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영어에서 모음은 강세의 여부, 문장 내에서의 위치, 인접한 자음의 자질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화 길이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영어에서는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 여부가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에 큰 영향을 주는데,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이 더 길게 발화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mat(/mæt/)”와 “mad(/mæd/)”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음소 모음인 /æ/는 후행하는 자음이 무성음인 “mat”에서보다 후행하는 자음이 유성음인 “mad”에서 더 길게 발화된다.
이러한 음성 현상은 많은 선행 연구에서 보고되었다(Kim, 2010; Luce & Charles-Luce, 1985; Oh, 2012; Peterson & Lehiste, 1960; Sohn & Lim, 2019). Luce & Charles-Luce(1985)의 연구에서 어말 폐쇄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별되는 최소대립쌍을 사용하여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모음 발화 길이를 측정한 결과, 무성 폐쇄음 앞 모음보다 유성 폐쇄음 앞 모음이 평균적으로 더 길게 발화되었다. 또한, 단어의 문장 내 위치와 어말 폐쇄음에 인접한 음운 환경에 따라 선행 모음의 길이를 비교했을 때, 모든 조건에서 유무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가장 일관적으로 구별해주는 음성학적 특성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Kim(2010)은 어말 치경 마찰음의 유무성 여부로 구별되는 단어 쌍을 사용하여 후행하는 마찰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를 비교하고 어말 유성 마찰음 /z/에 대해서는 무성음화 정도를 함께 측정하였다. 발화 실험 결과, 영어 원어민 화자들이 어말 유성 마찰음 /z/를 부분적으로 무성음화하여 발화하였음에도, 무성 마찰음 앞 모음보다 유성 마찰음 앞 모음의 길이가 더 길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유성 자음에서 무성음화 현상이 나타나도 어말 자음의 유무성 여부가 선행 모음 발화 길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Sohn & Lim(2019)의 연구는 유무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 차이가 영어의 CVC 구조뿐만 아니라 CVCV 구조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단음절 단어 끝에 1음절을 더하여 2음절 단어를 만들고(e.g. dab–dabber, dap–dapper) 모음의 길이를 비교했을 때도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후행하는 폐쇄음이 무성음일 때보다 유성음일 때 선행 모음을 더 길게 발화하였으며 그 차이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에서도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라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Durvasula & Luo(2012)의 연구에서 힌디어 원어민 화자들을 대상으로 CVCVC 구조의 무의미(nonsense) 단어를 사용하여 두 번째 음절의 모음 길이를 측정한 결과, 어말 무성 폐쇄음에 선행하는 모음보다 어말 유성 폐쇄음에 선행하는 모음이 유의미하게 더 길게 발화되었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한국어를 대상으로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화자들의 선행 모음 발화를 비교했던 연구에서 Chen(1970)은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이 더 길게 발화되는 현상이 4개의 언어 모두에서 나타났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 대비 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비율을 언어별로 보면, 영어는 0.61, 프랑스어는 0.87, 러시아어는 0.82, 한국어는 0.78로 나타났는데, 이는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앞 모음의 길이 차이가 영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Chen(1970)은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이 더 길게 발화되는 현상은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영어는 특히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이 선행 모음의 발화 길이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크게 나타나는 언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폴란드어나 체코어처럼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모음 길이의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 언어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음성 현상은 언어의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개별 언어의 음성 규칙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Keating, 1985).