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상위언어인식(metalinguistic awareness)이란 언어 자체를 사고의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언어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메타언어(metalanguage)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메타언어가 음소, 낱말, 구문 등의 용어에 대한 지식과 같이 언어 그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 사용된다면, 상위언어인식은 이러한 용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용어가 가진 예화(instantiation)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상위언어인식 능력이 발달한다면 ‘음소’라는 용어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음소를 인지하고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Tunmer & Herriman, 1984). 이러한 상위언어인식 능력은 크게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 단어인식(word awareness), 구문/통사인식(syntactic awareness), 화용인식(pragmatic awareness)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중에서 특히 음운인식, 단어인식, 그리고 구문/통사인식 능력은 아동들의 읽기 및 단어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많은 연구들에서 증명되어 왔다(Anthony et al., 2002; Owen & Leonard, 2001; Stark & Heinz, 1996).
음운론적 측면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운인식은 말소리의 음운론적 요소와 그 체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조작하는 능력을 말한다(Nathan et al., 2004). 말소리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변별하는 능력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으며(Dixon, 2010), 따라서 아동이 음운인식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말소리의 구조를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Schuele & Boudreau, 2008). 음운인식 능력이 발달하면 여러 단계의 다양한 음운 지식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음운인식 능력은 일반적인 말소리의 구조를 인지하는 기본적인 단계로부터 시작하는데, 영어권의 연구를 살펴보면 단어를 음절 단위로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같은 소리의 각운(rhyme)들에 대한 인식, 보다 심층적으로는 초두자음(onset)과 각운(rime)을 인지하고 추출해내는 능력과 같이 음소를 조작하는 기술로 발전한다(Schuele & Boudreau, 2008). 음운인식의 발달단계에 대한 지식을 기초로 음운인식 과제를 난이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음절 단위로 말소리를 조작하는 수준의 음절 수준의 음운인식 과제보다 음소를 분리하는 것과 같은 음소 수준의 음운인식 과제가 보다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며, 많은 연구들에서 5~6세가 되어야 음소 수준의 말소리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 왔다(Gillon & McNeill, 2009; Liberman et al., 1974).
음운인식 능력은 언어권에 상관없이 생활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발달하는 것으로 다양한 선행연구들에서 밝혀왔는데(Felton & Pepper, 1995; Ziegler & Goswami, 2005), 구체적으로 Liberman과 그 동료들은 미국의 3~6세 아동을 대상으로 단어를 음절 및 음소 수준으로 분절하는 과제를 실시하고 연령별 음운인식 능력을 비교 검토하였다(Liberman et al., 1974). 그 결과 평균월령이 59개월인 4~5세 아동들의 경우 음소분절은 불가능하였고 음절분석은 전체 아동의 46%만이 가능하였다. 평균월령이 70개월인 5~6세 아동들의 경우 음소분절은 17%, 음절분절은 48%의 수행력을 보였으며, 학령기에 접어든 1학년 아동들은 음소분절은 70%, 음절분절은 90%의 수행력을 보였다. 한국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도 아동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음운인식 능력이 발달함을 확인하였으며(Ahn et al., 2011; Hong et al., 2002; Kim & Kim, 2006; Kim & Pae, 2007; Kim et al., 2018; Park, 2000; Shin et al., 2009), 4~6세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음절 수준의 음운인식 능력은 4세에 습득되기 시작하여 5세에 거의 습득하고, 음소 수준의 음운인식 능력은 4~5세 경에는 거의 발달하지 않다가 6세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Shin et al., 2009). 4~7세의 아동들 1,043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음절인식 능력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발달하는 데 반해, 음소인식 능력은 66개월 이하 집단은 수행력에 차이가 없다가 67개월 이후 집단부터 수행력이 빠르게 향상됨을 근거로, 5세 후반이 되어서야 음소 수준에서 말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하였다(Ahn et al., 2011). 학령전기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음운인식 수행력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음절수준 음운인식 과제는 학령전기와 학령기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모든 음소수준 과제에서 학령전기와 학령기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는, 음소수준의 음운인식 능력은 학령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함을 확인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Kim & Pae, 2007).
