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발화에서 음절을 구성하는 분절음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지 않고, 주위의 분절음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Hardcastle & Hewlett(1999)은 타자기처럼 성대가 특정 분절음 고유의 소리를 산출하고, 이어서 인접한 분절음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모든 소리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양을 변경한다고 하였다. 동시조음(coarticulation)은 이와 같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연속적인 조음기관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중첩을 일컫는다. 동시조음은 영향을 주는 방향에 따라 예기적 동시조음(anticipatory coarticulation)과 유지적 동시조음(carryover coarticulation)으로 구분되는데, 예기적 동시조음은 뒤에서 이어질 조음 동작을 미리 예견하여 앞에 오는 소리를 산출할 때 뒤에 이어질 동작을 미리 취하는 것이고, 유지적 동시조음은 동시조음이 계속 남아 뒤따르는 소리에까지 유지되는 상황이다(Park, 2015).
Lindblom(1963)은 동시조음과 관련하여 화자의 입장에서 노력을 덜 들인 경제성과 청자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발화의 본질적 기능으로 보았다. 의사소통 상황에서 청자가 정확한 발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화자는 경제성 측면에서 동시조음에 덜 노력을 들인 CV 동시조음과 모음 축소를 통해 정도가 낮은 동시조음을 실현시킬 것이다. Degrees of articulatory constraint(DAC) 이론을 주장한 Recasens et al. (1997)은 특정 폐쇄 또는 협착 형성에 대한 말소리 조음기관(articulator)으로서 혀(tongue)의 관여 정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Recasens의 이론은 분절음들 사이의 동시조음 정도에 대하여 동시조음 저항(coarticulation resistance)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동시조음을 설명하는 방법 중 제스처(gesture)라는 개념은 Fowler(1980)에 의해 소개되었다. 제스처는 특정한 음성 관련 목표와 시간에 따른 공간의 조음기관 이동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 시간에 인접한 분절음에 영향을 받은 제스처는 시간 구조에 의해 중첩되고, 중첩된 시간에 따라 어떤 분절음은 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떤 분절음은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영향 정도를 통해 동시조음의 발생을 논하였다.
동시조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다양한 연구(Chang et al., 2002; Choi, 2006; Choi & Im, 2021; Krull, 1988; Lindblom, 1963; Lindblom & Sussman, 2004; McCaffrey Morrison, 2008; Recasens et al., 1997; Sussman et al., 1993)들은 동시조음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인 로커스 방정식(locus equation, LE)을 주요하게 이용하였다. 로커스 방정식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음절 구조에서 모음 안정 구간의 F2(2nd formant of vowel)에 대비한 모음 시작점의 F2(F2 onset) 전이를 분석한 것으로 단일 음절 수준에서는 보이지 않던 질서가 다양한 모음과 일정 자음이 유지되는 조건에서 회귀선에 대한 엄격한 군집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단순 선형 회귀는 시작 자음의 조음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기울기 및 y 절편을 가진 데이터 산출 함수에 적합하다(Sussman et al., 1991). 로커스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동시조음 지수로서 로커스 방정식 기울기에 대해 Krull (1988)은 후행하는 모음이 F2 전이(transition)의 주파수 시작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정량화하는 역할을 하며 기울기는 1과 0의 극한 사이에서 변화한다고 주장하였다. 기울기 값이 0이라는 것은 모음 목표값에 관계없이 모음 시작값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최소 동시조음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울기 값 1은 모음 목표값과 상관없이 모음 시작값이 모음 목표값과 같기 때문에 최대 동시조음임을 나타낸다. Sussman et al.(1993)은 양순음, 치음/치조음, 연구개음이 기울기 및 y 절편 좌표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군집을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로커스 방정식은 파열음 조음위치 및 파열음과 모음이 결합된 음절 구조에서 동시조음의 수치 지수로 인식된다(Krull, 1988; Sussman et al., 1991).
동시조음과 관련된 국내 선행연구에서 Choi & Im(2021)는 정상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파열음과 파찰음에서 보이는 동시조음 특성을 로커스 방정식을 이용해 분석하였다. 평음, 경음, 기식음 발성유형과 모음 맥락 /a, i, u, ʌ/에서 자음(파열음과 파찰음)이 결합된 CVC 1음절 구조 단어 읽기에 나타난 F2 주파수 전이를 이용하여 로커스 방정식 기울기를 구하였다. 그 결과, 조음위치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와 연구개음이 가장 큰 동시조음 기울기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장애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Park, 2015)에서 말실행증 아동은 예기적(anticipatory) 동시조음 문맥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F2 onset과 F2 vowel에서 모두 큰 표준편차를 나타냈다. F2는 혀의 전후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큰 표준편차를 보인다는 것은 음절을 산출할 때 비일관적으로 혀를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말실행증 아동의 조음 오류 변이성이 나타났고, 약한 동시조음 특성을 보인다고 해석하였다. 말실행증 성인 대상 해외 연구(Whiteside et al., 2010)에서도 말실행증 환자는 정상 성인에 비해 로커스 방정식 기울기가 작게 나타나 동시조음 정도가 작고 음절 간에 분절성이 크다는 것을 밝혔다.
