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난 Yun et al.(2020)의 연구는, 내포문(embedded sentence)에 의문사가 위치한 경상 방언 발화에서 의문사의 작용역(wh-scope)이 내포문으로 해석될 때와 모문(matrix sentence)으로 해석될 때의 특징적인 운율 단서에 대하여 차이점을 논의하였다. 이 연구는 당시의 연구에서 모문 작용역으로 발화된 문장들을 자극으로 하여 경상 방언 화자를 대상으로 Yun(2021)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각 실험을 진행하고, 모문 작용역으로의 지각에 어떤 운율 음향 단서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지 그리고 그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다중 회귀 분석(multiple linear regression analysis)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경상 방언의 의문사 종결어미가 작용역 지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통사적으로 특정 구조에서 구성소(constituent) 이동에 대한 제약 중, 내포문에 위치한 의문사 요소가, 모문이 비교량 동사(non-bridge verb)일 때, 내포절 보문소(complementizer)를 넘어 문두로의 이동이 제한되는 현상을 의문사 섬 제약(wh-island constraint)이라고 일컫는다. 즉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비교량 동사인 ‘wonder’의 내포문 보문소 ‘whether’가 의문사 섬을 이루고 있어서 이를 넘어 모문으로 이동이 제한된다.
한국어와 같이 의문사 이동이 명시적(overt)으로 보이지 않는 언어에서도 논리 형태(logical form)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동(covert movement)의 형태로 나타나고, 따라서 이러한 이동에서도 의문사 섬 제약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았다(Huang, 1982). 다시 말해서, 논리 형태에서 내포문에 위치한 의문사 구의 작용역(wh-scope) 범위가 내포문 내로 제한되어 항상 판정 의문문(yes/no question)으로 해석되며, 모문까지 작용역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섬 제약 위반이며 따라서 문법성 판단(grammaticality judgement)은 비문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2) a. 문: 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니
답: 응, 궁금해 (판정 의문문 해석)
b. * 문: 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니
답: 철수 좋아하는지 궁금해 (설명 의문문 해석)
그러나 경상 방언과 같이 판정 의문문과 설명 의문문(wh question)이 형태적으로 서로 다른 종결어미를 사용하는 경우, 즉 판정 의문문일 경우 ‘-나’, 설명 의문문일 경우 ‘-노’를 사용하여 명시적으로 작용역이 드러나는 경우, 내포문의 의문사 작용역은 모문으로 확대되어 내포문 의문사 문장이 설명 의문문으로 해석될 수 있고, 따라서 섬 제약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Suh, 1987). 예를 들어 아래 문장에서처럼 종결어미에 따라 내포문 작용역 즉 판정 의문문과, 모문 작용역 즉 설명 의문문으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3) a. 문: 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나
답: 어. 궁금타 (내포문 작용역 해석)
b. 문: 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노
답: 철수 좋아하는지 궁금타 (모문 작용역 해석)
이미 Park et al.(2020)은 경상 방언을 대상으로, 또 Yun(2021)은 서울말을 대상으로 내포문 의문사의 작용역이 모문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각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두 연구 모두 특정인 한 명의 특정 발화를 자극으로 한 실험으로, 한국어는 약한 의문사 섬 제약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경상 방언 화자들이 모문 작용역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종결어미 ‘-노(-ㄴ기고)’를 사용하여 발화한 40개의 문장을 자극으로 하여 경상 방언 화자를 대상으로 판정/설명 의문문 판단 지각 실험을 진행하고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내포문 의문사가 모문 작용역으로 해석되는 문장을 경상 방언 화자는 소위 의문사 억양(wh-intonation)으로 적절히 발화하였는가?