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난 Yun(2022)의 연구는 경상 방언의 내포절 의문사(embedded wh-phrase)가 모문 작용역(matrix scope)으로 이해되는 문맥에서 발화된 의문문을 자극으로 피험자가 청취한 후 이를 모문 작용역, 즉 설명 의문문(wh-question)으로 판단하는지 또는 내포문 작용역(embedded scope), 즉 판정 의문문(yes/no question)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강제 선택(forced choice)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실험은 응답 반응 시간을 기록하였으나 그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연구에서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반응 시간과 피험자별 범주 지각 양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먼저 내포문에 위치한 의문사는 모문 동사가 비교량 동사(non-bridge verb)일 경우 모문 작용역으로 해석될 수 없는 의문사 섬 제약(wh-island constraint)의 조건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1)의 의문사, ‘누구’는 내포문 작용역을 갖게 되어 판정의문문, 다시 말해서 내포절에 의문사가 들어간 간접의문문으로 해석된다.
동일한 문장 구조이지만 경상 방언에서는 종결어미를 통하여 명시적으로 내포절 의문사의 작용역을 표현할 수 있다.
‘궁금하다’의 종결어미가 ‘-나’일 경우 내포문 작용역을, ‘-노(-ㄴ기고)’일 경우 모문 작용역을 나타낸다. 그러나 지난 Yun(2022)의 지각 실험에서 ‘-ㄴ기고’의 종결어미가 사용된 발화 문장이 모두 모문 작용역으로 지각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을 통해 내포문 동사구의 F0 변동 폭, 즉 내포 동사구의 돋들림 지수(prominence index)가 모문 작용역 선택의 주요한 단서임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 이 연구는 지난 Yun(2022)의 지각 실험에서 기록된 작용역 선택에 소요된 반응 시간 분석을 추가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 주제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첫째, 모문 또는 내포문 중 어떤 작용역으로의 응답이냐에 따라 반응 속도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실험에 사용된 문장은 ‘-ㄴ기고’의 종결어미를 가진, 모문 작용역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문장이다. 그럼에도 자극에 따라 모문 작용역 응답이 더 선호되는 것부터 내포문 작용역이 더 선호되는 응답까지 응답 수에 따른 정렬이 가능하다. 모문 작용역이라는 동일 작용역으로 응답해야 하는 자극임에도 자극에 따라 모문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응답 수를 달리하여 나타나므로 응답 선택에 따른 반응 속도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둘째,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이 내포문 작용역으로의 해석보다 더 긴 반응 시간이 필요한가? Yun(2021)의 서울말을 대상으로 한 작용역에 따른 반응 시간 연구에서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해 인지적으로 더 많은 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종결어미에 의해 명시적으로 모문 작용역이 표시되는 경상 방언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형태/통사적으로 섬 구조 제약의 약화를 표시하더라도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지적 부담이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라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각 피험자의 작용역 응답 선호가 범주적 지각(categorical perception)의 결과물이라면, 지각 경계(perceptual boundary)와 범주적 지각의 양상이 피험자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고 반응 시간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Yun(2022)의 연구에서 작용역 응답 선택의 양상이 범주적 지각으로 나타남을 보고하였다. 즉 모문 작용역 응답 수를 기준으로 자극을 정렬했을 때, 참가자에 따라 특정 자극 이후에서 동일 작용역을 주로 선택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피험자는 모문 작용역 응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다가 특정 정렬 자극을 경과해서는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주로 나타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범주의 변화를 가져오는 지각 경계, 또는 전이 구간(transition)이 특정 정렬 자극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피험자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Yun, 2022:7). 따라서 각 개인의 작용역 응답 시간과 정렬된 자극을 함께 시각화하여 지각 경계 형성과 범주적 지각 양상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주로 시각화를 통해 반응 속도와 작용역 선택 사이의 연관성과 지각 경계 및 범주 지각 양상을 보고자 하며, 본문의 그림에 잘 나타나듯이, 분포의 겹침으로 보아 별도의 통계 검증 등, 추리 통계적 분석의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기에 별도의 추리 통계적 접근을 지양하고자 한다.
2. 선행 연구
내포절 의문사가 모문 작용역을 갖는 것은 섬 제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문사 억양(wh-intonation)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운율 구조로 발화되면 모문 작용역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Chung, 1996; Deguchi & Kitagawa, 2002; Hwang, 2006, 2007, 2011, 2015; Ishihara, 2002, 2004; Jung, 2010; Kubo, 2005; Miyagawa, 2004).