음운인식 과제의 유형으로는 음절 및 음소 수준에서 수세기, 합성, 탈락, 변별, 대치 등이 있다. 과제 유형별 발달 순서는 연령, 언어 단위, 또는 언어권의 특징에 따른 연구마다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인다. 5~7세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과제의 유형별 수행력의 순서가 연령집단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Kim et al., 2010). 4~7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음절 수준에서 수세기, 탈락, 합성, 변별, 대치 과제 순으로 점수가 높았으나, 음소 수준에서는 수세기, 변별, 탈락, 합성, 대치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Ahn at al., 2011). 4~6세 아동 7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음소 및 음절 수준에서 각각 세 가지 종류의 음운인식 과제(탈락, 합성, 변별)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과제의 종류와 연령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집단별로 음운인식 과제 수행률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보고되었다(Hong et al., 2002). 한편 Yopp(1988)은 음운인식 과제 유형별로 요인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음소수세기, 음소합성, 음소분절, 음소분리가 하나의 요인으로 묶이고, 음소탈락이 또 다른 요인으로 분류되었다. 이에 대해 음소탈락이 다른 과제들에 비해 복잡한 처리과정을 요하는 과제인 것으로 설명하였는데, 이는 앞선 국내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다.
음운인식 능력은 많은 연구들에서 특히 초기 읽기능력의 중요한 예측 변인으로서 주목해 왔는데(Ehri et al., 2001; Lonigan et al., 2000; Stanovich, 1992; Wagner & Torgesen, 1987), 음절, 각운, 음절체, 음소 등에 대한 탐지 및 조작 능력이 높은 아동들은 낱말 해독이 보다 수월해짐으로써 읽기에 이점을 얻게 된다(Bus & van IJzendoorn, 1999). 난독증에서 보여지는 단어재인의 어려움, 음소와 자소 간 연결의 어려움 등 주요 특징들의 기저에 음운인식 결핍이 있음을 주장하는 선행연구들 또한 음운인식 능력과 읽기능력 간의 관련성을 뒷받침한다(Bruck, 1992; Snowling, 1998; Swan & Goswami, 1997). Wagner & Torgesen (1987)은 읽기를 예측하는 음운처리 능력을 검토하면서, 음운처리 능력을 음운인식, 어휘 접근에 있어서의 음운 재부호화(phonological recoding), 작업기억에 있어서의 음성 재부호화(phonetic recoding)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들은 종단연구 및 중재연구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하여 세 가지 음운처리 능력 중 특히 음운인식 능력이 읽기의 예측 요인임을 밝혔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음운인식 능력이 읽기에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을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편 음운인식 능력과 어휘력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공존한다. Gathercole과 그 동료들은 4~5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음운인식, 음운기억, 그리고 어휘 및 읽기 능력 간의 관계에 대해 검토하였다(Gathercole et al., 1991). 이들은 요인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운(rhyme)인식 과제로 측정한 음운인식 능력과 비단어따라말하기, 숫자 회상하기 과제로 측정한 음운기억은 동일한 음운처리 능력을 공유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 두 가지 음운 관련 능력은 읽기 및 어휘 발달에 있어서 서로 다른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운기억 능력은 읽기 및 어휘 발달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음운인식 능력은 읽기의 경우에는 연령에 따라 그 상관관계가 달랐으며 어휘 발달의 경우 음운인식은 어떤 연령집단에서도 유의한 예측변수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Metsala & Walley(1998)는 마찬가지로 4~5세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음운인식과 음운기억, 그리고 어휘능력 간의 관계를 검토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비단어따라말하기 및 숫자/낱말 회상하기로 측정한 음운 단기기억 능력이 아동들의 어휘능력을 설명하지 못한 반면, 음운인식 능력이 아동들의 어휘능력에 대한 유의한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Metsala는 음운인식 능력이 어휘능력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주장하였다.