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 지각 실험을 통해서 절대다수의 실험 참가자가 모문 작용역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둘째, 만약 동일 자극에 대하여 실험 참가자의 판단이 엇갈린다면, 모문 작용역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운율 음향 단서는 무엇이고 영향력의 크기는 어떠한가? 이는 의문사 억양의 운율적 특징을 일반화하여 알 수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형태적으로 다른 의문사 종결어미가 운율 정보와 배치될 때 실험 참가자들은 어느 정보에 더 영향을 받는가? 의문사 억양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발화 자극을 모문 작용역으로 판단하는 실험 참가자의 규모와 특징을 통해 모문 작용역 응답의 판단 근거와 그 기준에 대하여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선행 연구
이미 여러 연구에서 섬 제약이 약화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Chung, 1996; Deguchi & Kitagawa, 2002; Ishihara, 2002, Ishihara, 2004; Miyagawa, 2004). 다시 말해서, 의문사 섬 제약의 경우 명시적 이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의문사 억양으로 발화될 경우 정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어의 경우, 특히 경상 방언을 중심으로 의문사 억양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Hwang, 2006; Hwang, 2007; Hwang, 2011; Hwang, 2015; Jung, 2010; Kubo, 2005; Yun et al., 2020). 이는 경상 방언의 종결어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의문사가 있는 경우 ‘-노’, 그렇지 않은 경우 ‘-나’와 같이 서로 다른 종결어미를 명시적으로 사용하므로 모문 작용역 해석 문장의 발화가 쉽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종결어미가 상이한 형태로 나타남으로써 통사적으로 모문 작용역 해석을 강제할 수 있으므로 경상 방언 화자에게 모문 작용역의 지각과, 발화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결어미 구분이 없는 서울말 사용자는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이 불가하여 의문사 섬 제약이 여전히 나타난다고 보았다(Choe, 1995; Chung, 1996; Hong, 2004).
서울말을 대상으로 한 지각 실험에서 Yoon(2010)은 33.8%의 실험 참가자가 모문 작용역 해석을 선택하였으며, Yun(2021)에서는 이보다 월등히 많은 83.7%의 참가자가 모문 작용역 해석을 선호하여 서울말도 경상 방언과 마찬가지로 약한 의문사 섬 제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러나 모문 작용역 해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Yun et al.(2020)의 연구에서는 서울말 화자의 발화에서 의문사 억양의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서울말의 발화와는 대조적으로, 경상 방언의 경우 확연한 의문사 억양이 보고되었다. 특히 경남 방언 화자의 발화를 대상으로 한 Hwang(2015)의 연구에서 두 종류의 의문사 억양, 즉 저평탄조[fundamental frequency(F0) compression]와 고평탄조(high plateau)의 패턴에 대하여 각 어절의 F0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요약하자면, 저평탄조는 의문사 어휘 강세(lexical pitch accent)가 하강조(falling)일 경우 나타나며 의문사 어구의 F0 정점 이 내포문 작용역 문장에서보다 높고, 모문 동사의 F0 정점은 이와 반대로 내포문 작용역 문장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함께 의문사 억양의 또 다른 형태인 고 평탄조는 의문사 어휘 강세가 상승조(rising)일 경우 나타나며, 의문사 어구의 F0 정점에서 평탄하게 내포문 보문소(complementizer)인 ‘-지’의 F0와 연결되고, 다시 계속해서 모문 동사의 F0 정점까지 큰 변화 없이 평탄함을 유지하며 나타난다. 이러한 고 평탄조의 의문사 억양을 내포문 작용역의 F0 곡선과 비교할 경우 가장 큰 차이점은 내포문 보문소 ‘-지’에서 나타나는데, 내포문 작용역의 경우 보문소에서의 F0가 낮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림 1은 Yun et al.