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리는 주로 음성을 사용하여 의사소통하며, 환경과 상황에 따라 화자는 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음성을 조절한다. 특히, 화자는 소음으로 인한 청자의 말지각(speech perception) 저하를 보완하고 화자의 말명료도(speech intelligibility)를 유지하기 위한 음성적 노력을 기울인다. 이처럼 소음 상황에서 음성을 사용하는 의사소통에 발생되는 화자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음성 변화 현상을 롬바르드 효과(Lombard effect)라고 한다(Lane & Tranel, 1971). 예를 들면, 시끄러운 환경에서 대화할 때, 화자는 음성의 강도(intensity), 기본주파수(F0), 모음 구간의 지속시간을 증가시킨다(Castellanos et al., 1996; Cooke & Lecumberri, 2012; Junqua, 1993; Summers et al., 1988). 이러한 화자의 음성 변화는 반사적 메커니즘으로, 화자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을 조절한다(Kim & Lee, 2015). 또한, Garnier et al.(2018)의 연구에서는 화자가 입술과 혀 등의 조음기관을 크고 명확하게 움직여서 청자에게 시각적인 단서를 주는 노력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롬바르드 효과가 음성 변화 외에도 조음 동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소음 상황에서 화자는 음성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조음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소음 유형 및 크기, 발화 산출 과제에 따라서 화자의 음성 및 조음 특성에 차이를 보인다(Garnier et al., 2010; Kim & Lee, 2015; Tufts & Frank, 2003). 예를 들면, 백색 소음(white noise)과 다화자 소음(multi-talker babble)을 대상자에게 제시하였을 때, 백색 소음에 비해서 다화자 소음이 화자와 청자에게 미치는 차폐(masking)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Lee et al., 2009; Rao & Letowski, 2006). 이러한 차폐효과는 화자의 청각적 피드백을 감소시켜 말소리 산출의 변화를 가져온다(Siegal et al., 1976). Rivers & Rastatter(1985)는 다화자 소음이 백색 소음보다 화자의 음성 산출을 더 방해하여, 다화자 소음 조건에서 기본 주파수(F0)의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백색 소음은 20–20,000 Hz의 가청범위 전반에 균일하게 분포된 주파수를 갖는 연속적인 소음으로, 여기에는 빗소리와 같은 자연음, 컴퓨터 소음과 같은 소음이 해당된다(Hyeon et al., 2002; Kim & Kim, 2017). 다화자 소음은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를 녹음한 어음을 토대로 만들어진 소음으로, 주로 저주파 대역에서 큰 에너지 분포를 보인다(Katz & Lezynski, 2002; Park et al., 2015). 이러한 소음의 음향학적 특성으로 인해, 다화자 소음의 차폐 효과가 백색 소음보다 더 크다(Lee et al., 2009; Park et al., 2015). 또한, 소음이 동일하더라도 제시되는 소음의 크기에 따라서도 롬바드르 효과가 다를 수 있다. Bottalico et al.(2017)의 연구에 따르면, 25 dB에서 70 dB까지의 소음을 대상자에게 제시하였을 때, 소음의 크기가 43.3 dB 지점일 때부터 화자의 음성 강도의 기울기에 변화가 나타났다. Patel & Schell(2008)이 무소음, 소음 60 dB, 소음 90 dB의 듣기 조건에서 대상자에게 상호작용 게임 과제를 실시한 결과, 소음의 크기가 클수록 대상자의 모든 단어 유형에서 기본주파수, 강도, 발화길이가 증가하였다. 특히, 소음을 90 dB로 제시한 조건에서 대상자는 행위자, 목적어, 위치어 등 문장 내에서 주요한 정보전달을 하는 단어들을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어에 비해서 길게 산출하였다. 마지막으로, 대상자에게 실시한 과제에 따라서 롬바르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Ki(2013)는 대상자에게 /아/ 모음연장과제와 문장산출과제를 실시한 결과, 소음이 15 dB씩 커질 때 평서문의 평균 발화 강도 증가 폭이 모음/아/의 증가 폭보다 더 큰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소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롬바르드 효과는 모음, 단어, 문장과 같이 과제의 언어학적 단위가 더 클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롬바르드 효과를 다룬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 및 말장애 성인, 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바 있으며,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아동이 성인에 비해서 소음 상황에서의 말지각 능력이 더 제한적이라는 것은 일관적으로 보고되었다(Nittrouer & Boothroyd, 1990; Picard & Bradley, 2001). 예를 들면, 교실 소음 환경에서 5–8세 건청 아동의 어음 인지도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어음인지도가 낮았으며(Jamieson et al., 2004), 아동이 적절한 말지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인에 비해 더 높은 신호대잡음비(signal-to-noise ratio)를 필요로 하였다(Finitzo-Hieber & Tillman, 1978; Wilson et al., 2010). 