다양한 언어장애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밝힌 연구들도 음운인식 능력이 언어능력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을 강조한다(Catts, 1993; Owen & Leonard, 2001; Stark & Heinz, 1996). 특히 음운장애 아동들의 경우 낱자들이 갖고 있는 소리에 대한 지식은 비교적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단어와 비단어의 읽기 및 쓰기에 어려움을 보임을 밝힌 선행연구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장애와 기초 문해능력 결함의 기저에 작은 단위의 말소리를 조작하는 음운능력의 어려움이 있음을 주장하였다(Bird et al., 1995). 국내의 선행연구에서도 4~5세의 단순언어장애 아동(Kang & Kim, 2007), 5~6세의 기능적 조음음운장애 아동(Koa & Kim, 2010), 초등학교 1학년의 발달성 난독 아동(Yang & Pae, 2018)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험집단은 모두 통제집단인 또래 일반아동에 비해 음운인식 과제의 수행력이 유의하게 낮았다. 아동의 언어능력을 언어성 지능지수와 언어문제해결력을 기준으로 언어영재와 일반아동, 언어발달지체 아동의 세 집단으로 구분하여 음운인식 능력을 검토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집단 간 음운인식 능력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여 언어능력과 음운인식 능력 간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Shin et al., 2006).
또한 음운인식 중재연구는 음운인식 능력을 촉진하는 중재의 효과를 검토함으로써 음운인식 능력이 언어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중재 연구의 사례로, 5~7세의 언어장애 아동 61명을 대상으로 음운인식 중재와 전통적 언어중재의 차이를 비교 검토한 Gillon(2000)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연구 결과 음운인식 중재 집단 아동들이 전통적 중재 집단 아동들에 비해 음운인식 능력과 읽기가 유의하게 향상되었으며, 음운인식 능력이 또래 일반아동인 통제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던 중재 전에 비해 음운인식 중재 이후 통제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음운인식 중재 집단의 조음 능력도 중재 전에 비해 유의하게 높아져, 음운인식 중재가 언어장애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뿐만 아니라 읽기능력과 말 산출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음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대규모 집단 중재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단일대상연구를 통해 음운인식 중재가 지적장애 아동의 음운인식과 단어재인, 그리고 음운정확도의 유의한 향상을 가져왔음을 확인한 선행연구가 있으며(Kim et al., 2018), 음운인식 중재와 함께 음운작업기억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읽기부진 아동의 읽기능력에 유의한 효과를 가져왔음을 확인한 선행연구로 음운인식 중재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Kim et al., 2019).
구문 및 형태론 영역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인 구문/통사인식 능력은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문법적 측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며(Tunmer & Grieve, 1984), 제시된 문장의 순서의 정오 여부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과제, 또는 문법적 오류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과제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Plaza & Cohen, 2003; Tunmer et al., 1988). Smith-Lock(1995)은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 그리고 그 아동들과 언어연령 및 생활연령을 일치시킨 집단 간의 비교 연구를 통해 구문/통사인식 능력은 인지 및 생활연령 발달보다는 언어발달과 보다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Chaney (1992)는 음운인식, 단어인식, 구문/통사인식 능력 간 상관관계를 검토하였는데, 세 가지 상위언어인식 능력 간 유의한 상관관계를 확인하였으며, 또한 언어능력과의 상관관계도 분석한 결과 전반적 상위언어인식 능력, 특히 음운인식 능력과 유의한 정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음운인식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들이 추후 읽기 및 어휘력에 어려움을 보임을 밝힌 종단연구들을 비롯하여(Lenchner et al., 1990; Snowling et al., 2000; Wagner et al., 1994), 음운인식 능력과 읽기 및 어휘력 등 언어능력 간의 유의한 관계를 밝힌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음운인식 능력이 언어발달지연 아동 및 일반아동의 언어능력을 서로 어떻게 다르게 예측하는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음운인식 과제는 연구 대상 아동들의 연령을 고려하여, 6세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소 수준의 과제를 제외한 음절 수준의 과제만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문해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거나 현재 발달하기 시작하고 있는 연구 대상 아동들의 연령을 고려하여, 언어능력 평가 과제로서 읽기 과제는 배제하고 어휘력 검사와 문법성판단 과제를 선택하였다. 이를 통하여 음운론적 측면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과 아동들의 어휘력, 그리고 구문/통사인식 능력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한다. 