서울말에서 의문사 작용역의 운율 구조에 대해 Yun(2019)은 의문사 구와 인접한 강세구의 운율 경계가 해지되는 것(post-wh dephrasing)이라 주장하였다. 또한 운율 경계 해지 범위는 Richards(2010)의 주장에 따라 의문사와 상응하는 보문소(complementizer)가 속한 강세구까지로 보았으므로, 내포절 의문사가 모문 작용역을 갖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모문 동사를 포함하는 강세구의 운율 경계도 해지되어야 한다. 즉 (1)의 예문에서 내포문 작용역을 갖는 경우의 운율 경계 해지 범위는 ‘좋아하는지’까지이며 따라서 ‘누구를’과 ‘좋아하는지’ 사이의 운율 경계만 해지되면 내포문 작용역을 위한 올바른 운율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문 작용역일 경우 ‘누구를’과 ‘좋아하는지’ 사이의 경계 해지는 물론 ‘좋아하는지’와 ‘궁금하니’와 사이의 운율 경계도 해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문 작용역에 상응하는 보문소는 모문 동사가 포함된 어절이며 따라서 내포 동사구와 모문 동사구 사이의 운율 경계가 해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이 반영된 발화 자극으로 청취 실험한 결과 형태적으로 구분이 나타나지 않는 서울말에서도 모문 작용역을 선택하는 비율은 86.3%에 이르고, 실험 참가자의 83.7%에서 섬 제약의 약화(weak wh-island constraint)가 확인되었다(Yun, 2021).
이러한 청취 실험의 높은 모문 작용역 해석과는 대조적으로 서울말 화자들은 모문 작용역 해석을 일으키는 운율 경계 해지를 실제 발화에서 몇몇 화자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Yun et al., 2020:50). 이와는 달리, 경상 방언에서는 내포문과 모문 동사구의 돋들림 지수가 내포문 작용역일 경우 크고 모문 작용역일 경우 작게 나타나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Yun et al., 2020:49-50). 돋들림이 크다는 것은 확실한 강세구가 나타난다는 것으로 내포 동사구도 하나의
강세구를 유지하고 모문 동사구도 하나의 강세구를 유지하기 때문에 두 어구 사이의 운율 경계는 유지된다는 의미이며, 모문 작용역의 경우 돋들림 지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두 어구 사이의 운율 경계가 해지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Yun, 2022:3).
경상 방언의 모문 작용역 청취 실험 연구 중 피험자 수가 20명 이상인 연구는 50명이 참가한 Park et al.(2020)과 24명이 참가한 Yun(2022)이라 할 수 있다. 두 연구의 차이는 자극 발화로 전자는 50대 화자 한 명의 발화를 녹음하여 사용하였으며, 후자는 Yun et al.(2020)의 발화 실험에서 녹음된 40명의 모문 작용역 문장 발화를 자극으로 사용하였다. 실험 결과 전자에서는 82.67%의 모문 작용역 응답을 보였으나, 후자에서는 자극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각 자극을 모문 작용역으로의 응답한 수를 반응 변수로 하고 각 문장에서 구해지는 몇 가지 운율 음향 단서를 설명 변수로 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내포문 동사구의 돋들림 지수가 모문 작용역 응답을 가장 잘 설명하는 예측자(predictor)로 나타났다. 즉 내포문 동사구의 돋들림 지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내포문 동사구와 모문 동사구 사이의 운율 경계가 약화되어 해지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는 모문 작용역 응답 수의 증가로 나타났다(Yun, 2022:6).
Park et al.(2020)의 작용역 선택 반응 속도 연구는 ‘생각하다’와 ‘궁금하다’의 두 모문 동사를 자극으로 측정한 반응 속도에 관한 것이라 이 연구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나, 다만 ‘궁금하다’와 같은 비교량 동사의 모문 작용역 지각 반응 시간이 ‘생각하다’와 같은 교량 동사의 모문 작용역 지각 반응 시간보다 더 소요된다는 점은, 서울말을 대상으로 한 Yun(2021)의 연구와 유사하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Yun(2021)은 ‘궁금하다’의 내포문 작용역 자극의 내포문 작용역 응답 반응 시간과 모문 작용역 자극의 모문 작용역 응답 반응 속도를 비교하였는데, 결론적으로 모문 작용역 반응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보고하고 이를 처리해야 할 요소, 즉 강세구 해지 등의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대하여 이 연구에서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있는 접근으로 보인다.