이러한 결과는 아동의 청지각적 능력이 발달 과정에 있어 성인보다 낮으며, 11–13세 정도가 되어서야 성인과 유사한 수준의 말지각 능력에 도달한다는 사실과도 연관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Aalto et al., 2023; Brosseau-Lapré & Rvachew, 2018; Leibold & Buss, 2013). 이처럼 소음 상황에서 아동이 성인에 비해 말지각 능력이 더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Nittrouer & Boothroyd, 1990; Picard & Bradley, 2001), 롬바르드 효과가 아동과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연령(아동, 성인)과 듣기 조건(무소음, 55 dB, 70 dB)에 따른 일반 화자의 음성 변화를 기본주파수, 강도, 발화길이, 모음공간면적의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연령과 소음에 따라 일반 화자의 의사소통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음성적 노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발화 과제에서 듣기 조건(무소음, 소음 55 dB, 소음 70 dB)에 따른 아동과 성인의 음향학적 변수(기본주파수, 강도, 발화길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둘째, 발화 과제에서 듣기 조건(무소음, 소음 55 dB, 소음 70 dB)에 따른 아동과 성인의 모음공간면적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2. 연구방법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20–30대 남성 12명(평균 연령 28.6세)과 5–9세 남아 12명(평균 연령 7.5세)이었다. 대상자의 연령에 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모든 대상자에게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지 않고 검사자와 약 20 cm의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Ling 6 sound test를 실시하였을 때 100% 정확하게 따라 말하였다.
Mean (yrs) | SD | Range | |
---|---|---|---|
Children (n=12) | 7.5 | 1.91 | 5.4–9.8 |
Adults (n=12) | 28.6 | 2.78 | 24–35 |
본 연구에서는 3가지 듣기 조건(무소음, 소음 55 dB, 소음 70 dB)에서 대상자에게 발화 과제를 실시하였다. 발화 과제는 모음공간면적 분석을 위한 모음 /아/, /이/, /우/가 포함된 단어로 구성하였다. 단어는 Lee et al.(2016)의 연구에서 실험 자료로 사용한 단어 목록을 참고하여, 모든 대상자가 쉽게 산출할 수 있는 음절 구조인 V-V, V-CV 및 V-CVC 단어로 구성하여 ‘아기(V-CV), 아빠(V-CV), 아침(V-CVC), 우유(V-V), 우비(V-CV), 우산(V-CVC), 이사(V-CV), 이마(V-CV), 이불(V-CVC)’ 총 9개로 선정하였다.
실험은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진행하였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NT550XCJ, Samsung, Suwon, Korea)과 마이크(A00132, Logitech, CA, USA)를 두고, 대상자가 앉은 의자는 마이크와 30 cm 내외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이크는 살짝 비스듬히 두도록 하였다. 무소음 상황에서는 헤드폰 없이, 55 dB 및 70 dB 소음 상황에서는 노트북과 연결한 유선 헤드폰(IRIVER IGH-100, Dreamus Company, Seoul, Korea)을 착용시킨 상태에서 발화 과제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듣기 조건에 따른 순서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무소음−55 dB−70 dB’, ‘55 dB−70 dB−무소음’, ‘70 dB−무소음−55 dB’ 3세트로 과제를 구성하여 대상자에게 무작위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K-SPIN(Korean Speech Perception In Noise; Kim et al., 2000) 검사에서 사용하는 다화자 잡음을 사용하였으며, 실험 장비인 노트북(NT550XCJ, Samsung) 기준으로 55 dB와 70 dB를 출력하기 위하여 온라인 사운드미터 사이트(www.checkhearing.org/soundmeter.php)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소음측정기’를 통해 평균값을 측정하였다. 측정한 평균값을 기준으로 모든 대상자에게 동일한 기기를 사용하여 동일한 강도의 소음(55 dB 및 70 dB)을 제시하였다.
연구자는 그림이 함께 제시된 단어 카드를 쪽지 형태로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으며, 대상자에게 주머니에 있는 단어 카드를 뽑아서 “(목표단어) 있어요.”로 말하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대상자에게 문장을 말할 때 명확하고 천천히 말하도록 요청하였으며 검사자가 먼저 시범을 보인 후, 대상자의 말을 수집하였다. 아동의 경우, 과제의 지시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연습 과정을 거친 후 과제를 실시하였다. 이때, 녹음 샘플링 속도(sampling rate)는 44,100 Hz이었으며, 양자화(quantization)는 16 bit로 하였다.
