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말더듬 핵심행동으로 말소리 연장(prolongation)은 한 번의 날숨에서 하나의 말소리가 계속되는 것을 의미한다(Guitar, 1998; Lee, 2006; Van Riper, 1982). 일반적으로 하나의 말소리가 .5초 이상 지속되면 말소리 연장으로 규정하지만(Van Riper, 1982), 현재까지 최소길이에 대한 수량적 기준은 정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다(Kawai et al., 2007). 최소길이와 관련해 말소리 연장의 지각 연구는 주로 영어권 화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Jones et al., 2005, Kawai & Healey, 2012; Kawai et al., 2007; Lingwall & Bergstrand, 1979; Susca & Healey, 2001), 이들 연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특정 말소리에 따라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Lingwall & Bergstrand(1979)에서는 유성마찰음 /z/의 길이가 294 ms, Susca & Healey(2001)에서는 모음 /i/, 무성마찰음 /h/, 반모음 /r/이 모두 300 ms, Jones et al.(2005)에서는 유성마찰음 /z/가 235 ms, 모음 /a/가 279 ms 이상일 때 말소리 연장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Kawai & Healey(2012)에서는 무성마찰음 /f/, /ɵ/, /s/, /ʃ/가 모두 300 ms 이상일 때 말소리 연장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연장음 지각에 있어 특정한 수량적 한계치(threshold)가 존재하며, 이를 경계로 유창함(정상) 또는 비유창함(비정상)으로 구분된다는 비연속적인(discontinuous)이거나 이분적인(ditomous) 지각 특성을 보인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Lisker & Abramson, 1976; Pisoni et al., 1994).
하지만 이와는 달리 말의 유창함은 연속적(continuous) 또는 점진적으로(gradient or gradually increasing) 지각되는 개념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Adams & Runyan, 1981; Kawai et al., 2005; Kawai et al., 2007; Tichenor et al., 2022). 즉, 말은 유창함에서 매우 비유창함 또는 말더듬까지 이르는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지각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Kawai et al.(2007)은 영어 ‘shape’의 초성자음 /ʃ/의 길이를 20 ms 단위로 19번까지 연장하여 총 20개의 자극을 생성하여 대상자들에게 들려주고, 유창함의 지각 정도를 1에서 100까지 척도(100에 가까울수록 매우 비유창함)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 연장음의 길이가 증가할수록 비유창함으로 지각되는 수치가 증가하였고, 두 변수 간의 관계가 S자 곡선(sigmoidal curve) 형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를 통해 말소리 연장은 연속적으로 지각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
말소리 연장 지각과 관련해 국내 연구는 영어와는 다른 분절음 체계와 서로 다른 언어 및 문화권에 속한 대상자 간의 비유창성의 지각 차이에도 불구하고(Bebout & Arthur, 1992; Lai et al., 2007; Sim, 2000; Üstün-Yavuz et al., 2021) 현재까지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Park et al.(2016)에서는 언어재활 비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평마찰음 /s/를 원길이에서 20 ms씩 최종적으로 400 ms까지 연장, 변조하여 연장음의 길이에 따른 비유창함 정도를 1에서 100점 척도(100에 가까울수록 매우 비유창함)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연구 결과, 연장음의 길이가 증가할수록 비유창함으로 지각하는 정도가 증가하였으며 이는 S자형 곡선의 연속적인 지각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권 화자를 대상으로 한 Kawai et al.(2007)과 동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Park et al.(2018)에서는 일반인과 언어재활사 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평마찰음 /s/를 20 ms씩 정수배로 380 ms까지 연장해 비유창함으로 지각되는 최소길이를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일반인 청자와 언어재활사 청자 각각 375 ms, 355 ms 이상일 때 비유창함으로 지각하였다. 이는 일반인보다 언어재활사가 연장음을 더 민감하게 지각하여서 비유창함으로 지각하는 최소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결국 말더듬 지각에 있어 민감함 또는 익숙함 정도에 따라 비유창함으로 지각하는 최소길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Park et al.(2016)의 확장연구로서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Park et al.(2016)의 경우 일반적으로 말더듬 연장의 판별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500 ms(.5초)보다 작은 최대 연장길이(즉, 400 ms)까지 변조한 말소리 자극을 제시하여 지각 양상을 알아보았다. 좀 더 긴 연장음(예를 들어, 500 ms 이상)에서의 비유창함 정도와 관련된 지각 양상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또한 Park et al.