스트와 집단 간의 상호작용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χ2(1)=0.79, p<0.1].
표 15에서 초급 학습자 집단의 훈련 전후의 종성 지각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 아랍어에 존재하지 않는 비음 종성 /ㅇ/이 다른 종성 비해 75.3%의 낮은 지각 정확도를 보였으나, 훈련 후 87.6%로 12.3%의 가장 높은 향상도를 보였다. 반면에 훈련 전 지각 정확도가 30.8%로 가장 낮았던 단음절 어말의 /ㄱ/은 지각 정확도가 1.2% 상승하는 데 그쳐 훈련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어중의 /ㄱ/ 경우에는 훈련 전에 어말의 /ㄱ/보다 높은 71.6%의 정확도를 보였으나, 훈련 후의 지각 정확도는 2.4%의 낮은 향상도를 보였다. /ㄱ/를 /ㅂ/로 잘못 듣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 이 부분에 대한 지각 교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ㅇ/과 /ㄱ/ 이외의 음소들은 훈련 전부터 87.6%에서 98.7%까지의 높은 지각 정확도를 보였으며, 훈련 후에는 대부분 100%의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유음의 경우는 훈련 전부터 거의 완벽한 지각 정확도를 보여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유음을 가장 정확하게 구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표 16에서 보듯이 중고급 학습자 집단도 /ㄱ/을 지각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말 /ㄱ/은 훈련 전 37.6%에서 훈련 후 57.9%로 20.3% 상승하였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어중 /ㄱ/도 훈련 전 68.1%에서 훈련 후 73.9%로 5.8%의 향상도를 보였다. 그러나 /ㄱ/는 종성 자음 중 유일하게 위치에 상관없이 훈련 후에도 지각 정확도가 80%에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에 유음은 훈련 전부터 거의 완벽한 지각 정확도를 보였다. 비음도 이집트인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지각 정확도가 훈련 전부터 82.6%에서 100%에 이를 정도로 쉽게 지각되었고, 훈련 후에는 어중 /ㄴ/(85.5%)을 제외하고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기존의 발화와 인지 연구에서는 L1, L2 화자들 모두 초성보다는 종성을 훨씬 어려워하고, 보편적인 언어 유표성의 측면에서도 종성의 발화와 인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는 이집트 학습자들이 초성보다 종성을 더 잘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어 초성의 자리에서 이집트인 학습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이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평음/격음/경음의 대립이 있는 반면 종성의 자리에서는 삼원대립이 사라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모어의 영향으로 한국어 종성 파열음을 개방해서 발음하는데, 어색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조음자리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들이 한국어의 종성 파열음을 들을 때 조음자리를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다만 /ㄱ/의 경우 조음점이 구강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른 자리의 파열음에 비해 지각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집트 아랍어에서는 CVC, CVCC 음절구조가 허용되기 때문에 한국어의 모음 사이에 나타나는 자음 연결체를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 연구에서는 이집트인 학습자의 한국어 모음, 초성, 종성의 지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변이 음성 훈련을 실시하였고, 지각 훈련이 이집트인 학습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음소별로, 학습 수준별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실험은 한국어 학습기간이 적고 한국인과 한국어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초급 학습자들과 학습 기간이 길고 한국인과 한국어를 접촉한 경험이 많은 중고급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하였다. 