(2020)의 실험에서 녹음된 전형적인 두 종류의 의문사 억양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말을 대상으로 의문사와 부정대명사 ‘누구’의 작용역과 관련한 Yun(2019)의 연구는 비록 형태적인 면에서 다른 문장을 사용했으나 경상 방언에 나타난 의문사 억양의 형태를 설명하는 데도 긴요하게 적용할 수 있다.1 결국 모문 작용역 해석은 의문사 구 이후의 운율 경계가 해지(post-wh dephrasing)되는 것이며, 이와 함께 모문 작용역의 경우 의문사 구의 F0가 돋들림(prominence)되어 더 높은 피치(pitch)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 경상 방언의 저평탄조 의문사 억양에 적용할 경우 기술된 모든 것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즉, 그림 1a에 나타난 의문사 구의 F0 정점이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이후에 특별히 눈에 띄는 피치 상승을 찾아볼 수 없어 의문사 구 이후 운율 경계가 해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b에 나타난 고평탄조의 경우에는 Yun(2019)의 관찰이 부분적으로 성립한다. 다시 말해서, 의문사 구 이후의 운율 경계 해지는 잘 유지되는 반면 의문사 구의 돋들림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경상 방언 화자에 따라 ‘누구’의 어휘 강세가 상승조로 나타나는 방언적 특성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상 방언의 모문 작용역 해석은 의문사 이후의 운율 경계 해지가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고, 이는 Yun et al.(2020)에서 내포문 동사와 모문 동사 어절의 F0 변동 폭, 즉 해당 어절의 F0 정점과 어절이 끝나는 오른쪽 강세구(accentual phrase) 경계에서 나타나는 F0값의 차이를 계산, 비교하여 의문사 억양의 형태와 상관없이 모문 작용역일 경우 변동 폭이 작고 내포문 작용역일 경우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운율 경계가 해지 된다는 것은 한 강세구 내에 선명한 F0 정점(peak)과 골짜기(valley)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F0 변동 폭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un et al.(2020:48-49)은 전술한 모문 작용역 발화 문장의 F0 변동 폭 특징이 의문사 억양의 두 가지 패턴과 상응하지 않는 다양한 패턴이 나타남을 보고하며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두었다. 이 연구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모문 작용역으로 발화된 40개의 문장을 자극으로 하여 지각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모문 작용역 발화에서 기대되는 의문사 억양의 모습과 다르게 발화된 문장도 과연 모문 작용역 문장으로 지각되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작용역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운율 단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덧붙여 자극의 운율 형태가 모문 작용역으로 해석될 수 없는, 즉 의문사 억양의 형태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문 작용역으로 판단한다면, 이러한 판단을 내린 실험 참가자의 규모와 양상 그리고 그 근거 및 기준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3. 실험 방법
지각 실험에 참여한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대구와 인근 지역 그리고 부산, 울산, 포항, 창원 등의 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현 대학 재학생으로, 부모님을 포함하여 대부분 경상 방언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보고하였다.2 총 25명이 참가하였으나 그중 1명은 지각 시간에 현저한 이상이 발견되어 실험 결과에서 제외하였다.3 25명 중 남성은 3명이고 이외에는 모두 여성 참가자들이다.
실험에 사용된 자극은 지난 Yun et al.(2020)에서 경상 방언 화자 40명(남자 20, 여자 20)이 각각 2회씩 발화한 ‘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나’와 ‘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한기고’ 중 첫 번째 발화한 녹음 자료를 지각 실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추려낸 후, 음성 강도(intensity)를 모두 30 dB로 조정하여 준비하였다.4 모문 작용역에 사용되는 의문사형 종결어미를 ‘-노’ 대신 ‘-ㄴ기고’로 교체하여 사용한 것은 문맥의 내용상 더 적절하다는 경상 방언 화자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5