또한 음운처리 능력을 문어 및 구어에서 음운 정보를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음운인식, 음운작업기억, 음운재부호화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Wagner & Torgesen, 1987), 본 연구에서도 음운인식 능력과 기타 음운처리 과제 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하여 대상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을 보다 상세히 검토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는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만 4~6세(M=68.21개월, SD=7.052)의 언어발달지연 아동 15명(남아 11명, 여아 4명)과 일반아동 18명(남아 6명, 여아 12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모든 아동은 (1) 한국 카우프만 아동용 지능검사 (Korean Kaufman Assessment Battery for Children, K-ABC; Moon & Byun, 2003) 결과 비언어성 지능지수가 85(-1 SD) 이상이고, (2) 주양육자 또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 교사에 의해 시각, 청각, 그리고 신경학적 결함 및 기타 정서장애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대상 아동은 표준화된 언어검사인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 척도(Preschool Receptive Expressive Language Scale, PRES; Kim et al., 2011) 수행력에 따라 수용언어 또는 표현언어 점수가 또래 규준 대비 10%ile 미만인 경우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으로, 수용언어와 표현언어 점수가 모두 또래 규준 대비 10%ile보다 높을 경우 일반아동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 아동을 집단 간 연령, 비언어성 지능, 언어능력에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령 및 비언어성 지능지수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수용언어능력[F(1, 31)=4.463, p=.043]과 표현언어능력[F(1, 31)=22.045, p<.001]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 대상에 대한 정보는 표 1에 제시하였다.
TD,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 LD, children with language delay; K-ABC, Korean Kaufman assessment battery for children (Moon & Byun, 2003); PRES-R, preschool receptive expressive language scale-receptive (Kim et al., 2011); PRES-E, preschool receptive expressive language scale-expressive (Kim et al., 2011).
본 연구에서는 아동의 음운인식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Jung et al.(2015)의 음운인식 과제 중 세 가지의 하위과제를 사용하였다. 각 과제는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별로 정반응 했을 때 1점씩을 부여하여 각 하위과제의 총점은 10점이다. 모든 문항은 검사자가 구어로 제시하였으며, 연습문항을 통해 아동이 과제를 충분히 이해했음을 확인한 후 본문항을 실시하였다.
음절수세기 과제는 아동에게 1~3음절의 낱말을 들려주고, 아동에게 각 낱말이 몇 개의 음절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답하게 하였다. 연습문항에서 아동에게 목표낱말을 들려주면서 글자 수대로 박수를 치게 하고, 각 낱말이 몇 개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판단하여 답하도록 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음절확인 하위과제는 1음절 낱말 3개, 2음절 낱말 3개, 3음절 낱말 2개, 4음절 낱말 2개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는 선행연구를 통해 그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과제로서(Yim et al., 2017), 음운단기기억을 측정한다. 검사자는 아동에게 비단어가 녹음된 음성파일을 들려주고, 아동이 비단어를 듣는 즉시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도록 지시하였다. 본 과제는 2음절부터 6음절까지의 비단어가 각 4개씩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확하게 산출한 음절별로 점수를 부여하여 총점은 80점으로 하였다.
연구 대상 아동들의 음운작업기억을 평가하기 위한 과제로서, 선행연구(Yim et al., 2015)에서 사용한 순행 회상 과제를 역행 방식으로 변경하여 사용하였다. 검사자는 아동에게 1부터 9까지의 숫자 중 일련의 목록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들려주고, 아동이 이를 듣고 숫자의 목록을 거꾸로 회상하여 산출하도록 지시하였다. 1단계인 숫자 2개부터 6단계인 숫자 7개까지의 숫자 목록이 각 2개씩 총 12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동이 해당 문항의 모든 숫자를 정확하게 역행 회상하는 경우 문항점수 1점을, 그렇지 않은 경우 0점을 부여하였다. 과제 실시 전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아직 습득하지 못한 아동은 실험에서 제외하여, 모든 아동들이 동일한 회상 부담 조건에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일반아동 집단과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어휘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수용 및 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Kim et al., 2009)를 실시하였다. 이 검사는 만 2세 6개월의 유아부터 16세까지의 청소년의 어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검사도구로서, 그림 및 목표어휘 노출 효과를 배제하기 위하여 표현어휘 검사를 먼저 실시한다. 지침서에 따라 표현어휘 검사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그림을 제시하고 그에 해당하는 목표어휘를 산출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수용어휘 검사는 4개의 그림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검사자가 말하는 어휘에 해당하는 그림을 아동이 고르게 하였다. 지침서에서 설정한 기초선과 한계선 규정에 따라 각 아동들의 수용 및 표현어휘력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본 연구의 분석에는 원점수를 사용하였다.
