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임상 현장에서 말소리장애(speech sound disorder, SSD)로 진단받은 상당수의 아동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소리장애(SSD with unknown origin)’에 해당한다(Ruscello, 2008). 3세에서 11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말소리장애 출현율 조사에 따르면, 대상 인구의 약 7.5%가 말소리장애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원인을 모르는 경우였다고 한다(Shriberg & Kwitatkowski, 1994).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는, 기저 원인이 분명한 말소리장애와 달리, 대상자 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 이질적 집단이기에, 이 집단의 하위유형 분류는 오랫동안 말소리장애 분야의 주요 연구과업이었다(Yi & Kim, 2022).
활발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Dodd(2014)는 표면적 오류패턴에 기반한 하위유형 분류체계를 제안했는데, Dodd의 감별진단은 주로 청지각적 차원의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대표적 학자인 Shriberg et al.(2010)는 유형학과 병인학에 기반하여 말소리장애 분류체계를 계속 확장해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하위유형 중 말운동장애(motor speech disorders)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Shriberg et al.(2010)는 말운동지체, 아동기 말실행증, 아동기 마비말장애와 같은 말운동장애를 감별진단하기 위해서는, 분절음에 대한 청지각적 평가 외에도 조음산출과 관련된 신경운동학적 평가가 요구되며, 더불어 음향학적 분석 또는 운동역학적 측정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의 신경운동학적 평가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동용으로 출시된 조음기관 구조·기능 선별검사(Speech Mechanism Screening Test for Children, SMST-C; Kim et al., 2021)를 이용해 구강 구조와 기능의 정상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으나,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의 경우 명백한 기질적 원인이 없는 만큼, 결함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 같은 표준화 검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신경운동학적 결함 여부를 검사자의 시청각적 판단에만 의존한 검사방식의 방법 상 한계점을 지적한 선행연구들(Bilodeau-Mercure & Tremblay, 2016; McAuliffe et al., 2005; Tamura et al., 2022)에 근거할 때, 검사자의 관찰과 그에 따른 주관적 판단 외에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Iowa Oral Performance Instrument(IOPI) (IOPI Medical LLC, Woodinville, WA, USA)를 이용해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의 조음기관의 근력을 측정하여 비교해보고자 하였다. IOPI는 혀와 입술의 근력, 최대 압력 및 지구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로(Kang et al., 2013), 측정 결과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보고된 바 있다(Vitorino, 2010). 공기로 채워진 길이 3.5 cm의 벌브에 전달된 압력이 기기의 액정 디스플레이 화면에 수치로 표시되는데, 이 수치가 해당 조음기관의 근력을 의미한다. 입술 근력은 벌브를 양 입술로 문 채, 혀 근력은 벌브를 혀 위에 올린 채 세게 물거나 눌러 측정하도록 되어 있다. 중재 도구로서의 유용성 또한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IOPI를 이용한 구강안면근 훈련을 통해 말명료도와 자음정확도가 유의하게 향상되었다는 연구(Choi & Sim, 2013), 입술과 혀의 근력 강화 운동이 조음정확도, 조음교대운동속도, 조음 규칙성 및 정확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Lee et al., 2020)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말소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워, 이들의 평가 또는 치료에 참고할 수 있는 IOPI 관련 자료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Safi et al. 2023).