읽기장애 아동은 음운해독에 어려움을 보인다. 특히, 친숙하지 않은 단어나 무의미 단어의 경우 자소와 대응하는 음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대응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Catts & Kamhi, 2005). 이와 같은 어려움은 음운처리능력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음운처리능력은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 빠른이름대기(rapid automatized naming), 음운기억(phonological memory)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음운인식 능력은 구어에서 사용되는 말소리들을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단어가 분리된 말소리 단위로 구성됨을 알고 말소리를 인식, 조작하는 능력을 말한다(Uhry & Clark, 2005). 한국어와 같은 표음문자 체계에서 음운인식은 읽기의 결정적 변인으로 단어인지 및 읽기 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음운인식의 가장 어려운 단계인 음소 수준의 인식은 초기 읽기 및 철자법에서 가장 중요하다(Uhry & Clark, 2005). 읽기장애아동의 음운처리 관련 연구(Lee, 2021)에서 음운재부호화(phonological recoding)는 문자 단어를 자소-음소 대응 규칙을 적용하여 말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읽기장애아동은 학령기 동안에 철자법의 형태를 다루는 규칙적인 무의미단어(비단어)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어려워하며. 이는 음운인식 중 특히 음소인식의 결함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Kim & Seo(2003)의 연구에서도 음운처리 부호화 결손 중에서 특히 음운인식의 결손이 단어 속에 있는 소리들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능력에 문제를 보인다고 하였다. 표음문자 측면에서 연구한 Lee(1999)은 표음문자는 특정 알파벳 혹은 낱자가 특정 음소를 표상하기 때문에 읽기 학습에 낱자-소리 대응 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술하며, 읽기 학습에서 개별적인 소리들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 즉 음소 합성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빠른이름대기는 장기기억에 저장된 음운 관련 정보로의 빠른 접근과 인출의 속도나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Denckla & Cutting, 1999). 이 과제는 친숙한 사물이나 기호에 빠르게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느린 과제 수행 속도는 장기기억 속의 음운 부호에 접근하고 인출하는데 비효율적이거나 실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읽기 관련 음운처리 결함 중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Yoon & Kim, 2022). Wolf & Bowers(1999)는 빠른이름대기와 음운인식을 읽기와 관련된 핵심적 영역으로 인식하였으며, 빠른이름대기와 음운인식을 읽기장애의 이중결함이론 요소로 여겼다. 이처럼 이중결함을 가진 읽기장애아동은 해독 정확성과 더불어 지각된 정보에서 음운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여 표상, 인출하는 과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읽기장애 하위 부류인 난독증 아동의 낱말읽기능력의 예측변인에 대한 연구(Kim & Bae, 2014; Yoon & Kim, 2022)에서도 음운해독 문제는 빠르게 지각된 정보를 확인하여 음운과 연결하여 인출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읽기발달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음운처리 변인 중 하나임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음운기억은 음운정보를 기억하고 처리하는 능력으로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낮은 단기기억을 가지고 있어, 음운정보로의 접근이 비효율적이게 되어 느린 단어 읽기속도를 보인다고 하였다(Hulme & Snowling, 2013).
