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언어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지닌다. 이 두 특성은 음운, 의미, 통사 등 언어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본 연구는 제 2언어(L2)의 억양습득 과정에서 나타나는 언어 특수적 현상인 모국어 간섭현상과 언어 보편적 현상인 음역(pitch range) 축소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L2의 억양습득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모국어 억양체계의 전이 또는 간섭으로 간주되었다. 각 언어는 고유한 억양체계를 가지며 각 언어의 억양체계가 지니는 음운론적·음성학적 속성은 L2 억양 습득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L2 학습자의 모국어와 목표어 억양체계의 차이에 중점을 둔 대조분석을 통해 L2 억양의 오류를 설명하였다(Bartkova et al., 2012; Busà, 2010; Grahanm & Post, 2018; Hosseini, 2013; Jun & Oh, 2000; Mennen, 2004, 2007; Ueyama, 1997).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들은 L2 억양에서 발견되는 오류가 L2 학습자들의 다양한 모국어 배경에 상관없이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Andreeva et al., 2014; Mennen et al., 2014; Ullakonoja, 2007; Zimmerer et al., 2014). 특히 음역 축소 현상은 L2 억양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으로 지적되었다. 즉 L2 억양은 학습자들의 모국어인 L1 억양이나 목표어 억양보다 축소된 음역과 음높이 변화(pitch variation)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L2 억양의 음역 축소현상은 학습자 모국어의 유형론적·언어학적 속성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L2 억양에서 관찰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배우는 L2 화자들의 영어 발화문은 그들의 모국어에 상관없이 축소된 음역으로 실현되며(Mennen et al., 2014), 핀란드인 학습자가 발화한 러시아어(Ullakonoja, 2007)나 L2 프랑스어와 L2 독일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는 것이다(Zimmerer et al., 2014).
이는 L2 학습자들이 자신들의 모국어 음역이나 목표어 음역과는 다른 음역으로 L2 억양을 산출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L2 억양의 음역 축소현상은 모국어 억양의 영향으로 유발되는 모국어의 간섭과는 다른 성질로 L2 억양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언어 보편적 현상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Mennen et al.(2014)에서 지적된 것처럼 L2 억양체계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언어 보편적 억양패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Zimmerer et al.(2014)은 L2 억양의 음역 축소현상은 목표어 발화에 대한 L2 학습자의 확신 또는 자신감 부족으로 유발되며 이러한 태도는 분절음이나 단어 발음에 더 집중하게 함으로써 목표어 화자와 유사한 음역 실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L2 억양의 축소된 음역은 의미의 정확성이나 발화의 자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외국인 악센트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Andreeva et al., 2014).
그런데 L2 억양의 음역 축소현상과 모국어 간섭현상은 L2 억양 습득과정에서 서로 배타적 또는 상충관계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비성조언어에 비해 확대된 음역을 보이는 성조언어(Yuan & Liberman, 2014)를 모국어로 둔 학습자가 비성조언어를 목표어로 학습할 때 모국어 간섭에 의해 목표어의 음역 확대가 나타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보편적 현상인 음역 축소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두 요인이 어떤 양상으로 서로 작용하여 L2 억양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즉 이 두 요인이 L2 억양 습득과정의 어떤 단계에서 어떤 순서(순차적 또는 동시적)와 양상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만약 이 두 층위의 간섭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L2 억양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오류가 모국어 간섭으로만 귀속되어 L2 억양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그에 상응하는 교수-학습 방법도 강구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행연구에서는 모국어 간섭현상과 음역 축소현상이 독립적으로 분석되었기에 두 현상의 상호작용 양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모국어 간섭현상과 음역 축소현상의 충돌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성조언어 중 하나인 중국어 모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두 요인의 상호작용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즉 한국어를 학습하는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억양 습득과정에서 언어 특수적 간섭과 언어 보편적 간섭현상이 어떤 순서와 양상으로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하고 이를 통해 L2 억양의 본질 탐색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한국어와 중국어 억양체계
한국어와 중국어는 운율 유형론적으로 상이한 언어군에 속한다. 한국어 표준어의 근간이 되는 서울말은 성조가 단어의 의미 변별에 관여하지 않는 비성조언어인 반면 중국어는 각 음절이 고유한 성조를 지니며 성조는 단어의 의미 변별에 직접 관여하는 음운론적 기능을 하는 성조 언어이다. 따라서 한국어와 중국어는 음높이 곡선의 언어학적 사용과 해석이 다르다.