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졌다. Oh(2012)의 연구에서는 어말 폐쇄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별되는 CVC 구조의 최소대립쌍을 문장 틀 안에 넣어서 읽게 하여, 후행 자음의 유무성 여부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성별이나 모음의 고유 길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에서 유무성 폐쇄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모음의 고유 길이는 어말 폐쇄음 앞 모음 길이 차이에 영향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모음의 고유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모음(/ɛ/, /ʌ/, /ɪ/)보다 긴 모음(/i/, /ᴂ/, /eɪ/, /ɑ/)에서 후행하는 폐쇄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Cho(2016)의 연구는 미국 영어, 영국 영어, 뉴질랜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을 대상으로 발화 실험을 진행하여,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영어의 방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발화 실험 결과, 모든 화자가 어말 자음이 유성음일 때보다 무성음일 때 선행 모음을 더 짧게 발화하였으나,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 대비 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비율은 미국 영어 화자들(0.70)이나 영국 영어 화자들(0.76)보다 뉴질랜드 영어 화자들(0.59)에게서 유의미하게 더 작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한 언어 내에서도 방언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 원어민 화자와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을 대상으로 후행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라 선행 모음 발화 길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그중에서도 기능적인 관점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기능적인 관점은 선행 모음 발화 길이의 차이를 통한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 구별과 관련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mat”와 “mad”는 최소대립쌍을 이루고 있으며 어말 폐쇄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분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폐쇄음이 어말 위치에 올 때, 파열 없이 발음될 수 있다. 또한, 유성 폐쇄음의 경우 어말 위치에서 폐쇄구간 동안 성대의 진동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유성 폐쇄음이 어말 위치에서 성대 진동이 거의 없이 발음되어 (부분적으로) 무성음화[(partial) devoic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말 유성 폐쇄음이 파열 없이 (부분적으로) 무성음화되어 발음되면 어말 무성 폐쇄음과 잘 구별되지 않는데, 이러한 현상을 중화 현상(neutralization)이라고 한다. 기능적인 관점은 중화 현상으로 인해 어말 자음의 성대 진동 여부로는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어려워져 다른 음향적 단서에 의존해야 할 때, 선행 모음의 길이를 다르게 발화하여 최소대립쌍을 이루는 두 단어를 구별한다고 본다(Ladefoged & Johnson, 2011). 즉, 유성 폐쇄음 앞 모음을 무성 폐쇄음 앞 모음보다 더 길게 발화하는 것이 어말 폐쇄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주는 음향적 단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적인 설명은 폐쇄음뿐만 아니라 마찰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영어에서 유성 마찰음이 어말 위치에 올 때 마찰구간 동안 성대 진동이 계속 유지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무성음화되어 발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말 위치에서 유성 마찰음과 무성 마찰음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중화 현상이 나타나면, 선행 모음 길이를 다르게 발화하는 것이 어말 마찰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준다.
본 연구는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이 선행 모음 길이에 영향을 주는 현상에 관해 다음의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가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 비교하고자 한다. 기능적 관점과 관련하여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대한 음향적 단서가 폐쇄음과 마찰음 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위해 앞 모음의 길이를 다르게 발화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비율, 즉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과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 간 다르게 나타나는지 비교하였다. 두 번째로는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를 다르게 발화하는 것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준다는 기능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와 함께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도 고려하고자 한다. 기능적 관점에 따르면 어말 유성 자음에서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크게 나타날수록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행 모음의 길이 차이를 더 크게 나타낼 것이다. 즉, 모음의 길이가 유성 자음 앞에서는 더 길어지고, 무성 자음 앞에서는 더 짧아질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고려했기 때문에 기능적 관점에 따르면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유성 자음에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가 더 길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어말 유성 자음을 대상으로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고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비교하여,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길게 나타나는지를 보았다. 