롬바르드 음성의 음향학적 및 조음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Praat(ver 6.3.19, Phonetic Sciences, Amsterdam, The Netherlands)을 사용하였다. 듣기 조건별로 수집한 대상자의 음성에서 F0, 강도, 발화길이, F1, F2를 측정하였다. 이때, 각 듣기 조건에서 수집한 9개 발화 문장의 측정값으로 평균값을 산출하여 분석하였다.
발화 문장의 평균 F0, 강도 및 발화길이를 소음 강도 별로 측정하고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이때, 대상자가 발화한 문장의 파형이 시작되는 지점과 발화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선택하여 분석하였다(Lee et al., 2016).
모음 공간 관련 파라미터를 분석하기 위해 목표단어 내 모음 /아/, /이/, /우/의 제1포먼트 및 제2포먼트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구간을 시작점과 끝점으로 잡아 F1 및 F2 값을 측정하였다. 측정한 F1, F2 값으로 평균값을 산출한 후 VAI(3)(Vowel Articulatory Index) 모음공간면적을 구하였다. VAI(3) 모음공간면적을 구한 공식은 식 (1)과 같다(Lee et al., 2016).
3. 연구결과
듣기 조건과 화자 연령에 따른 음도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이원혼합분산분석 결과, 듣기 조건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F(1.334, 29.338)=2.941, p=.087]. 화자의 연령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해서[F(1, 22)=147.083, p=.000], 아동에 비해 성인의 음도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Figure 1).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대한 이차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334, 29.338)=.887, p=.383].
Quiet | Noise 55 dB | Noise 70 dB | |
---|---|---|---|
Children | 240.97(29.80) | 254.06(36.50) | 257.55(46.29) |
Adults | 122.03(12.35) | 124.06(12.67) | 127.89(17.05) |
듣기 조건과 화자 연령에 따른 강도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이원혼합분산분석 결과, 듣기 조건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였다[F(2, 44)=6.648, p=.003]. 주효과에 대한 Bonferroni 사후 검정 결과, 무소음과 소음 70 dB(p=.018) 간 강도 차이가 유의하였다. 화자의 연령에 대한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 22)=.543, p=.469] (Figure 2).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대한 이차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2, 44)= 417, p=.662].
Quiet | Noise 55 dB | Noise 70 dB | |
---|---|---|---|
Children | 76.12(8.49) | 77.00(9.55) | 80.04(10.65) |
Adults | 78.37(2.31) | 79.71(2.83) | 81.11(4.34) |
듣기 조건과 화자 연령에 따른 발화길이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이원혼합분산분석 결과, 듣기 조건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였다[F(1.362, 29.960)=7.334, p=.006]. 주효과에 대한 Bonferroni 사후 검정 결과, 무소음과 소음 70 dB(p=.013) 간 발화길이 차이가 유의하였다. 화자의 연령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해서[F(1, 22)=10.170, p=.004], 성인에 비해 아동의 발화길이가 유의하게 길게 나타났다(Figure 3).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대한 이차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1.362, 29.960)=1.034, p=.341].
Quiet | Noise 55 dB | Noise 70 dB | |
---|---|---|---|
Children | 1.38(.22) | 1.52(.32) | 1.51(.30) |
Adults | 1.12(.22) | 1.17(.19) | 1.23(.19) |
듣기 조건과 화자 연령에 따른 모음 공간 관련 파라미터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5에 제시하였다. 이원혼합분산분석 결과, 듣기 조건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F(2, 44)= 2.615, p=.085]. 화자의 연령에 대한 주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F(1, 22)=.055, p=.816] (Figure 4).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대한 이차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F(2, 44)=1.586, p=.216].