(2016)에서는 연장음의 길이가 증가할수록 비유창적으로 지각하는 정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S자형 곡선 형태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단속적인 지각 특성과 관련된 바닥효과(floor effect)나 천정효과(ceiling effect)뿐 아니라, 지각 정도가 중간에 갑자기(exponentially) 증가하는 현상(Liberaman et al., 1958; Lisker & Abramson, 1967)도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최대 400 ms 연장음에 국한된 현상으로, 말더듬 연장의 일반적인 판별기준을 넘어서는 좀 더 긴 연장음 자극을 제시했을 때도 지각 특성과 관련해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평마찰음 /s/를 원래 길이에서 20 ms씩 정수배로 최대 980 ms까지 연장해, 이를 한국어 일반 화자들에게 들려주었을 때 비유창함 정도와 관련해 어떤 지각 양상이 나타나는지 특히 이전 연구들과(i.e., Kawai et al., 2007; Park et al., 2016) 비교해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말더듬 지각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를 규명하고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Burley & Rinaldi, 1986; Dietrich et al., 2001; Hulit & Wirtz, 1994; Kawai et al., 2007; Patterson & Pring, 1991; Schroder et al., 2002; Susca & Healey, 2001). 일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큰 포용성 또는 관용성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Ferguson, 1999; Horne, 1985), 말더듬 지각에 있어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좀 더 부정적으로 지각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은 말더듬 지각에 있어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어떤 연구에서는(Burley & Rinaldi, 1986; Dietrich et al., 2001; Schroder et al., 2002) 남성이 여성보다 말더듬을 좀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Hulit & Wirtz, 1994; Patterson & Pring, 1991; Susca & Healey, 2001) 남녀 간 유의한 남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이런 결과들은 말더듬 지각에 있어 성별의 차이가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말소리 연장과 관련해 Kawai et al.(2007)에서는, 연장 길이가 비교적 짧아 유창하게 인식되는 구간에서는(120 ms에서 200 ms) 남성이 여성보다 비유창적으로 지각하는 점수가 높게 나타난 반면, 연장 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매우 비유창하게 인식되는 구간(420 ms에서 500 ms)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비유창함 지각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말소리 연장 지각에 있어 한국어 화자의 남녀 간 차이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말더듬의 핵심행동 중 하나인 말소리 연장 지각에 있어 성별의 차이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 탐색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어 평마찰음 /s/의 연장음(0–980 ms 길이 변조) 지각은 비연속적(단속적) 아니면 연속적(점진적) 특성을 보이는가?
둘째, 한국어 평마찰음 /s/의 연장음(0–980 ms 길이 변조) 지각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가?
2.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한국어 화자 성인 35명(남성: 17명, 평균연령: 24.6세; 여성: 18명, 평균연령: 26.7세)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순음청력검사 결과, 대상자 모두 250 Hz와 4,000 Hz 구간에서 25 dB 이하로 정상역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보고식 사전 질문지를 통해 정상 시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험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심리, 정서, 신경학적 병력이 없는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연령, 성별, 교육 수준과 같은 기본정보와 함께 말더듬 관련 정보도 조사하였다. 관련 정보를 검토하여 본인 말더듬의 경우, 말더듬 가족력, 언어 평가나 치료를 받은 경험, 그리고 일정 기간(1개월 이상) 주기적으로 말을 더듬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는 경우 실험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대상자에서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대학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였다(IRB no. SGUIRB-A-1910-45). 먼저 모든 대상자는 실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실험 참가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5개의 샘플 평가를 통해 대상자가 본 실험을 좀 더 용이하게 수행하도록 하였다. 실험방법은 각 문장을 듣고 비유창함 지각 정도를 1점에서 100점까지의 척도(100에 가까울수록 매우 비유창함)로 측정하도록 하였다. 본 실험은 총 3회에 걸쳐 실시하였으며 각 실험 문장은 무작위로 제공하였다. 대상자들에 제공한 실험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말소리 연장의 지각 정도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총소요시간은 60분 이내입니다. 본 실험은 문장을 듣고 특정 말소리가 얼마나 비유창적으로 지각되는지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본 실험에 앞서 먼저 5개의 샘플평가가 주어질 것입니다. 이후 총 3회(실험 세트당 50개의 문장자극×3=150번)의 본 실험을 하게 됩니다. 각 소리파일을 클릭하시면 문장이 들립니다. 각 문장은 다양한 길이의 평마찰음 /ㅅ/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실험에서는 그 말소리가 얼마나 비유창하게 들리는지를 수치(1–100, 100에 가까울수록 매우 비유창함)를 적으면 됩니다. 끝까지 집중해 실험을 수행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실험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전 실험의 영향이나 피로효과(fatigue effect)를 고려해 각 실험세트(50개 문장자극) 완료 후 일정 시간의(10분) 휴식을 갖도록 하였다. 실험파일의 모습은 그림 1과 같다.