종합해보면, 읽기장애아동은 음운처리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제시된 자소에 해당하는 음운을 정확하고 빠르게 표상하여 음소와 연결짓고 인출하는 속도가 느리다. 일반아동은 C1VC2 음절을 보고 자동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단어를 읽는 한입 읽기가 가능하지만, 읽기장애아동은 초성 자음-중성모음-종성 자음 각각의 음소에 해당하는 낱자-소리값 연결 과정을 거치는 동시에 음소 합성 과정을 거쳐 산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접한 분절음들과 주고받는 영향 정도에 일반아동과 차이를 보일 것이고, 이와 같은 양상은 VCV 음절 구조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읽기장애아동은 단어 읽기 과정 중, 후행하는 음절의 산출을 위해 음소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단어 내 휴지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휴지는 CVC 1음절 구조에서 측정된 동시조음 기울기 특성과 다른 양상의 VCV 2음절 동시조음 기울기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VCV 음절 내에서 보이는 휴지 관련 변수(휴지비율, 속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Shin(1997)은 한국어에서 세 종류의 치경 파열음은 공간적, 시간적으로 매우 다른 면모를 가지고 조음됨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가장 넓은 혓몸 접촉 넓이를 보이는 경음성 치경 파열음이 가장 작은 모음-자음 동시조음 양상을 보인 반면, 가장 좁은 혓몸 접촉 넓이를 보인 평음성 치경 파열음이 가장 큰 모음-자음 동시조음 양상을 보였다. 한국어의 양순파열음이나 연구개파열음, 경구개파찰음 역시 한 조음위치에 긴장성과 기식성으로 변별되는 3중 대립 체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발성유형에 따른 동시조음 기울기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설에 근거하여 읽기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의 음절 구조에 따른 동시조음 정도를 음향음성학적 방법을 이용해 비교 분석하여 집단 간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읽기장애아동의 동시조음 특성을 통해 조음위치에 따른 음소별 차이를 확인하고, 어려움을 보이는 음소를 임상 중재에 활용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 대상은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학생으로 읽기장애아동 13명과 일반아동 13명이다. 대상자들은 성별(남 6명, 여 7명)과 학년(2학년 2명, 3학년 5명, 4학년 4명, 6학년 2명)을 일치시켰다. 연구 대상자에 대한 기본정보는 표 1에 제시하였다. 두 집단 간 생활연령과 지능, 단어해독 차이에 대해 Mann-Whitney 검정 결과, 두 집단은 생활연령에서 통계상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Z=–.693, p=.511). 그러나 지능(Z=–2.628, p<.01)과 단어해독(Z=–4.344 p<.001)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읽기장애아동 선정에 있어, 이전에 말소리나 언어발달, 읽기 및 쓰기 관련 치료력이 없으며, 현재 말소리 산출에 오류가 없는 아동을 우선 선정하였다. 선정된 아동들에 대해 1) 한국어읽기검사(KOLRA) 결과 낱말 해독 표준점수 90 이하, 2) 비언어성 지능검사 2판(K-CTONI-2) 결과 지능지수 85 이상, 3)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REVT) 결과 수용어휘 정상 범주에 해당, 4) 부모의 보고에 의하여 신체적, 정서적, 행동적인 면에서 문제가 없는 아동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일반아동은 한국어읽기검사(KOLRA) 결과 낱말 해독 표준점수 91 이상이며 나머지 조건은 동일하다.
읽기장애 평균(표준편차) |
일반 평균(표준편차) |
Z-value | p-value | |
---|---|---|---|---|
생활연령 (개월) |
113.23 (±16.764) |
116.85 (±15.726) |
–.693 | .511 |
지능 | 95.08 (±5.408) |
101.85 (±6.466) |
–2.628 | .007 |
단어해독 | 80.77 (±5.890) |
107.77 (±5.325) |
–4.344 | .000 |
읽기에 사용된 무의미 음절은 파열음과 파찰음으로 구성된 12개 자음과 모음 3개(ㅏ, ㅣ, ㅜ), 종성(ㄷ)을 결합한 CVC 음절 36개와 동일한 모음으로 구성된 VCV 2음절 36개로 총 72개 음절이다. 무의미 음절은 자소와 음소를 대응규칙에 따라 음운정보로 바꾸고 해독하기 때문에 음운처리능력을 사용하여 읽기에 적합한 자료다. 실험에 사용된 음절은 표 2와 같다.
발화 수집은 소음이 차단된 독립된 공간(치료센터, 학원의 빈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녹음은 아동의 입에서 약 10~ 15 cm 거리를 두고 TASCAM Linear PCM Recorder DR-40 (East Syracuse, NY, USA)을 트라이포드에 연결하여 44,100 Hz 추출률(sampling rate), 16 bit 양자화(quantization) 조건에서 mono로 녹음하였다. 목표 음절은 노트북 화면에 띄워서 무작위로 제시하였으며, 한 화면에 무의미 음절 하나씩 보이도록 하였다. 맑은 고딕체로 글자 크기는 300 pt로 하였다. 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총 72개 음절을 음절 구조에 따라 3회 읽었으며, 아동이 생리적 발성의 첨가, 대치나 자가수정 등의 오류를 보이지 않고 정조음하였다면 처음에 읽은 것을 사용하였다. 이는 읽기장애아동이 반복하여 읽을 경우, 해독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도가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설계다. 동시조음과 관련된 선행연구에서는 정확하게 조음한 표본을 선별하여 분석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읽기장애아동의 경우 동시조음 특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 부득이하게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자음-모음 연결 구조에서 예기적 동시조음에 집중하여 로커스 방정식을 이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녹음된 자료는 Praat(version 6.1.42, Amsterdam, Netherlands)에서 분절 후 레이블링하였다. CVC 음절은 두음(onset)과 각운(rhyme) 층위로, VCV 음절은 모음, 휴지(pause), VOT, 모음 층위로 나누어 레이블링하였다. 각운(rhyme)이나 VOT 구간은 스펙트로그램에 수직 스파이크가 나타나는 지점을 시작점으로 보고, waveform에서 안정적 성대 진동 주기가 시작되는 지점과 스펙트로그램상의 formant를 확인하여 끝점을 설정하였다. F2 onset 주파수값과 안정적인 F2 vowel 주파수값은 Praat script를 이용해 추출하였으며, Python (version 3.10.10, Wilmington, DE, USA)을 이용해 조음위치와 발성유형별로 단순회귀분석을 실시하여 로커스 방정식 기울기 값과 결정계수(R2) 값을 구하였다.
