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말더듬은 유창성장애의 하나로 음절을 반복하거나, 소리를 연장하거나, 소리의 막힘으로 말의 흐름이 순조롭지 않은 장애를 말한다(Lee, 2005; Van Riper, 1982). 이러한 구어 붕괴뿐 아니라 말더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눈을 자주 깜빡거리든지, 발로 바닥을 친다든지, 손으로 무릎을 치는 것 등과 같은 부수행동이 동반되기도 한다. 말을 더듬는 것 자체로도 일상의 활동이나 참여에 어려움을 갖는데, 부수행동이 동반되면 그 제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말더듬을 가진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실패를 자주 경험하면서 자신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말하기 힘든 상황을 회피한다. 또한, 그들은 이와 관련된 불안, 공포, 수치심, 흥분, 긴장, 두려움, 부끄러움과 같은 감정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의사소통 상황에서 실패했던 경험들이 부정적인 자기 인식으로 발전하면서 말더듬을 악화시키고 개인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직업이나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Craig et al., 2009; Logan & O’Connor, 2012; Yaruss & Quesal, 2004).
장애로 인한 활동 및 사회 참여 제한(handicap)으로 말을 더듬는 사람 자신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 또한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 내지는 편견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관련 연구들은 국내뿐 아니라(Chon, 2016; Han, 2015; Lee, 2013; Lee, 2014; Sim, 2000), 국외에 이르기까지(Abdalla & St. Louis, 2012; Al-Khaledi et al., 2009; Bebout & Arthur, 1992; Ip et al., 2012; Lee & St. Louis, 2014; Przepiorka et al., 2013; Woods & Williams, 1976) 매우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 그리고 연령층에 이르는 대상자들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인식 연구는 내용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성격(personal traits) 관련 인상에 대한 연구들이다(Craig et al., 2003; Lass et al., 1989; Lass et al., 1992; Lass et al., 1994; Lee, 2013; Lee, 2014; Ruscello et al., 1994). Lass et al.(1989, 1992, 1994)은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해 언어치료사, 특수교사, 그리고 학교 행정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성격 관련 인상과 관련된 형용사를 나열하게 하였는데, 대상자 집단에 상관없이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해 주로 부정적 함의의 형용사들로(예, 수줍은, 긴장한) 기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말을 더듬는 사람들을 직접 접촉하거나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Craig et al.(2003)의 경우, 먼저 말더듬에 대한 정의를 제공한 후(즉, 반복, 말소리 연장, 막힘과 같은 핵심행동과 회피행동, 말더듬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나 태도 등에 대한 설명) 이들의 고정관념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말을 더듬는 사람은 수줍어하고, 내성적이며, 자신감이 낮으며, 불안감은 높다는 것에 동의하는 대상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교사와 언어재활사를 대상으로 한 Lee(2013, 2014)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말을 더듬는 사람이 열등감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이들을 특징짓는 성격 특성(예, 수줍음, 내성적임)이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나 직업에서 말을 더듬는 사람의 잠재성이나 역량(capability)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연구들도 진행되었다(Gabel et al., 2004; Hurst & Cooper, 1983; Logan & O’Connor, 2012; Park et al., 2016; Schlagheck et al., 2009; St. Louis et al., 2011). 예를 들어, Logan & O’Connor(2012)는 116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에서의 말하기 요구량 정도와 교육 수준 정도의 인식 차이에 따른 총 32개의 직업에 대해 실제 말더듬 성인의 음성샘플을 들려주고 각 직업에 대한 추천 정도를 평정하도록 하였다. 연구 결과, 말더듬의 중증도에 상관없이(즉,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상대적으로 말하기 요구량 정도가 낮은 직업(예, 용접원, 집배원)을 높게 추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말을 더듬는 사람의 직업 추천에 있어 말하기 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이 유의미한 변수로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대학생과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Park et al., 2016; Park et al., 2020)들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말을 더듬는 사람은 직업 선택이나 직업적 성취에 있어 제한을 경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들이다.
