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발달성 말더듬(developmental stuttering, 이하 말더듬)은 핵심행동, 신체적 부수행동(투쟁행동)과 같은 외현적 특성과 말더듬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반응과 같은 내면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장애이다(Yairi & Seery, 2021).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평가 시 언어재활사는 말더듬는 사람에게 관찰되는 핵심행동의 빈도나 비율과 같은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핵심행동의 지속시간과 같은 질적 측면과 신체적 부수행동 양상을 평가하게 되며, 이를 종합하여 외현적 말더듬 중증도를 판정하게 된다(Jani et al., 2013; Van Riper, 1971; Yairi & Seery, 2021). 국내에서는 파라다이스-유창성검사-2(Sim et al., 2010)와 말더듬 중증도 검사(stuttering severity instrument, SSI; Riley, 1994, 2009)가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평가를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파라다이스-유창성검사-2는 한국어로 표준화가 된 검사도구이며, 정상적 비유창성과 비정상적 비유창성의 비율을 각각 측정하고, 비정상적 비유창성 비율에 가중치를 부여한 후 각각의 점수를 계산하여 총 점수를 구하고 중증도를 판정한다. 그리고 평가 과정 중에 나타나는 신체적 부수행동을 관찰하여 0−4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한 후 따로 중증도를 판정한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유창성검사-2는 핵심행동의 질적 측면인 지속시간을 평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중증도 판정을 위해 포함하고 있는 정상적 비유창성 점수는 검사도구의 총 점수와 관련성이 낮고 말더듬 장애 판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hon, 2014; Park & Sim, 2010). 반면, SSI는 핵심행동의 빈도와 지속시간, 신체적 부수행동을 각각 관찰하여 점수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합산하여 총 점수를 산출하고 중증도를 판정하고 있다. 따라서 SSI는 말더듬의 다양한 외현적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가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SSI는 한국어로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연구 및 임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Choi, 2003; Ko & Kwon, 2010; Park & Kwon, 2009), 2009년에 출판된 SSI-4(stuttering severity instrument-fourth edition)의 총 점수와 파라다이스-유창성검사-2의 총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높은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hon, 2014). 하지만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평가만으로는 말더듬이라는 장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말더듬은 자신의 말에 대한 말더듬는 사람 스스로의 느낌과 태도, 즉, 정서적, 인지적 반응과 같은 내면적 특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Chon & Yaruss, 2015; Wingate, 1964; Yairi & Seery, 2021).
말더듬에 대한 정서적, 인지적 반응은 핵심행동에 대한 말더듬는 사람 스스로의 부정적 반응이나 의사소통 상황에서 말더듬으로 인해 경험하는 청자의 부정적 반응, 혹은 말더듬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부정적 경험이나 불이익으로 인해 발생하고 발전될 수 있다(Jackson et al., 2015; Yairi & Seery, 2021; Yaruss & Quesal, 2006).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반응이나 경험은 말더듬는 사람 개인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말더듬과 관련된 내면적 특성은 주로 말더듬는 사람이 스스로 검사 문항을 읽고 응답하는 방식인 주관적 평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Andrews & Cutler, 1974; Kim & Shin, 2007; Riley et al., 2004). 주관적 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내면적 특성 평가는 말더듬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말더듬에 대한 느낌 및 태도뿐만 아니라 말더듬는 사람에게 말더듬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관적 평가를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검사도구는 말더듬는 사람의 의사소통태도를 평가하는 검사도구이다. 의사소통태도 평가는 말더듬는 사람이 의사소통 시 화자로서 자신의 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Andrews & Cutler, 1974; De Nil & Brutten, 1991; Vanryckeghem & Brutten, 2007). 말더듬 성인을 위한 의사소통태도 검사도구는 Erickson 의사소통태도검사-수정본(modified Erickson scale of communication attitudes, S-24, Andrews & Cutler, 1974)이 대표적이며, 국내외에서 연구와 임상 목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Curlee, 1993; Kim & Shin, 2007; Ko, 2011; Loucks et al., 2022; Tomisato et al., 2022).