F2 onset 주파수값과 모음 안정구간의 F2 vowel 주파수 세팅값은 Park & Seong(2018)의 Praat script를 참고하여 결정하였다. F2 onset 주파수값은 첫번째 피치 포인트 시간값에 대응하는 포먼트값으로 정하였고, F2 vowel 주파수값은 모음 안정구간 전체 시계열 피치 포인트의 정중 3 포인트 시간값에 대응하는 F2값들의 평균을 취하였다. 각 피치 포인트는 10 ms 간격으로 배치되므로 30 ms 구간의 평균값이 된다. 포먼트 세팅과 관련된 핵심 부분은 아래와 같다.
if vowel$ == "a"
To Formant (burg)... 0 6.0 7156 0.025 50
elsif vowel$ == "i"
To Formant (burg)... 0 6.7 9302 0.025 50
else
To Formant (burg)... 0 6.0 5911 0.025 50
.
.
select Formant formantObj
formant.onset = Get value at time... 2 onset Hertz Linear
formant.1= Get value at time... 2 pre.index Hertz Linear
formant.2= Get value at time... 2 mid.index Hertz Linear
formant.3= Get value at time... 2 post.index Hertz Linear
formant vowel = (formant.1 + formant.2 + formant.3)/3
그림 1은 읽기장애아동의 실제 분석화면이다.
통계 처리는 SPSS(version 23, IBM, Amonk, NY, USA)를 이용하였다. 파열음과 파찰음에서 추출한 F2 onset과 F2 vowel 주파수값을 이용해 조음위치와 발성유형별로 로커스 방정식 기울기 값을 구하고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른 F2 기울기 값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삼원분산분석(3-way ANOVA, GraphPad Software, San Diego, CA, USA)을 실시하였다. 사후검정을 위한 다중 짝대응 비교는 emmeans coding을 이용하여 실시하였으며, 발생할 수 있는 1종 오류는 Bonferroni 조정(adjustment)으로 통제하였다.
3. 연구 결과
그림 2는 읽기장애아동의 /ㄸ/ CVC 음절 읽기에서 F2 onset과 F2 vowel 주파수를 측정하여 로커스 방정식(이후 LE와 혼용하여 사용)으로 나타낸 것이다. 기울기 0.86, 결정계수 1.0으로 강한 설명력을 보여준다.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라 집단 간 LE 기울기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삼원분산분석(3-way ANOVA)을 실시하였다. 집단 간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기울기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3과 같다.
조음위치에 대한 LE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읽기장애아동은 양순음 1.04, 연구개음 0.98, 치조음 0.84, 경구개음 0.81 순서로 측정되었다. 일반아동은 연구개음 1.23, 양순음 1.02, 치조음 0.99, 경구개음 0.96을 나타냈다. 발성유형에 따른 LE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읽기장애아동은 평음 0.96, 기식음 0.93, 경음 0.85의 기울기 순서로 측정되었으며 일반아동은 기식음 1.08, 평음 1.07, 경음 1.01의 기울기 순서를 보였다. LE 기울기 변수에 대한 삼원분산분석(3-way ANOVA) 결과는 표 4와 같다.
변수 | 분산원 | 자유도 | F-value | p-value |
---|---|---|---|---|
LE 기울기 | Group | 1 | 10.197** | 0.002 |
Place | 3 | 6.026** | 0.001 | |
p.type | 2 | 1.587 | 0.206 |
LE 기울기는 집단[F(1,288)=10.197, p<.01], 조음위치[F(3,288)=6.026, p<.01]에서 주효과가 발생하였으며 발성유형[F(2,288)=1.587, p=0.206] 주효과와, 주효과 간의 상호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라 집단 간 LE 기울기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삼원분산분석(3-way ANOVA)을 실시하였다. 집단 간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따른 기울기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5와 같다.