여러 선행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일반 대중들은 말을 더듬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인식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말을 더듬는 사람 개인의 일상에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Blood & Blood, 2004), 능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하며(Abdalla & St. Louis, 2012; Hurst & Cooper, 1983; Silverman & Paynter, 1990), 사회적 관계 어려움, 심지어는 이성 교제나 결혼과 같은 ‘낭만적’(romantic)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Klompas & Ross, 2004; Van Borsel et al., 2011). 이러한 점을 주지하고 본 연구에서는 또 하나의 사회적 관계라 할 수 있는 군대 생활과 관련해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인식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다. 성인 남자들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복무하고 전역을 해야 한다. 일종의 ‘특수집단’인 군대는 계급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규칙과 명령에 따라 절대복종해야 하는 조직이다(Cho & Kim, 2013). 이는 수직적인 권위가 우선시되며 권위적인 위계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존재 목적이나 임무 수행의 성격상 일반사회의 어느 조직보다도 개인을 간섭하고 통제하며 인위적인 계급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수직적 인간관계를 형성한다(Seo, 2008). 또한 병사의 주 연령대가 20대 초반으로 이는 청소년 후기에서 성년 초기에 걸친 과도기적 발달단계로, 심리적 유예기에 해당하여 자신에 대한 정체감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일종의 ‘혼란 시기’라 할 수 있다(Hamburg, 1974). 더욱이 개성을 중요시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추구하는 신세대 병사들은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Kim & Kim, 2014). 이러한 급격한 환경적 변화에 말을 더듬는 사람이 성공적인 군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지휘관들이 이들에 대해 어떤 신념이나 조망(perspective)을 가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부정 반응’(negative reactions, Boyle, 2013:1517)을 보인다면 말을 더듬은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군대 생활을 할 가능성은 분명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군대 지휘관을 대상으로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인식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관련해 국외 연구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하나의 특수한 사회적 관계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군대 생활과 관련해 장교나 부사관과 같은 지휘관들이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해 어떤 인식을 보이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유창함 정도에 있어 차이가 있는 세 개의 음성샘플(유창한 발화, 덜 심한 말더듬, 심한 말더듬)을 생성해 들려주고 각 발화 상황에서 군대 적응 정도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지, 이와 관련해 발화 상황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각 발화 상황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된 요인 간의 상관분석을 위해 대상자로 하여금 각각 발화 관련 인상 요인(유창성, 명료도, 자연스러움, 말속도)과 성격 관련 인상 요인(호감, 지적 수준, 불안, 사교성)에 따라 제공되는 음성샘플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평정하게 하였다.
본 연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창함 정도와 관련해 세 집단(유창한 발화 청취 집단, 덜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에서 발화 관련 인상 정도(유창성, 명료도, 자연스러움, 말속도)에 따른 집단 간 차이가 있는가? 둘째, 유창함 정도와 관련해 세 집단에서 성격 관련 인상 정도(호감, 지적 수준, 불안, 사교성)에 따른 집단 간 차이가 있는가? 셋째, 유창함 정도와 관련해 세 집단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에 있어 집단 간 차이가 있는가? 넷째, 각각의 집단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발화 관련 인상 정도와 성격 관련 인상 정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가?
2. 연구방법
유창함 정도에 따른 세 집단에 장교를 포함한 부사관급 이상의 직업군인 총 89명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유창한 발화 청취 집단{23명, 평균연령=33.9세(7.5), 남 20명, 여 3명}, 덜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34명, 평균연령=31.2세(7.6), 남 30명, 여 4명},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32명, 평균연령=35.3세(7.9), 남 28명, 여 4명}]. 대상자 모집은 사전에 제작한 연구 홍보물을 이용하거나 연구에 참여한 직업군인이 다른 대상자를 소개(mouth-to-mouth)하는 방식으로 수행하였다. 기본적으로 육군, 해군, 공군의 구별을 두지 않았으며, 장기복무뿐 아니라 의무복무만 계획하고 있는 단기 간부도 포함하였다. 구체적인 대상자 선정기준으로는 첫째,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둘째, 정상적 청력과 시력을 가지고 있으며, 셋째, 실험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신경학적 병력이 없으며, 넷째, 현재 병사를 지휘, 통솔하고 있는 현역 부사관급 이상의 직업군인이며, 다섯째, 말-언어장애가 없으며 말을 더듬는 사람이 아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말더듬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일정기간(1개월 이상) 말을 더듬는 병사에 대한 접촉 경험이 없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될 말더듬 성인의 음성샘플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성하였다. 음성 발화 생성에 참여한 대상자는 만 31세의 남자 말더듬 성인으로 파라다이스 유창성검사 II(P-FA-II, Sim et al., 2010)를 통해 평가한 결과, 백분위 점수 21–30%ile로 ‘약함’에 해당되었다. 읽기상황에서 말더듬 빈도가 유의하게 감소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Bloodstein & Ratner, 2008), ‘가을문단’(Kim, 1996)을 유창한 발화로, ‘의도적 말더듬’(Van Riper, 1982) 방식으로 각각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을 생성하였다. 음성 발화는 ECM-PC60 마이크와 X-FI Surround 5.1 USB 사운드 블라스터를 사용하였으며 방음 시설이 구비된 대학 음성실험실에서 녹음하였다. 녹음된 청각자극의 특성은 표 1에 제공하였다.