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WHO, 2001)의 기준을 따라 말더듬 성인의 내면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구인 전반적 말더듬 경험 평가-성인용(overall assessment of the speaker’s experience of stuttering for adults, OASES-A)이 개발되고 표준화되었다(Yaruss & Quesal, 2006, 2010). OASES-A는 ICF의 기준을 따라 ‘신체 기능의 손상’(섹션1), ‘활동과 참여의 제한’(섹션3, 섹션4), ‘개인적 요인’(섹션2) 및 ‘환경적 요인’(섹션3, 섹션4)을 평가할 수 있는 네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섹션1(일반적인 정보)은 말더듬 성인이 자신의 말하는 능력과 말더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말과 말더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평가하는 2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섹션2(말더듬에 대한 반응)는 말더듬에 대한 행동적, 정서적, 인지적 반응을 평가하는 3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섹션3(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은 말더듬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의사소통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평가하는 2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섹션4(삶의 질)는 말더듬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2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검사도구 역시 말더듬 성인 스스로 각 섹션의 문항에 응답하는 주관적 평가이며, 평가를 통해 장애가 말더듬 성인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OASES-A는 미국에서 표준화가 이루어졌으며, 미국 외의 여러 국가에서 OASES-A 번역본의 높은 타당도와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Freud et al., 2017; Koedoot et al., 2011; Sakai et al., 2017; Węsierska et al., 2023; Yadegari et al., 2018).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번역한 OASES-A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Chon & Yaruss, 2015).
전술하였듯이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은 핵심행동과 관련된 부정적인 반응 혹은 경험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러한 내면적 특성이 다시 신체적 부수행동을 발생시켜 말더듬 중증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Van Riper, 1971; Yairi & Seery, 2021). 따라서 말더듬 전문가들은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의 관련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선행연구들은 일관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외현적 말더듬 중증도가 심한 집단의 의사소통태도가 부정적이거나 불안 수준이 높았으며(Ezrati-Vinacour & Levin, 2004; Park & Kwon, 2009; Vanryckeghem et al., 2001), 말더듬 중증도가 심하거나 신체적 부수행동이 심할수록 의사소통태도가 부정적인 상관을 보였다고 보고한 연구들(Choi, 2003; Vanryckeghem & Brutten, 1996)이 존재하는 반면 그 반대의 연구결과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반된 연구결과들은 외현적 말더듬 중증도가 의사소통태도나 불안과 같은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에 유의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거나(Kim et al., 2014) 두 특성 간 유의한 상관이 없었다고 보고하며(Craig et al., 2003; Mulcahy et al., 2008)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이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비일관된 결과는 각 특성을 반영하는 변수 선정 혹은 측정 방법, 실험설계 방식이나 연구참여자의 특성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외현적 특성을 반영하는 변수의 경우 상당수의 연구가 핵심행동의 비율, 검사도구의 총 점수 혹은 말더듬 중증도만을 사용하였다(Bragatto et al., 2012; Mulcahy et al., 2008; Park & Kwon, 2009; Vanryckeghem et al., 2001). 내면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변수 역시 주로 의사소통태도 검사나 특성·상태불안 검사 점수들이 사용되어왔다(Ezrati-Vinacour & Levin, 2004; Kim et al., 2014; Park & Kwon, 2009). 따라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간의 관련성을 세밀히 살피기 위해서는 각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변수들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외현적 특성의 경우 Choi(2003)와 Freud & Amir(2020)처럼 SSI의 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 및 총 점수를 모두 외현적 특성 변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적 특성의 경우 OASES-A와 같이 ICF에 근거하여 말더듬 성인의 내면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검사도구 점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S-24와 같은 의사소통태도 검사는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이를 이분법적(예/아니오)으로 평가하는 반면(Andrews & Cutler, 1974), OASES-A는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평가할 뿐만 아니라 이 요인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신체 기능의 손상’ 및 ‘활동과 참여의 제한’을 함께 평가할 수 있으며 5점 척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면적 특성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Yaruss & Quesal, 2010). 현재까지 OASES-A를 사용하여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의 관련성을 살핀 연구는 국외에서만 이루어졌다(Blumgart et al., 2012; Constantino et al., 2016; Freud & Amir, 2020; Koedoot et al., 2011; Manning & Beck, 2013). 하지만 이 연구들 역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의 관련성에 대해 비일관된 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연구는 말더듬중증도 총 점수나 말더듬 비율만을 외현적 특성 변수로 사용하였다(Blumgart et al., 2012; Constantino et al., 2016; Koedoot et al., 2011; Manning & Beck, 2013).