약 2주간의 짧은 훈련 기간에도 불구하고 학습자들의 성적이 훈련 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 고변이 음성 훈련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훈련 효과는 초급 학습자의 집단에서 더 크게 나타났으며, 중고급 집단의 경우 많은 음소들에서 천장효과가 나타나 훈련 효과가 다소 낮았지만 초급 학습자들이 잘 지각하지 못했던 음소들을 훈련 후 거의 완벽하게 지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논문은 이집트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한국어 고변이 음성 훈련 연구이다.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영어 학습자들과 달리 대학에 입학하는 만 17세부터 한국어 학습을 시작하고 한국인과 접촉할 기회도 적기 때문에 이러한 지각 훈련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각 훈련 후 초급 학습자들은 모음, 초성, 종성에서 각각 평균 8.2%, 11.2%, 4.0%의 지각 향상도를 보였고, 중고급 학습자들도 각각 5.4%, 6.8%, 2.9%의 향상도를 보였다. 이는 10~20%의 지각 향상도를 보고했던 기존의 지각훈련 연구들의 성과에 비해 다소 낮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연구들은 학습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소수의 분절음(예: 영어의 /r–1/, 한국어 삼원대립)에 집중했던 반면, 이 연구에서는 한국어의 모음, 초성, 종성을 모두 훈련 대상에 포함시켰고,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잘 지각하는 한국어 종성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초급부터 중고급 단계까지 두루 어려움을 겪는 초성의 평음에 대한 지각이 최대 28.4% 향상되었고, 학습자들이 훈련 전에 잘 구별하지 못했던 모음 쌍들에 대한 지각도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 종성의 경우에는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지각 훈련 전부터 대부분 80% 넘는 지각 정확도를 보였기 때문에 천장 효과로 인해 훈련 후 지각 향상도가 다소 미미한 모습이었다.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가장 구별하기 어려워했던 단모음 쌍은 /ㅗ-ㅜ/와 /ㅓ-ㅗ/이다. 훈련 전 초급과 중고급 학습자 집단 모두에서 /ㅗ/를 /ㅜ/로 잘못 지각하는 비율이 3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o:/와 /u:/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반면 한국어의 /ㅗ/와 /ㅜ/는 모음 공간에서 많은 영역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ㅗ/와 /ㅜ/를 각각 범주화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ㅓ/는 이집트 아랍어에 없는 모음이지만, 기능부담량이 높은 /o:/에 범주화되어/ㅗ/로 잘못 지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ㅓ, ㅗ, ㅜ/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류이므로(Fitri & Kim, 2012;Hwang, 2017) 이에 대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지각 훈련이 필요하다. /ㅓ-ㅗ/, /ㅗ-ㅜ/ 대립 쌍에 대한 지각 정확도는 훈련 후 초급 집단에서 각각 평균 8.1%와 6.8%, 중고급 집단에서 각각 평균 10.6%와 10.8% 상승하였으나 다른 모음 대립 쌍들에 비해 사후 정확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었다.
이중모음 /ㅕ, ㅛ, ㅠ/의 사전 지각 양상은 단모음 /ㅓ, ㅗ, ㅜ/의 지각 양상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훈련 후 /ㅕ-ㅛ/, /ㅛ-ㅠ/ 대립 쌍에 대한 정확도는 초급 집단에서 각각 평균 14.8%, 15.7% 상승하여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으나 중고급 집단에서는 각각 4.4%, 5.8% 상승하는 데 그쳐 지속적인 훈련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집트 구어체 아랍어의 어떤 모음과도 유사하지 않은 단모음 /ㅡ/와 이중모음 /ㅢ/는 상대적으로 쉽게 범주화되어 훈련 후 100%에 가까운 지각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Flege(1995, 2003)의 음성학습모델(Speech Learning Model: SLM)에서 예측한 대로 /ㅡ/ 와 /ㅢ/가 L1에 존재하는 음과 음성적 유사성이 없는 새로운 음이기 때문에 범주 성립이 용이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17에서 각 모음의 훈련 전후의 지각 정확도 평균값을 바탕으로 계산한 모음의 대립 쌍별 학습용이성 지표를 제시하였다(Lee & Hwang, 2016 참조). 초급 학습자 집단과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학습용이성 지표 순위를 보면, /ㅓ, ㅗ, ㅜ/와 /ㅕ, ㅛ, ㅠ/를 포함한 대립 쌍들의 학습용이성 지표가 낮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순위 | 대립 쌍 | 초급 | 대립 쌍 | 중고급 |