한국어의 문장 억양은 하나 이상의 음절이 모여 형성되는 강세구의 피치패턴과 하나 이상의 강세구가 모여 형성되는 억양구의 경계성조에 의해 이루어진다(Jun, 2000). 반면 중국어는 각 음절이 그 형태와 높이가 다른 네 개의 성조로 구별되며, 성조는 구절이나 문장 층위의 음높이와 관련된 억양과 공존하면서 상호 영향을 준다고 한다(Jung, 2014). 이처럼 중국어의 문장 억양은 음절이 지니는 고유한 성조와 문장 억양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데 성조 본래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문장 억양 실현이 가능하며 각 성조는 실제 연결과정에서 음운론적 음높이의 변화(tone sandhi)를 겪기도 한다(Lee & Sohn, 2010). 상기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성조언어는 비성조언어보다 확대된 피치대역으로 실현된다고 한다(Yuan & Liberman, 2014).
따라서 모국어 간섭현상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은 모국어의 영향으로 한국어화자보다 확대된 음역을 사용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양상은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음운론적·음성학적 억양오류에서 부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한다(Kim & Baek, 2016; Park, 2009; Park, 2012). 그러나 상기한 바와 같이 L2 억양에서의 음역 축소현상은 학습자의 모국어와 상관없이 언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이 두 요인이 어떤 양상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3.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분석자료는 네 개의 짧은 담화이다. 선행연구(Zimmerer et al., 2014)에 의하면 모국어 유형이나 목표어 숙달도 외 발화문의 유형 또한 음역에 영향을 미치며 문장 낭독보다 이야기 낭독에서 음역의 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따라서 담화에서 음역의 변화양상을 더 효율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자료로 사용된 네 개의 짧은 담화는 5문장으로 된 2개의 담화와 7문장으로 된 2개의 담화이다. 담화의 난이도는 초·중·고급 수준으로, 난이도는 자료의 출처(초급 또는 중급 자료집)와 담화 전체 내용의 이해 용이도와 관련이 있다. 1개의 초급 담화는 연구에 참여하는 모든 중국인 학습자가, 2개의 중급 담화는 중급수준 이상의 학습자가, 그리고 1개의 고급 담화는 고급 이상의 학습자가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자료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분석자료의 난이도 차이를 통해 의미인지 여부와 음높이 변화와의 관련성도 살펴보고자 한다. Zimmerer et al.(2014)에 의하면 L2 억양의 음역 축소현상은 목표어 발화에 대한 L2 학습자의 확신 또는 자신감 부족으로 유발된다고 한다. 이는 문장의 의미 인지 여부가 L2 발화의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장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은 문장을 이루는 연속된 단어들의 의미 관계나 단어들의 연결로 구축되는 상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내므로 이 경우 개별 단어의 발화에 집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장이나 담화의 의미 인지 여부와 음역과의 관련성이 발견된다면 음역 축소현상은 상당 부분 의미 파악 여부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분석자료는 부록에 제시되었다.
분석자료①은 5문장으로 된 초급 수준 담화로 한국어능력시험 초급 읽기 문제를 발음하기 쉽도록 어려운 받침 단어를 일부 교체하여 구성하였다. 5문장과 7문장으로 된 2개의 중급 담화 ②와 ③은 한국어능력시험 중급 연습 문제집의 읽기 문제와 중급 한국어 교재의 읽기 자료를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구성하였고 7문장으로 된 고급 자료 ④는 인터넷 자료를 편집한 것이다. 이 중 고급 자료는 개별 단어의 의미를 아는 것만으로는 문장과 담화 전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초·중급 자료와 구별된다. 4개의 담화는 모두 단문과 복문이 섞여 있다.
한국어로 된 4개의 분석자료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역 비교를 위해 어순과 통사구조, 문장 수와 길이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중국어로 번역하였다. 그 결과 4개의 담화를 구성하는 총 문장 수는 한국어 24문장, 중국어 24문장으로 동일하다.