따라서 본 연구는 국내 말더듬 성인을 대상으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을 측정하는 SSI-4의 점수(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 총 점수)와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측정하는 OASES-A 점수(OASES-A 각 섹션별 점수 및 총 점수) 및 S-24 점수를 사용하여 두 특성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OASES-A를 사용한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 연구가 국내에서는 제한적이었으므로 국내에서 내면적 특성 평가를 위해 주로 사용되어 온 S-24와의 관련성을 함께 살펴보았다.
2. 연구방법
연구참여자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으로(남 8명, 여 2명) 평균 연령은 30.6세였다(연령범위: 18−45세). 연구참여자는 (1) 본인이 말더듬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2)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언어재활사에 의해 말더듬 장애가 있는 것으로 진단받았고, (3) 말더듬 외 의사소통장애가 없었으며, (4) 청각, 시각, 인지 및 신경학적 질환이 없는 성인들이었다. 연구참여자 중 말더듬 가계력이 있는 사람은 4명이었다. 모든 연구참여자는 말더듬 치료경험이 있었으며, 10명 중 8명은 연구 참여 당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치료기간은 약 3개월−4년 정도로 다양하게 보고되었다.
각 연구참여자는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실험에 참여하였다.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변수는 핵심행동의 양적 측면인 말더듬 빈도, 질적 측면인 지속시간, 그리고 신체적 부수행동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SSI-4(Riley, 2009)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SSI-4를 사용한 평가 시 디지털 캠코더를 사용하여 전 과정을 녹화하였다. SSI-4를 사용한 평가를 마친 후,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OASES-A(Chon & Yaruss, 2015)와 S-24(Kim & Shin, 2007)를 순서에 관계없이 실시하여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 변수를 측정하였다.
SSI-4 평가 시 녹화하여 수집한 말하기 및 읽기 자료는 모두 전사하였으며, SSI-4 메뉴얼의 지침을 따라 핵심행동(낱말 내 반복, 연장, 막힘)의 양적 측면인 빈도 분석, 질적 측면인 지속시간 분석, 그리고 신체적 부수행동 분석을 실시하였다.
평가 시 관찰된 핵심행동 유형은 전사된 자료에 기록하였다. 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는 말하기 과제와 읽기 과제 각각의 말더듬 비율(percentage of syllables stuttered: %SS)을 계산하여 각 과제의 빈도 점수를 구한 후 두 과제의 빈도 점수를 합산하여 산출하였다. 합산한 빈도 점수가 높을수록 말더듬 비율이 높았음을 의미한다.
SSI-4의 지속시간 점수를 구하기 위하여 핵심행동의 지속시간을 측정하였다. 디지털 녹화된 평가자료는 모두 GoldWave 5.7 (GoldWave, St. John's, NL, Canada; Craig, 2013)을 사용하여 오디오 파일(.wav)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저장하였다. 그 후 평가 과정 중 지속시간이 가장 길었던 세 개의 핵심행동을 선정하고, 각 핵심행동의 지속시간을 Praat 프로그램(version 6.1.42; Boersma & Weenink, 2021)을 사용하여 평가 자료의 오디오 파일을 불러온 후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측정된 지속시간의 평균을 계산하고, 그 평균시간이 속해 있는 구간의 지속시간 점수를 구하였다. 지속시간 점수가 높을수록 핵심행동의 지속시간이 길었음을 의미한다.
SSI-4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는 평가과정에서 관찰된 신체적 부수행동의 점수를 네 개의 범주, 즉, 거슬리는 소리, 얼굴 찌푸림, 고개 움직임, 사지 움직임 별로 부여한 후 총 합을 내어 산출하였다. 각 범주별로 0−5점 척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신체적 부수행동이 심했음을 의미한다.
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를 각각 산출한 후, 점수를 모두 합하여 총 점수를 산출하였다. 총 점수가 높을수록 외현적 말더듬 중증도가 심했음을 의미한다.
