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정확한 진단과 평가의 목적은 중재 결정을 내리는 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를 적절한 하위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을 포함한다. 적절한 하위유형으로의 분류는 중재 접근법을 선정하는 데 기여하며, 이는 결국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지게 된다. 평가 과정에서 한 개인을 특정 집단군의 하위유형으로 분류할 때, 평가자는 그 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에 집중한다. 그 특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증상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병소나 발달력 등의 원인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평가자는 이러한 특성들을 살피기 위해 특정한 지표들을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지표들은 하위유형 분류를 위한 기준이 된다.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분야에서 하위유형의 분류는 주요한 과업이자 오랫동안 관심이 이어져온 연구 주제이다. 이러한 관심은 기저 원인이 분명한 말소리장애와 달리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가 대상 아동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과거에는 언어치료 전문가들이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 장애를 기능적 조음장애라는 단일 집단으로 여기고, 모두 같은 방식의 치료적 접근을 사용하고자 했던 때도 있었다(Bernthal et al., 2017). 그러나, 현재는 학문적 발전과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해 이 집단이 여러 하위집단들로 구성된 집합체일 수 있다는 결론과 함께, 하위유형 분류를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외에서는 여러 학자들이 말소리장애의 하위유형 분류를 위한 틀을 제시해왔는데, 증상학적 측면에서 분류한 감별진단모델(Dodd, 2014)과 병인학적 측면에서 분류한 말소리장애 분류체계(Shriberg et al., 2017)가 가장 대표적이다.
먼저 Dodd(2014)의 감별진단모델(model for differential diagnosis)은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분류체계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말소리 특성을 기반으로 하여 말소리장애 아동을 다섯 집단으로 분류한다. 감별진단모델의 하위집단 구분을 살펴보면, 조음장애(articulation disorder) 집단은 자발 산출이나 모방 산출과 같은 맥락과 관계없이 같은 말소리를 일관되게 대치하거나 왜곡한다. 음운지연(phonological delay) 집단은 어린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발달적인 음운오류패턴을 보인다. 일관된 비전형적 음운장애(consistent atypical phonological disorder) 집단은 하나 이상의 비전형적 오류패턴을 일관되게 보이고, 동시에 몇 가지 발달적 오류패턴을 보인다. 비일관된 음운장애(inconsistent phonological disorder)는 동일한 어휘 항목에 있어서 다양한 음소 오류 형태를 보이는 등 일관되지 못한 산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아동기 말실행증(childhood apraxia of speech, CAS)의 특성과 일치하지만 자발 산출보다 모방 산출에서 더 나은 수행을 보인다는 점에서 CAS와 구별된다. CAS 집단은 2014년 업데이트된 감별진단모델에 새롭게 추가된 하위집단으로, 일관성, 구강운동 징후들(예: 모색, 조음운동 순차 진행의 어려움), 느린 말속도, 운율 문제, 짧은 발화 길이, 자발 산출보다 모방 산출에서 더 저조한 수행으로 정의된다. 표준화된 말소리 검사도구 중 하나인 Diagnostic Evaluation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DEAP)(Dodd et al., 2006)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하위집단을 식별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Shriberg et al.(2010)이 발표한 말소리장애 분류체계(Speech Disorders Classification System, SDCS)는 오랜 기간 수정을 거듭하면서 체계화된 병인학적 분류체계이다. 이 체계에서는 원인을 기반으로 말소리장애를 분류하며, 말 문제가 발생하게 된 본래의 원인(distal cause)과 이 원인들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근인(proximal cause)을 분리하여 보여준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SDCS(Shriberg et al., 2017)에서 말소리장애군은 크게 세 가지(speech delay, SD; speech errors, SE; motor speech disorder, MSD)로 분류되며, 이 세 그룹은 총 여덟 가지의 추정적인 하위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말소리지연(SD)군에는 유전(SD-genetic), 삼출성중이염(SD-otitis media with effusion), 발달적 심리사회적 개입(SD-developmental psychosocial involvement) 유형이 포함되는데, 이 세 가지 원인 경로는 완전히 독자적이거나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 두 번째, 말소리오류(SE)군에는 /s/형과 /r/형이 포함되는데, 이 두 가지 유형은 한 언어에서 마찰음이나 파찰음, 유음과 같이 조음 방법 면에서 산출이 어려운 말소리에서 왜곡력을 지닌 아동들을 포함한다. SD군이 모든 종류의 생략 및 대치 오류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과 달리, SE군은 제한된 자질의 왜곡 오류만으로 정의된다. 마지막, 말운동장애(MSD)군에는 불특정 말운동장애(MSD-not otherwise specified), 마비말장애(MSD-dysarthria), 아동기 말실행증(MSD-CAS) 유형이 포함된다. SDCS의 이전 버전(Shriberg et al., 2010)에서 마비말장애와 아동기 말실행증은 SD군에 속한 유형이었다. 그러나, 말실행증이 SD군의 개념과는 관련이 없으며 말운동장애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Shriberg et al., 2010), 말운동장애에 민감하지만 말실행증이나 마비말장애로는 분류되지 않는 아동들을 위한 새로운 유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서 확장된 SDCS에서는 MSD으로 분류되었다.