본 연구의 발화실험에는 한국어 화자 7명과 초·중·고급 수준의 한국어 숙달도를 가진 중국인 한국어학습자 각 10명 총 37명이 참여하였다. 7명의 한국어 화자(남 4명, 여 3명)는 대조군 집단으로 경기 및 서울지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표준한국어 구사자들이다. 이들 중 3명은 경상지역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경기지역으로 이주하였는데 2명은 5살 이전에, 1명은 10살 경에 경기지역으로 이주하였다. 이들 3명은 사전 인터뷰 과정에서 출생지와 성장지를 조사하기 전까지 지방 출신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경기지역 화자들과 동일한 표준발음과 억양을 구사하였다. 따라서 7명의 한국화자들은 억양이나 발음에서 개인적 특이성을 보이지 않고 한국어 표준어 분절음과 억양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화자들로 특정 지을 수 있다. 한국인화자는 모두 대학생이며 평균 연령은 만 21.3세이다.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은 표준 중국어인 보통어를 사용하고 한국어를 읽고 말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화자들로 선정하였다. 10명(남 5명, 여 5명)의 초급화자는 한국어능력시험 1−2급 합격자나 그에 준하는 한국어 실력을 가진 학습자로 한국어 학습 기간 6개월 이상 1.6년 미만으로 한정하였다. 이들 중 7명은 한국 체류 경험이 없이 중국대학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학생들이며 나머지 3명은 한국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중급화자 10명(남 5명, 여 5명)은 한국어능력시험 3−4급 합격자나 그에 준하는 한국어실력을 가진 화자들로 한국어 학습기간 1.6년 이상 2.6년 미만의 학습자들이다. 마지막으로 고급화자 10명(남 5명, 여 5명)은 한국어능력시험 5−6급에 합격하였거나 그에 준하는 한국어실력을 지니며 한국어학습기간 2.6년 이상의 학습자들이다. 중·고급 학습자들도 한국의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거나 한국어를 교양으로 학습한 학생들이다. 초급 학습자들의 평균 연령은 22.2세이고 중급과 고급 학습자들은 각각 22.4세, 25세이다.
녹음은 한국과 중국에서 실시되었다. 한국인화자 7명과 초급 중국인 학습자 3명, 그리고 중·고급 중국인 학습자 20명의 녹음은 연구자에 의해 한국에서 실시되었고 초급화자 중 7명의 녹음은 중국 현지에서 연구보조원에 의해 진행되었다. 한국어 모국어 화자 7명은 한국어 자료 녹음에만 참여하였고, 중국인 학습자 30명은 한국어 자료와 중국어 자료 녹음에 참여하였다. 한국에서의 녹음은 Sony사의 PCM M10과 내장마이크를, 중국에서는 Sony사의 PCM A10 녹음기 및 내장 마이크를 사용하였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녹음은 동일한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녹음은 모두 조용한 방에서 실시하였고 44,100 kHz, 16 bit 모드로 녹음되었다. 녹음 전 연구 목적을 설명하고 연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였다. 중국인학습자들의 녹음은 한국어, 중국어 순으로 하였으며 한국어 녹음이 완전히 완료된 후 중국어 자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한국어 자료 제공 시 문장의 의미나 억양, 발음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37명의 피험자들은 각 단락을 보통 속도로 5회를 기본으로 반복 발화하였고 발화가 잘못된 경우 5회를 초과하여 발화하였다.
피험자들의 발화문 중 담화 중간에 문장을 수정 발화하지 않은 자료를 우선적으로 선별하였고 그 중 각 담화별로 가장 자연스럽고 억양 곡선이 잘 드러나는 1회분의 자료를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한국어 분석자료는 총 888문장으로 이는 37명의 화자가 4개의 담화 총 24문장을 발화한 것이며, 중국어 분석자료는 총 720문장으로 이는 30명의 중국인 화자가 4개의 담화 24문장을 발화한 수이다. 따라서 총 분석 문장은 1,608 문장이다.
본 연구는 언어 보편적 현상인 음역 축소현상과 모국어 간섭 현상의 상호 작용을 분석하고자 다음과 같은 가설에서 출발하였다. 우선 ①음역 축소가 모국어 간섭 전에 일어난다면 초급 학습자들의 음역이 가장 좁게 나타날 것이다. ② 음역 축소가 모국어 간섭 후에 나타난다면 초급의 음역이 가장 확대되어 나타날 것이다. ③ 고급 단계는 음역 축소와 모국어간섭이 완화되어 목표어 음역에 가장 근접할 것이다. ④ 상기한 ①−③의 가설을 바탕으로 한다면 중급은 음역 축소나 모국어간섭 중 하나가 가장 활발히 나타날 수 있다. ⑤ 만약 ①과 ②의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두 요인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언어 간 분석’, ‘집단 간 분석’, 집단 내 분석’을 실시하였다. 언어 간 분석은 L1으로서의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역을 조사하는 것으로 두 언어의 음역 차이를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억양습득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국어인 중국어 음역의 잠재적 영향의 범위를 파악하고자 한다. ‘집단 간 분석’은 한국어 발화문에서 나타나는 한국어 모국어집단과 초·중·고급 중국인 한국어학습자 간 음역의 차이를 관찰하는 것으로 한국어 숙달도와 관련된 음역 변화의 관찰을 목적으로 한다. ‘집단 내 분석’은 중국인 학습자들이 발화한 중국어(L1)와 한국어(L2) 간 음역을 비교·분석하여 피치 축소와 모국어 간섭이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세 유형의 분석은 두 요인이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억양습득 과정의 어떤 단계에서 어떤 순서로 나타나는지 파악하게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음역 변화와 담화의 의미 인지 여부와의 관련성도 살펴볼 것이다.