실험자극으로는 ‘가을 문단’(Kim, 1996)의 두 문장인 ‘우리나라의 가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산에 오를 땐 더욱더 그 빼어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를 사용하였다. 말소리 연장 자극 생성을 위해 ‘산’/san/의 초성인 평마찰음 /s/의 길이를 변조하였다. 변조는 음성편집기(e.g., Sound Forge, Praat)를 통한 방식(Kawai et al., 2007)이 아닌 화자가 직접 발화한 음성샘플을 활용하여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먼저 /s/를 2초(2,000 ms)까지 연장 발화한 후, 이 녹음 샘플에서 평마찰음의 마찰구간(friction phase)의 안정구간에서 20 ms씩 정수배로 980 ms까지(20, 40, 60, ..., 940, 960, 980 ms) 총 49개의 샘플을 복사해 저장하였다. 이후 저장한 각각의 평마찰음 샘플을 동일한 화자가 발화한 실험문장의 평마찰음(‘산’의 초성 /s/)의 마찰구간 중앙에 다시 삽입하는 방식으로, 변조하지 않은 원래 자극을 포함해 총 50개의 문장자극을 생성하였다. 실험문장은 언어병리학 박사과정 남학생이 읽도록 하여 녹음하였으며, 음성편집기인 ADOBE AUDITION(3.0)을 통해 각각의 청각자극을 변조, 생성하였으며, 마이크(ECM-PC60)와 사운드블라스터(X-FI Surround 5.1 USB)를 이용해 녹음하였다. 변조하지 않은 원래 평마찰음 /s/의 길이는 205 ms이며 이는 정상적인 지속시간 구간 내로 나타났다(Lee, 2001). 그림 2는 변조하지 않은 원래 문장자극과 980 ms 연장 변조한 자극을 보여주고 있다.
본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성인 화자 5명에게 각 문장자극에 대한 음성샘플 50개를 들려주고, 5점 척도(1, 매우 부자연스러움; 5, 매우 자연스러움)를 바탕으로 변조한 음성샘플의 자연스러움 정도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때 자극음의 길이에 대한 자연스러움 정도보다는 문장 전체의 억양 패턴이 자연스럽게 들리는지, 변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이나 기계적 소음 정도에 주목하여 평가하도록 하였다. 본 실험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말더듬의 경우, 말더듬 가족력이나 언어 평가나 치료 경험이나 일정 기간 말을 더듬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는 경우, 그리고 언어치료 전공자인 경우에는 대상자에서 제외하였다. 평가 결과, 자연스러움 정도의 평균값의 범위는 3.98–4.38이며 전체 평균은 4.19(표준편차 .78)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 사용된 문장자극은 전반적으로 자극음의 연장 길이를 제외한 다른 요인(e.g., 성조 패턴의 변조, 잡음, 기계적 소음 등)이 청지각적 평가 결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모든 실험은 서울 소재 대학교 음성학 실험실에서 대상자가 컴퓨터(LG B50PS)의 화면에 나오는 실험파일을 통해 각각의 문장을 듣고 1점에서 100점 척도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문장자극은 이어폰(Microsoft LifeChat LX-3000)을 통해 적절한 세기(75 dB SPL 이내; Rami et al., 2005)로 제공하였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실험대상자는 엑셀(Microsoft Excel) 파일에서 음성샘플을 클릭하여 듣고 해당 문장자극에 포함된 자극음의 길이가 어느 정도 비유창하게 들리는지를 1–100점 척도(100에 가까울수록 매우 비유창함)로 평가하였다. 점수 입력은 컴퓨터 자판 또는 스크롤 막대를 이용하여 직접 해당 점수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나의 엑셀파일에 5개의 샘플평가 문항과 3회의 본 실험을 제공하였으며 각 회에서는 50개의 음성샘플을 무작위 순서로 제공하였다. 결국 각 대상자는 총 150(50×3)번의 응답 결과를 제공하였다.