지각 실험 절차는 지난 Yun(2021:29)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요약하자면, 심리학 실험에 주로 사용되는 OpenSesame (Mathôt et al., 2012)을 사용하여, 위에 설명한 경상 방언 화자가 문맥에 맞게 발화한 내포문 작용역 문장 40개와 모문 작용역 문장 40개를 목표 자극 문장으로 하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119개의 채움 문장(filler sentence)을 무작위로 하여 총 199개의 자극을 듣고, 판정 의문문이면 왼쪽 쉬프트(shift) 키를, 설명 의문문이면 오른쪽 쉬프트 키를 선택 입력하도록 하였다. 이때 키값의 입력과 동시에 자극을 듣고 키 입력까지 소요된 반응 시간도 함께 기록하도록 하였다. 반응 시간은 추후 자연로그(natural log)로 변환하여 비정상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 후 입력된 키값을 결과에서 제거하는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지각 실험이 시작되면 화면에 실험 개요에 대한 설명이 표시되고 곧이어 10회의 연습을 한 후 199개를 한 세트로 하는 실험이 3회 반복된다. 한 세트 실험이 끝나고 10분의 휴식을 강제적으로 갖도록 하였다. 모두 동일 노트북을 사용하였고 밀폐형 헤드폰(K271MKⅡ; AKG)을 착용, 조용한 연구실에서 실시되었으며, 휴식을 포함한 총 3회 지각 실험은 대략 5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전술하였듯이, 내포문 작용역 문장 40개, 모문 작용역 문장 40개와 채움 문장 119개의 총 199개 문장이 1회의 실험을 구성하고 이를 3회 반복하였으므로, 모든 문장이 정상적인 반응 시간 이내에 답변 처리되었다면 실험 참가자 일 인당 240개의 응답이 있어야 한다(80개 목표 자극×3회). 정상적인 반응 시간을 통상 10초 이내로 설정하고, 그 시간 이후의 응답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24명의 참가자 중 각각 240회의 정상적 반응을 보인 참가자는 13명이며 11명의 참가자에서 최소 236개에서 239개의 응답만이 정상적으로 분석에 이용되었으며, 예상되는 총 응답 개수 5,760개(24명×240개)에서 17개가 부족한 5,743개의 응답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17개의 제외된 반응을 문장의 작용역에 따라 살펴본 결과, 내포문 작용역 문장으로의 선택이 5개, 모문 작용역 선택이 12개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자극이 무엇이었느냐와 상관없이 모문 작용역 선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는 Yun(2021)의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일반적으로 모문 작용역으로 이해되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내포문 또는 모문 작용역으로 읽혀진 각 자극 문장이 실제 지각 실험에서 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정확하게 동일 작용역으로 응답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응답의 크기가 해당 문장에서 추출된 운율 음향 단서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의문사 억양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운율 단서를 프랏(Praat)으로 추출, 설명 변수(independent variable)로 사용하였다(Boersma & Weenink, 2022). 다시 말해서, 운율 단서 중 작용역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서가 무엇인지 다중 회귀 분석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각 발화 문장의 F0값은 표준화하여 운율 음향 단서의 값으로 이용하였다. 운율 음향 단서로는 의문사 어구와 내포문 동사 어구 그리고 모문 동사 어구에서 각각 F0 정점(F0 peak), 그리고 각 어구의 돋들림 크기라 할 수 있는 F0 정점에서 오른쪽 강세구 경계의 F0를 차감한 수치를 사용하였다.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각 어구의 F0 정점을 각각 ‘의문사 F0 정점(wh F0 peak, WhF0P)’, 내포 동사 어구의 F0 정점을 ‘내포 동사 F0 정점(embedded verb F0 peak, EmVF0P)’, 모문 동사 어구의 F0 정점을 ‘모문 동사 F0 정점(matrix verb F0 peak, MxVF0P)’이라 하고, 각 어구의 돋들림 크기를 ‘의문사 어구 돋들림 지수(wh prominence index, WhPI)’, ‘내포 동사 어구 돋들림 지수(embedded verb prominence index, EmVPI)’, 그리고 ‘모문 동사 어구 돋들림 지수(matrix verb prominence index, MxVPI)’로 부르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각 자극 문장의 모문 작용역 응답 수를 ‘모문 작용역 응답(matrix response, MR)’으로 변수명을 정하고자 한다. 다중 회귀 분석과 다중 공선성(multicollinearity)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분산 팽창 인자(variance inflation factor)의 계산은 통계 프로그램인 R을 이용하였다(R Core Team, 2021).