3. 실험 방법
전술했듯이, 이 연구는 지난 Yun(2022)의 실험에서 보고하지 않은 의문사 작용역 선택에 소요된 반응 시간과 범주 지각 양상에 대한 연구이며 따라서 실험 방법과 절차 등은 모두 Yun(2022)과 동일하다. 이런 이유로 이 절에서는 Yun(2022)의 실험 방법과 절차를 간단히 요약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청취 실험에 사용된 자극 문장은 Yun et al.(2020)의 발화 실험에서 녹음된 자료이다. 먼저 모문 작용역 해석을 가져오는 문맥이 주어진 ‘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한기고’의 문장과 함께, 내포문 작용역으로 해석되는 ‘나’의 종결어미가 들어간 ‘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나’의 문장이 마찬가지로 적절한 문맥과 함께 제시되었다. 경상 방언 사용자 남성 20명, 여성 20명이 각기 2번씩 발화하고 이 중 모두 첫 번째 발화만을 자극 대상으로 하여 음성 강도(intensity) 30 dB로 조정, 총 80개의 자극을 준비하였다.
청취 실험 참가자는 병리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24명으로 20대 초반의 경상 방언 사용자이며 실험 당시 모두 대구와 대구 근교 그리고 경남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이다. 성별로는 남성 3명과 여성 2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험은 무료 공개 프로그램인 OpenSesame(Mathôt et al., 2012)를 노트북에 설치하여 이용하였으며 실험 절차는 Yun (2021:29)과 동일하나, 자극은 경상 방언의 모문 작용역으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40개와, 내포문 작용역으로 추정되는 발화 40개가 사용되었다. 이와 함께 119개의 채움 문장(filler sentence)이 추가되어 1회 총 자극의 수는 199개이다.
실험 전 실험의 개요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와 함께 설명 그리고 판정 의문문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려주었다. 실험 안내는 서울말로 진행하였고, 피험자들이 어떤 억양의 의문문을 듣게 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도록 하였다.
피험자는 밀폐형 헤드폰(K271MKⅡ; AKG)을 착용하고 총 3회 실험에 임하였으며 1, 2회가 끝난 후 각각 10분간 휴식이 컴퓨터의 지시에 의해 실시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실험 참가자는 헤드폰에서 나오는 의문문을 듣고 설명 의문문이면 오른쪽 쉬프트(shift) 키를, 판정 의문문일 경우 왼쪽 쉬프트 키를 누르도록 지시하였으며, 실험 시작 시 10회의 연습을 통해 키보드 조작을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실험 환경은 조용한 연구실이며, 휴식 포함 5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반응 시간은 모두 자연로그(natural log)로 변환 및 표준화하였으며, 정상적 응답 시간을 10초로 설정하여 이를 초과하는 반응은 자료에서 제외하였다. 모문 작용역 발화 자극 총 2,880개(24명×40개 자극×3회)의 분석 대상 중 12개가 제외되었으며, 자극별로 40개 중 10개에서 1회씩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자극에서 2회의 응답이 제외되어 총 2,868개의 자료가 준비되었다. 따라서 각 자극은 70–72개의 응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포문 작용역 발화 자극도 총 2,880개 중 5회의 응답이 제외되어 2,875개의 응답과 반응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내포문 작용역 발화 자극 중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경우는 총 52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은 2,823개로 내포문 작용역 자극의 응답 중 1.8%만이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여 이들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추후 모문 작용역 자극의 응답 반응 시간과 비교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2,823개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시각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통계 패키지 R을 이용하였다(R Core Team, 2023).
4. 실험 결과 및 논의
우선 모문 작용역 응답 수가 다수인 자극부터 S1로 하여 S40까지 정렬하고 각각의 응답 수를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40개의 자극은 ‘니는 영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궁금한기고’로 ‘-ㄴ기고’를 종결어미에 사용하여 모문 작용역임을 명시적으로 표시한 단일 문장이다. 그럼에도 발화된 자극의 운율 구조는 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대되는 모문 작용역으로의 응답량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상 방언 화자라 하더라도 모문 작용역에 기대되는 알맞은 운율 구조로 발화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이미 Yun(2022)을 통해 보고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모문 작용역 응답량으로 정렬된 순서에 따라 반응 속도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아보고자 반응 속도를 점으로 하여 정렬 자극별로 표시하고 그림 1에 나타내었다.