F | MS | SS | |
---|---|---|---|
총발화시간(s) | 87 | 106 | 162 |
말더듬 빈도(%SS) | 0회(0%) | 15회(4.06%) | 78회(21.1%) |
말더듬 지속시간(s) | – | 0.98 | 3.15 |
말속도(sps) | 4.27 | 3.51 | 2.30 |
말더듬 핵심행동 출현 빈도 | – | 막힘>반복>연장 | 막힘>반복>연장 |
말더듬 빈도의 일치도 검증을 위해 본 실험의 목적을 인지하지 않으며 수년간 말더듬 임상경험이 있는 1급 언어재활사 2명이 참여하였다. 측정 결과, 덜 심한 말더듬에서는 각각 93.75%, 100%, 심한 말더듬에서는 94.87%, 97.43%의 일치율을 보였다. 또한 연령 관련 음성 인식의 중요 변수인 평균 기본주파수(MeanF0)의 경우, 유창한 발화의 평균 기본주파수가 127.25 Hz로 20대 평균 범위에 속하였다(Seo & Shin, 2019). 또한 일반성인 16명(남자 5명, 여자 11명, 연령 범위=25–33세)을 대상으로 음성샘플을 들려주고 연령대를 추정하게 한 결과, 20대 이전 2명, 20대 초반 11명, 20대 중/후반 2명, 30대 1명으로 대상자 대부분이 20대로 인식하였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말더듬 이외의 ‘얼굴 표정, 손/몸동작 관련 부수행동’과 같은 다른 변수들이 실험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성 발화만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평정척도를 사용하였다. 먼저 발화 특성 관련 평정이다. 구체적으로 실험대상자는 음성샘플을 듣고 발화 특성과 관련해 유창성, 명료도, 자연스러움, 그리고 말속도 등 총 네 가지 항목에 따라 평가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 평정척도는 성격 특성 관련 평정이다. 구체적으로 실험대상자가 말더듬 성인의 음성샘플을 듣고 호감, 지적 수준, 불안, 사교성 정도를 평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대 적응에 대한 예측 평정을 하는 군대 적응 예측 평정이다. 모든 평정은 리커트 척도(1–5점)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발화 특성 관련 평정과 성격 특성 관련 평정은 Amick et al.(2017)에서 개발된 척도를 수정해 사용하였다. 표 2에서 본 실험에서 사용될 평정척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였다.
본 실험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으며 구글 폼(Google form) 설문지를 통해 진행하였다. 본 실험에 앞서 실험대상자에게 본 연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한 후 참가동의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사전 질문지를 통해 연령, 성별, 교육 정도, 계급, 병력, 군 복무기간 등과 같은 기본 정보와 본인의 말더듬 유무 또는 가족력 유무,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경험 유무를 조사하였다. 본 실험 전 실험대상자에게 다음의 지시문을 제공하였다. “먼저,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음성 파일을 반드시 끝까지 청취하신 다음에 설문 문항에 답을 해주십시오. <발화 관련 평정>에서는 발화의 유창성, 명료도, 자연스러움 및 말속도에 대해 평가하게 됩니다. ‘유창성’은 전반적으로 말이 유창하게 들리는지, ‘명료도’는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지, ‘자연스러움’은 화자의 말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말속도’는 말의 속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입니다. <성격 관련 평정>에서는 발화를 통한 발화자의 호감, 지적 수준, 불안, 사교성 정도에 대해 평가하게 됩니다. <군대 적응 예측 평정>에서는 발화자가 군대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평가하게 됩니다. 음성샘플을 청취한 후 발화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을 바탕으로 평가해 주시면 됩니다.” 발화 관련 평정과 성격 관련 평정은 실험대상자에 따라 순서를 다르게 제시하였으며, 다만 군대 적응 예측 평정은 이전 발화 관련 평정과 성격 관련 평정 결과를 바탕으로 수행하기에 마지막에 제시하였다.