아동들의 문법형태소 인식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선행연구(Yim et al., 2015)에서 사용한 문법성 판단 과제를 실시하였다. 아동들에게 15개의 정문과 15개의 비문을 들려주고 문장의 정오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과제로, 모든 문항은 3어절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대상 아동들에게는 Microsoft Powerpoint 로 제작된 그림 자료와 함께 3어절 문장의 녹음파일이 동시에 제시되었으며, 아동들이 문장을 듣고 조사의 적정성 여부를 탐지하여 문장의 정오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한 경우 1점, 그렇지 않은 경우 0점을 부여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되는 자료의 신뢰도 검증을 위해 언어재활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한 언어병리학과 박사과정의 연구자 1인이 모든 자료들의 10%를 무작위 추출하여 재검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일치도는 98.86%로 나타났다. 자료분석에는 SPSS 19.0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으며, 집단 간 음운인식 과제의 수행력 차이를 검토하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음운인식 과제들과 음운처리 및 언어능력 과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Pearson 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단계적 중다회귀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을 통해 집단별로 언어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음운인식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하였다.
3. 연구 결과
집단 간 음운인식 과제의 수행력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집단을 독립변수로 한 일원분산분석 결과, 음절수세기 과제를 제외한 음절탈락[F(1, 31)=10.425, p=.003]과 음절변별[F(1, 31)=5.455, p=.026] 과제에서의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였다. 즉, 일반아동 집단의 음절탈락과 음절변별 과제의 수행력이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으며, 음절수세기 과제는 집단 간 수행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집단별로 음운인식 과제들과 음운처리 과제 및 언어능력 과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하여 각 과제들의 정반응률에 대한 Pearson 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각 과제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표 3에, 상관분석 결과는 표 4에 제시하였다. 일반아동 집단은 음절탈락 과제와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r=556, p=.020), 음절변별 과제와 수용어휘력(r=.566, p=.014) 간 상관관계가 유의하였으며, 음절수세기 과제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 음운처리 및 언어능력 과제는 없었다.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음절수세기 과제와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r=.639, p=.028), 수용어휘력(r=.639, p=.010), 표현어휘력(r=.651, p=.009), 그리고 문법성판단 과제(r=.646, p=.009) 간의 상관관계가 유의하였으며, 음절탈락 및 음절변별 과제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 음운처리 및 언어능력 과제는 없었다.
TD,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 LD, children with language delay; NWR, nonword repetition; REVT-R,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receptive (Kim et al., 2009); REVT-E,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expressive (Kim et al., 2009); GJT, grammaticality judgement task.
TD,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 LD, children with language delay; NWR, nonword repetition; REVT-R,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receptive (Kim et al., 2009); REVT-E,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expressive (Kim et al., 2009); GJT, Grammaticality Judgement Task.
집단별로 언어능력을 예측하는 음운인식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하여 수용 및 표현어휘력 점수와 문법성판단 점수를 종속변수로 하여 각 집단별로 단계적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모든 회귀식에 대하여 Durbin-Watson 값을 산출, 잔차의 독립성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회귀분석 결과는 표 5에 제시하였다.
TD,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 LD, children with language delay; REVT-R,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receptive (Kim et al., 2009); REVT-E, 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expressive (Kim et al., 2009); GJT, grammaticality judgement task.