음성학적 분석은 음성분석 프로그램 Praat을 사용하여 Pitch span(음역 변동범위)과 Pitch level(발화문의 평균 음높이), Pitch dynamic quotient(PDQ) 그리고 왜도(skewness)와 첨도(kurtosis) 값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Pitch span과 Pitch level은 Ladd(1996)에 의해 소개된 이후 언어 간 또는 언어 내 음역의 변화와 차이 분석에 사용되고 있다. Pitch span은 음높이 곡선의 변동 폭을 나타내는 것으로 발화문의 F0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로 측정된다. Pitch level은 음높이 곡선의 전반적 높이를 나타내며 각 문장의 평균 F0 값과 화자의 최저 F0 값과의 차이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본 연구에서 Pitch span은 단락 내 각 문장의 F0 최댓값과 해당 단락 최솟값과의 차이를, Pitch level은 단락 내 각 문장의 평균 F0 값과 해당 단락 최솟값과의 차이를 측정한 후 이 값(Hz)을 1/4 tone(Qt)으로 정량화하여 산출하였다. Pitch span과 Pitch level은 언어 간 음역의 차이를 잘 드러내는데 게르만어족은 슬라브어족보다 좁은 span과 낮은 level로 특징지어진다고 한다(Andreeva et al., 2014).
PDQ는 Zimmerer et al.(2014)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각 문장의 F0 값을 일정 간격(Zimmerer et al., 2014는 매 10 ms)으로 측정하여 평균을 구한 후 그 표준편차를 평균값으로 나누어 구한다. PDQ로 각 문장의 음높이 곡선의 변화량을 살필 수 있으며 그 값이 낮을수록 음높이 변화가 작다고 한다. 왜도와 첨도는 분석 자료의 정규 분포성을 진단하는 수치로 왜도 값을 통해 자료의 분포가 좌우대칭인 정규분포에 비해 오른쪽 또는 왼쪽 중 어느 쪽에 편중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분포가 왼쪽에 편중된 경우 왜도 값은 양의 값을 가지며, 오른쪽에 편중된 경우 음의 값을 가진다. 첨도는 분포의 정점이 정규분포에 비해 얼마나 뾰족한지 또는 완만한지를 나타낸다. 왜도와 첨도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정규분포에 가깝다. 이 수치를 통해 언어 간 또는 집단 간 음역의 분포 양상을 비교할 수 있다.
따라서 Pitch span과 Pitch level을 통해 단락 내 음역의 변동 폭을 분석하고, PDQ를 통해 각 문장의 음역 변동범위를 측정하며, 왜도와 첨도 값을 통해 음높이 값의 분포 범위를 측정하여 언어 간·집단 간 음역의 변동양상을 비교하고자 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t-test와 ANOVA를 통해 통계적 유의미성을 살펴볼 것이다.
4. 결과
Pitch span과 Pitch level을 통해 우선 한국화자가 발화한 한국어와 중국화자가 발화한 중국어의 언어 간 음역을 비교하였다. 결과는 그림 1과 그림 2에 제시되었다. 그림 1은 한국어와 중국어의 Pitch span 값의 평균과 분포를, 그림 2는 Pitch level 값의 평균과 분포를 나타낸다.
그림 1과 2를 통해 우선 한국어는 중국어보다 축소된 Pitch span과 낮은 Pitch level로 실현됨을 알 수 있다. Pitch span의 경우 한국어는 9.90Qt−30.75Qt의 분포를 보이며 평균값은 21.38Qt이다. 반면 중국어는 9.38Qt−39.10Qt에 걸쳐 분포하며 평균 Pitch span은 24.40Qt이다.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9Qt 이상 확대된 음역을 보이며 평균 3Qt 높은 대역에서 산출된다. Pitch level의 경우 한국어는 6.31Qt−19.87Qt의 분포를 보이며 평균은 12.10Qt이다. 중국어는 4.44Qt−26.33Qt에 걸쳐 분포하며 평균은 13.98(3.82)Qt이다. 이는 중국어 문장의 평균 음높이가 한국어보다 약 1.8배 확대된 음역대에 걸쳐 실현됨을 의미하며 문장의 평균 음높이 또한 1.8Qt 높다. 따라서 Pitch span과 Pitch level 값을 통해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넓은 음역대에 걸쳐 산출되며 단락 내 각 문장도 한국어보다 높은 음역대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자료만을 근거로 정의한다면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높은 Pitch span과 Pitch level로 특징지어진다고 할 수 있다.