Quiet | Noise 55 dB | Noise 70 dB | |
---|---|---|---|
Children | .77(.09) | .86(.13) | .79(.12) |
Adults | .81(.09) | .82(.10) | .82(.16) |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소음 제시에 따라 화자의 음성이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롬바르드 효과가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다양한 듣기 조건에서 성인과 아동이 산출한 발화에 대한 음향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화자에게 제시하는 소음의 강도가 커질수록 화자의 음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롬바르드 효과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화자의 음도 변화와 관련해서는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Kim & Lee(2015)는 조용한 조건보다는 소음 조건에서 화자의 F0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고 보고하면서, 읽기 과제보다는 대화 주고받기 과제에서 F0값이 일관되게 높아졌다고 하였다. 반면에, Lee & Huh(2019)는 모음연장과제와 달리 연결발화 과제에서 화자의 F0값이 소음 제시 유무에 따라 유의하게 변화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듣기 조건에 따라 화자의 F0값이 유의하게 변화되지 않은 것은 과제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성인 음성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한 Lee & Kim(2006)의 연구에서도 문단낭독과제보다 자발화 과제에서 F0값이 높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발화 과제는 화자가 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과제가 아니었다. 화자는 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서 음도나 강도에 변화를 주는 등 의사소통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Kwon, 2016), 본 연구에서 과제로 사용된 “00 있어요.”의 문장 산출 방식은 롬바르드 효과로 인한 음도 증가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동과 성인 간의 평균 F0값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여서, 아동의 음도가 성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음도에서는 아동이 가장 높고, 성인 여성 및 성인 남성 순으로 음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Boone & McFarlane, 2000), 본 연구의 결과는 연령에 따른 음도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듣기 조건에 따라 화자의 음성 강도가 유의하게 변화되었다. 즉, 조용한 조건에 비해 70 dB의 소음이 제시되는 조건에서 화자의 음성 강도가 유의하게 커졌다. 이는 롬바르드 효과에 관한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화자는 일정 크기 이상의 소음이 제시될 때 본인의 음성을 자연스럽게 크게 변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Lee & Huh(2019)의 연구에서는 70 dB의 백색 소음을 화자에게 제시했을 때 정상 성인의 음성 강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Kim & Lee(2015)의 연구에서도 소음 강도가 무소음에서 55 dB와 70 dB로 커질수록 정상 성인의 음성 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iegel et al.(1976)의 연구에서는 롬바르드 효과를 청각 피드백(auditory feedback)의 맥락에서 다루기도 하였다. 소음 환경에서는 청각 피드백이 지연될 수 있는데, 지연된 청각 피드백은 피드백으로 전달되는 음성의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화자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자신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듣고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한다. 이처럼 일정 강도 이상의 소음이 주어졌을 때 청각 피드백이 지연되면 화자는 음성의 강도를 자발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아동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소음이 70 dB로 제시될 때 본인의 음성 강도를 조절하여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Siegel et al.(1976)의 연구에서는 80 dB의 소음 조건에서 3–4세 아동이 음성 강도를 높인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3세 아동조차도 이미 청자 변수에 민감하며 적절한 의사소통 요구에 대한 어떤 지식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본 연구 결과와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할 때, 아동도 성인만큼 소음 유무가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청자의 의사소통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 자신의 음성 강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듣기 조건에 따라 화자의 발화길이가 유의하게 변화하였다. 무소음과 소음 70 dB 조건 간 화자의 발화길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어서, 조용한 조건에 비해 70 dB의 소음이 제시되는 조건에서 화자의 발화길이가 길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일정 강도 이상의 소음이 제시될 때 화자의 발화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Patel & Schell(2008)의 연구에서는 소음 강도가 증가할수록 화자의 발화길이도 유의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와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소음이 화자의 발화길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Lau(2008)의 연구에서 화자와 청자 쌍에게 4가지 조건(무소음, 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소음, 화자에게만 소음, 청자에게만 소음)에서 대화를 주고받도록 한 결과, 무소음 조건에 비해 소음 조건일 때 화자가 산출하는 단어 내 모음 길이가 더 길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일정 크기 이상의 소음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화자는 청자에게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본인의 말속도에 변화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연령에 따른 발화길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즉, 아동의 발화길이가 성인에 비해 유의하게 길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발화 과제는 2어절(예: 아기 있어요.)로 구성된 문장으로, 대상자에게 언어 및 인지 부담이 매우 적은 과제였다. 이처럼 과제난이도가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발화길이가 성인에 비해서 길게 나타난 것은 연령에 따른 발화길이의 차이로 볼 수 있다. Shin & Ahn(2009)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말속도는 개인 간에 차이가 크긴 하지만, 성인에 비하면 다소 느린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아동의 연령에 따라 말속도가 증가하며 말운동통제능력도 발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Hong & Sim, 2011; Shin & Ahn, 2009), 성인에 비해 덜 성숙한 아동의 말운동통제능력으로 인해서 아동의 발화길이가 성인에 비해 길게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듣기 조건에 따른 화자의 모음공간면적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롬바르드 효과로 인한 모음공간면적의 변화를 살펴본 선행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Askin(2014)의 연구에서는 조용한 조건과 50 dB 및 70 dB의 소음이 주어졌을 때, 20–30대 일반 성인의 모음공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롬바르드 효과가 말 산출의 상후두 측면과 화자의 조음 패턴(예: 혀의 위치, F1 및 F2)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시사하였다. 