4. 실험 결과 및 논의
자극 문장의 녹음은 전술하였듯이 Yun et al.(2020)의 연구에서 녹음된 문장들이다. 두 작용역에 따른 의문문의 녹음에는 문맥 스크립트가 주어졌으며, 또한 녹음 전 충분한 문맥 숙지 시간이 배정되었다. 게다가 경상 방언의 특징상 의문사 종결어미가 작용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모문 작용역일 경우 고평탄조나 저평탄조의 의문사 억양으로 발화되었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Yun et al.(2020:48-49)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고평탄조와 저평탄조로 설명되지 않는 다른 운율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데, 만약 이런 상이한 운율 패턴의 자극들에 대한 작용역 응답 분포가 대부분 모문 작용역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의문사 억양의 기존 패턴과는 다른 새로운 패턴이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응답 분포가 내포문 작용역으로 나타난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각 자극 문장에 대하여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극단적인 수치로 나타나는가, 즉 40개의 모문 작용역 문장 자극 중 특정 자극에 대하여 내포문 작용역 응답 수가 일방적 다수로 나타나는가이다.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그 특정 자극의 발화가 의문사 억양이 아닌 내포문 작용역 문장으로 잘못 발화된 경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와는 달리 내포문 작용역 응답 수가 자극 문장에 따라 수량을 달리한다면, 다시 말해서, 각 자극 문장에 대한 내포문 작용역 응답 수가 점진적(gradient)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특정 운율 음향 단서의 크기(magnitude)와 응답 수가 상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큰 연관성을 보여주는 운율 음향 단서는 무엇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모든 자극이 응답을 가졌을 경우 내포문과 모문 작용역이 각각 2,880개 동수로 나타나야 하지만, 17개의 반응 시간 초과 응답을 제외하면, 내포문 작용역으로 4,061개, 모문 작용역으로 1,682개를 선택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의 치우침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모문 작용역 자극에서 다수의 응답이 내포문 작용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문 작용역 응답에 대한 자극 문장 개수 분포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모문 작용역 응답 수 | 합계 | ||||||||
---|---|---|---|---|---|---|---|---|---|
≥66 | 65–61 | 60–51 | 50–41 | 40–31 | 30–21 | 20–11 | ≤10 | 1,630 | |
문장 수 | 2 | 10 | 6 | 2 | 5 | 4 | 9 | 2 | 40 |
실험 참가자는 40개의 자극 문장 각각에 대하여 3회 응답하게 되므로 24명이 모두 응답을 할 경우 72회(3회×24명)의 응답을 갖게 된다. 따라서 예를 들어, 모문 작용역 응답 수가 10개 이하라면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수가 62회 이상이 됨을 의미한다. 표 1에 따르면 72개 답변 중 절반 이상의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나타난 자극 문장은 40개 문장 중 20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내포문 작용역 자극에 대해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경우는 총 52회로 40개의 문장 단위로 보았을 때, 1개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14개 문장에서 나타났으며 2개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7개 문장, 3개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4개 문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8개의 모문 작용역 응답을 한 내포문 자극 문장은 단 한 개의 문장이었다. 이는 내포문 작용역 자극은 대부분 내포문 작용역으로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모문 작용역 응답이 가장 많은 단 하나의 문장에서 72회 응답 중 8회, 즉 11.11%의 응답이 오류 응답으로 나타나 모문 작용역 자극의 내포문 작용역 응답에 비교하여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내포문 작용역 자극 문장에 대한 모문 작용역 응답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자극 문장의 운율 단서가 모문 작용역 판단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 분석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문 작용역 자극 문장의 모문 작용역 응답 수에서 살펴보았듯이, 응답 수가 점진적으로 감소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자극 문장의 운율 음향 단서들의 크기 변화가 모문 작용역 응답 수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어떤 음향 단서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4)와 같이 모문 작용역 응답 수(MR)를 추정하는 다중 회귀식을 상정할 수 있다.
다중 회귀 분석으로 각 계수(coefficients)를 추정하고, 수정된 R 제곱(adjusted R squared)값으로 회귀식에 의해 설명되는 모문 작용역 응답의 범위, 즉 응답 수의 분산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각 설명 변수들의 F-통계값과 유의 확률(p-value)을 통해 어느 변수가 가장 높은 설명력을 갖는지 논하고자 한다.