두 언어에서 나타나는 Pitch span과 Pitch level 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했다. 결과는 표 1에 제시되었다. t-검정 결과 두 집단은 Pitch span(t=−7.605, df=278.590, p<.000)과 Pitch level(t=−7.192, df=324.925, p<.000)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N | Mean(SD) | t-value | p-value | ||
---|---|---|---|---|---|
Pitch span | KS | 168 | 21.38 (4.51) | −7.605 | .000 |
CS | 720 | 24.40 (5.16) | |||
Pitch level | KS | 168 | 12.10 (2.83) | −7.192 | .000 |
CS | 720 | 13.98 (3.82) |
Pitch span과 Pitch level에서 나타난 한국어와 중국어의 특징을 바탕으로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음역 축소와 모국어 간섭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 한국화자와 초·중·고급 중국화자를 대상으로 집단 간 분석을 실시했다. 집단 간 분석은 한국화자와 초·중·고급 학습자가 발화한 한국어 문장의 Pitch span과 Pitch level 값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결과는 그림 3과 4에 제시되었다. 그림 3과 4에서 KS는 한국인 화자를 나타내며, CS1, CS2, CS3는 각각 초·중·고급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를 나타낸다. 그리고 마지막 CS는 중국인화자들이 발화한 중국어 문장의 Pitch span(그림 3)과 Pitch level(그림 4)로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과 모국어 발화문을 비교하고자 제시하였다.
우선 그림 3의 Pitch span 값을 살펴보면 한국어 문장에서 나타난 CS1과 CS2, CS3의 평균 Pitch span은 각각 17.25Qt, 18.38Qt, 21.62Qt으로 숙달도가 낮은 CS1과 CS2는 축소된 Pitch span을 보인다. CS1과 CS2의 평균 Pitch span은 한국어의 평균 Pitch span인 21.38Qt이나 중국어의 평균인 24.40Qt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CS3은 한국화자의 평균 Pitch span보다 미세하게 높으나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한국어의 평균 Pitch span에 훨씬 근접해 있다. Pitch span의 분포양상은 CS1의 경우 9.98Qt−26.63Qt, CS2는 8.82Qt−33.76Qt, CS3은 13.79−31.99Qt으로 CS2에서 가장 확대된 분포를 보인다. CS2의 Pitch span 분포는 한국어(9.90Qt−30.75Qt)와 모국어인 중국어(9.38Qt−39.10Qt)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림 4의 Pitch level 값을 살펴보면 CS1은 평균 10.64Qt, CS2는 10.91Qt, CS3은 12.33Qt이다. CS1의 평균값은 가장 낮으며 이는 한국어나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2Qt 이상 낮은 값이다. CS2 역시 CS1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CS3의 경우, 평균값이 KS의 12.10Qt보다 미세하게 높으나 모국어인 중국어의 13.98Q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며 KS에 근접해 있다. Pitch level의 분포는 CS1이 5.42Qt−19.08Qt, CS2는 4.32Qt−23.39Qt, CS3은 6.12−20.22Qt이다. Pitch level의 분포에서는 CS1, CS2, CS3 모두 KS보다 다소 확대된 양상을 보이는데 그 중 CS2의 분포가 가장 넓으며 이는 한국어(6.31Qt−19.87Qt)보다 중국어(4.44Qt−26.33Qt)의 Pitch level 분포에 가깝다.
이상에서 살펴본 Pitch span과 Pitch level값을 보면 초급 중국인학습자에서는 음역 축소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즉 평균 Pitch span과 Pitch level값은 KS나 모국어인 CS보다 낮은 음역대를 보이며 분포 양상에서도 KS와 CS보다 좁은 대역에 집중되어 있다. 단 Pitch level의 분포에서는 KS보다 미세하게 확대되어 나타난다. 중급 역시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평균값이 KS나 CS보다 훨씬 낮은 음역대에 위치함으로써 초급과 마찬가지로 음역 축소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분포에서는 KS의 범위를 벗어난 양상을 보이며 세 그룹 중 모국어인 중국어에 가장 근접한 양상을 보인다. 이는 Pitch span 분포에서 최댓값이 KS보다 높은 음역대에 이르고 있다는 것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 모국어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급학습자는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평균값에서 KS보다 미세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모국어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그 값이 KS에 보다 근접해 있다. 따라서 숙달도가 높은 CS3에서는 음역 축소현상이 약화되어 목표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Pitch span의 분포면에서도 그 변동 범위가 KS와 가장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Pitch span과 Pitch level값으로 본다면 숙달도가 낮을수록 음역 축소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축소현상이 완화되어 목표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국어 간섭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으나 분포 면에서 미약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중급화자에게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그룹 간 평균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살펴보기 위해 일원배치 분산분석을 실시했다. 결과는 표 2에 제시되었다.