병인학적 분류체계는 말소리장애의 원인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체계가 항상 특정한 치료법과 직접적으로 연결지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한적일 수 있다(Stackhouse & Wells, 1997). 물론 유형의 명칭과 정의만으로 하위유형을 분류하고자 한다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Shriberg et al.(2010)은 하위유형을 분류하고 수량화하고자 하였는데, 하위유형의 분류를 위해 요구되는 전반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평가 프로토콜인 Madison Speech Assessment Protocol(MSAP)을 제안하였다. MSAP는 25개의 평가 및 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표준화된 말소리검사, 자발화 표본, 강세 과제, 단어 산출 과제, 자음 및 모음 산출 과제와 같은 말소리 관련 측정치를 비롯하여, 청각 및 음향 이미턴스 선별 검사, 비단어 반복 과제, 길항운동반복 과제, 구강 안면 구조 및 기능 과제, 언어검사, 지능검사, 배경정보 등이 포함된다. 또한 Shriberg et al.(2010)은 MSAP를 통해 얻은 청지각적, 음향학적 정보들을 정량화하기 위해 설계한 틀인 Competence, Precision, and Stability Analytics(CPSA)에 대해 설명하였다. CPSA에서는 말소리 관련 지표들을 3개의 분절적 요소와 7개의 초분절적 요소로 분류하고 이를 능숙도, 정확도, 안정성의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는 SD군과 MSD군의 하위유형들을 위한 예비 진단 표지로서 사용된다.
국내의 경우에도 국내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가지는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해외의 연구물과 견줄 정도의 하위유형 분류체계 정립을 위한 기초 연구가 시행된 적은 없다. Pi & Ha(2020)는 Dodd(2014)의 감별진단모델에 기반하여 국내 말소리장애 아동을 하위유형으로 분류하는 시도를 통해 국내 말소리장애 아동들 역시 해외의 선행연구들과 유사한 하위유형별 분포 비율을 보였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감별진단모델은 하위유형 구분을 위한 지표로 제한적인 표면적인 특성들만을 사용하므로, 보다 다양한 지표들을 사용한 특성 연구가 반드시 요구되는 실정이다. Pi & Ha(2020)는 감별진단모델이 여러 언어권에 걸쳐 일관성 있는 결과를 제시한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더 나아가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보이는 몇 가지 특성들이 언어권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신의 SDCS의 경우, 지속적인 수정 및 보완을 통하여 하위유형을 보다 잘 분류할 수 있는 지표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국내에서도 CPSA와 같이 다양한 지표를 사용하여 말소리장애 아동이 보이는 특성을 살펴보고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존재한다면, 하위유형의 분류는 물론이고 진단 및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버전의 진단지표 체계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국내의 말소리장애 특성 연구에 사용된 지표들을 망라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연구자들이 말소리장애의 어떤 특성에 주목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국내 말소리장애 대상 연구에서 어떤 지표들이 사용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말소리장애 특성 연구의 지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후 말소리장애의 특성 및 하위유형 분류에 관한 연구의 방향성과 하위유형별 진단지표의 개발 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분석에 포함된 연구논문은 국내 말소리장애 분야의 연구자와 임상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세 학술지, Communication Sciences & Disorders(CSD)와 언어치료연구, 말소리와 음성과학에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게재된 연구들이다. 여타 기질적인 문제나 장애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분석에서 제외하였으며,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혹은 기능적 조음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분석에 포함하였다. 기준을 충족한 연구논문은 CSD 40편, 언어치료연구22편, 말소리와 음성과학 8편으로 총 70편이었다. 이 중 외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4편과 중재 연구 3편을 제외한 총 63편의 연구가 분석에 포함되었다.