먼저 다중 공선성(multicollinearity)을 살펴보기 위하여 변수들 사이의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를 계산하고 이를 표 2에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상관계수 .8을 기준으로 다중 공선성 문제를 판단하므로, 위 표에서 보여주듯이 모두 .8보다 높은 상관계수를 보여주는 변수는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다중 회귀 분석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MR | WhF0P | WhPI | EmVF0P | EmVPI | MxVF0P | MxVPI | |
---|---|---|---|---|---|---|---|
WhF0P | .12 | 1 | |||||
WhPI | .18 | .72 | 1 | ||||
EmVF0P | –.21 | –.28 | –.57 | 1 | |||
EmVPI | –.49 | .03 | –.31 | .75 | 1 | ||
MxVF0P | –.23 | –.39 | –.30 | .22 | –.02 | 1 | |
MxVPI | .31 | –.44 | –.37 | .14 | –.33 | .19 | 1 |
상관계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EmVF0P와 EmVPI의 분산팽창인자(variance inflation factor, VIF)는 각각 4.52, 4.62로 나타났다. 통상 VIF값이 5 또는 10을 넘을 경우 다중 공선성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양으로 보고 있으므로, 위의 두 변수가 특별히 다중 공선성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볼 수 없다(James et al., 2021:102). 또한 (4)의 회귀식에 의한 잔차(residual)의 정규성(normality)과 등분산성(homoscedasticity) 가정이 심각하게 위배되지 않았음을 그림 2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통계 패키지 프로그램인 R을 이용하여, 다중 회귀 분석을 시행함에 있어 모든 설명 변수값은 표준화(z-score) 후 입력하여 각 변수의 표준편차만큼의 변화가 얼마나 많은 모문 작용역 응답 수(MR)를 예측하는지, 즉 각 변수의 영향력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중 회기 식의 각 계수값은 (5)와 같다.
이미 표 2를 통해 EmVPI가 모문 작용역 응답과 상대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았으며, 회귀식에서도 다른 변수들의 값이 고정되었을 때 EmVPI가 표준편차 1(1 SD)만큼 상승할 경우 모문 작용역 응답의 수는 약 20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실험 참가자의 모문 작용역 응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서, EmVPI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모문 작용역 응답 수를 예측할 수 있는 변수이다(p=.0019). 이외에 EmVF0P(p=.030)와 MxVF0P(p=.043)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예측자(predictors)이나, 계수의 크기에 있어서 후자는 전자에 비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회귀식에 의한 R2은 .44[F(6, 33)=4.428, p=.002]이며, 여러 개의 변수를 사용함에 따라 보수적으로 계산된 수정된 R2(adjusted R squared)은 .34로 나타났다. WhF0P와 WhPI 그리고 MxVPI는 모문 작용역 응답을 예측하는 데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할 수 없다. 각각 p=.28, p=.96, p=.71로 나타났다.
다중 회귀 분석으로 나타난 작용역 구분의 가장 큰 운율 음향 단서는 내포 동사의 돋들림 지수(EmVPI)이다. 이 변수의 계수가 음수이기 때문에 해당 어구의 돋들림이 크게 일어나면 내포문 작용역으로의 응답이 증가하게 되며, 반대로 돋들림 지수가 낮으면 모문 작용역으로의 응답이 증가하게 된다. 돋들림이 크다는 것은 어구 경계, 즉 내포문 동사 오른쪽 운율 경계의 F0가 낮다는 것이며 이는 운율 경계가 있음을 알리는 단서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내포문 작용역으로 지각된다고 볼 수 있다.