일원배치분산분석 결과 그룹 간 Pitch span[F(4, 1603)= 145.217, p<.000]과 Pitch level[F(4, 1603)=64.376, p<.000]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사후분석(Tukey HSD) 결과 Pitch span에서는 KS와 CS3 간, CS1과 CS2 간 그리고 Pitch level에서는 CS1과 CS2, KS와 CS3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KS와 가장 근접한 Pitch span과 Pitch level을 보인 CS3는 통계적으로도 KS와 가장 유사함이 검증되었다.
집단 내 분석은 초·중·고급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모국어인 중국어 발화문(L1)과 목표어인 한국어 발화문(L2)에서 관찰된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비교 분석을 목표로 한다. 결과는 그림 5(Pitch span)와 6(Pitch level)에 제시되었다.
우선 그림 5의 Pitch span을 살펴보면, 모든 그룹에서 한국어 발화문은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축소되어 실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축소 범위는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듦도 알 수 있다. CS1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Pitch span은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약 8Qt 축소되었고 CS2는 4Qt , CS3는 3.5Qt 축소되었다.
그림 6의 Pitch level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세 그룹 모두 한국어 발화문이 모국어보다 낮은 Pitch level을 보인다. 그러나 숙달도가 높을수록 모국어와의 차이가 완화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CS1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Pitch level은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약 4Qt이 축소되었고 CS2는 2.1Qt, CS3는 1.9Qt 축소되어 실현되었다. 따라서 L2 학습자들은 목표어 발화에서 모국어와는 다른 축소된 피치 대역을 실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모국어 음역대에 근접해지지만 그 범위가 목표어 화자들의 음역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이다. 따라서 고급 화자들이 발화한 목표어 발화문에서의 피치는 음역 축소현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목표어에 근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L2)와 중국어(L1)의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알아보기 위해 대응표본 t-검정을 실시했다. 결과는 표 3에 제시되었다.
통계분석 결과 Pitch span은 초급(t=−28.543, df=239, p<.000), 중급(t=−8.897, df=239, p<.000), 고급(t=−8.703, df=239, p<.000)의 모든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고, Pitch level 역시 초급(t=−17.059, df=239, p<.000), 중급(t=−5.654, df=239, p<.000), 고급(t=−7.693, df=239, p<.000)의 모든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PDQ는 각 문장 내부에서의 음높이 변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측정되었다. 상기한 바와 같이 PDQ는 Zimmerer et al.(2014)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각 문장의 F0를 일정한 간격으로 측정한 후 그 평균의 표준편차를 평균값으로 나누어 구한다. PDQ는 F0값을 정량화하고 집단 간 차이를 최소화하면서 언어 간 비교를 더 용이하게 한다고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음역 축소현상과 모국어 간섭현상을 언어 간 그리고 그룹 간 비교하기 위하여 각 문장의 PDQ값을 측정하였다. PDQ값을 산출하기 위해 우선 각 문장의 F0 값을 Praat의 ‘pitch listing’ 기능을 사용하여 0.15 ms 간격으로 측정하였고 측정된 값으로부터 각 문장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한 후 표준편차를 평균값으로 나누어 산출하였다. 결과는 그림 7에 언어별 그리고 그룹별로 제시되었다.
결과를 살펴보면 PDQ 값은 중국어(CS)가 0.153으로 가장 높고 KS가 0.143, CS1이 0.101, CS2가 0.100 그리고 CS3가 0.139로 나타났다. 우선 언어 간 차이를 살펴보면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PDQ 값을 가지므로 문장 내 음높이 변동이 한국어보다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모국어의 간섭이 나타난다면 CS1과 CS2, CS3의 발화문의 PDQ는 중국어에 근접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CS1과 CS2는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에서 멀어진 낮은 PDQ 수치를 보이고 있다. 즉 이 두 그룹의 문장 내 음높이는 목표어인 한국어나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단조로운 변화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숙달도가 높은 CS2의 PDQ가 CS1보다 미세하게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Pitch span과 Pitch level에서는 CS2가 CS1보다 넓은 음역대에 걸쳐 실현되나 문장 내부에서의 음높이 변화는 두 그룹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CS3은 이들보다 높은 PDQ 수치를 보인다. 목표어나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낮으나 목표어에 훨씬 근접한 수치이다. 즉 CS3의 문장 내 음역 변동이 KS와 가장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장 층위의 음역 변동에서도 모국어 간섭이 두드러지게 작용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음역 축소현상이 우세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언어 간 그리고 그룹 간 PDQ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원배치 분산분석을 실시했다. 결과는 표 4에 제시되었다.
