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양측 중등도 이상의 난청(hard-of-hearing)은 신생아 1,000명당 3–5명, 양측 고도 이상의 난청은 신생아 1,000명당 1–2명이 발생된다(Park, 2015; Thompson et al., 2001). 조기에 난청의 진단과 중재가 적절하게 제공되지 못하면, 의사소통장애, 읽기장애, 학습장애 등이 난청 아동에게 초래되어, 전 생애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Lee, 2021; Yoshinaga-Itano et al., 1998). 이러한 이유로 국내외에서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newborn hearing screening)를 시행하고 있으며, 난청을 진단받은 아동은 생후 6개월 이내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말-언어 발달에 필요한 청각 자극을 제공받도록 하고 있다. 고도 이상의 감각신경성 난청인 아동은 보청기만으로 구어 의사소통 발달에 필요한 청각 자극을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공와우이식(cochlear implantation)을 통해서 정상적인 말, 언어 발달에 필요한 청각 자극을 제공받게 된다. 즉, 난청 아동은 인공와우를 통해서 적절한 청각적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어, 음도 조절(Campisi et al., 2005; Hocevar-Boltezar et al., 2006; Seifert et al., 2002; Yoon, 2002), 모음 포먼트(Kim & Ko, 2007), 파열음 산출(Higgins et al., 2001; Horga & Liker, 2006) 등의 말 산출 능력을 발달시키게 된다. 하지만 난청 아동은 인공와우이식 후에도 구어 의사소통에 필요한 운율, 말 속도, 말 명료도 등의 측정치에서 여전히 건청 아동들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Fang et al., 2014; Kang & Yoon, 2020; Wang et al., 2017; Yoon et al., 2013).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인공와우이식 아동이 호흡, 발성, 조음의 순간적인 협응이 요구되는 파열음의 지각 및 산출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인공와우이식 연령이 난청 아동의 말 지각, 말, 언어 발달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Lee, 2020; Mitchell et al., 2020).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고도 이상의 감각신경성 난청 아동에게 생후 1–2세 이전에 인공와우이식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으며(Jeong et al., 2018), 보다 나은 말 지각, 말, 언어 발달을 위해서 양측 인공와우이식(bilateral cochlear implantation)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행되는 추세이다(Papsin & Gordon, 2008). 양측 인공와우이식은 두 귀의 수술 시점에 따라서, 양 귀에 인공와우이식을 동시에 시행하는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simultaneous bilateral cochlear implantation)과, 시간 간격을 두고 양 귀에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는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sequential bilateral cochlear implantation)으로 구분된다(Papsin & Gordon, 2008). 양측 인공와우이식 초기에는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이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나(Peters et al., 2010), 최근에는 난청 아동에 보다 나은 말 지각, 말, 언어 발달을 위해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에 대한 비율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Peters et al., 2010). Suh et al.(2018)이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자음정확도를 일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비교한 결과, 인공와우 사용기간과 상관없이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자음정확도가 일측 인공와우이식 아동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생활연령이 3세인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말소리 산출능력을 양측 보청기 아동과 비교한 결과,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이 정상범위에 속한 비율이 양측 보청기 아동보다 10배 더 많았다(Välimaa et al., 2022). 이처럼 양측 인공와우이식은 일측 인공와우이식과 양측 보청기 착용보다 난청 아동의 말 산출능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성대진동시작시간(voice onset time, VOT)에 초점을 두고자 하였다. VOT는 파열음의 폐쇄와 개방에서 성대 진동의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측정한 것으로(Lisker & Abramson, 1964), 조음기관의 세밀하고 정교한 협응을 통해 산출되는 한국어 파열음의 말 산출 능력 변화를 측정하는 음성 음향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Auzou et al., 2000). 즉, VOT값은 음성 음향학적인 분석에서 말 운동과 관련된 타이밍 조절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아동의 VOT값은 내부 조음기관의 타이밍 조절과 관련된 발달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Koenig, 2000; Lee & Lee, 2015).