각 자극별 응답수는 총 72개(70–72개)이므로 단순 산술적으로 모문 작용역 응답이 36개라면 내포문 응답도 동일한 36개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36보다 응답 수가 많다면 모문 작용역 응답이 선호되는 자극들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36보다 적으면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더 선호되는 자극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표 1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선호도는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S22에서 모문 작용역으로의 응답이 많아지기 시작해 S1에 이르기까지 응답 수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S23에서 S40에 이르는 내포문 작용역 응답 수에서도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림 1 또한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S22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갈수록 빨간색 원형의 모문 작용역 응답이 증가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세모꼴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응답 분포는 작용역 응답이 범주적 지각임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반응 시간과 관련하여 모문 작용역 응답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 사이의 확연한 시각적 차이점이 나타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모문 작용역 응답이 증가할수록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적어지므로 반응 시간의 비교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 관찰하기 위해, 모문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선호되는 두 집단으로 먼저 나누고 다시 각 집단 내에서 실제 응답 작용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우선 모문 작용역 응답이 내포문 작용역 응답보다 많은 S1부터 S22까지와 그 반대의 경우인 S23부터 S40까지의 응답을 두 개의 집단, 즉 모문 작용역 응답 선호 자극 집단과 내포문 작용역 선호 자극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을 다시 실제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것과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누어 반응 시간 분포에서 모문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 사이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편의를 위해 모문 작용역 선호 응답 집단에서 실제 모문 작용역으로의 응답은 1, 내포문 작용역으로의 응답은 2로 하였으며, 내포문 작용역 선호 응답 집단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문 작용역 응답을 3, 내포문 작용역 응답을 4로 표시하여 논하기로 한다. 먼저 각 집단마다 응답 수를 세어 표 2에 나타내었다.
집단 | 1 | 2 | 3 | 4 | 총합 |
---|---|---|---|---|---|
응답 수 (%) | 1,285 (44.8) | 293 (10.2) | 345 (12.0) | 945 (32.9) | 2,868 |
1,578 (55.0) | 1,290 (44.9) |
‘-ㄴ기고’를 종결어미로 하는 모문 작용역 문장을 자극으로 사용했으므로 이를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경우(1, 3)를 나타내는 응답 수는 56.8%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모든 자극에 대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경우(2, 4)는 43.1%에 이른다. 모문 작용역 운율 구조와 종결어미가 일치하는 집단 1이 44.8%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이며, 마찬가지로 종결어미는 비록 모문 작용역이나 운율 구조가 상이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집단 4가 32.9%로 두 번째로 많은 응답 수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집단 4와 관련하여 운율 구조적으로 유사한 집단 3은 12.0%로 운율보다 종결어미에 따라 작용역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적으로 집단 4가 3보다 2.7배 이상 많이 응답한 것으로 보아 운율과 종결어미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종결어미에 의존하기보다 운율에 준거하여 작용역을 결정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1표 2를 통하여 작용역 판단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형태/통사적 제약과 운율 구조의 완결성(integrity)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종결어미에서 나타나는 형태/통사적 제약을 작용역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사용하여 집단 1과 3의 선택을 하였으며, 이와 유사하게 운율 구조의 적합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사용하여 비록 ‘-ㄴ기고’의 종결어미를 가졌음에도 모문 작용역을 완성시키는 운율 구조인 의문사 억양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내포문 작용역 실현에 더욱 가까운 운율 구조로 발화되었기 때문에 집단 4와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집단 2는 운율 면에서 모문 작용역의 일반적 운율 구조와 유사함에도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였다. 집단의 규모는 10.2%로 네 집단 중 가장 적은 응답량을 보이고 있으나 모문 작용역이 선호되는 자극들에서 선택된 응답이라 단순히 운율 구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히 운율 구조의 영향으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나타났다는 설명보다는 운율 구조의 완결성을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 즉 모든 의문문이 어떤 운율 구조로 발화되는 것을 지정하기보다 모문 작용역일 때 의문사 억양으로 실현되어 운율 구조가 완전한지 여부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비록 수는 많지 않지만, 여전히 의문사 억양이라 판단할 만큼 완전한 운율 구조를 갖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작용역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서는 4.3의 피험자별 분석에서 좀 더 논의하겠다.