곡선추정회귀분석(curve estimation)을 실시하여 마찰음 길이가 비유창함 정도에 대한 지각 점수(1에서 100까지)에 미치는 영향 관계를 회귀식으로 나타내었으며, 모형설명력값(수정된 R제곱)이 가장 높은 회귀식을 선택하였다. 또한 일원분산분석[one-way analysis of variance(ANOVA)]을 실시하여 각 연장음에서의(205–1,185 ms까지 총 50개의 연장음)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제1종 오류 통제를 위해 다중비교분석(multiple comparison) 방법인 Bonferroni 검정을 실시하였으며, 유의수준은 α=.001(.05/50)로 설정하였다. 또한 Kawai et al.(2007)의 분위 분석방식을 따라 비유창성 지각 점수에 대한 분위 및 성별 간, 그리고 두 변수 간의 상호작용 유무를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통해 알아보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긴 총연장길이(980 ms)를 고려해 Kawai et al.에서처럼 (총연장길이를) 4분위(quartile)가 아닌 10분위(decile)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특히, 이를 통해 연장길이가 짧아 상대적으로 유창하게 지각되는 구간(1분위)과, 연장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비유창하게 지각되는 구간(10분위)에서의 비유창함 지각 정도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통계분석을 위해 SPSS version 21.0(IBM, Armonk, NY, USA)을 사용하였다.
3. 연구 결과
곡선추정회귀분석 결과, 평마찰음의 길이에 따른 청지각적 비유창함 지각에 대한 회귀식은 S곡선 모형이 가장 높은 설명력을 보여주었다(R2=.707, p<.001). 모형 등식은 y=exp(5.294808913891609+ –954.7868358849744/x)로 나타났다. 그림 3과 표 1은 곡선추정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quation | Adjusted R2 | F-value | df1 | df2 | p-value |
---|---|---|---|---|---|
Linear | .635 | 7,442.455 | 1 | 4,282 | <.001 |
Quadratic | .660 | 4,160.405 | 2 | 4,281 | <.001 |
Cubic | .660 | 2,774.100 | 3 | 4,280 | <.001 |
S | .707 | 10,308.126 | 1 | 4,282 | <.001 |
각 연장음에서의(205–1,185 ms까지 총 50개의 연장음)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있어 남녀 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원분산분석을 실행한 결과, 모든 연장음 구간에서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001). 표 2는 각 연장음 구간에서의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대한 남녀의 평균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전체 연장음 구간(205–1,185 ms)을 10분위(decile)로 나누어, 혼합분산분석을 통해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대해 분위와 남녀 간 차이 그리고 두 변수 간의 상호작용 유무를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분위와 성별 간 유의한 상호작용이 나타났다[F(4.789, 392.665)=2.904, p=.015]. Fisher’s least significant difference 사후검정을 통해 각 분위에서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있어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연장길이가 짧아 유창하게 들리는 1분위(205–285 ms)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p=.491), 상대적으로 연장길이가 길어 비유창하게 들리는 10분위(1,105–1,185 ms)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유의하게 더 높은 점수를 주며 비유창하게 지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p=.019). 그림 4는 각 분위에서의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있어 남녀의 평균값을 보여주고 있다.
4.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래 길이에서 20 ms씩 980 ms까지 변조한 한국어 평마찰음 /s/의 연장음 지각은, 길이에 따라 비유창하게 지각하는 점수가 증가하는 S곡선 모형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장음 지각이 비연속적(또는 단속적)이 아닌 연속적(또는 점진적) 특성을 보이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각 연장음에서(205–1,185 ms까지 총 50개의 연장음) 비유창함 지각 정도에 있어 유의한 남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10분위(decile) 분석 결과, 분위와 성별 간 유의한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사후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연장길이가 짧아 유창하게 들리는 1분위(205–285 ms)에서는 남녀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반면, 연장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비유창하게 들리는 10 분위(1,105–1,185 ms)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유의하게 더 높은 점수를 주며 비유창하게 지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하여 몇 가지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 한국어 평마찰음 /s/의 연장음 지각이 연속적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은 Park et al.(2016)과 동일한 결과이다. 또한 영어권 화자를 대상으로 마찰음 /ʃ/의 연장음 지각 특성을 연구한 Kawai et al.(2007)과도 동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비유창함 지각에 있어 일반적인 말더듬 연장의 판별기준인 500 ms 이상의(원길이에서 980 ms까지) 연장음에서도 연속적인 지각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말소리 연장은 유창함(정상)과 비유창함(비정상)의 단속적인 특성이 아닌, 유창함에서 매우 비유창함 또는 말더듬에 이르는 연속선상(continuum)에서 지각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Adams & Runyan, 1981; Kawai et al., 2007; Tichenor et al., 2022).