3. 연구 결과
63편의 연구에 사용된 지표들을 크게 다섯 가지 영역, 즉 말소리, 구조 및 기능, 말지각, 언어, 인지, 기타로 분류하고 범주화 하여 표 1에 제시하였으며, 각각의 지표들을 변인으로 사용된 연구들에 고유의 번호를 부여하고 함께 나열하였다. 63편의 연구 논문에 변인으로 사용된 지표들은 총 30개의 각기 다른 범주로 분류하였다. 말지각 범주는 4개의 하위 범주로 나뉘었으며, 네 하위 범주는 다시 13개의 세부 범주로 나뉘었다. 구조 및 기능 범주와 말지각 범주는 세부적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언어 범주는 4개의 하위 범주로 나뉘었다. 인지 범주는 4개의 하위 범주로 나뉘었으며, 이 중 한 범주는 3개의 세부 범주로 나뉘었다. 기타 범주는 4개의 하위 범주로 나뉘었다.
1. Ahn et al. (2013); 2. Bae et al. (2016); 3. Cho et al. (2021); 4. Choi & Ha (2018); 5. Eom & Shin (2018); 6. Ha (2016); 7. Ha (2020a); 8. Ha (2020b); 9. Ha & Seo (2019); 10. Han & Ha (2017); 11. Han (2010); 12. Hong & Sim (2011); 13. Hwang & Ha (2019); 14. Hwang & Kim (2015); 15. Hwang & Lee (2011); 16. Jang & Ha (2021); 17. Jeon & Ha (2021); 18. Jo & Kim (2017); 19. Joo & Ha (2018); 20. Jung et al. (2015); 21. Jeong & Yim (2016); 22. Kim & Kim (2019); 23. Kim et al. (2015); 24. Kim (2019); 25. Kim & Ha (2019a); 26. Kim (2014); 27. Kim (2015); 28. Kim & Ha (2019b); 29. Kim & Ha (2021); 30. Kim & Ha (2018a); 31. Kim & Huh (2021); 32. Kim et al. (2020); 33. Kim & Ha (2014); 34. Kim & Ha (2018b); 35. Kim (2010); 36. Ko & Kim (2010); 37. Ko et al. (2017); 38. Lee & Kim (2017); 39. Lee et al. (2018); 40. Lee & Ha (2018); 41. Lee & Lee (2015); 42. Lee & Shin (2016); 43. Lee & Kim (2014); 44. Lee (2018); 45. Min et al. (2015); 46. Nam & Yi (2010); 47. Oh & Ha (2020); 48. Park et al. (2017); 49. Park & Kim (2015); 50. Park (2015); 51. Park & Shin (2016); 52. Park & Lee (2016); 53. Pi & Ha (2020); 54. Pi & Ha (2021); 55. Pi et al. (2020); 56. Ryu et al. (2019); 57. Seo et al. (2017); 58. Seo & Shin (2014); 59. Shin & Ha (2015); 60. Won & Ha (2015); 61. Yang et al. (2018); 62. Yi & Kim (2019); 63. Yun & Lee (2020).
말소리 범주에는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갖는 표면적인 말 산출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들이 포함되었다. 하위 범주는 청지각적인 분절적 특성, 청지각적인 초분절적 특성, 음향음성학적 특성, 기타 요인들로 나뉘었다. 말소리의 청각적인 분절적 특성과 관련된 지표들은 다섯 가지 세부 범주(자음정확도, 조음오류율을 비롯한 산출 정확도 및 오류율과 오류 유형, 음운오류패턴, 말소리 목록, 자질 관련 지표)로 나뉘었다. 청지각적인 초분절적 특성과 관련된 세부 범주는 발성, 속도, 쉼, 비유창성으로 분류되었는데, 발성에는 발성시작시간, 속도에는 말속도와 조음속도, 휴지에는 휴지의 길이 및 빈도와 부적절한 휴지, 비유창성에는 비유창성 유형과 점수 등의 변인들이 포함되었다. 음향음성학적인 말소리 특성과 관련된 지표들로는 청지각적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음향음성학적 변인들이 포함되었다. 기타 요인 범주는 단어단위 측정치와 일관성 및 변이성, 명료도, 용인도 범주로 나뉘었으며, 각각의 세부 범주에는 관련 지표들이 포함되었다.