세 번째로 본 연구는 기능적 관점을 바탕으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에 따라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는지 보고자 한다. 어말 자음으로 폐쇄음이 올 경우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될 때보다 파열 없이 발화될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Rhee et al., 2003) 기능적 관점에서는 어말 폐쇄음이 파열 없이 발화되었을 때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어말 폐쇄음 단어에서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될 때보다 파열 없이 발화될 때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7명의 영어 원어민 화자가 발화 실험에 참가하였다. 남성 화자는 2명이었고 여성 화자는 5명이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20.1세로 모두 19세 이상의 성인 화자들이었으며 (연령 범위: 19–24세) 미국 영어(American English)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이었다. 참여자들의 한국 거주 기간은 평균 7개월이었다(한국 거주 기간 범위: 3–15개월).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를 측정하기 위한 분석 낱말로는 최소대립쌍을 이루고, 어말 폐쇄음이나 어말 마찰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별되는 CVC 구조의 영어 단음절어 66개를 사용하였다. 어말 폐쇄음 조건에서는 조음 위치별로 순음(/b/−/p/), 치경음(/t/−/d/), 연구개음(/k/−/g/)이 어말 자음을 이루었고, 어말 마찰음 조건에서는 조음 위치별로 순치음(/f/−/v/)과 치경음(/s/−/z/)이 어말 자음을 이루었다. 어말 유무성 자음에 선행하는 모음으로는 /i/, /ɪ/, /æ/, /ɛ/, /eɪ/, /ʌ/, /ɑ/ 7개의 영어 모음을 사용하였다.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가 모음 고유의 길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Oh, 2012) 고모음, 저모음, 이중모음, 긴장모음, 이완모음을 모두 포함하여 분석 낱말을 구성하였으며 조건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모음 고유의 길이와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였다(표 1, 표 2).
모음 | 마찰음 | |||
---|---|---|---|---|
순치음 | 치경음 | |||
무성음 | 유성음 | 무성음 | 유성음 | |
/i/ | sheaf | sheave | cease | seize |
/ɪ/ | diff | div | hiss | his |
/ᴂ/ | half | have | jass | jazz |
/ɛ/ | ref | rev | fess | fez |
/eɪ/ | safe | save | face | phase |
/ʌ/ | duff | dove | bus | buzz |
녹음을 위해 66개의 분석 낱말을 무작위로 섞은 후 실험과 관련 없는 영어 단어 65개를 분석 낱말 사이에 넣어 131개의 단어로 구성된 리스트를 만들었다. 각 낱말은 “Say _____ .”라는 문장 틀 안에 넣어 자연스럽게 발화하게 하였다.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발화를 측정하기 위해 녹음 과정에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에 대한 별도의 지시사항은 없었다.
분석 낱말 녹음을 위해 TASCAM DR-100MK Ⅲ 디지털 녹음기(TASCAM, California, USA)가 사용되었다. 참여자들에게 단어 리스트를 제시하고 두 번의 연습 발화 후 전체 단어 세트를 2번 반복하여 녹음하였다. 녹음된 음성 파일은 WAV 파일로 저장하였고 GoldWave(V.6.57) 프로그램(GoldWave Inc., Newfoundland, Canada)을 사용하여 분석 낱말에 대해 발화 단위로 다시 세그먼트하였다. 7명의 화자가 66개의 분석 낱말을 2번 발화하여 총 924개의 음성 자료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음성 파일 분석에는 Praat(6.1.51) 프로그램이 활용되었다(Boersma & Weenink, 2021). Praat의 파형과 스펙트로그램을 기준으로 각 분석 낱말의 모음 발화 길이(ms),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비율,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를 측정하였다.
분석 낱말에서 모음 발화 길이를 측정할 때, 스펙트로그램에서 모음의 F1과 F2 값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파형에서는 규칙파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점을 모음의 시작 지점으로 하였다.1) 모음의 끝 지점은 모음의 F1, F2 값과 규칙파가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는 어말 자음의 폐쇄구간이 시작하는 지점으로 하였고, 어말 자음이 마찰음일 때는 어말 자음의 불규칙파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하였다. 각 분석 낱말에서 모음의 발화 길이를 측정한 뒤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을 구하기 위해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비율을 측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로 어말 유성 폐쇄음의 폐쇄구간 또는 어말 유성 마찰음의 마찰구간에서 성대 진동이 나타나지 않는 구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하였다(본 연구에서는 어말 유성 자음의 폐쇄구간 또는 마찰구간이 끝날 때까지 성대 진동이 계속 유지되지 않았으면 모두(부분) 무성음화되었다고 보았다.). (부분) 무성음화 정도 계산식은 (1)과 같으며(Kim, 2010) 백분율(%)로 나타냈다.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는 어말 자음이 유성 폐쇄음인 단어와 어말 자음이 유성 마찰음인 단어를 대상으로 측정하였다. 단, 어말 유성 폐쇄음 단어의 경우 어말 폐쇄음이 파열 없이 발화되면 폐쇄구간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된 어휘를 대상으로만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였다. 발화 실험 결과, 어말 자음이 유성 폐쇄음인 어휘 294개 중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된 224개의 어휘를 대상으로 어말 유성 폐쇄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였다.