---|---|---|---|---|
1 | /ㅟ-ㅢ/ | 94.6 | /ㅔ-ㅣ/ | 97.0 |
2 | /ㅔ-ㅣ/ | 93.4 | /ㅡ-ㅣ/ | 96.7 |
3 | /ㅡ-ㅣ/ | 91.6 | /ㅟ-ㅢ/ | 89.1 |
4 | /ㅓ-ㅗ/ | 72.4 | /ㅛ-ㅠ/ | 83.5 |
5 | /ㅛ-ㅠ/ | 72.1 | /ㅕ-ㅛ/ | 81.8 |
6 | /ㅕ-ㅛ/ | 69.7 | /ㅓ-ㅗ/ | 80.0 |
7 | /ㅗ-ㅜ/ | 69.4 | /ㅗ-ㅜ/ | 79.3 |
초성 장애음에 대한 지각 정확도는 모음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에 대한 정확도가 초급 집단에서 훈련 전 각각 49.0%, 53.4%, 76.7%로 나타났고, 중고급 집단에서는 각각 69.4%, 66.5%, 77.1%로 나타나 학습 기간에 따라 초성 자음에 대한 지각이 자연스럽게 개선되기는 하지만 지각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각 훈련 후 파열음에 대한 지각은 상대적으로 많이 향상되었지만 파찰음과 마찰음에 대한 지각 정확도는 여전히 매우 저조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집트 학습자들에게는 초성 자음에 대한 훈련을 더 강화해야 하며 특히 파찰음과 마찰음의 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음 방법별로 살펴보면 평음, 경음, 격음에 대한 정확도가 훈련 전 초급 집단에서 각각 34.9%, 64.5%, 68.3%로 나타났고, 중고급 집단에서는 49.8%, 78.8%, 78.5% 나타났다. 훈련 후 계열별로 5%~15%의 지각 향상도를 보였으나 전체적인 양상은 유지되었다. 즉,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한국어 평음 지각을 제일 어려워하고 경음과 격음은 비슷한 수준으로 지각했다. Benjamin (2013)에 따르면 이집트 학습자들은 한국어 어두 파열음과 파찰음의 삼원대립을 이원대립으로 산출하고 지각한다. 예를 들어, 이집트 학습자들이 한국어 파열음을 발음할 때 평음과 경음의 VOT가 34 ms로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Rifaat(2003)에서 밝힌 이집트 아랍어 무성파열음의 평균 VOT가 32 ms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을 모두 이집트 아랍어의 무성파열음으로 범주화하였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표 18에서 한국어 초성의 학습용이성 순위를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각 계열별로 초급보다 중고급 학습자 집단의 학습용이성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으나, 이 수치가 80%를 겨우 넘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초성의 학습용이성이 모음이나 종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낮은 사전 지각 정확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지각 훈련 효과는 높았지만 2주간의 짧은 훈련으로는 학습자들이 지각 범주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파열음의 경우 초급과 중고급 집단에서 모두 경음-격음 쌍 (예: /ㄲ-ㅋ/)이 대체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평음을 포함한 쌍의 학습용이성은 낮게 나타났는데, 특히 /ㄱ-ㅋ/, /ㄷ-ㅌ/, /ㄷ-ㄸ/의 학습용이성이 두 집단 모두에서 가장 낮았다. 조음 위치별로 살펴봤을 때 양순음의 학습용이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이집트 아랍어에 양순파열음 음소가 /b/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무성양순파열음 /p/가 새로운 음소로 상대적으로 쉽게 범주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두 집단 모두에서 /ㅂ/에 대한 사전 지각 정확도가 /ㄱ/와 /ㄷ/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훈련 후 향상도도 유의미하게 높아 /ㅂ/를 포함한 양순음 대립 쌍들의 학습용이성이 상위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치조음이나 경구개음은 이집트 아랍어에서 유성음과 무성음으로 이원대립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삼원대립을 구별하여 지각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음의 경우가 이집트인에게 상당히 어려워 더 많은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