더 나아가 비유창함으로 지각되는 연장음의 최소길이에 대한 결과(Jones et al., 2005; Lingwall & Bergstrand, 1979; Park et al., 2018; Susca & Healey, 2001)들도 연속적인 개념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최소길이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유창성 지각이 비연속적이거나 단속적인 특성을 함의하는 결과가 아니라, 유창함에서 매우 비유창함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의 하나의 특정 경계점(boundary)을 나타내는 수치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awai et al.(2005)은 연장음 지각에 있어 ‘유창함’, ‘다소 유창함’, ‘다소 비유창함’, ‘매우 비유창함’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 정도에 따른 특정 구간(range)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어단어 ‘shape’의 첫소리인 /ʃ/의 연장음 지각에 있어 길이가 120–170 ms일 때는 ‘유창함’, 171–268 ms일 때는 ‘다소 유창함’, 269–445 ms일 때는 ‘다소 비유창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446 ms 이상일 때는 ‘매우 비유창함’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간 기준치들은 각각 유창함과 다소 유창함, 다소 유창함과 다소 비유창함, 그리고 다소 비유창함과 매우 비유창함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점이며, 유창함과 매우 비유창함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 파악되는 수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3에서 보이는 것처럼 본 연장음 길이에 따른 비유창함 지각 점수가 연속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선형적(linear)이기보다는 비선형적(curvilinear) 모형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이전 연구(Kawai et al., 2007; Park et al., 2016)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awai et al.(2007)은 ‘양적 연속성’(prothetic continuum)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즉, 연장음 길이에 따른 비유창성 지각은 양적으로 부가되는(addictive) 특성으로, 음도(pitch)의 경우처럼 자극이 더해져 질적으로 다른 자극으로 치환되는(metathetic) 개념(e.g., ‘미’음계가 ‘파’음계로 이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컨대 연장음 길이에 따른 비유창함 정도에 대한 평가는 질적인 변화 없이 단순히 길이가 양적으로 더해지며 지각되는 양적 연속성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간척도(e.g., 5점, 7점 척도)를 통한 평정과 직접 크기 평정(direct magnitude estimation)을 통한 비교 분석을 통해, 연장음 길이에 따른 비유창성 지각 특성이 양적 또는 질적 연속성의 측면을 보이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좀 더 타당한 평정법이 어느 것인지에 대한 실험적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Ha, 2009; Metz et al., 1990; Schiavetti et al., 1994).
둘째, 본 연구에서는 비유창함 지각 점수에 있어 각 연장음에서 유의한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480 ms까지 변조하여 연장음 지각 특성을 살핀 Park et al.(2016)에서 265 ms(원래 길이에서 60 ms 연장한 말소리)에서만 유의한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난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대상자나 통계방식(비모수 통계)의 차이 등으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거의 모든 연장음에서 남녀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관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총연장음 길이를 10분위로 나누어 비유창함 정도에 있어 남녀 간 차이를 살펴본 결과, 연장길이가 짧아 상대적으로 유창하게 들리는 1분위(205– 285 ms)에서는 남녀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연장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매우 비유창하게 들리는 10분위(1,105–1,185 ms)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주며 상대적으로 비유창적으로 지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분위에 따른 비유창함 지각에 있어 남녀 간 차이 분석은 Park et al.(2016)에서는 실시하지 않았다. 영어권 화자를 대상으로 한 Kawai et al.(2007)에서는 분위에 따른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분석 결과 연장길이가 짧아 상대적으로 유창하게 들리는 1분위(120–200 ms)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유의하게 높은 비유창함 점수를 준 반면, 연장길이가 길어 더 비유창하게 들리는 4분위(420–500 ms)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말소리 연장 지각에 있어서 일관적이지 않은 남녀 간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언어나 문화권의 차이에 따라 말더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기에(Bebout & Arthur, 1992) 서로 다른 언어 및 문화권에 속한 화자를 대상으로 말더듬 핵심행동으로서 말소리 연장에 대한 인식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향후 필요해 보인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1–100점 척도를 바탕으로 연장음에 대한 비유창함 지각 정도를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말소리 연장과 관련된 비유창성 지각은 단속적이 아닌 연속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음이 나타났다. 유창(정상, 0) 또는 비유창(비정상, 1)과 같은 이분적(binary) 척도를 통해서는, 유창함에서 매우 비유창함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보이는 비유창함 정도에 대한 지각 양상은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분적 평가와 다변수적(multi-valued) 평가 방식 차이를 인지하여 비유창성 관련 지각에 대한 신뢰로운 접근과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Kawai et al., 2007). 더 나아가 의사소통장애 평가에 있어 대상자의 다양한 말, 언어 샘플을 듣고 장애의 유무나 유형 내지는 중증도를 청지각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기에(Kent, 1996), 임상가의 숙련된 청지각적 판단 능력 구비는 물론이고 장애의 심각도를 좀 더 타당하고 신뢰롭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주지하고자 한다.