어말 유성 폐쇄음의 폐쇄구간을 측정할 때 스펙트로그램에서 모음의 F2 값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지점을 시작점으로 하였고, 끝 지점은 어말 폐쇄음의 파열 지점으로 하였다. 어말 유성 마찰음의 마찰구간으로는 스펙트로그램에서 모음의 F2 값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지점부터 어말 마찰음의 마찰이 나타나지 않는 지점까지의 구간을 측정하였다. 성대 진동 구간으로는 어말 유성 자음의 폐쇄구간 또는 마찰구간에서 스펙트로그램 아래쪽에 유성띠(voice bar)가 나타나고 파형에서 약한 규칙파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구간을 측정하였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단어를 대상으로 Praat의 파형과 스펙트로그램에서 파열이 나타나는지 보고 녹음된 음성 파일을 청취하여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를 측정하였다. 녹음 과정에서 파열 유무에 대한 별도의 지시사항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를 확인한 후 최소대립쌍을 이루는 두 개의 단음절어 간 파열 여부가 서로 일치하는 경우만 이후 분석에 포함하였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화자가 최소대립쌍 “beat-bead”에서 “beat”의 어말 폐쇄음은 파열하여 발화하고 “bead”의 어말 폐쇄음은 파열 없이 발화한 경우 이후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각 낱말에 대한 모음 길이,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비율,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 그리고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를 측정한 뒤 통계 분석을 위해 JASP(0.16.0.0)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대응 표본 t 검정을 진행하였다(JASP Team, 2021).
3. 분석 결과
표 3은 영어 원어민 화자의 발화에서 어말 무성음에 선행하는 모음의 평균 발화 길이와 어말 유성음에 선행하는 모음의 평균 발화 길이를 보여준다.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전체적으로 어말 무성음에 선행하는 모음(166.5 ms)보다 어말 유성음에 선행하는 모음(246.8 ms)을 평균적으로 더 길게 발화하였으며, 대응 표본 t 검정 결과 그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t(461)=−34.997, p<.001]. 어말 자음의 조건별로 결과를 보면, 먼저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에서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무성 폐쇄음 앞 모음(158.5 ms)보다 유성 폐쇄음 앞 모음(239.2 ms)을 평균적으로 더 길게 발화하였고,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였다[t(293)=−27.897, p<.001].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에서도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무성 마찰음 앞 모음(180.5 ms)보다 유성 마찰음 앞 모음(260.1 ms)을 평균적으로 더 길게 발화하였으며, 대응 표본 t 검정 결과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t(168)=−21.073, p<.001]. 이러한 결과는 영어 원어민 화자가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을 더 길게 발화한다는 선행 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한다.