의문사 억양의 한 종류인 저평탄조의 경우에도 내포문 동사 오른쪽 운율 경계의 F0가 낮게 형성되지만, 이 경우 해당 어구의 F0 정점이 낮으므로 돋들림 지수는 작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운율 경계가 있음을 알리는 단서로 활용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내포문 동사의 돋들림 지수는 내포문 동사 어구의 끝인 보문소 ‘-지’에 운율 경계 해지 여부를 알려주는 가장 강력한 운율 단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말을 대상으로 한 Yun(2019)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서울말에서 의문사 구 뒤 운율 경계의 해지(post-wh dephrasing)가 의문사 의문문으로의 지각을 일으키는 단서로 보고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Yun(2019)은 의문사와 형태적으로 동일한 부정 대명사(wh-indefinite)의 돋들림도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을 일으키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경상 방언의 경우 위의 WhF0P, WhPI와 같은 의문사 구의 F0 정점과 의문사 구의 돋들림이 모문 작용역 응답 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의미하지 않으므로 Yun(2019)의 연구와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서울말과 달리 어휘 강세가 있는 경상 방언의 특성상, 의문사 어구의 어휘 강세가 그 어구의 돋들림과 중복 또는 충돌되기 때문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이러한 가정은 다른 연구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미 위에서 내포문 작용역 자극 문장에 대하여 총 52회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나타남을 밝혔다. 24명의 실험 참가자 중 7명은 내포문 작용역 자극에 오류 없이 모두 내포문 작용역, 즉 판정 의문문으로 응답하였고, 17명의 화자에서 평균 3.05회(표준편차 3.07회), 즉 한 사람이 응답할 수 있는 오류의 최대치는 120회(40문장×3회 반복)를 100% 오류라고 할 때, 2.9%라는 낮은 응답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모문 작용역 자극 문장에 대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수는 1,238회이며 모든 실험 참가자에서 오류 응답이 발견되었다. 이는 참가자 1인당 51.58회(표준편차 23.1회), 즉 42.9%의 높은 응답 오류를 보이며, 가장 많은 응답 오류는 120회 중 94회, 가장 적은 응답 오류는 11회로 나타났다.
모문 작용역 자극 문장의 운율 패턴이 내포문 보문소에서 운율 경계 해지가 나타나지 않아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이러한 응답은 일면 올바른 선택이라 간주할 수 있다. 반대로 운율 경계가 해지되었다가(모문 작용역) 점진적으로 뚜렷한 운율 경계가 나타나는 자극에서도 여전히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했다면, 이는 작용역에 따른 운율 특성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실험 참가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운율 경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문문 종결어미의 형태에 따라 모문 작용역으로 맹목적 선택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이러한 참가자의 규모를 살펴보기 위하여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수가 적은 순서대로 문장을 정렬하고, 얼마나 많은 실험 참가자가 동일 응답을 했는지 알아보았다.6 적어도 절반 이하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있는 20개의 문장을 정렬하여 1회라도 모문 응답을 한 실험 참가자의 수를 계산하면 표 3과 같다.