청각 능력(audibility)이 파열음의 산출과 피드백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난청 아동의 VOT값은 보청기 및 인공와우와 같은 청각 보조기기의 유용성 확인과 말소리 발달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VOT 연구를 살펴보면, 난청 아동의 VOT값은 인공와우이식 후에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며, 인공와우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VOT값이 건청 아동과 유사해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Higgins et al., 2001; Lee, 2009; Park et al., 2017).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는 인공와우를 통해 제공되는 청각 정보가 난청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시사한다. 반면에,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VOT값은 개인의 말 산출 능력과 청각 피드백 발달에 따라 상당한 개인 간 차이가 존재하며(Higgins et al., 2001),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상당수가 여전히 구강과 후두 협응이 필요한 말 산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연구 발표가 보고되었다(Grandon et al., 2017). Knuttila(2011)는 속도와 강도 조건을 다양하게 통제한 말하기 상황(보통, 느리게, 빠르게, 부드럽게, 크게)에서의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의 VOT를 비교하였을 때, 모든 조건에서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VOT가 건청 아동보다 길었다. 이는 인공와우이식 아동이 말을 산출하는 상황의 조건과 난이도에 상관없이 여전히 말 산출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늦은 시기에 인공와우이식을 받은 난청 아동의 말 산출은 건청 아동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어(Huh et al., 2010; Jun & Ko, 2007), 조기 인공와우이식을 통해 적절한 청각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난청 아동의 말 산출 능력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인공와우이식이 난청 아동의 VOT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나, 인공와우이식 연령, 인공와우 사용기간, 말 산출 발달과 청각 피드백 통합능력에 따라 VOT값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 연구(Jang, 2013; Kim, 2017; Pae et al., 1999)에 따르면, VOT값은 발성유형, 조음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성유형에 따른 VOT값을 살펴보면, 한국어 파열음의 VOT값은 격음, 평음, 경음 순으로 길어져서, 성문의 개방정도가 클수록 길어진다(Jang, 2013; Kim, 2017). 조음 위치에 따른 VOT값은 연구개음의 VOT값이 치조음과 양순음보다 길며, 조음위치가 뒤로 이동할수록 길어진다(Pae et al., 1999). Jeong et al.(2011)은 경직성 뇌성마비 아동과 일반 아동의 VOT를 비교한 결과, 두 집단 모두 격음의 VOT값이 평음과 경음에 비해서 유의하게 길었으며, 전반적으로 경직성 뇌성마비 아동의 VOT값이 일반 아동보다 길었다. Park & Lee(2016)가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의 VOT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연구개음의 VOT값이 양순음과 치조음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또한, Lee(2009)는 발화속도에 따른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파열음 산출 능력을 알아보기 위하여 발화속도를 달리하여 VC파열음V의 전체 음절 길이에서 VOT가 차지하는 비율을 건청 아동과 비교한 결과, 건청 아동은 빠른 속도로 말할 때 VOT 비율이 증가하였으나 인공와우이식 아동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발성유형과 조음위치가 VOT값에 영향을 미치며, 화자의 조음기관 시간 협응 능력의 부족과 미세한 조음기관의 협응을 평가하는 데 VOT값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말 산출 연구는 주로 자음정확도, 음운변동, 말 명료도와 같이 청지각 방법을 통한 평가로 이루어져 왔다(Glaubitz et al., 2021; Han, 2005; Heo & Ha, 2010; Kang & Ha, 2013; Kim, 2006; Kim, 2010; Kirk, 2000; Lee, 2009). 본 연구에서는 조기에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시행받은 난청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을 객관적 지표인 VOT 분석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조기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통해 얻은 양이 청취(binaural hearing)가 고도 이상의 난청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즉, 본 연구에서는 조기에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받은 청각장애 아동의 말소리 발달을 VOT를 통해서 살펴봄으로써, 인공와우를 통한 청각 보상과 청각적 피드백 발달이 청각장애 아동과 생활 연령을 일치시킨 건청 아동 간의 말 운동 통제 능력 특성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조음위치(양순음, 치조음, 연구개음)와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라 VOT 양상이 달라진다는 선행연구(Han, 2013; Jang, 2013; Kim, 2017; Lundeborg et al., 2012)를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집단(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건청 아동)의 VOT 차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만 5–10세의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15명, 건청 아동 15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언어 습득 전 농(pre-lingual deaf)이며, 2) 첫 번째 인공와우이식 연령이 2.5세 이내이며, 3) 두 번째 인공와우 사용기간이 6개월 이상이며, 4) 우리말 조음음운검사(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2, U-TAP 2; Kim et al., 2018)에서 자음정확도가 95% 이상, 5) 한국어음청각검사(Korean Speech Audiometry, KSA; Lee et al., 2010)의 학령기용 단음절 단어인지검사가 80% 이상, 6) 신체, 정서 및 시각적 감각 기능에 현저한 어려움이 없는 아동만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건청 아동의 선정기준은 1) 양측 귀 모두 정상 청력이며, 2) 부모 보고를 통해 의사소통장애 이력이 없으며, 3) 수용 표현 어휘력 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et al., 2009)의 수용어휘 점수가 생활연령 기준 –1 SD 이상이며, 4) 우리말 조음음운검사(U-TAP 2; Kim et al., 2018)에서 자음정확도가 생활연령 기준 –1 SD 이상이며, 5) 신체, 정서 및 시각적 감각 기능에 현저한 어려움이 없는 아동만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대상 아동 정보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표 1과 같다.