조음위치에 대한 LE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읽기장애아동은 연구개음 0.97, 양순음 0.87, 치조음 0.85, 경구개음 0.80 순서로 나타났다. 일반아동은 연구개음 1.06, 양순음 0.84, 치조음 0.77, 경구개음 0.74로 측정되었다. 발성유형에 따른 LE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읽기장애아동은 평음 0.90, 경음 0.87, 기식음 0.85의 기울기 순서로 측정되었으며 일반아동은 기식음 0.93, 평음 0.86, 경음 0.77의 기울기 순서를 보였다. 조음위치에 따른 LE 기울기에서 집단 간 기울기 순서는 동일하였으나 읽기장애아동은 치조음, 양순음, 경구개음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높은 LE 기울기가 측정되었다. 발성유형에서도 읽기장애아동은 기식음을 제외한 평음과 경음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더 높은 LE 기울기를 보였다. LE 기울기 변수에 대한 삼원분산분석 결과는 표 6과 같다.
변수 | 분산원 | 자유도 | F-value | p-value |
---|---|---|---|---|
LE 기울기 | Group | 1 | .366 | 0.546 |
Place | 3 | 12.614*** | 0.000 | |
p.type | 2 | 2.458 | 0.087 | |
Group·p.type | 2 | 3.040* | 0.049 |
집단과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른 LE 기울기 삼원분산분석(3-way ANOVA) 결과, 조음위치[F(3,288)=12.614, p<.001] 주효과와 집단·발성유형[F(2,288)=3.040, p<0.5] 상호작용은 발생하였으나 집단 간(p=.546), 발성유형 간(p=.087)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조음위치에 나타난 LE 기울기는 연구개음 1.02, 양순음 0.86, 치조음 0.81, 경구개음 0.77 순이었다. 집단·발성유형에서 LE 기울기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응별로 비교를 실시한 결과, 일반아동의 기식음이 경음보다 큰 LE 기울기를 나타냈다(p<.01).
VCV 음절 구조에서 첫 번째 모음 발화 후에 두 번째 CV음절의 수직 스파이크가 나타날 때까지를 휴지(pause)로 설정하여 시간을 측정하고 문장 발화 시간으로 나누어 음절 내 휴지 비율(%)을 측정하였다. 음절 내 휴지 비율이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삼원분산분석 결과 집단[F(1,912)=35.599, p<.001], 조음위치[F(3,912)= 4.951, p<.01], 발성유형[F(2,912)=351.463, p<.001]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7).
변수 | 분산원 | 자유도 | F-value | p-value |
---|---|---|---|---|
pause_dur_ratio | Group | 1 | 35.599*** | 0.000 |
Place | 3 | 4.951** | 0.002 | |
p.type | 2 | 351.463*** | 0.000 |
집단 간 음절 내 휴지 비율은 읽기장애아동이 16.86%, 일반아동이 13.58%를 보이며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조음위치에서는 치조음 16.15%, 연구개음 15.96%, 양순음 15.32,% 경구개음 13.47%의 순서를 보였다. 발성유형에 따른 결과는 경음(22.29%), 기식음(18.17%), 평음(5.20%)의 순서로 측정되었다.
VCV 음절 구조에서 첫 번째 모음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두 번째 모음이 끝나는 지점까지를 전체 읽기 시간으로 정하고, 목표음절 수를 분자로, 전체 읽기 시간을 분모로 하여 읽기속도를 구하였다.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대한 읽기속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8).
변수 | 분산원 | 자유도 | F-value | p-value |
---|---|---|---|---|
Reading rate | Group | 1 | 65.654*** | 0.000 |
Place | 3 | .841 | 0.471 | |
p.type | 2 | 8.675*** | 0.000 |
분석 결과, 읽기속도는 집단[F(1,912)=65.654, p<.001], 발성유형[F(2,912)=8.675, p<.001]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간 읽기속도를 보면, 읽기장애아동은 2.268음절/초, 일반아동은 2.505음절/초로 측정되었고, 발성유형에서는 평음(2.467음절/초), 경음(2.371음절/초), 기식음(2.321음절/초)의 순서를 보였다.
VCV 음절 읽기에 소요된 전체 읽기시간에서 휴지 부분을 제외한 시간을 분모로, 목표 음절수를 분자로 하는 조음 속도에 대해 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표 9와 같다.