조건 | 무성음 앞 | 유성음 앞 | t-value | p-value | ||
---|---|---|---|---|---|---|
Mean | SD | Mean | SD | |||
전체 | 166.5 | 41.7 | 246.8 | 55.1 | −34.997 | <.001 |
어말 폐쇄음 | 158.5 | 35.7 | 239.2 | 53.4 | −27.897 | <.001 |
어말 마찰음 | 180.5 | 47.3 | 260.1 | 55.7 | −21.073 | <.001 |
표 4에서 영어 원어민 화자의 발화에서 무성음 앞 모음의 평균 발화 길이와 유성음 앞 모음의 평균 발화 길이를 모음별로 확인할 수 있다. 모음별 결과를 보면 모음의 고유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모음(/i/, /ᴂ/, /eɪ/, /ɑ/)과 짧은 모음(/ɪ/, /ɛ/, /ʌ/) 모두에서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이 평균적으로 더 길게 발화되었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모두 유의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라 앞 모음의 길이 차이를 다르게 발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5는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과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에서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평균 비율을 보여준다. 평균 비율이 높을수록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어말 폐쇄음 조건과 어말 마찰음 조건을 비교해보면,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에서는 1.55로 나타났고,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에서는 1.50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어 원어민 화자들이 어말 폐쇄음 단어에서는 무성 폐쇄음 앞 모음보다 유성 폐쇄음 앞 모음을 평균적으로 1.55배 더 길게 발화하였고, 어말 마찰음 단어에서는 무성 마찰음 앞 모음보다 유성 마찰음 앞 모음을 평균적으로 1.50배 더 길게 발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어말 자음이 마찰음일 때보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결과이다.
하지만 대응 표본 t 검정 결과, 어말 폐쇄음 조건과 어말 마찰음 조건 간 평균 비율 값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t(167)=1.650, p=.101]. 즉,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에서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1.50)보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1.55)에서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났지만,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본 연구의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면,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따라서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6에서 어말 폐쇄음 조건과 어말 마찰음 조건 간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을 모음별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모음의 고유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모음 3개(/i/, /ᴂ/, /eɪ/)를 보면,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모두 어말 마찰음 조건보다 어말 폐쇄음 조건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모음의 고유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모음을 보면, 모음이 /ɛ/일 때는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어말 마찰음 조건보다 어말 폐쇄음 조건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모음이 /ɪ/와 /ʌ/일 때는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마찰음일 때 평균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응 표본 t 검정 결과, 모든 모음에서 어말 폐쇄음 조건과 어말 마찰음 조건 간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대한 여부는 선행 모음 길이 차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음 | 어말 폐쇄음 조건 | 어말 마찰음 조건 | t-value | p-value |
---|---|---|---|---|
/i/ | 1.64 | 1.61 | 0.086 | .932 |
/ɪ/ | 1.47 | 1.63 | −1.756 | .090 |
/ᴂ/ | 1.53 | 1.42 | 1.757 | .090 |
/ɛ/ | 1.46 | 1.42 | −0.046 | .964 |
/eɪ/ | 1.64 | 1.56 | 0.66 | .515 |
/ʌ/ | 1.42 | 1.51 | −2.019 | .054 |
발화 실험 결과,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된 어말 유성 폐쇄음 단어 중 90%(202/224)가 (부분) 무성음화되었으며 (부분) 무성음화 정도의 범위는 0.3%에서 100%까지 크게 나타났다. 또한, 어말 유성 폐쇄음 단어 중 “cub/kʌb/”에서 43.8%로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어말 유성 마찰음 단어의 경우 모든 어휘에서 어말 유성 마찰음이 (부분) 무성음화되어 발화되었으며 (부분) 무성음화 정도의 범위는 13.1%부터 100%까지 어말 유성 폐쇄음 단어와 마찬가지로 크게 나타났다. 또한, 어말 유성 마찰음 단어 중 “phase/feɪz/”에서 77.8%로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표 7은 어말 유성 폐쇄음과 어말 유성 마찰음의 평균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보여준다. 먼저 어말 유성 폐쇄음 조건의 결과를 보면,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평균 31.0%로 나타났으며, 어말 유성 폐쇄음이 /b/일 때 35.4%로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2) 어말 유성 자음이 마찰음일 때는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평균 65.9%로 나타났으며, 어말 유성 마찰음이 /z/일 때 70.8%로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어말 유성 폐쇄음 조건과 어말 유성 마찰음 조건을 비교해보면,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31.0%)보다 마찰음일 때(65.9%) 평균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t(118)=−17.269, p<.001]. 즉,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마찰음일 때, (부분적으로) 무성음화되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말 유성 폐쇄음 | 어말 유성 마찰음 | 대응 표본 t 검정 | |||||
---|---|---|---|---|---|---|---|
/b/ | /d/ | /g/ | 전체 | /v/ | /z/ | 전체 | t=−17.269 |
35.4 | 28.8 | 29.7 | 31.0 | 60.9 | 70.8 | 65.9 | p<.001 |
표 8에서 어말 유성 폐쇄음과 어말 유성 마찰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의 평균을 모음별로 확인할 수 있다. 모음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모음과 짧은 모음 모두에서 어말 유성 폐쇄음보다 어말 유성 마찰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차이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러한 결과는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마찰음일 때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두 번째 질문에서는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에 차이를 두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한다는 기능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하여,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와 어말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기능적인 관점에 따르면, 어말 유성 자음에서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크게 나타날수록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는 유성 자음 앞에서는 더 길어지고 무성 자음 앞에서는 더 짧아져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의 길이 차이도 크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여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어말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길게 나타나는지 비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결과를 보면,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는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31.0%)보다 마찰음일 때(65.9%) 유의미하게 더 크게 나타났다. 