각 참여자에게 실시한 OASES-A와 S-24는 각각의 채점 기준을 따라 점수를 부여하였다(Andrews & Cutler, 1974; Yaruss & Quesal, 2010).
OASES-A는 섹션별로 연구참여자가 응답한 각 문항의 점수를 더한 후 그 문항의 수로 나누어 각 섹션별 점수를 구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가 응답한 전체 문항의 점수를 모두 더한 후 그 문항의 수로 나누어 총 점수를 산출하였다. OASES-A 각 섹션 점수와 총 점수는 1−5점 사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말더듬이 각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S-24는 각 문항에 대한 연구참여자의 응답을 확인하여 말더듬는 사람이 답할 것으로 예상되는 응답에 1점씩 부여하여 채점한 후 총점을 산출하였다. S-24의 점수가 높을수록 연구참여자의 의사소통태도가 부정적이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측정한 각 변수의 평가자 간 신뢰도를 구하기 위하여 전체 10명 자료 중 3명의 자료(30%)를 무작위로 선정하였다. 그 후 연구자와 연구자에게 말더듬 평가 및 분석에 대한 훈련을 받은 평가자가 3명의 자료를 독립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비교하였다. 연구자에게 훈련받은 평가자는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증 2급을 소지하였고, 언어병리학 석사과정에서 유창성장애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와 지속시간 점수는 검사에서 정해져 있는 구간별로 점수를 부여하였으므로 평가자간 일치도를 측정하였다.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와 세 개 하위점수를 합하여 산출하는 총 점수는 Pearson 상관계수를 통하여 신뢰도를 측정하였다. OASES-A와 S-24는 채점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평가자간 일치도를 측정하였다. 신뢰도 측정 결과 말더듬 빈도 점수와 지속시간 점수의 평가자간 일치도는 각각 100%였으며,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의 상관계수는 .977, 총 점수는 .994로 나타났다. OASES-A의 각 섹션별 점수와 총 점수, S-24 점수의 평가자간 일치도는 모두 100%였다.
자료의 통계적 분석을 위해 IBM SPSS Statistics ver. 26를 사용하였다. OASES-A 점수(섹션2, 3, 4)와 생활연령 간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고하였던 선행연구 결과(Freud et al., 2017)를 고려하여 OASES-A 각 섹션의 점수와 연구참여자의 생활연령 간 상관분석을 우선적으로 실시한 결과 변수 간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p>.05). 또한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정규성을 만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Shapiro-wilk 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만 정규분포를 만족하지 못하였다(p=.001). 따라서 각 변수들간 상관분석을 위하여 Pearson 적률상관분석을 실시하였으나, 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와 다른 변수들 간 상관분석은 비모수 검정방식인 Spearman 순위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3. 연구결과
각 변수의 기술통계 결과는 표 1과 같다. 본 연구는 모수적 검정방법과 비모수적 검정방법을 함께 사용하였으므로 평균(표준편차)과 중위수(사분위수 범위)를 함께 제시하였다. SSI-4는 각 하위 점수인 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와 총 점수를 제시하였다. OASES-A는 각 섹션의 점수와 총 점수를 제시하였다.
SSI-4를 사용하여 측정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즉, 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 총 점수와 OASES-A의 각 섹션 및 총 점수 간 상관분석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상관분석 결과, OASES-A의 섹션2는 SSI-4의 말더듬 빈도(r=.554), 신체적 부수행동(r=.514), 총 점수(r=.517)와 상관계수가 .5 보다 높은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였다(Hinkle et al., 2003). OASES-A의 섹션3(r=.571)과 섹션4(r=.541), 그리고 총 점수(r=.523)는 SSI-4의 지속시간 점수와 상관계수가 .5보다 높은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OASES-A의 각 점수와 SSI-4의 각 점수 간의 상관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 .05). S-24 점수는 SSI-4의 모든 점수와 상관계수의 절대값이 .1 미만으로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 .05)(표 2).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하여 실시한 OASES-A의 각 섹션 점수 및 총 점수와 S-24 점수 간 상관분석 결과, OASES-A의 섹션1 점수와 S-24점수는 상관계수가 .603으로 중간 정도의 정적 상관을 보였으나(Hinkle et al., 2003),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5). 섹션1을 제외한 OASES-A의 모든 변수는 S-24 점수와의 상관계수가 .7 이상으로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표 3).