a Korea Speech Audiometry for children (Lee et al., 2010).
b 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2 (Kim et al., 2018).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파열음의 조음위치 및 발성 유형에 대한 발화 수집을 위하여 9개 파열음의 VCV 음절을 사용하였다. 9개의 파열음은 양순파열음(/p/, /p*/, /ph/), 치조파열음(/t/, /t*/, /th/), 연구개파열음(/k/, /k*/, /kh/)으로 구성하였으며, V는 모음 중 공명도가 가장 높아 파열음의 선행 및 후행 모음의 영향을 주지 않는 /ɑ/로 선정하였다(Chang & Kim, 2009; 표 2).
Place of articulation | Phonation type | ||
---|---|---|---|
Lenis | Fortis | Aspiration | |
Bilabials | /ɑpɑ/ | /ɑp*ɑ/ | /ɑphɑ/ |
Alveolars | /ɑtɑ/ | /ɑt*ɑ/ | /ɑthɑ/ |
Velars | /ɑkɑ/ | /ɑk*ɑ/ | /ɑkhɑ/ |
평가자는 소음이 통제된 장소에 디지털 레코드(Roland Edirol R-09-HR)와 마이크(Blue En. Core 300)를 설치하였다. 평가자는 아동에게 목표 발화인 9개의 VCV(/ɑpɑ/, /ɑp*ɑ/, /ɑphɑ/, /ɑtɑ/, /ɑt*ɑ/, /ɑthɑ/, /ɑkɑ/, /ɑk*ɑ/, /ɑkhɑ/)를 들려준 후, 따라 말하기 방식으로 녹음을 진행하였다. 마이크는 단방향으로, 아동의 입과 5 cm의 거리를 두어 녹음하였다. 아동이 목표 발화를 정확하게 따라하지 못할 경우, 기회를 추가로 1회 제공하였으며, 목표 발화를 다시 들려주면서 입술 모양을 보여주거나 목표 글자를 보여주면서 따라하도록 하였다. 또한, 아동이 일정한 말 속도로 산출할 수 있도록 평가자는 시각적 단서(손가락 세기)를 사용하였다.
대상 아동의 음성 자료는 Praat(ver. 6.1.51)으로 분석하였다. VOT는 Praat 분석창의 스펙트로그램에서 파열음의 터짐(release burst)이 일어난 곳인 수직 스파이크(vertical spike)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후행 모음 음파의 파형이 규칙적이기 전까지의 구간을 측정하였다(Lee & Lee, 2015; Yoo & Kim, 2015; 그림 1). 이때, VOT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 녹음된 음성, 스펙트로그램, 포먼트 정보를 참조하였다.
본 연구는 VOT 측정에 대해 평가자 내 신뢰도(intra-rater reliability)와 평가자 간 신뢰도(inter-rater reliability)를 산출하였다. 평가자 내 신뢰도를 위하여, 각 집단별 음성 샘플을 20%씩 무작위로 추출하여, 연구자가 VOT를 분석하였다. 피어슨 상관계수로 평가자 내 신뢰도를 산출한 결과, .940(p<.01)으로 나타났다. 평가자 간 신뢰도를 위하여, VOT 분석 경험이 있는 언어병리학과 대학원생 1명이 제 2평가자로 참여하였다. 전체 음성 샘플의 20%에 해당하는 음성 파일을 두 평가자가 독립적으로 분석한 결과, 피어슨 상관계수로 산출한 평가자 간 신뢰도는 .995(p<.01)로 나타났다.
파열음의 조음위치(양순음, 치조음, 연구개음)와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집단(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건청 아동) 간 VOT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삼원혼합분산분석(three- way mixed analysis of variance)을 실시하였다. 반복측정분산분석에 대해서 구형성 검정을 실시하여 구형성 가정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Greenhouse-Geisser로 수정된 자유도와 F값으로 해석하였다. 본 연구의 통계 프로그램은 IBM SPSS Statistics version 27(IBM, Armonk, NY, USA)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3. 연구 결과
파열음의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의 기술통계 결과는 표 3과 같다.