N | Mean(SD) | F-value | p-value | 사후분석 | |
---|---|---|---|---|---|
KS | 168 | .143 (.035) | 79.340 | .000 | CS-CS3 · KS-CS1 · CS2* |
CS1 | 240 | .101 (.021) | |||
CS2 | 240 | .100 (.032) | |||
CS3 | 240 | .139 (.038) | |||
CS | 720 | .153 (.067) |
통계분석 결과 PDQ는 언어 간 그리고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F(4, 1603)=79.340, p<.000]. 그러나 사후분석 결과 CS1·CS2, KS·CS3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PDQ 수치에서도 CS3는 통계적으로 KS와 가장 유사함이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언어 간 그리고 집단 간 음높이 분포 양상을 비교하기 위해 왜도와 첨도 값을 측정하였다. 상기한 바와 같이 이 두 변수는 분석자료의 정규성과 언어 간 또는 집단 간 음높이 자료의 분포 양상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왜도와 첨도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화자의 전체적인 음역대의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Pitch span 값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보다 세부적인 음높이 분포 양상을 살피고자 각 문장의 F0 값을 0.15 ms마다 측정하여 단락 최솟값과의 차이를 구한 후 1/4 tone으로 변환한 Pitch span 값을 사용하였다. 결과는 표 5에 제시되었다.
KS | CS1 | CS2 | CS3 | CS | ||
---|---|---|---|---|---|---|
Pitch span | 왜도 | .465 | .162 | .462 | .505 | .364 |
첨도 | −.131 | −.544 | −.251 | −.204 | −.343 |
표 5의 결과를 살펴보면 모든 자료는 왜도와 첨도 값이 기본 값인 0에 가까우므로 정규분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S의 왜도값은 0.465로 중국어의 0.364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KS의 Pitch span 값의 자료가 CS에 비해 상대적으로 왼쪽, 즉 낮은 값에 집중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모국어 첨도값보다 커진 CS2와 CS3의 데이터가 KS와 유사하며 CS1은 CS와 KS에서 멀어져 정규분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첨도 값의 경우 모든 그룹에서 음의 값을 가지므로 정규분포보다는 데이터가 중심에 덜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절대값이 가장 작은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상대적으로 중앙 집중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학습자들의 경우, CS3의 첨도 값이 KS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절대값이 가장 큰 CS1의 값은 KS와 CS로부터 가장 멀어져 데이터의 중앙 집중도가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왜도와 첨도 값을 통해 한국어와 중국어의 자료분포에 상대적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숙달도가 높은 CS3의 자료는 CS보다는 KS에 근접한 분포를 보이며 숙달도가 낮은 CS1은 KS와 CS 모두와 다른 분포를 보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료의 분포 면에서 특별한 모국어 간섭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선행연구(Zimmerer et al., 2014)에서는 문장의 의미 인지 여부가 음역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화자가 발화문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 분절음이나 단어 발음에 더 집중하게 되기에 목표어 화자와 유사한 음역 실현을 방해하는 축소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담화의 전체 의미를 알고 있는 경우 개별 단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므로 전체적인 음역 사용이 훨씬 자유로울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본 연구의 분석자료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Text①의 음역 변화가 가장 활발히 나타날 것이며 그보다 난이도가 높은 Text에서는 음역 변동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의미 인지 여부와 음역 간 상관성이 나타난다면 음역 축소현상은 이 상관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의 의미 인지 여부, 즉 난이도와 음역 변동 간의 관계는 Pitch span과 PDQ 값을 통해 살펴보았다. 결과는 그림 8과 9에 제시되었다.
우선 그림 8에서 각 집단별로 Text①−④의 평균 Pitch span 값을 살펴보면 CS1은 16.32Qt, 17.45Qt, 18.68Qt, 16.71Qt이며, CS2는 17.67Qt, 18.87Qt, 18.92Qt, 18.01Qt, 그리고 CS3은 19.01Qt, 22.06Qt, 23.05Qt, 22.01Qt으로 나타났다. 난이도 증가에 따른 특별한 음역 축소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림 9의 PDQ 값도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CS1은 각 text 별로 0.0957, 0.1064, 0.1048, 0.0984이며 CS2는 0.0858, 0.1022, 0.1053, 0.1048, 그리고 CS3은 0.1150 0.1484, 0.1491, 0.1403의 분포를 보인다. 따라서 PDQ 값에서도 텍스트의 난이도와 음높이 변동 간 상관성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난이도가 높아 학습자들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 담화의 음높이가 확대되어 실현되고 있다. 이는 담화의 이해도 또는 난이도가 음역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나는 텍스트 간 음역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구성 요소들 즉 어휘의 성질(고유어 단어와 한자어 단어)과 분절음 특징, 문장의 통사구조와 초점구조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각 텍스트별 Pitch span 값과 PDQ 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살펴보고자 일원배치 분산분석을 실시했다. 결과는 표 6에 제시되었다.