각 집단에 따라 반응 시간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Park et al.(2020)과 Yun(2021)의 주장대로 모문 작용역 응답이 내포문 작용역 응답보다 반응 시간이 더 소요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바이올린-상자 그림을 그림 2에 나타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네 개의 집단 간 다소의 차이가 관찰된다. 이전의 연구에서와 달리 집단 1과 2는 모문과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것임에도 모문 작용역 응답이 약간 더 빠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집단 3과 4의 경우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더 빠른 양상을 보여준다. 표준화된 자연 로그 반응 시간 변환값의 평균값으로 반응 시간이 적게 든 순서대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2
이들 간의 차이로 미루어 모문 작용역 응답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 간의 반응 시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3 모문 작용역 응답의 반응 시간이 내포문 작용역 응답 반응 시간보다 더 소요되지 않는 이유를 찾기 위해 내포문 작용역 발화 자극 40개의 응답 자료 2,823개에서 구한 반응 시간을 비교하였다. 내포문 작용역 발화 자극 40개의 응답 자료로부터 얻어진 반응 시간 평균은 –0.12로 (3)에 나타난 평균으로 비교하면, 모문 작용역 자극의 응답 집단 1은 물론 집단 4보다도 빠른 반응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차이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하여 그림 2의 집단 2와 3을 제외하고 집단 1, 4 그리고 내포문 작용역 자극의 응답 반응 속도를 그림 3에 나타냈다.
설명의 편이를 위하여 내포문 작용역 자극에 대한 응답을 집단 A라 부르고, 동일 작용역으로 응답한 집단 4와 A의 반응 속도를 비교해 볼 때, 집단 A에서 나타난 반응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집단 1과 A를 비교하면 두 응답의 작용역이 서로 다름에도 동일 작용역 응답인 집단 4와 A에서 나타난 차이보다 더 작은 반응 속도 차이를 보인다. 이 그림을 통하여 확인되는 것은 모문 작용역 자극을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것(집단 1)의 반응 시간은 이미 Park et al.(2020)과 Yun (2021)에서 살펴본 것과 유사하게 내포문 작용역 자극을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것(집단 A)보다 더 큰 반응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단 4의 경우는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했음에도 모문 작용역 응답보다 좀 더 긴 반응 시간을 보인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직접적 원인을 이 연구의 실험 결과로 찾기 어려우나, 위에 기술한 내포절 의문사 작용역 선택의 요인으로 추론해 보고자 한다. 집단 4를 선택한 것은 형태/통사적 제약과 운율 구조의 완결성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서 운율 구조의 완결성에 더 큰 가중치(weight)가 부여된 경우라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운율 관련 요인의 가중치가 크다고 하여 형태/통사적 제약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운율 구조 완결성 가중치가 증가하는 만큼 형태/통사 제약의 가중치가 축소되는 서로 반비례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형태/통사 제약이 미약하게나마 피험자로 하여금 다른 형태의 운율 구조를 기대하도록 작동하여 지각 처리에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단 1과 A의 경우, 두 요인 사이의 부조화(mismatch)가 없기에 집단 2와 3에 비해 좀 더 빠른 반응 시간을 보인 것으로 또한 설명 가능하다. 비록 집단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반응 시간의 집단별 경향성이 실험 횟수가 증가하면서도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 횟수에 따른 반응 시간의 분포를 그림 4에 나타냈다.