정상보다 약한 힘, 즉, 약증(weakness)은 모든 말운동장애에서 관찰되는 증상이다(Freed, 2020). 이완형의 경우 근육 자체에 힘이 없어서, 경직형의 경우 근육의 강직으로 인해, 과소운동형의 경우 운동범위의 제한 때문에 등 그 근본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한 조음위치에 닿는 조음기(articulators)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음위치에 접촉하는 조음기관의 근력을 측정하는 것은 신경운동학적으로 매우 유용한 평가 방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IOPI를 이용해 양순 폐쇄음 산출 시 입술의 근력과 치경 폐쇄음 산출 시 혓날의 근력을 측정하여 말소리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 간 비교해보기로 하였다. 연구개 폐쇄음의 경우 벌브를 구강 안 깊숙이 위치시켜야 하는 방법 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험과제 목록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종성에서 불파음으로의 실현, 발성유형에 따른 긴장성 차이와 같은 우리말 특성을 고려하여,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와 발성유형의 차이(평음, 경음, 격음)를 집단 내 변수에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에 앞서, IOPI 매뉴얼에 제시되어 있는 최대 압력과 지구력에 집단 간 차이가 있는지를 우선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구어 산출 시의 입술, 혀 근력과 더불어 비구어 활동 시 입술, 혀의 최대 압력과 지구력에 대해서도 집단 간 비교를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음기관의 운동 특성이 말소리산출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근력 수치와 자음정확도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이상과 같은 본 연구의 연구질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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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두 집단 간 양순음 산출 시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에 따른 입술 근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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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두 집단 간 양순음 산출 시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입술 근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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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두 집단 간 치경음 산출 시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에 따른 혀 근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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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 집단 간 치경음 산출 시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혀 근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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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두 집단 간 최대 입술 압력과 입술 지구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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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두 집단 간 최대 혀 압력과 혀 지구력에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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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 근력 수치와 자음정확도 간 상관관계가 있는가?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는 4세에서 6세 사이의 말소리장애 아동 15명과 일반 아동 15명이었다. 말소리장애 아동은 부모의 보고에 의해 신체적, 감각적, 신경학적, 인지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아동들로, 1급 또는 2급 언어재활사에게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로 진단받은 학령전기 아동들이었다. 제1 연구자가 우리말 조음음운검사2(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 2, UTAP2; Kim et al., 2020b)를 실시하여, 대상자 모두 단어 수준의 자음정확도 Z 점수가 –2 이하에 해당하는 중도 말소리장애임을 확인하였다. 일반 아동은 부모의 보고에 의해 신체적, 감각적, 신경학적, 인지적, 언어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아동들로, 제1 연구자가 UTAP2를 실시하여 단어 수준의 자음정확도 Z점수가 –1 이상에 해당함을 확인하였다.
두 집단 모두에게 취학전 아동의 수용언어 및 표현언어 발달척도(Preschool Receptive & Expressive Language Scales, PRES; Kim et al., 2003)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말소리장애 2명을 제외한 모든 대상자들이 통합언어연령과 생활연령 간 1세 미만의 차이를 보였다. 이와 같은 두 집단의 기본 정보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두 집단 간 생활연령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자음정확도와 통합언어연령은 말소리장애 집단이 일반 집단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SSD, speech sound disorder; TD, typically developing; PCC, percentage of consonants correct; UTAP2, Urimal Test of Articulation and Phonology 2 (Kim et al., 2020b); CLA, combined language age; PRES, Preschool Receptive & Expressive Language Scales (Kim et al., 2003).
본 연구에서는 IOPI Pro standard kit(IOPI Medical)를 사용하여 입술과 혀의 근력과 근력 유지시간(지구력)을 측정하였다. IOPI 본체에 공기로 채워진 길이 3.5 cm, 반경 1.2 cm의 벌브를 연결한 후(그림 1), 벌브를 물거나 누른 채 혀 또는 입술로 힘을 가하면 IOPI의 전면의 LED 창에 수치가 표시된다. 이 수치가 근력의 정량적 값을 의미하며, 단위는 kPa(킬로파스칼)이다. 성인의 경우 연령대 별 규준자료가 제공되지만, 아동 대상자에 대한 규준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양순음 산출 시 입술 근력 측정을 위해, 선행연구(Heo, 2023)를 참고하여, 양순파열음(/ㅂ/, /ㅃ/, /ㅍ/)과 전설모음, 후설모음(/ㅏ/, /ㅣ/, /ㅜ/)을 조합하여 /CV/, /VC/ 구조의 1음절어 12개를 선정하였다(표 2).
Initial consonants | Final consonant /p/ |
|||
---|---|---|---|---|
/p/ | /p*/ | /ph/ | ||
/ɑ/ | [pɑ] | [p*ɑ] | [phɑ] | [ɑp ̚] |
/i/ | [pi] | [p*i] | [phi] | [ip ̚] |
/u/ | [pu] | [p*u] | [phu] | [up ̚] |
치경음 산출 시 혀 근력 측정을 위해, 선행연구(Heo, 2023)를 참고하여, 치경파열음(/ㄷ/, /ㄸ/, /ㅌ/)과 전설모음, 후설모음(/ㅏ/, /ㅣ/, /ㅜ/)을 조합하여 /CV/, /VC/ 구조의 1음절어 12개를 선정하였다(표 3).