또한, 유성 자음에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의 경우(표 3),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239.2 ms)보다 마찰음일 때(260.1 ms) 앞 모음의 길이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였다[t(167)=−4.896, p<.001]. 즉,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어말 자음이 마찰음일 때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더 길게 나타났다. 또한,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본 연구의 분석 낱말에 사용된 7개의 모음 모두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어말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더 길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능적 관점에 따른 예측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표 9는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단어에서 어말 폐쇄음이 파열되어 발화된 경우와 파열 없이 발화된 경우의 각 빈도수(%)를 보여준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단어 중 73%(429/588)가 파열되어 발화되었고 나머지 27%(159/588)는 파열 없이 발화되었다. 이는 본 연구의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하는 경향이 훨씬 더 높았음을 보여준다. 조음별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양상을 보면 연구개음(/k/−/g/)에서 93.4% (183/196)가 파열되어 발화되며 파열 양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순음(/p/−/b/)에서 40.3%(79/196)가 파열 없이 발화되어 비파열 양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어말 폐쇄음 | 파열 | 비파열 |
---|---|---|
순음 (/p/−/b/) | 59.7 | 40.3 |
치경음 (/t/−/d/) | 65.8 | 34.2 |
연구개음 (/k/−/g/) | 93.4 | 6.6 |
전체 | 73.0 | 27.0 |
표 10에서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한 경우의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과,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한 경우의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비율 값이 클수록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한 경우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1.62로 나타났다. 이는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는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을 1.62배 더 길게 발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한 경우에는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1.31로 나타났다. 이는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지 않고 발화했을 때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을 평균적으로 1.31배 더 길게 발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열 여부에 따라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을 비교해보면,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1.31)보다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1.62)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t(43)=4.3, p<.001]. 이러한 결과는 영어 원어민 화자들이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보다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의 길이 차이를 더 크게 나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11에서 파열 여부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을 모음의 고유 길이별로 확인할 수 있다. 결과를 보면, 모음의 고유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모음과 짧은 모음 모두에서 어말 폐쇄음이 파열 없이 발화되었을 때보다 파열하여 발화되었을 때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평균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모두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본 연구의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보다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를 더 크게 나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음 | 파열 | 비파열 | t-value | p-value |
---|---|---|---|---|
긴 모음 (/i, ᴂ, eɪ, ɑ/) |
1.70 | 1.33 | 2.86 | .011 |
짧은 모음 (/ɪ, ɛ, ʌ/) |
1.51 | 1.30 | 3.233 | .003 |
본 연구의 세 번째 연구 질문에서는 앞 모음의 발화 길이를 다르게 하여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한다는 기능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와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 간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기능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보다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결과를 보면,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1.31)보다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1.62)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능적 관점에서 예측한 바와 반대로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더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를 크게 나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기능적인 관점에서 예측한 결과와 일치하지 않으며, 기능적인 관점을 지지하지 않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결론 및 요약
본 연구는 영어 원어민 화자의 발화에서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를 측정하여,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따라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또한, 선행 모음의 길이 차이가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준다는 기능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여 어말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기능적 관점을 중심으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에 따라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의 길이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는지 비교하였다.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에서 모음 길이를 측정하여 비교해본 결과,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많은 선행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무성 자음 앞 모음보다 유성 자음 앞 모음을 훨씬 더 길게 발화하였다.