실험 횟수가 증가할수록 미미한 반응 속도의 감소가 관찰되지만 그림 2에 나타난 전반적 패턴, 즉 모문 작용역 응답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르고 순차적으로 집단 4, 2, 3의 분포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실험 횟수에 상관없이 이러한 경향성은 항상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형태/통사적 제약과 운율 구조의 완결성이 동시에 충족될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비교적 빠른 응답의 반응 속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술한 작용역 선택에 관여하는 두 요인이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작용역 선택에 대한 형태/통사적 제약과 운율 구조의 완결성을 주요 요인으로 본다면 이는 경상 방언 사용자들이 종결어미에 따른 의미(작용역) 차이를 내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며, 또한 ‘-ㄴ기고’에 따른 기대되는 어떤 운율 구조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피험자를 나누지 않고 나타나는 반응 속도를 통하여 범주 지각의 양상을 분석했다면 이제 피험자별로 지각 경계와 범주 지각의 양상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Yun(2022:7)은 작용역 선택이 범주적 지각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서, 모문 작용역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무작위로 일어나지 않고, 일정 정도까지는 한 종류의 범주로 지각하며, 지각 경계를 넘어서면 다른 범주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림 1에 잘 드러나도록 시각화되었다. 또한 범주 변화의 지각 경계가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여 이를 모문 작용역 지각 경계의 민감도가 서로 다른 것이라 분석하였다. 덧붙여 모문 작용역 응답이 가장 적은 자극(S40)에서조차도 이를 모문 작용역으로 1회 이상 응답한 6인의 피험자에 대해 아마도 종결어미를 판단의 근거로 한 선택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종결어미가 판단의 근거라면 그러한 이들의 응답은 자극의 정렬 순서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자극을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는 체계적 반응을 보였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지난 연구의 주장을 확인하고, 지각 경계 민감도에 의한 범주 지각 양상이 서로 다른 원인이 무엇인지, 즉 작용역 지각의 판단 기제에 대한 좀 더 타당한 설명을 위해, 그림 2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문 작용역 응답량을 기준으로 자극들을 정렬한 후 반응 시간을 점으로 표시한 분포를 피험자 1번부터 24번까지 개인별로 그림 5에 나타내었다. 피험자의 정렬 순서는 모문 작용역 응답 수를 기준으로 하여 1번 피험자가 가장 많은 모문 작용역 응답을, 24번 피험자가 가장 적은 모문 작용역 응답을 한 것이다.
주지하듯이, 각 자극에 3회의 응답 반응 시간이므로 자극 하나하나에 대한 개인별 반응 시간을 통계적으로 추정하기에는 표본의 수가 적다. 대부분의 반응 시간이 산포되어 피험자에 따른 모문 작용역 응답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 사이의 시간 차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림 2와 4를 통해 보았듯이, 피험자 집단적으로는 약간의 체계적 차이가 유지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나, 피험자 개인의 작용역에 따른 반응 시간 차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림 5를 통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험자의 정렬 순서대로 모문 작용역의 분포 영역이 정렬 자극 후반부까지 폭넓게 나타났다가(피험자 1), 점차 내포문 작용역의 분포 영역이 정렬 자극 중반부와 이후 전반부까지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피험자의 응답 경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모문 작용역 응답을 선호하는 피험자와 역으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을 선호하는 피험자 집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번 피험자의 반응 시간 분포에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일관적으로 관찰되는 자극은 S40으로,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응답이 모문 작용역으로 나타나, 피험자의 작용역 선호 경향성을 보여준다. 물론 산발적으로 모문 작용역 응답이 다수인 자극, 예를 들어 S6에서도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관찰되나 그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 단순 오류로 판단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이 피험자는 분명 모문 작용역 응답에 강한 선호 경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피험자 정렬 순서로 진행되면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의 점진적 증가로 나타나며, 역방향으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 24번 피험자로부터 역으로 진행하며 모문 작용역 응답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1번 피험자로부터 시작하는 순방향에서의 경향성과 역방향에서의 경향성이 완전히 대칭적으로 나타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유사한 경향성이 관찰됨을 인정할 수 있다.
좀 더 분명한 지각 경계의 위치와 범주 지각 양상을 보기 위하여 반응 시간 대신 모문 작용역 응답 수의 이동 평균값(moving average)을 y-축으로 그림 6에 나타내었다. 이동 평균은 정렬된 자극 순서대로 3개의 자극을 하나의 틀(window)로 한 모문 작용역 응답 수의 평균값이다. 첫 번째 이동 평균값을 구한 후, 다시 첫 번째 자극의 응답 수를 제외하고 4번째 자극의 응답 수를 포함하여 새로운 틀에서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자극이 평균 계산 틀에 포함될 때까지 진행, 각 틀의 이동 평균값을 얻는다.
내포문 의문사의 작용역 판단이 범주적 지각에 의한다는 사실이 피험자 개인의 성향 즉 왜 모문 작용역을 더욱 선호하거나 역으로 내포문 작용역을 더욱 선호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즉 작용역 판단이 범주적 지각으로 나타나는 요인을 밝히고 개인적 차이를 이러한 요인들의 관계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일관성 있는 범주 지각 양상의 원인을 추론해 볼 필요가 있다.