말소리 범주를 제외한 나머지, 구조 및 기능, 말소리 지각, 언어, 인지, 기타 범주에는 모두 표면적인 말소리 특성 외 동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한 지표들이 포함되었다. 구조 및 기능 범주에는 안면 대칭성, 외관상 구조, 비구어 운동, 길항반복운동, 교대운동속도, 일련운동속도 등의 구강 운동 구조 및 기능과 관련된 지표들이 있었다. 말지각 범주에는 말지각 외 다른 변인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언어 범주는 어휘력, 읽기, 쓰기, 이해 범주로 나뉘었다. 인지 범주는 음운처리, 지능, 기억, 학습능력으로 분류되었는데, 하위 범주들 가운데 음운처리 범주는 음운기억, 음운표상, 음운인식으로 나뉘었다. 이 중 음운기억 관련 지표들로는 단어, 비단어, 숫자 따라말하기, 빠른 자동 이름대기, 점화과제 수행 결과 등이 있었으며, 음운표상 관련 지표들로는 음운표상판단 과제 관련 변인들, 회상 정확도, 음운표상 과제 관련 변인들이 있었다. 지능 범주에는 비언어성 지능만이 포함되었으며, 기억 범주에는 음운기억 능력 외의 기억 관련 변인들이 포함되었고, 학습능력에는 순서학습능력 과제 관련 변인들이 있었다. 기타 범주는 네 가지 하위 범주로 나뉘었는데, 내면적 특성에는 의사소통 태도, 자아존중감, 자기효능감이, 지속주의 범주에는 지속주의 과제 관련 변인들이, 외국어에는 영어 어휘 관련 변인들이, 위험요인에는 발달력, 병력, 사회경제적지위, 가족력 등이 포함되었다.
연구논문에 각 지표가 변수로 사용되어 출판된 횟수를 큰 상위 범주별로 살펴보면, 말소리 범주의 지표들은 63편의 연구에서, 구조 및 기능 범주와 말지각 범주의 지표들은 각각 2편의 연구에서, 언어 범주의 지표들은 12편의 연구에서, 인지 범주의 지표들은 29편의 연구에서, 기타 범주의 지표들은 5편의 연구에서 변인으로 사용되었다. 하위 범주로 분류된 범주들을 살펴보면, 말소리 범주 내 청지각적인 분절적 특성 지표들은 46편의 연구에서, 청지각적인 초분절적 특성 지표들은 6편의 연구에서, 음향음성학적 특성 지표들은 6편의 연구에서, 기타 요인 지표들은 13편의 연구에서 변인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인지 범주 내 음운처리 관련 지표들은 26편의 연구에 변인으로 사용되었다.
각각의 지표들이 사용된 연구 수를 살펴보면, 30가지 지표 범주들 중 산출 정확도 및 오류율(30편), 음운기억(14편), 음운오류패턴(9편), 어휘(9편), 음운인식(9편)이 가장 많은 연구에 사용된 상위 5가지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음향음성학적 특성(6편), 일관성 및 변이성(6편), 오류 유형(4편), 명료도(4편), 음운표상(3편) 관련 지표들이 3편 이상의 연구에 사용되었으며, 그 외 나머지 지표들은 1편 혹은 2편의 연구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4. 논의
본 연구에서는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분류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진단 표지를 찾기 위하여, 국내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어떤 지표들이 변인으로 사용되었는지 살펴보았다. 63편의 연구논문을 살펴본 결과, 변인으로 사용된 지표들은 크게 6가지의 범주 내에서 총 30개의 세부 범주로 분류되었다. 국내 연구에서 말소리장애 아동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사용된 지표들을 범주별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지표는 자음정확도를 비롯한 산출 정확도 및 오류율 관련 지표였다. 이러한 음소정확도는 말소리장애를 심각도 수준으로 간단히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Shriberg et al., 1997). 그러나 심각도 구분은 단일의 양적 수치에 기반한 것으로, 이를 통해 개인이 지닌 고유의 말소리 특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각각의 심각도 집단에 속하는 아동들은 각기 다른 말소리 특성을 보이므로, 이러한 분류는 집단별 특성이나 효과적인 치료접근법을 탐색하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앞서 논의했던 SDCS나 감별진단모델에서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분류를 위한 기준으로 삼았던 오류 유형이나 음운오류패턴, 변이성과 관련된 연구는 음소정확도와 비교했을 때 다소 제한적으로 진행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변인들의 경우, 말소리 발달에 어려움이 없는 일반발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 역시 아직까지 완전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며 그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는 말 산출과 관련된 특성 외에도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지닌 동반 특성에 대해 살펴본 연구들 역시 다수 발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들 중 대다수는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갖는 표면적인 문제의 기저에 있는 어려움을 살펴보기 위한 시도들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지 범주 내 음운처리와 관련된 지표들은 청지각적인 분절적 특성 관련 지표들 다음으로 많은 연구에 포함되었는데, 음운처리 능력은 말소리 산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다양한 말소리장애 아동들이 갖는 기저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저의 어려움과 그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들은 다른 어려움을 동반하는 말소리장애 아동과 말소리 산출 자체에만 어려움이 있는 아동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연구에서 변인으로 사용된 어휘 능력 지표는 다양한 연구에서 언어 문제를 동반한 말소리장애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한편, 말소리 산출 과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말지각 능력을 변인으로 사용한 연구는 단 2편에 불과하였는데, 이와 같이 비교적 제한적으로 사용된 지표들의 경우 관련 연구가 더 수행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분류체계인 