첫 번째 연구 질문과 관련하여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에서 측정된 모음의 평균 발화 길이를 바탕으로 무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 대비 유성 자음 앞 모음 발화 길이의 비율, 즉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을 어말 폐쇄음 조건과 어말 마찰음 조건 간 비교하였다.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1.50)보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1.55)에서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났으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또한, 모음의 고유 길이와 상관없이 긴 모음과 짧은 모음 모두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따라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어말 유성 폐쇄음 단어와 어말 유성 마찰음 단어를 대상으로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비교하였다. 어말 유성 폐쇄음(31.0%)보다 어말 유성 마찰음(65.9%)에서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이는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마찰음일 때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연구 질문과 관련하여 어말 유성 자음에서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더 길게 나타나는지 비교하였다.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는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31.0%)보다 마찰음일 때(65.9%) 더 크게 나타났다. 또한,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239.2 ms)보다 마찰음일 때(260.1 ms)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도 더 길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유성 자음에서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크게 나타날수록,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가 더 길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능적 관점에 따른 예측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단어를 대상으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를 측정하고,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나는지 비교하였다. 본 연구에서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 파열 없이 발화하는 경우보다 파열하여 발화하는 경우의 빈도수가 훨씬 높았다. 또한, 파열 여부에 따라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을 비교했을 때, 어말 폐쇄음이 파열 없이 발화되었을 때(1.31)보다 파열되어 발화되었을 때(1.62)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지 않고 발화하였을 때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를 더 크게 나타낼 것이라는 기능적 관점에 따른 예측과는 반대의 결과이다.
5. 논의 및 한계
본 연구는 후행하는 자음의 유무성성이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에 영향을 주는 현상과 관련하여, 연구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어말 자음이 달라지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도 다르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영어 원어민 화자의 발화에서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조건과,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조건 간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 값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지, 또는 마찰음인지에 대한 여부는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본 연구의 발화 실험에 앞서 진행하였던 코퍼스 기반의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코퍼스 연구에서는, 어말 폐쇄음이나 어말 마찰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별되고 최소대립쌍을 이루는 영어 고립어 10개에 대한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에서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를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총 237개의 음성 파일을 분석한 결과, 수치상으로는 어말 자음이 마찰음일 때보다 어말 자음이 폐쇄음일 때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 값이 더 크게 나타났으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즉,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는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지, 또는 폐쇄음인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분석 낱말에 모음의 고유 길이가 긴 모음과 짧은 모음을 모두 포함하고, 영어 원어민 화자들의 발화를 직접 녹음하여 더 많은 음성 파일을 분석했을 때도 코퍼스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으며,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가 어말 위치에 오는 자음과 가지는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