Initial consonants | Final consonant /t/ |
|||
---|---|---|---|---|
/t/ | /t*/ | /th/ | ||
/ɑ/ | [tɑ] | [t*ɑ] | [thɑ] | [ɑt ̚] |
/i/ | [ti] | [t*i] | [thi] | [it ̚] |
/u/ | [tu] | [t*u] | [thu] | [ut ̚] |
양순음 산출 시 입술 근력 측정을 위해 아동의 입술 중앙에, 치경음 산출 시 혀 근력 측정을 위해 아동의 혀 앞 1/3 지점에 벌브를 위치시켰다. 그 상태에서 아동으로 하여금 검사자가 불러주는 말소리를 즉각 따라 말하도록 하였으며, 양순음 산출 시 입술 근력을 먼저 측정한 후 치경음 산출 시 혀 근력을 측정하였다. 양순음과 치경음 내에서 자극 제시 순서는 초성 평음, 초성 경음, 초성 격음, 종성 항목 순이었다. 검사자는 아동의 반응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IOPI의 peak 버튼을 눌러 LED 창에 표시되는 근력값을 매번 기록하였다. 모든 항목에 대해 동일한 절차를 3회씩 반복하였고, 벌브는 대상자 별로 새것으로 교체하여 사용하였다.
양순음과 치경음 산출 시의 근력 측정이 끝난 후, 입술과 혀의 최대 압력과 지구력을 측정하였다. 입술 최대 압력 측정을 위해서는 “양 입술로 벌브를 있는 힘껏 세게 물어주세요”라는 지시사항을, 혀 최대 압력 측정을 위해서는 “혀로 벌브를 있는 힘껏 세게 눌러주세요”라는 지시사항을 제시하였다. 해당 과제를 3회씩 반복하게 한 후, 3회 가운데 최고 수치를 기록하였다.
지구력 측정을 위해 대상자 별 최대 압력의 50%를 목표값으로 설정한 후, 해당 강도의 힘이 벌브에 가해진 시간(초록색 불이 들어온 시간)을 초 단위로 측정하였다. 입술 지구력 측정을 위해서는 “양 입술로 벌브를 물고 초록색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 힘을 주세요”라는 지시사항을, 혀 근력 유지시간 측정을 위해서는 “혀로 벌브를 누르고 초록색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 힘을 주세요”라는 지시사항을 제시하였다. 과제수행이 서툰 경우, 검사자의 추가 설명에 따라 여러 차례 연습을 실시한 후 실험에 착수하였다.
각 말소리에 대해 3회씩 측정을 하였으므로, 3회의 평균값을 각 말소리의 근력값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초성 평음, 초성 경음, 초성 격음, 종성 항목이 /ㅏ/, /ㅣ/, /ㅜ/의 세 모음문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 각 항목에 대한 근력값도 세 모음문맥의 평균값으로 구하였다. 최대 압력값은 3회 중 최고 수치를, 근력 유지시간(지구력)은 초록색 불이 꺼지지 않고 지속된 시간을 초 단위로 기록하였다.
자료의 통계 처리는 SPSS(Statistics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 version 28.0 for Window, IBM, Armonk, NY, USA)를 사용하였다. 구체적인 통계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집단(말소리장애 집단, 일반 집단) 간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와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입술과 혀의 근력 비교를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각각 실시하였다. 둘째, 두 집단(말소리장애 집단, 일반 집단) 간 입술과 혀의 최대 압력 및 지구력 비교를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각각 실시하였다. 셋째, 자음정확도와 각 근력 수치 간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 30명 전체 자료에 대한 단어 수준 자음정확도와 각 근력값 간 피어슨 단순적률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3. 연구 결과
양순음 산출 시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에 따른 입술 근력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4와 같다. 말소리장애 집단보다 일반 집단이, 초성보다 종성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근력값을 나타냈다.
SSD group (n=15, kPa) |
TD group (n=15, kPa) |
|
---|---|---|
Initial bilabial consonant [p] | 7.18 (1.54) | 9.34 (4.04) |
Final bilabial consonant [p ̚] | 8.41 (1.52) | 14.18 (3.41) |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표 5). 그 결과, 집단 간 주효과[F(1, 28)=15.232, p<.001], 음절 내 위치에 따른 주효과[F(1, 28)=156.411, p<.001], 집단과 음절 내 위치의 상호작용효과[F(1, 28)=55.627, p<.001]가 모두 유의하였다. 즉, 말소리장애 집단은 일반 집단보다 입술 근력이 유의하게 약했으며, 초성보다 종성에서 입술 근력값이 유의하게 높았다. 상호작용효과가 유의하였으므로, compare syntax를 입력하여 사후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초성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던 반면, 종성에서는 말소리장애 집단의 입술 근력이 일반 집단보다 유의하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그림 2).