SDCS와 감별진단모델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원인에 의한 분류에서, 아동기 말실행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아동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아동은 말소리 유형으로 분류될 것이다. SDCS에서는 이 장애군을 크게 SE군과 SD군으로 분류하였는데, 이 분류는 오류의 유형이 일정 연령 이상에서의 제한적인 자질의 왜곡인지, 일반적인 말소리 발달 연령에서의 생략 및 대치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분류는 음성적 치료접근이나 음운적 치료접근과 같이 큰 맥락의 치료접근법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생략 및 대치를 모두 포함하는 SD군의 분류 기준은 이 하위집단이 여전히 큰 범위로 구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생략 오류는 음소가 탈락되면서 음절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대치 오류는 음절구조의 변화 없이 목표 음소를 다른 음소로 변형시킨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생략을 주된 오류로 보이는 아동과 대치를 주된 오류로 보이는 아동이 지닌 말 산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중재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상에 의한 분류는 원인에 의한 분류보다 좀 더 세분화된 하위집단들을 제시한다. SDCS의 SE군은 감별진단모델에서 조음장애 집단에 속하며, SD군은 대상아동이 보이는 오류패턴 및 비일관성에 따라 음운지연 집단, 일관된 비전형적 음운장애 집단, 비일관된 음운장애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감별진단모델은 오류 유형과 음운오류패턴의 양상, 비일관성 정도를 기준으로 말소리장애 하위유형을 분류한다. 이 지표들은 모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특성들로, 평가를 통해 양적, 질적 측정과 분석이 가능하므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특정 하위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는 중재 접근법 결정에 앞서 대상 아동을 하위유형으로 분류하는 데 감별진단모델의 적용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SDCS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 산출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음운오류패턴이나 비일관성으로 드러나는 처리 문제는 복잡한 음운 처리 과정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감별진단모델이 임상 현장에 효율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SDCS와 감별진단모델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현재의 분류 체계들이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분류의 종착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원인을 모르는 말소리장애 아동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나, 아직까지는 그 연구의 수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특정 지표들에 관심이 집중되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지표들은 그 영향력으로 인해 여전히 다양한 측면에서 더욱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지표들은 제한적인 연구 수로 인해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될 수도 있다.
선행 연구와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한국 버전의 말소리장애 진단 표지 체계에 포함될 수 있는 지표 목록을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목록에는 CPSA에 포함된 말소리 관련 측정치들뿐만 아니라, 감별진단모델에서 하위유형 구분을 위한 기준으로 사용되는 말소리 관련 지표들이 함께 포함되었다. MSAP가 표준화된 검사, 자발화의 수집, 일음절 및 다음절어 산출 과제, 비단어 산출 과제 등의 다양한 과제를 포함함에 따라, CPSA의 지표들은 이러한 언어학적 맥락과 평가 문맥에 의해 세밀하게 구분되었다. 이에 반해 Appendix 1에 제시된 지표 목록은 향후 진단 표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잠재적 지표들을 개괄적으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더욱 더 세밀한 분류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지표를 체계적으로 정량화하기 위하여 MSAP와 같은 평가 프로토콜 역시 구축되어야 한다. 진단 표지 체계는 반드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립되어야 하며, 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들은 모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수집되어야 한다. Appendix 2는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분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체계를 목록화한 것이다. 이 평가 목록 역시 구체화될 필요가 있으며,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앞으로는 보다 세부적으로 어떤 지표가 말소리장애의 하위 분류를 위한 진단 표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이 이 대상 아동들을 상호 구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진단 표지 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쌓인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국에는 하위유형의 분류는 물론, 감별 진단과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