또한, 본 연구는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의 발화 길이 차이를 설명하는 기능적 관점에서,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와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 간 상관관계를 보았다. 기능적 관점에 따르면 어말 유성 자음이 (부분적으로) 무성음화되어 발음될수록 어말 무성 자음과의 구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행 모음 길이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즉, (부분) 무성음화 현상이 크게 나타날수록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가 유성 자음 앞에서는 더 길어지고, 무성 자음 앞에서는 더 짧아질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어말 유성 자음을 대상으로 (부분) 무성음화 정도를 측정하여,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크게 나타날수록 어말 유성 자음 앞 모음의 길이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어말 유성 자음이 폐쇄음일 때보다 마찰음일 때 (부분) 무성음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선행하는 모음의 발화 길이도 더 길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능적 관점에 따른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와 유성 자음 앞 모음 길이 간 상관관계에 대한 예측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에 따라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기능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어려울수록 선행하는 모음 길이의 차이를 더 크게 나타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말 위치에 있는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보다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 선행 모음 길이 차이의 비율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영어 원어민 화자들은 어말 폐쇄음을 파열 없이 발화했을 때보다, 파열하여 발화했을 때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를 더 크게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두 번째 연구 질문에서와 달리 기능적인 관점에 따라 예측한 바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능적 관점에 따르면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지 않고 발화하게 되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위한 음향적 단서로 모음 길이 차이에 더 의존할 것이고, 이에 따라 어말 폐쇄음이 파열 없이 발화되었을 때 선행하는 모음의 길이 차이를 더 크게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와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 차이에 대한 본 연구의 결과는 기능적인 관점을 지지하지 않는 결과이며,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를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 구별에 대한 기능적인 관점으로만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진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유무성 자음 앞 모음의 발화 길이를 조건에 따라 비교하기 위해 총 924개의 음성 파일을 분석하였으나, 발화 실험에 참여한 원어민 화자가 7명이었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만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더 많은 수의 영어 원어민 화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어말 폐쇄음 조건의 경우 조음 위치별로 순음, 치경음, 연구개음이 어말 자음을 이루었고, 어말 마찰음 조건에서는 순치음과 치경음이 어말 자음을 이루어 두 조건 간 분석된 어휘의 수가 동일하지 않았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두 조건 간 어휘의 수를 같게 하여 화자들의 발화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분석 낱말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의 한계점은 본 연구에서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통해 구별되는 최소대립쌍을 구성할 때, 모음 길이를 비교하는 어휘 간 어두 자음을 서로 동일하게 하기 위해 단어 간 빈도수나 친숙도를 통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가 참가자들의 모음 발화나 어말 폐쇄음의 파열 여부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는 분석 낱말 간 빈도수나 친숙도를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발화를 측정하기 위해 녹음 과정에서 파열 유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시를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어말 폐쇄음을 파열하여 발화한 어휘와 파열하지 않고 발화한 어휘 간 빈도수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빈도수의 차이가 통계 분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도록 하되, 파열 유무를 조건 간 통제하고 비교할 어휘의 수를 동일하게 하여 더 명확한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주는 음향적 단서들이 어말 자음이 폐쇄음인 단어와 어말 자음이 마찰음인 단어 간 같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진다. 본 연구는 유무성 자음 앞 모음 길이의 차이와 어말 유성 자음의 부분 무성음화 정도에 대한 두 번째 연구 질문과 관련하여, 어말 유성 자음의 폐쇄구간 또는 마찰구간에서 성대 진동이 나타나지 않는 구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하지만 폐쇄음의 경우 어말 유성 자음이 부분적으로 무성화되어도 폐쇄음의 파열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하기 위한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어말 유성 폐쇄음보다 어말 무성 폐쇄음의 폐쇄구간이 더 길게 나타나기 때문에 폐쇄구간의 길이도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주는 음향적 단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선행 모음 길이 외에도 이러한 음향적 단서의 존재가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발화 길이의 차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어말 폐쇄음과 어말 마찰음의 유무성성을 구별해주는 음향적 단서를 조건 간 최대한 통제하여 화자들의 선행 모음 발화를 분석한다면, 어말 자음의 유무성성에 따른 선행 모음 길이 차이를 설명하는 기능적 관점을 더 객관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