양순음 산출 시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입술 근력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6과 같다. 일반 집단의 경우 평음보다 경음과 격음에서 입술 근력값이 평균적으로 높았다.
SSD group (n=15, kPa) | TD group (n=15, kPa) | |
---|---|---|
lax [p] | 7.18 (1.54) | 9.34 (4.04) |
tense [p*] | 7.15 (1.62) | 12.50 (3.53) |
aspirated [ph] | 7.08 (1.04) | 11.23 (3.24) |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표 7). 그 결과 집단 간 주효과[F(1, 28)=15.849, p<.001], 발성유형에 따른 주효과[F(2, 56)=28.246, p<.001], 집단과 발성유형의 상호작용효과[F(2, 56)=29.998, p<.001]가 모두 유의하였다. 발성유형의 주효과에 대해 Bonferroni 사후검정을 실시한 결과, 평음보다 경음과 격음에서 입술 근력값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 <.05). 유의한 상호작용효과에 대해 compare syntax를 입력하여 사후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반 집단에서는 발성유형 간 차이가 유의하였던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에서는 평음, 경음, 격음 간 입술 근력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그림 3).
치경음 산출 시 음절 내 위치(초성, 종성)에 따른 혀 근력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8과 같다. 말소리장애 집단보다 일반 집단이, 초성보다 종성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근력값을 나타냈다.
SSD group (n=15, kPa) |
TD group (n=15, kPa) |
|
---|---|---|
Initial alveolar consonant [t] |
5.55 (2.08) | 11.59 (2.71) |
Final alveolar consonant [t ̚] |
7.18 (1.74) | 16.31 (2.72) |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실시였으며, 그 결과를 표 9에 제시하였다.
통계분석 결과, 집단 간 주효과[F(1, 28)=83.919, p<.001], 음절 내 위치에 따른 주효과[F(1, 28)=185.099, p<.001], 집단과 음절 내 위치의 상호작용효과[F(1, 28)=44.159, p<.001]가 모두 유의하였다. 즉, 말소리장애 집단은 일반 집단보다 혀 근력이 유의하게 약했으며, 초성보다 종성에서 혀 근력값이 유의하게 높았다. 유의한 상호작용효과에 대해 compare syntax를 입력하여 사후분석을 실시한 결과, 초성과 종성 모두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였으나 종성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짐을 알 수 있었다(그림 4).
치경음 산출 시 발성유형(평음, 경음, 격음)에 따른 혀 근력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10과 같다. 일반 집단의 경우 평음보다 경음과 격음에서 입술 근력값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SD group (n=15, kPa) |
TD group (n=15, kPa) |
|
---|---|---|
lax [t] | 5.55 (2.08) | 11.59 (2.71) |
tense [t*] | 5.87 (2.18) | 14.18 (3.83) |
aspirated [th] | 5.41 (2.03) | 13.78 (3.23) |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1피험자 간-1피험자 내 혼합분산분석(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표 11). 그 결과 집단 간 주효과[F(1, 28)=60.851, p<.001], 발성유형에 따른 주효과[F(2, 56)=19.758, p<.001], 집단과 발성유형의 상호작용효과[F(2, 56)=15.656, p<.001]가 모두 유의하였다. 발성유형의 주효과에 대해 Bonferroni 사후검정을 실시한 결과, 평음보다 경음과 격음에서 근력값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 <.05). 유의한 상호작용효과에 대해 compare syntax를 입력하여 사후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반 집단에서는 발성유형 간 차이가 유의하였던 반면, 말소리장애 집단에서는 평음, 경음, 격음 간 혀 근력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그림 5).
자음정확도와 각 근력 수치 간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피어슨 단순적률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입술 근력의 경우 어두초성 평음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상관계수 .666 이상의 유의한 정적 상관이 관찰되었다(p<.01; 표 12). 혀 근력의 경우 모든 측정값에서 상관계수 .718 이상의 유의한 정적 상관이 관찰되었다(p<.01; 표 13).