넷째, 말소리 연장을 단순히 특정 연장길이(즉, .5초)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이분적 분류에 의한 평가보다는(Van Riper, 1982), 연장 길이에 따른 차등적 점수를 부여하는 다분적 평가방식을 제안해 본다. 말 유창성이란 유창함에서 매우 비유창함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 지각되는 개념이기에 말소리 연장도 길이에 따라 차별적 점수를 부여해 평가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이분적 분류에 따라 말소리 연장의 빈도나 비율만을 점수화해서 평가하는 방식을 넘어, 말소리 연장의 길이(지속시간)도 평가항목으로 고려하자는 것이다. 말더듬 중증도 검사[Stuttering Severity Instrument (SSI); Riley, 2009]에서 말더듬 빈도뿐 아니라 지속시간을 평가항목으로 포함한다는 것, 특히 중간과 심함의 중증도에서는 말더듬 빈도보다도 지속시간이 SSI의 총점수를 더 잘 설명해주는 항목이라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Chon, 2014), 충분한 임상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아울러 향후 연구에 대해 기술하자면, 첫째, 본 연구는 비교적 적은 대상자(35명)로 진행되었다. 말소리 연장에 대한 인식 특성뿐 아니라, 관련해 남녀 간의 차이에 대한 일반화된 결과 도출을 위해 남녀 비율을 고려한 좀 더 많은 대상자를 통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본 연구는 한국어 평마찰음 /s/의 원지속시간(205 ms)에서 20 ms씩 정수배로 최대 980 ms까지 연장한 음성샘플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연장 길이에 따른 비유창함 정도에 대한 인식 특성(연속성)은 총연장구간(205–1,185 ms) 내에서의 지각 양상으로 제한되어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좀 더 긴 연장음(예, 1,000 ms 이상)을 생성해 비유창함과 관련해 어떤 지각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셋째, 연장음에 대한 비유창함 정도 지각이 양적 연속성 특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또한 이를 통해 비유창함 지각에 대한 평가 방식이 등간 척도법과 직접 크기 평정법 중 어느 방법이 좀 더 타당한지에 대한 실험적 규명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넷째, 본 연구에는 한국어 평마찰음 /s/가 포함된 하나의 문장자극(‘산에 오를 땐 더욱더 그 빼어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을 사용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좀 더 긴 음성샘플(예, 문단자극)을 사용하여, 문장 내 평마찰음의 위치나 분절음의 차이에 따라 비유창성 지각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음성자극의 자연스러움 정도 평가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이 말더듬 연장에 대한 지각 양상과 관련이 있기에, 말더듬 평가나 치료 전문가(언어재활사)를 대상으로 음성자극이 전형적인 말더듬 연장과 어느 정도 유사한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소리 연장뿐 아니라 막힘의 지속시간에 대한 청지각적 지각 연구도 진행해 볼 필요가 있겠다. 막힘은 말소리 연장과 함께 말더듬 행동으로 묶일 수 있지만, 청지각적 또는 음향학적으로 매우 상이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Lee, 2006; Van Riper, 1982). ‘들을 수 없는 연장’으로서 막힘과 ‘들을 수 있는 연장’으로서 말소리 연장에 대한 지속시간에 따른 청지각적 비교 연구는 두 말더듬 행동의 청지각적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실험적 시도가 될 것이다. 요컨대 상기한 사항들을 고려해 향후 말소리 연장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다양하고 좀 더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