Variables | OASES-A | ||||
---|---|---|---|---|---|
Section 1 | Section 2 | Section 3 | Section 4 | Total | |
S-24 | .603 | .739* | .749* | .777** | .809** |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간의 관련성을 다양한 변수를 사용하여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을 반영하는 변수(SSI-4의 말더듬 빈도 점수, 지속시간 점수,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 및 총 점수)와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반영하는 변수(OASES-A의 각 섹션 점수 및 총 점수, S-24 점수)와의 상관을 분석하였다. 또한 OASES-A와 국내에서 내면적 특성 평가를 위해 주로 사용되는 S-24와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두 검사도구 점수 간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상관분석 결과,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변수와 내면적 특성 변수 중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변수들이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 변수들 간 상관분석 결과 OASES-A의 섹션1 점수와 S-24 점수 간 상관을 제외하고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변수들과 내면적 특성 변수들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던 본 연구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두 특성 간 직접적인 관련이 낮다고 보고하였던 선행연구 결과들(Craig et al., 2003; Freud & Amir, 2020; Manning & Beck, 2013; Mulcahy et al., 2008)을 지지한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주로 사용하였던 핵심행동 빈도와 외현적 말더듬 중증도 점수 외에도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을 반영하는 핵심행동의 지속시간 및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를 변수로 사용하였으나 이 변수들 모두 내면적 특성 변수들과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이 형성되는 원인이 말더듬 핵심행동 때문이기는 하지만 핵심행동에 대한 말더듬는 사람 스스로의 정서적, 인지적 반응 같은 ‘개인적 요인’이나 의사소통 상황에서 말더듬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 혹은 부정적 경험 같은 ‘환경적 요인’의 양적 질적 측면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Yaruss & Quesal, 2006). 특히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말더듬이 지속되어 만성화된 성인들이었으므로 이러한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참여자에 따라 다양했을 수 있다. 말더듬 성인이 의사소통 시에 가지고 있는 부담과 자기 자신의 말에 대한 느낌을 평가하는 S-24 점수가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점수들과 일관되게 매우 낮은 상관계수를 보였던 본 연구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사용한 또 다른 검사도구인 OASES-A의 섹션2, 섹션3, 섹션4 점수와 총 점수는 상관계수가 매우 낮았던 S-24 점수와는 달리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변수들과 상관계수 기준으로 .5 보다 높은 중간 정도의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Hinkle et al., 2003).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변수들과 내면적 특성 변수들을 사용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말더듬는 사람이 자신의 말더듬에 대해 보이는 정서적, 행동적, 인지적 반응을 평가하는 섹션2(말더듬에 대한 반응)는 외현적 특성인 말더듬 빈도 점수 및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와 정적 상관의 경향을 보였으며, 이 경향이 총 점수와의 상관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성은 핵심행동에 대한 말더듬는 사람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경험으로 인해 내면적 특성이 형성되고 이러한 내면적 특성이 신체적 부수행동을 발생시킨다는 관점(Van Riper, 1971; Yairi & Seery, 2021)과 어느정도 맥락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섹션2는 말더듬에 대한 개인의 행동적 반응, 즉, 말을 할 때 신체적인 긴장을 보이거나 투쟁행동 혹은 회피행동을 보이는지를 묻는 문항 10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재활사가 평가하는 신체적 부수행동 점수와 정적 상관의 경향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OASES-A의 섹션3과 섹션4 점수, 그리고 총 점수 역시 외현적 특성을 반영하는 SSI-4의 지속시간 점수와 상관계수가 .5 이상이었다. ICF의 ‘활동과 참여의 제한’과 ‘환경적 요인’을 평가하는 섹션3(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과 섹션4(삶의 질)가 핵심행동의 질적인 측면을 반영하는 지속시간 점수와 정적 상관의 경향을 보인 것은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중 양적 측면 뿐 아니라 질적 측면 역시 말더듬는 사람이 타인과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사회생활을 제한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통계적인 유의미성을 확인하지 못하였으므로 과잉해석을 경계하여야 하며, 추후 반복적인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경향성을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평가하는 OASES-A의 각 섹션과 S-24는 전반적으로 .7 이상의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였다. OASES-A의 총 점수 역시 S-24와 상관계수가 .809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두 검사도구 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고한 선행연구를 일관되게 지지하는 결과이다(Chon & Yaruss, 2015; Koedoot et al., 2011; Sakai et al., 2017). 