변수 | 분산원 | 자유도 | F-value | p-value |
---|---|---|---|---|
Articulation rate | Group | 1 | 141.554*** | 0.000 |
Place | 3 | .214 | 0.887 | |
p.type | 2 | 10.497*** | 0.000 |
집단[F(1,912)=141.554, p<.001], 발성유형[F(2,912)=10.497, p<.001]에서 주효과를 확인하였다. 집단 간 조음 속도에서 읽기장애아동은 2.916음절/초로 일반아동의 3.474음절/초보다 느린 속도를 나타냈다. 발성유형에서는 평음 3.343음절/초, 경음 3.154음절/초, 기식음 3.089음절/초의 순서를 보였다.
4. 논의 및 결론
파열음과 파찰음이 포함된 CVC, VCV 음절에서 읽기장애아동과 일반아동 간의 동시조음 특징을 살펴보았다. 분석은 음절 구조에 따라 자음-모음 연결에서 후행하는 모음이 자음에 미치는 예기적 동시조음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LE 기울기를 이용하여 삼원분산분석(3-way ANOVA)을 실시하고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였다.
CVC 음절 구조에서 읽기장애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작은 LE 기울기를 보이며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말실행증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Park, 2015; Whiteside et al., 2010)나 말더듬 아동과 정상발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Chang et al., 2002)에서는 LE 기울기, 표준오차 등에서 보이는 집단 간 차이를 비일관적인 혀 움직임이나, 말-언어 산출을 위한 특정 시간적, 공간적 매개 변수에 대한 학습, 저장 또는 실행하는 것의 어려움과 연관지어 해석하였다. 말실행증이나 말더듬 모두 말산출 운동의 정교성과 지속성에 문제를 보이며 말소리 장애가 동반되거나 반복, 연장, 막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읽기장애는 정확하고 유창한 낱말 해독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은 음운론적 결함에 의해 야기된다. 따라서 조음기관의 움직임에 대한 접근보다 읽기장애의 주요 원인인 음운처리능력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음운인식 능력 중 음소나 음절을 합성하는 조작적 능력과 빠른이름대기는 학령기 아동의 해부호화(decoding)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각의 음소에 대한 글자와 소릿값을 연결시키고, 다른 음소와 합성하는 과정에 문제를 보이지 않는 아동은 문자를 읽는 과정에 자동적 읽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읽기장애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음절체-종성 합성과 음소 합성에서 낮은 수행과 함께 빠른이름대기에서 낮은 점수를 획득하였다(Yang & Pae, 2018). 이는 읽기장애 아동이 음운처리능력의 어려움으로 글자와 소릿값을 연결, 산출하는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음운처리능력 결함으로 인한 느린 음소 인지와 합성 및 산출은 읽기 과정에서 각 음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 자질을 더 오래 보유하게 되어 읽기가 더 분절적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Kühnert & Nolan(1999)은 아동의 말이 성인보다 더 분절적인 것은 시간적 소리 순서의 운동 기술이 먼저 습득되고 조음자의 시간적 조율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나중에 발달하는 습득 과정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로 아동은 성인에 비해 동시조음의 정도가 작고 발화를 더 분절적으로 산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말소리 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읽기장애아동에게 보이는 분절적 특징이 나이어린 아동이 보이는 작은 동시조음 정도나 분절적 양상과 비슷하더라도 운동 기술 습득의 미숙이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음운처리능력의 결함 때문에 음소를 인식, 합성, 산출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기 때문에 일반아동에 비해 더 분절적인 특징을 보이며 이는 동시조음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조음을 시간적 측면에서 접근한 Fowler(1980)는 제스처(gesture)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였다. 제스처는 시간에 따른 공간에서의 조음 운동 정보를 암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본질적인 속성에서는 변하지 않지만 다른 제스처와 시간적으로 중첩된다. 이러한 제스처 중첩의 증가는 분절 지속 시간의 감소뿐만 아니라 동시조음의 양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말의 속도는 동시조음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말이 빠를수록 제스처 중첩이 커지기 때문에 느린 말보다 동시조음 정도가 더 커지게 된다. Fowler의 시간에 따른 제스처의 중첩이라는 견지에 따라, 읽기장애아동에서 관찰되는 느린 해독 속도가 각 음소의 분절성을 높이고 낮은 중첩을 야기해 동시조음 정도가 일반아동에 비해 작게 나온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를 CVC 음절 구조에서 모음 길이와 관련하여 분석해볼 수 있다. 모음 길이는 CVC 음절에서 F2 onset과 F2 vowel 사이의 시간 차이로 설정하였다. 집단과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라 삼원분산분석을 실시한 결과 집단(p<.001)과 발성유형(p<.001)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었으며 읽기장애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길었다. 말더듬 아동의 동시조음을 다룬 선행 연구(Chang et al., 2002)에서, 말더듬 아동이 말을 더듬지 않는 아동에 비해 모음이 더 길었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결과를 혀가 구강 내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시간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발화 속도와 동시조음 정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Choi(2006)도 빠른 발화, 보통 발화, 느린 발화에서 동시조음 정도를 측정하여 빠른 발화에서 동시조음 정도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읽기장애아동은 음운처리능력의 결함으로 자소와 음소를 연결하고 합성, 산출하는 과정에서 음운정보로의 빠른 접근과 산출에 어려움을 보인다. 그 결과로 일반아동과 비교해 읽기속도가 느리다. 한국어 모음 길이에 대해 Lee et al.(2003)는 발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모음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발화 속도가 느리면 모음 지속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행연구들과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읽기장애아동의 긴 모음 길이는 혀가 한 지점에서 목표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게 요구되고, 빠른 발화와 비교하여 제스처 사이에 중첩이 감소하여 동시조음의 정도를 감소시킨다는 Fowler의 이론과 견해를 같이 한다.