전술한 범주 지각의 경향성이 그림 6에서 순방향과 역방향 모두 대체로 유사한 범주 지각 양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6의 범주 지각, 지각 경계 양상에서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안정적으로 모문 또는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나타나고, 이후(또는 이전) 좀 더 선명한 지각 경계, 즉 전이 구간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술의 편이상 이를 A-형이라 하고, 또 다른 한 종류는 전이 구간이 매우 넓게 나타나 모문 또는 내포문 응답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구간이 매우 좁거나 심지어 안정적 응답 구간이 있다고 보이지 않고 지속적 전이 구간만 관찰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를 B-형이라 하겠다.
A-형에서 다시 두 가지 패턴이 관찰되는데, 역시 기술의 편의 상 각각 A-1, A-2라 정하면, A-1은 모문이나 내포문 작용역 중 어느 한쪽만의 응답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지각 경계 이후 다른 한쪽의 응답이 안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24명 피험자 중 11명(피험자: 1, 2, 3, 4, 5, 6, 9, 12, 22, 23, 24)이 여기에 해당한다. A-2의 경우 양쪽 모두에서 안정적 응답이 일정 정도 나타나고 중간 지역에 지각 경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총 10명의 피험자에서 관찰된다(피험자: 7, 8, 10, 11, 13, 14, 15, 18, 19, 20). B-형에 해당하는 피험자는 총 3명이다(피험자: 16, 17, 21).4
A-형은 범주적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자극 문장이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만이 가능한 ‘-ㄴ기고’를 사용했으므로 운율 구조적 영향력을 배제한다면 이론적으로 모두 통사/형태적으로 해석되어 모문 작용역 응답이 되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이와 유사하게 역방향에서 자극 문장이 모문 작용역 해석을 일으킴에도 내포문 작용역으로 응답했다는 것은 형태/통사적 영향력보다 운율 구조에 따른 응답을 더욱 선호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작용역을 결정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형태/통사적 요인과 운율 구조적 요인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형태/통사적 요인이란 다시 말해서 ‘-ㄴ기고’의 형태/통사적 정보가 모문 작용역으로의 해석만을 강제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는 해석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제약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운율 구조적 요인은 어떤 문장이 발화되었을 때 그 발화에서 나타나는 운율 구조가 적합한가, 즉 발화 문장과 운율이 잘 어울리는지 또는 문장과 운율이 온전하게 완결성을 보이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문 작용역을 갖기 위해서는 의문사 억양이라는 특정 운율로만 발화되어야 문장과 운율의 일체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여기에 잘 맞지 않는다면 이를 일반적인 상황 즉 디폴트(default)로 처리하여 내포문 작용역으로 선택을 취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요인이 서로 간에 간섭 없이 독립적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피험자마다 어느 쪽에 더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 모문 또는 내포문 작용역 응답의 선호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험자 1, 2는 모문 작용역 응답이 후반 자극까지 다수로 이루어져 있다. 피험자 3, 4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일찍 전이 구간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형태/통사 제약 요인에 의한 응답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해당 요인의 가중치가 크거나(1, 2) 또는 상대적으로 적은(3, 4)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방향으로, 피험자 24, 23의 경우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안정적으로 중반 자극까지 이르고 그 앞쪽의 자극에서 전이 구간이 나타난다. 피험자 22의 경우 내포문 작용역 응답의 안정 구간이 24, 23에 비해 비교적 짧게 나타나고 곧이어 전이 구간이 발행한다. 모두 운율 구조 완결성 요인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크거나(24, 23) 작게(22) 설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작용역 응답이 어느 한쪽 요인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결과로 보이는 피험자의 범주 지각 양상이 A-1이라고 할 수 있고, 두 요인의 가중치가 대등하게 설정된 결과가 A-2의 범주 지각 양상이라 할 수 있다. A-2의 전형적인 예는 7, 15 등에서 관찰되는데, 양쪽 끝단에서의 안정적 응답들이 지속되고, 그 중간에 선명한 전이 구간이 비교적 짧게 관찰되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범주 지각의 전형이 잘 나타나고 있다. A-1과 A-2의 가장 큰 차이는 모문과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을 동시에 갖느냐(A-2), 갖지 못하느냐(A-1)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4.2에서 형태/통사적 제약과 운율 구조 완결성이라는 두 요인의 가중치 사이에 반비례 관계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즉 형태/통사 제약의 가중치가 높다면 반대로 운율 구조 완결성 가중치는 낮아져야만 한다. 