실험대상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발화 관련 변수(유창성, 명료도, 자연스러움, 말속도), 성격 관련 변수(호감, 지적 수준, 불안, 사교성), 그리고 군대 적응 예측 정도에 있어 집단(유창한 발화 청취 집단, 덜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 간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다. 또한, 각 실험조건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발화 관련 변수와 성격 관련 변수 간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 피어슨 상관계수 검정(Pearson correlation test)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SPSS v. 22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3. 연구결과
세 집단(유창한 발화 청취 집단, 덜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 심한 말더듬 청취 집단) 간 발화 특성 인상 정도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발화 관련 변수에서 유창성(p<.001), 명료도(p=.001), 자연스러움(p<.001), 말속도(p=.002) 모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후검정으로 Fisher의 최소유의차(least significant difference, LSD)를 실시하였으며 ‘유창성’에서는 모든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명료도’, ‘자연스러움’, ‘말속도’에 있어서는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 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각 변수의 사후검정 결과는 표 3에 제시되었다.
집단 간 성격 특성 관련 인상 정도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호감(p=.047), 불안(p <.001), 사교성(p=.049)에서 각각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나, 지적 수준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080). Fisher의 최소유의차(LSD) 검정 결과, ‘호감’, ‘불안’, ‘사교성’에 있어서는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표 4에 사후검정 결과를 제시하였다.
집단 간 군대 적응 예측 정도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군대 생활 적응도 평가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p<.001). Fisher의 최소유의차(LSD) 검정 결과,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표 5에 군대 적응 예측 정도의 사후검정 결과를 제시하였다.
실험조건 | MD | SE | p-value | |
---|---|---|---|---|
군대적응 예측 정도 | F vs. MS | –.304 | .250 | .226 |
F vs. SS | –1.092 | .251 | <.001 | |
MS vs. SS | .788 | .226 | <.001 |
먼저 전체 집단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발화 관련 인상 정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유창성, 자연스러움, 명료도, 말속도의 순으로 유의하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표 6에서 전체 실험조건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각 발화 관련 요인 간의 상관계수와 유의확률을 제시하였다. 표 7에서는 유창함에 따른 각 발화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각 발화 관련 요인 간의 상관계수와 유의확률을 제시하였다. 먼저 유창한 발화에서는 유창성, 자연스러움, 명료도, 말속도 순으로, 덜 심한 말더듬에서는 유창성, 자연스러움, 명료도 순으로, 그리고 심한 말더듬에서는 유창성, 자연스러움 순으로 유의하게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유창함 | 명료도 | 자연스러움 | 말속도 | |
---|---|---|---|---|
군대적응 | .673*** | .500*** | .604*** | .286** |
p-value | <.001 | <.001 | <.001 | .007 |
먼저 전체 집단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성격 특성 관련 인상 정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호감, 사교성, 불안, 지적 수준 순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표 8에서 전체 실험조건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성격 특성 관련 인상 요인 간의 상관계수와 유의확률을 제시하였다. 표 9에서는 유창한 정도에 따른 각 실험조건에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각 평가항목 간 상관계수와 유의확률을 제시하였다. 유창한 발화에서는 호감, 불안, 사교성 순으로, 덜 심한 말더듬에서는 사교성, 호감, 지적 수준, 불안 순으로, 마지막으로 심한 말더듬에서는 지적 수준이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호감 | 지적 수준 | 불안 | 사교성 | |
---|---|---|---|---|
군대적응 | .559*** | .464*** | –.520*** | .552*** |
p-value | <.001 | <.001 | <.001 | <.001 |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해보자면, 첫째, 발화 관련 요인 평가에서 ‘유창성’에서는 모든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 ‘자연스러움’, ‘명료도’, ‘말속도’에서는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에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 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성격 관련 요인 평가에서는 ‘호감’, ‘불안’, ‘사교성’ 항목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후검정 결과, 각각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군대 적응 예측 정도에서도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후검정 결과, 유창한 발화와 심한 말더듬 간, 그리고 덜 심한 말더듬과 심한 말더듬 간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말더듬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군대 적응에 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결과이다. 한편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유창한 발화와 덜 심한 말더듬의 경우 군대 적응 예측에 있어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넷째,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발화 관련 요인들이 유의미하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특히 ‘유창성’이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위의 결과를 통해 몇 가지 논의를 해 보자면, 첫째, 본 연구의 참여자인 군지휘관들은 심한 말더듬에서 호감도를 낮게 평가했으며, 불안 정도는 높게 평가하였다. 