조음위치에 따른 LE 기울기에서는 연구개음이 가장 큰 기울기를 보였고 양순음, 치조음, 경구개음 순이었다. 조음위치에 따른 LE 기울기 차이에 대해 Recasens et al.(1997)은 동시조음 저항은 말소리를 산출할 때 나타나는 설배(dorsum of tongue)의 제약 정도에 따라 다른 조음 저항값을 가지며, 접촉 면적이 클수록 저항값도 커진다고 주장하였다. Lindblom & Sussman(2004)은 연구개음 /g/가 전설 모음에 선행하는 전방화된 /g/와 중모음이나 후설모음에 선행하는 후방화된 /g/라는 두 개의 명확한 영역으로 나누어진다고 하였다. 즉, 모음 문맥에 따라 설배(dorsum of tongue)가 연구개 영역의 다른 지점에서 협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음 /g/는 동시조음 효과를 더 크게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외에 연구개 자음과 모음 모두 동일하게 혓몸(tongue body)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조음적 제약이 거의 없어 다양한 모음 문맥에서 큰 동시조음을 실현할 수 있다. 연구개음 못지않게 양순음도 높은 LE 기울기를 보였다. Fowler & Saltzman(1993)은 양순음 산출을 위해 입술을 폐쇄시키는 것과 동시에 혀는 모음을 위한 위치와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독립성이 있다고 하였다. 즉, 혀는 입술에서 일어나는 일과 독립적으로 다가오는 조음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독립적인 제어는 더 다양한 조음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LE 기울기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치조음은 연구개음이나 양순음에 비해 다소 낮은 기울기를 보인다. 치조음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설첨(tongue tip)이나 설단(tongue blade)이 치조에서 폐쇄를 이루게 되는데, 이때 후행하는 모음을 위해 혀의 모양을 조정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Sussman et al.(1999)은 치조음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혀의 앞부분이 치조 능선에 비교적 고정된 교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혓몸을 자음-모음 산출 중에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관계로 비교적 평탄한 기울기를 보인다고 하였다.
경구개음은 두 집단 모두에서 가장 낮은 기울기를 보였다. Palatography를 이용한 선행 연구(Shin, 1997)에서 경구개음은 조음할 때 설배(dorsum of tongue)가 입천장에 닿는 면적이 크고 앞과 위로 향하는 움직임이 느리게 나타나 혀의 다른 부위에 의한 동시조음 활동을 막는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한국인 일반 성인의 파열음과 파찰음에 대한 동시조음을 연구한 Choi & Im(2021)에서도 경구개음은 동시조음 저항이 크고, 후행 모음이 미치는 영향이 작아져 동시조음의 정도가 가장 작게 나타났다고 하였다.