또한 Lee et al.(2016)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적장애 아동의 모음공간면적 값은 소음 강도가 가장 큰 65 dB일 때 가장 컸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모음공간면적은 말명료도와 관련된 음성학적 지표로, 구강 내 혀의 위치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조음 정확성에 대한 음향학적 증거를 제시한다(Lee, 2010). 이에 반해 말명료도란, 화자의 말소리를 청자의 입장에서 청지각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정확하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이다. 즉, 말명료도가 높다는 것은 청자가 듣기에 화자의 말소리를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모음공간면적과 말명료도 간 정적 상관관계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Lee, 2010). 이에 근거하여 화자가 모음을 명확하게 조음했을 때 말명료도가 높아진다는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과제는 화자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는 청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화자의 입장에서 모음을 보다 명료하게 조음하여 전달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본 연구에서 화자는 소음 상황에서 발화 과제 시 모음을 보다 정확하게 조음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이유로 롬바르드 효과가 모음공간면적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따라서 추후 청자가 존재하는 상호작용 과제에서는 듣기 조건에 따라 모음공간면적의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소음 제시 유무 및 소음 강도에 따라 모음공간면적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이러한 결과를 롬바르드 효과로 인한 말명료도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단정지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화자의 음성 강도와 발화길이를 증가하는 것 역시 말명료도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화자의 음성 강도를 증가시켜 크게 말하도록 하는 음성훈련은 운동구어장애 화자의 말명료도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 Lee, 2015). 또한 화자가 발화길이를 증가시켜 말속도를 천천히 하는 것은 자음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에 말명료도를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중재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Duffy, 2005; Han et al., 2013; Yorkston et al., 1990). 특히 소음과 같은 환경적 변수가 있을 때에는 음성 강도 및 발화길이를 증가시키는 등 말명료도 유지 및 개선을 위한 화자의 노력이 들어가는데, 그 결과 롬바르드 말(Lombard speech)이 산출된다.
아동과 성인 간에 모음공간면적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목표단어는 단모음 /아/, /이/, /우/로 구성되어 있어 조음복잡성이 매우 낮았으며, 목표단어를 오조음한 아동은 없었다. Hong & Sim(2011)의 연구에서 만 4세 일반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장을 따라 말하도록 하였을 때, 기준 속도의 경우 9음절 및 12음절 문장에서 조음오류율이 0%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음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 모두 문장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조음오류율은 증가하였다. 문장길이가 길어지면 화자가 말을 계획하고 정확하게 산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며, 이는 말 문제를 유발시킨다고 한다(Starkweather, 1987). 이러한 점에서 문장길이가 길어질수록 아동의 조음오류율은 높아지며, 이에 따라 말명료도도 낮아진다고 해석된다. 본 연구의 목표 문장은 보다 짧은 5음절이었기 때문에 아동의 조음 오류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말명료도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목표 문장의 길이 및 목표단어의 난이도가 아동이 조음하기에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동과 성인 간 모음공간면적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70 dB의 듣기 조건에서 화자의 음성 강도 및 발화길이가 유의하게 변화하여 롬바르드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아동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롬바르드 효과를 받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즉, 일반 화자의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일정 크기 이상의 소음이 주어졌을 때 말 명료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음성 강도와 발화길이를 증가시키는 음성적 노력을 기울임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후속 연구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듣기 조건과 화자의 연령에 따른 롬바르드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서 발화 과제만을 대상자에게 실시하였다. 선행연구(Kim & Lee, 2015)에 따르면, 화자와 청자 간의 대화하기 상황에서 화자의 음성의 변화가 더욱 많이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후속 연구에서는 상호작용 과제를 통해 청자의 유무에 따른 화자의 음성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롬바르드 효과가 화자의 음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5–9세 아동과 20–30대 성인의 음성을 분석함으로써 롬바르드 효과를 확인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예: 취학전 아동, 학령기 아동, 청년, 장년, 노년) 화자의 음성을 분석함으로써, 롬바르드 효과가 화자의 연령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인지 저하로 인해 소음 속 어음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선행연구(Song et al., 2010)에 따라, 노인의 인지 저하가 롬바르드 말에도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볼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화자는 소음 상황에서 청자에게 이야기할 때 청각뿐 아니라 뚜렷한 입 모양과 턱의 움직임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활용한다고 보고되었다(Garnier et al., 2018). 본 연구에서는 롬바르드 효과가 명료도와 관련된 음성학적 변수인 모음공간면적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후속 연구에서는 화자가 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황에서 시각적인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입술 및 턱의 움직임과 같은 청자 지향적인 요소를 함께 살펴본다면 본 연구 결과에서 드러나지 않은 조음 시의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