이는 말더듬 정도가 심할수록 긴장되어 있고 불안정하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Kwon & Ahn, 2014). 심한 말더듬의 경우에도 사교성 정도도 낮게 평가하였다. 결국 군지휘관들은 심한 말더듬에서 성격 관련 특성에 있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보임을 알 수 있다. 말을 더듬는 병사의 경우에는 말더듬으로 인해 직무 수행과 관련해, 특히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사건이나 이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Rosenthal & Naylor, 1968). 더군다나 군지휘관이 말을 더듬는 병사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선행지식이나 경험 부족으로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나 태도 반응을 보일 수 있다(Arnold et al., 2015; Klassen, 2002). 이런 맥락에서 말을 더듬는 사람과의 올바른 상호작용방식을 습득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완화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Woods & Williams, 1976). 따라서 군지휘관의 말을 더듬는 사람과 관련한 부정적인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둘째, 본 연구의 참여자인 군지휘관들은 심한 말더듬에서 군대 생활 적응 정도에 좀 더 부정적인 예측을 하였다. 또한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발화 관련 요인들이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현대 조직사회에서 의사소통은 각종 지시나 의견수렴의 통로가 되고, 조직목표의 성공적 수행에 필수 불가결하여, 조직관리의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Song, 2003). 특히, 군 조직 내의 의사소통은 말이나 특정 기호를 사용하여 정보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수신하여 군지휘관과 병사 상호 간에 공통된 이해를 하며, 나아가 상호 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군 집단의 역동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군에 있어서 의사전달은 정확하고,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임무 달성 시 하나의 기본 지침으로 정확한 의사전달과 이와 관련된 의사전달체계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대 생활 적응 정도를 예측함에 발화 관련 변수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본 연구에서의 두 변수 간의 높은 상관관계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군대 적응 예측 정도와 관련해 성격 특성 관련 요인들도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군대 생활 적응 정도를 예측함에 있어 호감, 불안 정도, 지적 수준, 사교성과 같은 성격 특성 관련 요인들도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적 변화에 대한 적응에 있어 발화 관련 요인들과 더불어 개인의 성격 관련 특성도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Jang et al., 2014). 기질과 성격은 각 개인의 인격(personality)을 이루는 요소들로(Cloninger, 1994), 개인 고유의 인격 특성에 따라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상황별로 독특한 적응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 군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적 변화에 대한 적응 여부에 있어 개인의 인격 특성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요인임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결과가 말을 더듬는 성인의 군대 생활과 관련해 (말더듬으로 인한) 적응의 어려움이나 불평등에 대한 하나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제적 근거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나타났듯이, 일반인들은 대체로 말더듬 혹은 말을 더듬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군지휘관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군지휘관의 말더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 말더듬협회(National Stuttering Association, NSA)에서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말더듬과 군대’(Stuttering & the Military)라는 리플릿을 제작하여 말더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 있으며, 말을 더듬는 병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대해 지적하며, 필요한 경우 그들을 위해 재활서비스 및 조치를 취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홍보물이나 자료를 제작하거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군지휘관들의 말더듬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말을 더듬는 병사들이 군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시스템이 구축되길 희망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말더듬 이외의 신체기관의 움직임(예, 얼굴 표정, 손/몸동작)과 연관된 부수행동이 실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성자극을 사용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발화 특성뿐 아니라 부수행동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동영상 자극을 제시하여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말을 더듬는 사람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군지휘관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향후 말더듬에 대한 지식 정도나 경험 유무에 따른 인식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재 복무 중인 말더듬 병사를 대상으로 군대 적응 관련 문제, 스트레스 유발 상황, 군대 내의 불평등이나 선입견, 등에 대한 사례연구나 질적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말더듬 병사가 실제 군대 생활 가운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련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지 좀 더 면밀하고 구체적인 사례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말더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능력이 저평가되면 말을 더듬는 병사들의 임무 수행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군지휘관을 대상으로 말더듬 병사에 대한 업무 관련 역량(잠재능력)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