먼저 일반아동 집단의 경우 수용어휘력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과제는 음절변별이었으며[F(1, 16)=7.548, p=.014], 음절변별 과제의 수행력이 수용어휘력 수행력 분산의 약 32.1%(수정결정계수는 약 27.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아동 집단의 문법성판단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과제도 음절변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F(1, 16)=5.700, p=.030], 음절변별 과제의 수행력이 문법성판단 수행력 분산의 약 26.3%(수정결정계수는 약 21.7%)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아동 집단의 표현어휘력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음운인식 과제는 없었다.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경우 수용어휘력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과제는 음절수세기였으며[F(1, 13)=8.994, p=.010], 음절수세기 과제가 수용어휘력 수행력 분산의 약 40.9%(수정결정계수는 약 36.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표현어휘력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과제도 수용어휘력과 마찬가지로 음절수세기 과제였으며[F(1, 13)=9.586, p=.009], 표현어휘력 수행력 분산의 약 42.4%(수정결정계수는 약 38.0%)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문법성판단 점수를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과제도 음절수세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F(1, 13)=9.302, p=.009], 문법성판단 점수는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문법성판단 수행력 분산의 약 41.7%(수정계수는 약 37.2%)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학령전기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의 음운인식 능력과 음운처리 능력, 또 언어능력과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음소인식 능력은 6세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많은 선행연구 결과들을 근거로(Dodd & Gillon, 2001; Hong et al., 2007; Liberman et al., 1974; Shin et al., 2009), 4~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본 연구에서는 음절 수준의 과제만을 연구도구로 사용하였다. 연구 결과, 음절수세기를 제외한 음운인식 과제 수행력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반아동은 음절탈락 과제와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 음절변별 과제와 수용어휘력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음절수세기 과제와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표현어휘력, 문법성판단 과제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집단별로 아동들의 언어능력을 예측하는 음운인식 과제로는, 일반아동 집단의 경우에는 음절변별 과제가 수용어휘력과 문법성판단 과제 수행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었으며,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음절수세기 과제가 수용 및 표현 어휘력, 문법성판단 과제 수행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음절수준의 음운인식 과제에 대한 집단 간 수행력을 비교하였는데, 언어발달장애 아동들의 음운인식 능력이 또래 일반아동들에 비해 낮음을 밝힌 선행연구들과 같이(Bird et al., 1995; Frith, 1985; Juel, 1988; Owen & Leonard, 2002; Rvachew et al., 2003; Shin et al., 2006) 본 연구에서도 언어발달지연 아동들의 음운인식 과제 수행력이 또래 일반아동 집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다만 음절수세기 과제는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는데, 이는 10점 만점인 과제에 대한 일반아동 집단의 과제 수행력 평균이 9.06점(SD=1.47),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평균이 8.47점(SD=2.10)으로 두 집단 모두 높게 나타난 결과로 볼 때, 음절수세기의 경우 4~6세 아동들이 언어발달지연 여부에 관계없이 과제 수행이 천장효과(ceiling effect)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한국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은 4~6세에는 낱말들을 음절로 분절하여 인지하는 능력이 보편적으로 발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어의 특징을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어는 구어의 음절 경계가 명확한 언어(syllable-timed language)로서(Kim, 2007; Kim, 2008), 글자를 쓸 때에도 영어처럼 하나의 음절을 구성하고 있는 각 자소(grapheme)가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닌, 2~4개의 자소가 하나로 조합되어 음절 단위로 배열된다(Park et al., 2000). 