파열음의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집단 간 VOT값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삼원혼합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구형성 가정 검정 결과, 발성유형(Mauchly’s W=.728, χ2=8.261, p<.05), 조음위치(Mauchly’s W=.383, χ2=24.920, p<.001), 발성유형과 조음위치(Mauchly’s W=.052, χ2=75.059, p<.001)에서 구형성 가정을 만족하지 못하여, Greenhouse-Geisser의 F값으로 해석하였다.
삼원혼합분산분석 결과, 집단에 대한 주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27)=.474, p>.05]. 그러나, 조음위치에 대한 주 효과는 유의하였다[F(1.895,51.171)=24.822, p<.001]. 이에 대한 Bonferroni 사후검정 결과, 양순음과 연구개음(p<.001), 치조음과 연구개음(p<.001) 간 VOT값 차이가 유의하였으며, 양순음과 치조음 간에는 VOT값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그림 2). 발성유형에 대한 주 효과도 유의하였다[F(1.599,43.171)=129.709, p<.001]. 이에 대한 Bonferroni 사후검정 결과, 평음과 경음(p<.01), 평음과 격음(p<.001), 경음과 격음(p<.001) 간 VOT값 차이가 유의하였다(그림 3).
본 연구에서는 집단과 조음위치[F(1.895,51.171)=.228, p>.05], 집단과 발성유형[F(1.599,43.171)=.929, p>.05], 조음위치와 발성유형[F(2.670,72.100)=2.375, p>.05]에 대한 이차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으며,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대한 삼차 상호작용 효과[F(2.670,72.100)=.679, p>.05]도 유의하지 않았다.
4. 논의
본 연구에서는 집단(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건청 아동), 파열음의 조음위치(양순음, 치조음, 연구개음),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이 VOT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 간에는 VOT값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조음위치에서는 양순음과 연구개음, 치조음과 연구개음 간에 VOT값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발성유형에서는 격음, 평음, 경음 순서대로 VOT값이 유의하게 길었다.
본 연구에서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 간 VOT값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조기에 양측 인공와우를 이식받은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이 본인의 생활연령에 맞게 적절하게 발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난청 아동과 건청 아동의 VOT를 살펴본 선행연구에서는 두 집단 간 VOT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Shin & Seok(2006)이 4–9세 난청 아동과 건청 아동 간 VOT에 따른 발성유형 지각에 대해 비교한 결과, 난청 아동의 발성유형에 대한 지각 변동성이 건청 아동보다 높았다. Shin & Park(2007)도 5–7세 난청 아동은 VOT에 따른 양순 파열음의 평음과 경음을 지각하지 못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Khouw & Ciocca(2007)가 12–14세 난청 청소년과 건청 청소년 간 VOT 지각 및 산출을 비교한 결과, 건청 청소년의 격음 VOT값은 평음보다 유의하게 길었으나, 난청 청소년의 격음 VOT값은 평음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난청 청소년은 격음과 평음을 정확히 지각하고 산출하지 못하였으며, 난청 청소년이 산출한 격음을 성인 청자가 평음으로 인식하였다.
본 연구에서 조기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은 건청 아동과 VOT값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선행연구와 본 연구와의 결과 차이는 대상자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낮은 인공와우이식 연령과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통한 양이 청취가 말 운동 통제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첫째, 본 연구에 참여한 난청 아동의 첫 번째 인공와우이식 평균 연령이 1.17세인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 참여한 인공와우이식 아동은 청력 박탈 기간이 짧고, 인공와우 사용기간도 길기 때문에 충분한 청각적 자극을 받아 말 운동 통제 능력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사료된다. Joy & Sreedevi(2019)가 3세 이전에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하고, 인공와우 착용 기간이 최소 2년이 지난 4–8세 아동과 건청 아동 간의 VOT 비교한 연구 결과, 두 집단 간 VOT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둘째, 본 연구에 참여한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60%는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받았으며, 나머지 40% 아동은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받았다.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경우, 첫 번째 인공와우이식 평균 연령이 1.17세, 두 번째 인공와우이식 평균 연령이 1.7세로, 양측 모두 평균 2세 미만에 인공와우이식을 받았다. 이러한 대상자 특성을 고려할 때, 양이 청취(binaural hearing)가 말 운동 통제 능력 발달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Suh et al.(2018)은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자음정확도를 일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비교한 결과, 인공와우 사용기간과 상관없이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자음정확도가 일측 인공와우이식 아동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Lee & Sim(2015)도 7–13세의 일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 건청 아동 간 조용한 상황과 소음상황에서의 단음절 단어검사로 말 지각 차이를 살펴본 결과, 모든 조건에서 일측 인공와우 아동보다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말 지각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Lee(2018)의 양측 인공와우이식 성인, 일측 인공와우 성인, 건청 청년의 기능적 듣기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전반적으로 양측 인공와우이식 성인이 일측 인공와우이식 성인보다 수행력이 높았으며, 특히 음악이나 환경음을 실감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음질 청취 능력은 양측 인공와우이식 성인과 일측 인공와우이식 성인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의한 변수로 나타났다. 