정렬 문장 | 응답 수 | 응답 인원 |
---|---|---|
1 | 8 | 6 |
2 | 10 | 10 |
3 | 11 | 13 |
4 | 12 | 13 |
5 | 12 | 15 |
6 | 13 | 16 |
7 | 13 | 17 |
8 | 14 | 17 |
9 | 14 | 17 |
10 | 19 | 17 |
11 | 20 | 17 |
12 | 21 | 18 |
13 | 25 | 20 |
14 | 28 | 20 |
15 | 30 | 22 |
16 | 31 | 22 |
17 | 32 | 22 |
18 | 32 | 23 |
19 | 37 | 23 |
20 | 38 | 24 |
예를 들어 정렬 문장 20의 경우 38개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있었고, 1인당 3회 실험 중 1회라도 이러한 대답을 한 실험 참가자는 24명, 즉 모든 참가자가 적어도 1회 이상 상기 자극에 대하여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였다. 모문 작용역 응답이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응답 인원의 수도 함께 줄어드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1번 문장에 모문 작용역 선택을 한 6명은 40개 모든 문장 자극에서 적어도 1회 이상 모문 작용역 선택을 했고, 2번 문장의 10명은 이후 모든 문장에서 모문 작용역을, 이후의 각 문장에서 나타나는 응답 인원도 모두 이후의 모든 문장에서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응답 인원의 구성이 24명 중 무작위로 6명, 10명 등의 집단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5번 문장 15명에 포함되었다면 그 인원은 모두 그 이후의 모든 문장에서 응답 인원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즉 16명(6번 문장)에서 1명 탈락하여 15명(5번 문장)이 되었다면 탈락한 해당 1인은 그 상위에 자리한 어떠한 문장에도 응답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문장에서 동일한 현상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실험 참가자 각 개인의 내포문 또는 모문 작용역 응답은 운율 음향 단서라는 연속체(continuum)를 기반으로 범주적 지각(categorical perception)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실험을 통해 가장 영향력이 큰 운율 음향 단서는 내포 동사 돋들림 지수(EmVPI)이며, 물론 이외에도 다른 요소, 특히 내포 동사 F0 정점(EmVF0P)과 같은 요소가 함께 범주적 지각의 단서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개인마다 범주의 변화를 가져오는 지각 경계(perceptual boundary)도 또한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급한 몇 가지 운율 음향 단서들이 복합적으로 범주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곗값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며, 이 경곗값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5, 14번 문장의 응답 인원에서 탈락한 두 명과 3, 2번 문장에서 탈락한 세 명은 탈락한 이후 어떤 경우에도 각각 14번보다 상위에 자리한 어느 문장, 2번보다 상위에 자리한 어느 문장에서도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두 집단의 참가자는 서로 모문 작용역 지각 경계의 민감도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조기 탈락한 두 명은 늦게 탈락한 세 명보다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는 데 더욱 민감하게 운율 단서를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어 추가적 논의 사항은 1번 문장에서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6명에 대한 해석이다. 이들은 40개 모든 자극에 대하여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이들이다. 40개 문장에서 운율 음향 단서를 제외하고 작용역을 유추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형태적 차이를 보이는 의문사 종결어미이다. 아마도 이들은 종결어미에 따라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응답이 전적으로 종결어미에 따른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직접적 증거는 이번 실험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5. 결론
서울말에서 의문사의 작용역이 모문 작용역을 갖기 위해서는 운율 경계 해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의 Yun(2019)의 논의에서 좀 더 나아가, 경상 방언에서 운율 경계 해지를 알려주는 운율 음향 단서를 다중 회귀 분석을 통하여 알아보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단서는 내포문 동사 돋들림 지수이며, 내포문 동사가 돋들림을 받으면 받을수록 모문 작용역이 아니라 내포문 작용역으로 지각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상 방언에서 의문문 종결어미 ‘-노’는 모문 작용역을 나타내는 형태/통사적 지표로 보이나 경상 방언 화자가 이를 통해 해당 문장을 적절한 운율 형태로 발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Yun et al.(2020)의 발화 연구에서 내포문 동사와 모문 동사의 F0 변동 폭, 즉 돋들림 지수를 통해 통계적으로 두 작용역을 나타내는 문장이 차이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모문 작용역을 갖는 것으로 발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모문 작용역으로 지각되는 것은 아니며, 40개의 문장 중 적어도 20개의 모문 작용역 문장 자극에서 전체 응답의 절반 이상이 내포문 작용역이라 답했다. 다시 말해서 운율 경계 해지에 사용되는 내포 동사 돋들림 지수의 크기에 따라 모문 작용역 응답 수가 달라지는데, 이 둘은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를 갖는다. 이를 통해 작용역 지각이 내포 동사 돋들림 지수라는 운율 단서의 연속적 값에 기반한 범주적 지각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장 자극의 운율 구조와 관계없이 모문 작용역으로 한 번 이상 응답한 실험 참가자는 24명 중 6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모문 작용역을 선택한 이유는 내포 동사 돋들림 지수에 의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의문문 종결어미 ‘-노’가 모문 작용역 선택의 원인으로 보이나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단서를 이 연구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