따라서 말소리의 연쇄를 음절 단위로 분절할 수 있는 능력은 음절 단위가 중요한 한국어의 구어 의사소통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능력이므로, 다른 음절단위의 음운인식 과제보다 이른 시기에 발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음운인식 과제와 기타 음운처리 과제, 언어능력 과제 간의 상관관계를 검토하였는데, 일반아동 집단의 경우 음절수세기 과제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난 연구과제는 없었으며, 음절탈락 과제와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 그리고 음절변별 과제와 수용어휘력 간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와 함께 학령전기 아동들의 음운작업기억을 측정하는 과제로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사용되는데(Adams & Gathercole, 1995; Farquharson et al., 2018; Munson et al., 2005; Speidel, 1993),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는 무의미음절로 구성된 일련의 비단어를 자극물이 제시된 순서대로 회상 산출하는 과제이며,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는 일련의 숫자 목록을 제시된 순서와 반대로 회상하는 역행 산출 과제이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는 순행 과제로서 음운정보를 조작하는 과정이 부재함을 이유로 음운단기기억(phonological short-term memory)을 측정하는 과제인 것으로 주장하기도 하는데(Gathercole & Baddeley, 1989), 본 연구에서도 두 과제가 음운인식 과제와 서로 다른 상관관계를 보인 바, 각 과제가 서로 다른 음운처리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라는 선행연구들의 견해를 따르기로 한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는 음운단기기억을 측정하는 과제로,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과제는 음운작업기억을 측정하는 과제라고 정의했을 때, 음절탈락 과제는 음운단기기억 과제와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나 음운작업기억 과제와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음절탈락 과제는 제시된 낱말들을 듣고 각 낱말의 첫음절 또는 끝음절을 제거한 나머지 음절들을 산출해내는 과제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2~3음절의 낱말을 듣고, 청각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장치인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에 잠시 저장한 후, 검사자의 지시에 따라 가장 첫 음절이나 가장 마지막 음절을 탈락시키는 과정을 거쳐 나머지 음절들만을 구어로 산출해내야 한다. 다시 말해, 낱말을 청각적으로 저장하고 조작하는 과정이 동시에 수행되는 과제인데, 이는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와 같이 음운루프에서 수행되는 작업기억의 처리 과정과 일치한다. 따라서 두 과제 간 정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난 것은 합리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한편 수용어휘력과는 음절변별 과제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음절변별 과제는 3개의 낱말 목록을 듣고, 첫소리 혹은 끝소리가 다른 낱말을 찾아 구어로 답하는 과제로서, 음절탈락 과제에 비해 장기기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음절탈락 과제는 하나의 낱말만을 자극으로 제시하므로 낱말들을 음절 단위로 분절시켜서 기억했다가 일종의 비단어 형태로 산출하는 과제라면, 음절변별 과제는 3개의 낱말을 모두 음운루프에 저장했다가 첫음절이나 끝음절이 다른 목표어휘 하나를 골라 해당 낱말을 산출해야 하는 과제이다. 따라서 자극물인 낱말들이 연구대상 아동들의 어휘집에 저장되어 있고, 또 그 세 개 낱말 목록의 음운표상(phonological representation)들이 완전하고 안정적일수록 과제의 수행이 용이해진다. 수용어휘력 검사는 주어지는 청각적 자극물을 듣고 음운정보로 부호화한 후 네 개의 그림들을 해독하여 어휘집이라는 장기기억의 정보를 끌어와 자극물과 일치하는 그림을 고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아동의 어휘집이 크고, 개별 어휘들의 음운표상과 의미표상이 완전하고 안정적일수록 과제의 수행력이 높아진다. 음절변별 과제와 수용어휘력 검사는 모두 동시에 제시된 복수의 낱말들에 대한 처리를 요하는 검사로서, 피험자의 어휘집의 크기와 목표 어휘들의 음운표상의 질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두 과제가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아동 집단과 달리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경우 음절수세기 과제만이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를 제외한 다른 과제들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기술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평균점수가 10점 만점인 음절탈락과 음절변별 과제의 평균점수가 모두 5점미만으로서 우연수준(chance level) 미만의 수행력을 보여, 이 두 과제에 대한 정오반응 여부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경우 한국어 말소리를 해석하기 위한 기초적인 음운인식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절수세기 과제와 다른 과제들과의 상관관계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만이 그렇지 않았다. 모든 과제들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의 차이점은, 다른 과제들은 자극물들이 모두 실제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비단어 따라말하기는 무의미음절의 연속체로서 한국어 단어와의 유사성이 없는 낱말 형태의 자극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언어발달지연 아동들의 경우 음절수세기, 숫자 거꾸로 회상하기, 수용 및 표현어휘력, 문법성판단 과제를 수행할 때 장기기억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 외 나머지 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음운처리능력 외에 아동의 어휘집, 구문능력이나 형태소 지식 등의 장기기억이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언어발달지연 아동들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때 음운처리능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집단별로 언어능력을 예측하는 음운인식 과제를 검토했을 때에도 두 집단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였다. 