즉, 선행연구 결과와 본 연구를 살펴볼 때,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통한 양이 청취가 고도 이상의 난청 아동의 말 운동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파열음의 조음위치에 따른 VOT값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두 집단 모두 연구개음의 VOT값이 양순음과 치조음의 VOT값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이는 후방 자음의 VOT값이 전방 자음의 VOT값보다 크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Lee & Lee(2015)가 학령전기, 학령기, 성인을 대상으로 파열의 VOT를 분석한 결과, 연구개음, 경구개음, 양순음 순으로 후방 자음일수록 유의하게 길었다. 또한, Pae et al.(1999)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VOT를 분석한 결과도 연구개음이 양순음과 치조음보다 길었으며, 조음위치가 뒤로 이동할수록 길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양순음과 치조음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의 대상자의 연령이 5–10세인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Park & Lee(2016)에서 3–8세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VOT를 분석한 결과도 두 집단 모두 연구개음이 치조음과 양순음보다 유의하게 길었으나, 양순음과 치조음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아동의 말 운동 기술은 학령기에도 발달하기 때문에(Whiteside et al., 2003), 아동의 미성숙한 조음기관이 본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연구개음의 VOT값이 양순음과 치조음의 VOT값보다 긴 이유는 조음 접촉 면적과 기류학적인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Cho & Ladefoged(1999)는 연구개의 긴 VOT값을 조음 접촉 면적으로 설명하였다. 연구개음은 혀와 연구개가 접촉하는 조음 접촉 면적이 양순음과 치조음의 조음 접촉 면적보다 커져서 베르누이 효과가 커지게 되며, 이로 인해 연구개음의 VOT 값이 길어진다. Pae et al.(1999)은 연구개음 산출 시 연구개 폐쇄로 인한 폐쇄강의 크기가 양순음이나 치조음의 폐쇄강보다 작아 압력이 높아져, 성문하압이 성문상압보다 커야 하는 기류역학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어 VOT가 길어진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파열음의 발성유형에 따른 VOT값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격음, 평음, 경음 순으로 VOT값이 유의하게 길었다. 국내 선행연구(Jang, 2013; Kim, 2017; Lee & Lee, 2015; Oh et al., 2000)에서도 한국어 격음의 VOT값이 평음과 경음의 VOT값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에서도 격음의 VOT값이 가장 길었으며(Caramazza & Yeni-Komshian, 1974; Lisker & Abramson, 1967), 12–14세 중국 청소년의 VOT에서도 격음의 VOT값이 가장 길었다(Khouw & Ciocca, 2007). 즉, 발성유형에 따른 VOT 분석에서 격음의 VOT값이 가장 긴 특징을 보였다. 이와 같이 격음의 VOT값이 가장 긴 이유는 성대가 열리는 폭과 성문하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격음은 발성유형 중 성대가 열리는 폭이 가장 넓어, 성대가 닫히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Kim, 1997). 또한, 발성 과정 중 터지는 에너지가 격음이 가장 커 평음과 경음보다 더 많은 성문하압이 필요하다. 따라서,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며, VOT값이 길어지게 된다(Cho et al., 2002).
본 연구에서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 간 파열음의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VOT 양상을 비교한 결과, 두 집단 간에 VOT값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말 운동발달이 건청 아동과 동일하게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조기에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통한 청각적 보상 및 피드백이 정교한 말 운동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본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과 건청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양측 인공와우이식이 난청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양측 청취(bilateral hearing), 이중 청취(bimodal hearing), 일측 청취(unilateral hearing) 환경의 난청 아동 간의 말 운동 통제 능력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무의미 단어의 VOT만을 측정하여, 다양한 환경 및 문맥에서의 말 운동 통제 능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말 속도, 문맥 및 이야기 상황에서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의 말 통제 능력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양측 인공와우이식의 동시성 유무에 따라 난청 아동의 VOT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동시적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은 9명,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 아동은 6명으로, 두 집단 간의 VOT 차이를 살펴보기에는 대상자 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였다. 한국어 파열음이 영유아 시기부터 발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최대한 빨리 양측으로 말소리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난청 아동의 말 운동 통제 능력 발달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동시적 인공와우이식과 순차적 인공와우이식 아동 간의 말 운동 통제 능력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