CVC 음절구조에서 집단과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대한 LE 기울기 차이를 종합해보면, 집단과 조음위치, 발성유형 간의 상호작용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읽기장애아동은 조음위치와 발성유형에 상관없이 일반아동보다 LE 기울기가 더 낮았다. 또한 연구개음이나 양순음은 치조음이나 경구개음과 비교해 더 가파른 LE 기울기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VCV 음절 구조에서 삼원분산분석(3-way ANOVA)을 실시한 결과 조음위치 주효과와 집단·발성유형 간 상호작용 효과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CVC 음절 구조와 같이 VCV 음절 구조에서도 조음위치에 따른 LE 기울기는 연구개음>양순음>치조음>경구개음 순서를 보였고 일반아동의 기식음이 경음보다 큰 LE 기울기를 나타냈다.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세밀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VCV 음절 구조에서 휴지의 발생 양상에 대한 부분이다. 서론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읽기장애아동들은 단어 읽기 과제에서도 단어 내 휴지를 두며 후행하는 음절의 산출을 위해 음소를 인식하는 데 시간을 소비한다. 비록 기술통계량에서 보인 평균의 차이이기는 하나, 읽기장애아동들이 보인 음절구조에 따른 LE 기울기의 차이가 휴지에 의한 영향으로 다르게 실현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읽기장애아동의 음절 구조에 따른 LE 기울기 차이를 해석하기 위해 VCV 음절에서 첫 번째 모음과 후행하는 자음 사이의 시간을 휴지(pause)로 간주하여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읽기장애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음절 내 휴지 비율이 더 높았다. 자연스러운 발화 과정에서 보이는 휴지는 다음 발화의 내용을 구성하는 등 언어를 형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지만, 읽기장애아동이 읽기 과제에서 보인 휴지는 음운처리과정의 결함으로 인해 낱자와 소릿값을 연결하고, 음소를 합성, 산출하는 데 소비된 시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집단 간 음절 내 휴지 비율의 유의미한 차이는 읽기장애아동이 VCV 음절 읽기 과제에서 첫 번째 모음을 읽고, 일반아동에 비해 긴 휴지를 둔 후에 CV를 읽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휴지를 둔 일반아동의 VCV 2음절 과제와 다른 양상의 LE 기울기가 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음절 구조에 따라 휴지가 LE 기울기에 명백한 영향을 주는 인자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차후 읽기 과제에서 휴지의 영향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VCV 음절에서도 휴지와 관련된 시간 변수를 이용하여 속도(읽기속도, 조음속도)의 차이를 집단, 조음위치, 발성유형에 따라 분석해보았다. 분석 결과 읽기속도, 조음속도에서 모두 집단과 발성유형에서 주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VCV 음절 과제에서 읽기장애아동이 휴지를 제외한 조음 속도 측면에서도 일반아동과 비교해 느린 해독 속도를 보였다는 것은 음소를 인식하고 음운을 표상, 산출하는 과정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측정된 LE 기울기가 CVC 음절 과제에서는 0.81~1.23, VCV 음절 과제에서는 CVC 음절 과제보다 낮은 0.74~1.06 사이로 측정되었다. 이와 같은 기울기 측정치는 선행연구보다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동시조음에 관한 많은 선행연구(McCaffrey Morrison, 2008; Modarresi et al., 2004; Sussman et al., 1993 등)들이 운반구를 이용해 연구하였다면, 본 연구는 CVC, VCV 음절만 읽는 과제였기 때문에 연구대상자가 읽기에 소비하는 인지적 자원의 부담이 낮았을 것이다. 이로 인해 운반구를 이용한 동시조음보다 LE 기울기가 더 크게 측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조음 관련 선행연구와 LE 기울기에서 차이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로 연구 대상자의 연령에 따라 다른 포먼트 추출 방법(세팅)을 들 수 있다. 아동은 성인에 비해 짧은 성도 길이와 높은 주파수가 특징이다. 또한 혀의 전후 위치에 따라 포먼트값의 변이가 더 크기 때문에 모음에 따라 가장 적절한 최대 포먼트값과 개수를 설정하고 추출하는 것이 권고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아동 포먼트 자동 세팅 스크립트를 구현한 연구(Park & Seong, 2018)를 참고하여 모음 특성에 따라 최대 포먼트 범위와 개수를 다르게 설정하여 포먼트를 측정하였다. 아동 모음의 종류와 연관된 더 적절한 포먼트 추출 방법이 선행연구와 LE 기울기에서 차이를 보인 이유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읽기장애아동과 일반아동 집단 간 동시조음 정도를 LE 기울기를 이용하여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읽기장애아동은 CVC 음절 구조에서 다른 조음위치보다 양순음에서 더 큰 LE 기울기를 보였다는 점은 다른 음소에 비해 양순음을 더 쉽게 인지하고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읽기장애아동의 휴지(pause)는 제시된 자극 종류에 따라 동시조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본 연구 결과가 언어치료 임상현장에서 읽기장애아동의 중재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읽기장애아동 집단의 동시조음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연구 대상자 수가 적었으며, 읽기장애아동 집단을 단어해독 수준과 같은 기준에 준하여 촘촘히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읽기장애아동의 해독, 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 기억 등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자극에서 동시조음 특성을 파악하고 휴지와 같은 시간적 변수가 동시조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