다만 S-24 점수와 OASES-A 섹션1의 점수는 상관계수가 .603으로 중간 정도의 정적 상관을 보였으나(Hinkle et al., 2003) 통계적 유의미성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Koedoot et al.(2011)은 OASES-A의 섹션1은 S-24 점수와 .587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을 보였지만 다른 섹션 점수 및 총 점수와 비교하였을 때 상관계수가 가장 낮았다고 하였으며, Sakai et al.(2017) 역시 섹션1 점수와 S-24 점수 간 상관계수가 .6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상관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S-24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시 말더듬 성인이 갖는 부담과 자신의 말에 대한 느낌, 즉,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평가하는 문항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말더듬에 대한 스스로의 지각 정도 및 지식적인 측면, 즉, ICF의 ‘신체 기능의 손상’을 평가하는 섹션1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정적 상관을 보였을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보다 상관계수가 높았으나 연구참여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통계적 유의미성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S-24는 말더듬 성인이 각 문항에 이분법적으로 응답하고 채점이 이루어지는 반면 OASES-A는 각 문항에 5점 척도를 사용하여 응답하기 때문에 말더듬 성인이 보이는 내면적 특성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이러한 OASES-A의 특징으로 인해 두 검사도구가 동일하게 말더듬 성인의 내면적 특성을 평가하고 상호간의 상관관계가 높았음에도 외현적 특성 변수들과의 상관계수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을 수 있을 것이다.
S-24는 임상 및 연구 목적으로 말더듬 성인의 내면적 특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검사도구이다. Curlee(1993)는 말더듬을 평가할 때 기본적으로 말더듬 빈도, 말의 자연스러움과 함께 S-24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으며(p.322), Loucks et al.(2022) 역시 종합적 말더듬 프로그램(comprehensive stuttering program) 치료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말더듬 비율(%SS)과 함께 S-24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국내외에서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평가하는 검사도구의 공인 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S-24를 사용하고 있다(Chon & Yaruss, 2015; Sakai et al., 2017; Yaruss & Quesal, 2006). 하지만 말더듬 성인의 내면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특성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OASES-A와 같은 검사도구의 사용이 함께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간 상관이 유의하지 않았던 본 연구결과는 임상에서 말더듬 장애의 평가 및 치료 시 두 특성이 별도로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말더듬이 지속되어 만성화된 말더듬 성인의 경우 말더듬과 관련된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개인에 따라 다양하므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을 예측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더듬 치료 시에도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치료목표보다는 두 특성을 각각 고려하여 사람 중심의 기능적 치료목표(person-centered functional goals)를 설정하고 치료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국내 말더듬 성인을 대상으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간 관련성과 내면적 특성을 측정하는 검사도구인 S-24와 OASES-A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계점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더 많은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연령이나 성별, 말더듬 치료 경험 유무와 같은 연구참여자 관련 변수가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의 관련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 참여하였던 말더듬 성인은 치료 경험이 있었거나 연구참여 당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말더듬 치료 경험이 없는 말더듬 성인에게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후속 연구에서는 말더듬 치료 전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의 관련성을 살피고 치료 후에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말더듬이 지속되어 만성화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말더듬의 지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말더듬 아동을 대상으로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 간의 관련성을 살피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두 특성 간 관련성에 변화가 발생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속 연구에서는 말더듬의 내면적 특성과 관련있다고 보고된 변수인 기질(Stipdonk et al., 2014)이나 회복탄력성(Freud & Amir, 2020), 반복성 부정적 사고(repetitive negative thinking)(Tichenor & Yaruss, 2020)를 측정하는 검사도구를 함께 사용하여 말더듬의 외현적 특성과 내면적 특성의 관련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