이렇게 어느 한쪽 요인의 가중치가 편향적이면 A-1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두 가중치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 A-2의 범주 지각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피험자마다 범주 지각 양상이 다른 것은 작용역 판단에 영향을 주는 두 요인의 가중치 설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B-형은 안정적 범주 지각이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선명하게 두 요인의 영향력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형태/통사 제약과 운율 구조 완결성의 가중치가 A-형 범주 지각에 나타난 것보다 모두 낮게 설정되어 있을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B-형이 분명한 범주 지각 양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그림 6에서 이들의 이동 평균을 연결했을 때 전반적으로 ‘좌상우하’의 경향성, 즉 처음부터 끝까지 전이 구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범주 지각 양상으로 발전되어가는 과정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5
마지막으로 Yun(2022)에서 언급한 6인 피험자, 즉 모문 작용역 응답이 가장 적은 자극(S40)을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한 피험자들이 대부분 자극에서 모문 작용역으로 응답하여 체계적 반응을 보였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이들은 그림 5와 그림 6에서 2, 3, 4, 5, 7, 8의 피험자들이다. 이들 중 피험자 2, 3, 4, 5는 A-1에 분류되어 있으며 그림에서 확인되듯이 대부분 자극에서 모문 작용역 응답으로, 모두 형태/통사 제약에 기반한 작용역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7과 8의 경우는 A-2로 분류되어, 전이 구간 이후의 모문 작용역 응답은 체계적 반응이라기보다 청취 실험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오류 응답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연구를 통해 이들 이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형태/통사 문법 제약의 가중치가 운율 구조 완결성보다 매우 높아 모문 작용역 응답이 다수인 다른 피험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5. 결론
서론에 제시된 세 가지 연구 주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용역 응답의 범주적 지각이 어떤 기제에 의해 작동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첫째, 어떤 작용역으로 응답했느냐의 차이가 반응 속도의 차이로 나타나는가에 대하여, ‘-ㄴ기고’의 종결어미가 사용된 자극에서 모문 작용역 응답의 반응 시간이 조금 빠른 것으로 보이나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모문 작용역 응답량으로 정렬된 자극에서 모문 작용역 응답이 다수인 자극들에서 모문 작용역 응답의 반응 시간이 내포문 작용역 응답이 다수인 자극들에서 내포문 작용역 응답 반응 시간보다 좀 더 빠른 속도를 보였다. 아마도 형태/통사적 정보와 운율 구조가 일치하여 지각 처리 부담이 적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모문 작용역 응답은 더 긴 반응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섬 구조 제약의 약화에 의한 인지 처리 부담에 기인하는가에 대하여, 그림 3에 나타나듯이 모문 작용역 문장 자극에 대한 모문 작용역 응답 시간과 ‘-나’의 종결어미가 나타나는 내포문 작용역 문장 자극 대상에서 내포문 작용역 응답 시간과는 차이가 있으나, Yun(2021:32)의 서울말에서와 같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서울말과 동일하게 섬 구조 제약의 약화에 의한 인지 처리 부담을 원인으로 삼기 어렵다. 경상 방언에서는 단순히 내포문 작용역 문장 자극이 모문 작용역 문장 자극보다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일종의 학습효과에 의한 차이로 내포문 작용역 응답의 반응 속도가 조금 더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하겠다.
셋째, 피험자에 따른 지각 경계 양상과 반응 시간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먼저 피험자가 어떤 작용역을 선택했느냐에 따른 반응 시간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피험자마다 지각 경계 양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설명 가능하다. 즉 형태/통사 제약에 기반하거나, 운율 구조 완결성 따라 작용역을 판단하는 피험자들과, 이런 요인들의 영향이 약화되어 나타나는 지각 양상으로 나눌 수 있었다. 다수의 피험자는 형태/통사 제약과 운율 구조 완결성이라는 두 요인을 축으로 하여 그 영향력 또는 활성화 정도를 가중치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용역 응답의 범주적 지각, 또는 지각 경계 양상은 작용역 판단에 영향을 주는 어떤 요인의 가중치가 더욱 크냐에 따라 결정되고, 두 요인의 가중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즉 형태/통사 제약의 가중치가 크면 운율 구조 완결성의 가중치는 작아지고, 이 둘의 가중치가 균형을 이루면 A-2와 같이 양측 작용역 응답이 균형 있는 응답 패턴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두 요인의 가중치 설정 크기는 피험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