일반아동 집단은 음절변별 과제의 수행력이 수용어휘력 수행력 분산의 약 32.1%(수정결정계수는 약 27.8%), 문법성판단 과제 수행력 분산의 약 26.3%(수정결정계수는 약 21.7%)를 유의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음절변별 과제의 특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음절변별 과제는 음절탈락 과제에 비교했을 때 장기기억이 활용될 여지가 높은 과제이며, 따라서 음절변별 과제의 수행력이 다른 두 언어능력 과제를 예측한 것은 합리적이다. 특징적인 것은, 표현어휘력의 경우 유의한 예측변수가 나타나지 않은 점인데, 이는 표현어휘력 검사와 수용어휘력 검사의 차이점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표현어휘력 검사는 제시되는 그림을 보고 그림의 이름을 정확하게 명명해야 하는 검사이며, 수용어휘력 검사는 네 개의 보기들 가운데에서 검사자가 구어로 제시하는 낱말을 연결시켜야 하는 검사이다. 따라서 수용어휘력 검사를 수행할 때 아동들은 검사자가 제시한 구어 자극물에 대한 수용어휘가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더라도, 나머지 낱말들이 어휘집에 있다면 상호배타성 가정을 통해 목표 그림을 골라내 정반응 할 수 있다. 이는 청각적으로 제시된 목표어휘와 시각적으로 제시된 그림들 중 배타적으로 제거하고 남은 하나의 그림을 임의적으로 연결한 것이며, 따라서 수용어휘력 검사는 표현어휘력 검사에 비해 단어의 임의성에 대한 인식이 활용될 여지가 높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단어의 임의성 대한 인식은 의미론 영역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으로서, 참조물(Referent)과 거기에 붙여진 단어, 즉 음운론적 지시어 간의 임의적인 관계를 인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Bowey & Tunmer, 1984). 그러므로 일반아동 집단에서 음운론 영역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인 음운인식 과제가 수용어휘력과 문법성판단 과제 수행력을 예측한 본 연구의 결과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상위언어인식 능력 발달에서 음운론 영역의 중요성을 확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반아동 집단과는 달리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음절수세기 과제의 수행력이 수용어휘력의 약 40.9%(수정결정계수는 약 36.3%), 표현어휘력의 약 42.4%(수정결정계수는 약 38.0%), 문법성판단 과제 수행력의 약 41.7%(수정결정계수는 약 37.2%)를 유의하게 설명하였다. 다른 두 음운인식 과제가 예측변수로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술통계 결과로 판단할 수 있는 이 집단의 음운인식 능력 미발달을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 말소리를 음절 단위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일반아동 집단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발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제가 수용 및 표현어휘력, 문법성판단 과제의 수행력을 유의하게 예측한 점에서 이 집단의 해당 음운인식 능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에서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음절수세기 능력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나 이 능력은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음절수세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은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임상군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관관계 분석에서 나타난 것와 같이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과제 수행 시 아동들이 갖고 있는 음운인식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기보다는 장기기억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기억을 확장시켜주는 중재로써 이 아동들이 가진 강점을 공고하게 해줌과 동시에, 상위언어인식 능력을 자극하는 중재를 통해 아동들의 잠재력을 촉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음운론 영역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인 음운인식 능력과 다른 언어능력 간의 관계를 일반아동과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별로 비교 검토하였다. 두 집단은 음운인식 능력과 그 능력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으며, 따라서 임상 현장이나 유아교육 현장에서 이들 아동들을 중재 및 교육할 때 각 집단의 특징을 정확히 인식하고 음운인식 능력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일반아동 18명, 언어발달지연 아동 15명을 대상으로 한 바, 연구의 일반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표본의 크기를 확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후속연구에서는 조작해야 하는 음운인식의 단위 및 위치 등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음운인식 능력을 보다 상세하게 검토하고, 의미론, 구문 및 형태론, 화용론 영역에서의 상위언어인식 능력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학령전기 아동들의 상위언어능력을 면밀히 살핌으로써 임상 및 교육 현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