파찰음에서는 초급과 중고급 집단에서 경음-격음 대립 쌍인 ‘찌-치’와 /ㅉ-ㅊ/의 학습용이성이 가장 높아 이집트인 학습자들이 파찰음의 경음과 격음을 후행모음과 상관없이 구별하여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음-격음 대립 쌍 /ㅈ-ㅊ/, ‘지-치’가 뒤를 이었고, 평음-경음 쌍인 /ㅈ-ㅉ/,‘지-찌’의 학습용이성이 가장 낮게 나타나 파열음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파찰음 역시 평음과 경음, 평음과 격음 구별에 초점을 두어 훈련을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마찰음의 경우 지각 훈련 전후 결과를 비교해 봤을 때 지각 양상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학습용이성도 80%를 넘지 못하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학습 단계와 상관없이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난 것을 보면 학습 기간이 늘어나도 지각 정확도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지 않으며, 짧은 훈련으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찰음 대립 쌍은 이집트 아랍어의 /s/ 한 음소로 범주화되기 때문에 학습 초기 단계부터 /ㅅ/와 /ㅆ/를 제대로 구별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개선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국어 마찰음 지각을 위한 적절한 훈련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종성의 경우 대부분의 음소들이 지각 훈련 전부터 80% 이상의 지각 정확도를 보여 주어 학습용이성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표 19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종성들 중에서 학습용이성이 가장 높은 음소는 유음 /ㄹ/이었다. 실험 결과를 통해 이집트인 학습자들은 한국어 /ㄹ/의 두 변이음 [ɾ]과 [l]을 지각하는 데 장애가 없으며, 훈련 후 100%에 가까운 지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랍어의 /l/은 설측음으로 발음되고 /r/은 전동음 [r]로 발음되기 때문에 두 소리가 한국어 /ㄹ/의 변이음들과는 음성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 없지만, L2의 두 음이 L1의 서로 다른 두 음에 각각 대응되고 있기 때문에 학습용이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비음 /ㅁ-ㄴ/, /ㅁ-ㅇ/, /ㄴ-ㅇ/과 장애음 /ㅂ-ㄷ/ 쌍의 학습용이성 역시 초급 단계에서부터 90%를 넘을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ㄱ/을 포함한 /ㄷ-ㄱ/와 /ㅂ-ㄱ/ 쌍의 학습용이성이 매우 낮게 나타나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
구분 | 순위 | 대립 쌍 | 초급 | 대립 쌍 | 중고급 |
---|---|---|---|---|---|
유음 | 1 | /ㄹ/ | 98.4 | /ㄹ/ | 99.6 |
비음 | 2 | /ㅁ-ㄴ/ | 96.3 | /ㅁ-ㄴ/ | 95.0 |
3 | /ㅂ-ㄷ/ | 92.8 | /ㅁ-ㅇ/ | 94.8 | |
4 | /ㅁ-ㅇ/ | 92.1 | /ㅂ-ㄷ/ | 92.5 | |
장애음 | 5 | /ㄴ-ㅇ/ | 89.4 | /ㄴ-ㅇ/ | 91.0 |
6 | /ㄷ-ㄱ/ | 71.6 | /ㄷ-ㄱ/ | 76.7 | |
7 | /ㅂ-ㄱ/ | 71.2 | /ㅂ-ㄱ/ | 75.1 |
4. 맺음말
제2언어 및 외국어 발음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하려면 학습자가 목표 언어의 음소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산출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소들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효율적인 발음 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이집트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한국어 자음과 모음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살펴보고, 고변이 음성 훈련을 실시하여 어느 음소에 대한 지각이 더 잘 향상되고, 어느 음소가 덜 향상되는지 살펴보았다. 훈련 결과를 토대로 음소 대립 쌍별 학습용이성 순위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이집트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발음 교육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랍어권 학습자들을 위한 효율적인 발음교육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