Pitch span의 경우, 중급[F(3, 236)= .919, p=.432]을 제외한 초급[F(3, 236)= 5.550, p<.001]과 고급[F(3, 236)=9.953, p<.000]에서 텍스트에 따른 음높이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PDQ는 초급[F(3, 236)=3,534, p=.016], 중급[F(3, 236) =4.401, p=.005], 고급[F(3, 236)=10.024, p<.000]의 모든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상기한 바와 같이 난이도가 낮은 텍스트의 피치가 확대될 것이라는 가설은 검정 되지 않았다. 따라서 숙달도가 낮은 단계에서 나타난 음역 축소현상이 단지 발화문의 이해 여부에 의해 설명 되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5. 결론
본 연구는 제 2 언어 습득과정에서 나타나는 언어 보편적 간섭현상인 음역 축소현상과 언어 특수적 현상인 모국어 간섭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충돌 또는 상호작용하는지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언어유형론적으로 다르며 이러한 대조언어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두 요인의 상호작용 양상을 조사하고자 언어 간 분석, 집단 간 분석, 집단 내 분석을 실시하였다. 음성분석 변수로는 Pitch span 및 Pitch level, PDQ, 그리고 왜도 및 첨도가 사용되었다. 이 변수들은 각각 음역의 전반적 변동 폭, 각 문장 내 음높이의 변화량, 그리고 분석자료의 분포 양상을 조사하고자 사용되었다. 이와 더불어 텍스트 난이도와 음높이 간 관련성도 분석되었다.
언어 간 분석 결과, 중국어는 한국어에 비해 확대된 음역과 높은 문장 음높이로 생성되었다. 이를 통해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 모국어 간섭이 나타난다면 상대적으로 확대된 음역과 문장 음높이의 상승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집단 간 비교 결과, 숙달도가 낮을수록 음역이 좁아지고 문장의 평균 음높이도 낮아지는 피치 축소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숙달도가 높은 고급 학습자에서는 음역 축소현상이 완화되어 목표어 음높이와 유사하게 실현되었다. 그러나 뚜렷한 모국어 간섭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집단 내 분석 즉 중국인 학습자의 모국어인 중국어와 목표어인 한국어 음높이 비교에서도 관찰되었다. 숙달도가 높을수록 모국어와의 편차가 줄어들었으나 축소 범위가 목표어 화자들의 음역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모국어 간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이러한 양상은 본 연구에서 분석된 Pitch span과 Pitch level, PDQ, 왜도와 첨도 등 모든 변수에서 유사하게 관찰되었다. 단 중급 학습자들의 경우 Pitch span과 Pitch level의 분포에서 최댓값이 목표어 화자들의 음역 범위를 벗어나 모국어인 중국어에 근접한 분포를 보였는데 이는 모국어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L2 억양의 음역축소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숙달도가 낮은 단계에서는 모국어 간섭보다 음역 축소현상이 우세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중급학습자들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단계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음역 축소와 모국어 간섭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중급단계는 음역 축소나 모국어간섭 중 하나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단계가 아니라 두 현상이 공존하는 단계일 수 있다. 그리고 고급 단계에서는 음역 축소현상이 완화되어 목표어에 가장 근접한 음역대를 보여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숙달도가 낮은 단계에서 나타나는 음역 축소현상이 단지 발화문의 이해도나 난이도에 의해 설명 되어질 수 없음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음운론적 층위가 아닌 음성학적 층위에서 실시되었다. 따라서 상기된 결과 또한 음성학적 층위의 특징으로 귀속된다. 음운론적 층위에서의 음높이 특징은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음성학적 층위에서 음역 축소현상이 우세하게 나타난다면 음운론적 층위에서는 모국어 간섭현상이 활발히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음역 축소현상과 모국어 간섭 현상 간 보다 정확한 상호작용을 살피기 위해서는 음운론적 분석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본 연구는 제한된 분석자료와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음성 변수 간 상호작용이 다각적으로 분석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