Initial bilabial | Final bilabial | Maximum lip strength | Lip strength duration | |||
---|---|---|---|---|---|---|
[p] | [p*] | [ph] | [p ̚] | |||
PCC | .345 | .666** | .587** | .686** | .719** | .666** |
Initial alveolar consonant | Final alveolar consonant | Maximum tongue strength | Tongue strength duration | |||
---|---|---|---|---|---|---|
[t] | [t*] | [th] | [t ̚] | |||
PCC | .744** | .744** | .787** | .808** | .764** | .718** |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 말소리장애 집단과 일반 집단의 입술과 혀 근력을 IOPI로 측정하여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집단 간 양순음 산출 시 입술 근력은 초성에서는 차이가 없었으나, 종성에서는 말소리장애 집단이 유의하게 약했다. 초성에서 발성유형을 달리하여 비교한 결과, 일반 집단의 경우 평음보다 경음, 격음에서 입술 근력이 유의하게 강했으나, 말소리장애 집단은 발성유형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둘째, 치경음 산출 시 혀 근력은 초성과 종성 모두에서 말소리장애 집단이 일반 집단보다 약했으나, 종성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초성에서 발성유형을 달리하여 비교한 결과, 입술 근력과 마찬가지로, 일반 집단은 평음보다 경음, 격음에서 혀 근력이 유의하게 강했으나, 말소리장애 집단은 발성유형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셋째, 입술과 혀 모두에서 말소리장애 집단은 일반 집단보다 유의하게 약한 최대 압력과 지구력을 보였다. 넷째, 초성 평음 양순음 산출 시의 입술 근력을 제외한 모두 근력 수치는 자음정확도와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동일한 음소라도 종성에 위치하면 초성에서보다 조음기의 강한 압력이 요구된다(Heo, 2023). 종성에서 불파음으로 실현되는 우리말 파열음의 특성 상, 종성에서 조음기의 폐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일반 아동은 이러한 말소리산출의 운동역학적 요구를 충실히 따라, 종성에서 양순음과 치경음 산출 시 입술과 혀의 근력이 현저히 증가하였다. 이에, 초성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거나 덜 두드러졌던 것에 반해, 종성에서는 두 집단 간 입술과 혀의 근력 차이가 확연해졌다. 일반 아동의 경우 긴장성이 있는 경음과 격음 산출 시에는 초성에서도 조음기의 근력을 증가시켰다. 반면 말소리장애 아동은 평음, 경음, 격음 산출 시 근력의 경계가 모호하였다.정리하면, 말소리장애 아동은 종성에서 일반 아동만큼 조음기의 근력을 증가시키지 못하였고, 긴장성을 요하는 경음과 격음 산출 시 평음과 변별적인 조음기의 근력 증가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적정 수준 이상의 강한 힘이 요구될 때 말소리장애 아동의 조음운동적 취약점이 비로소 드러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구어 활동 시에도 이와 동일한 양상이 관찰되었다. 단순히 벌브를 입술로 물거나 혀로 누르는 활동이었지만, 최대한 세게, 최대한 오래 힘을 주도록 요구하였기에 말소리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유의하게 약한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유사한 실험을 진행하여 말소리장애 집단의 유의미하게 저하된 최대 압력과 지구력을 보고한 Safi et al.(2023)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지만, 일반 집단과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보고한 Potter et al.(2019)의 연구와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다. 구어 활동 시 적정 수준 이상의 강한 힘이 요구될 때 비로소 변별적 차이가 나타났다는 본 연구결과, 비구어 활동 시 최대 압력과 지구력을 요구할 때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는 본 연구와 선행연구(Safi et al., 2023) 결과,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고한 선행연구(Potter et al., 2019)들을 모두 종합할 때, 조음운동의 취약성이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의 기저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 강한 힘을 요하지 않는 과제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나 이때, 본 연구의 구어 산출 과제에서 대상자들이 산출한 모든 말소리는 정조음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일반 아동보다 유의하게 약한 근력을 보였던 경우에서조차 말소리장애 아동의 발음은 모두 정조음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말소리장애 아동의 약한 근력이 해당 음소의 조음오류로 직결되지는 않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본 실험에 사용하였던 말소리 항목이 CV와 VC의 매우 단순한 음절구조이며, 초기 발달 음소인 모음과 양순파열음, 치경파열음만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복잡한 음절구조에서 어중초성이나 어중종성과 같이 위치를 달리하여 측정하였다면, 혹은 일음절어가 아닌 다음절어나 문장과 같이 길고 복잡한 자극어를 사용하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특정 음소의 경우 생략오류 이후 약화(weakening)라는 왜곡오류 과정을 거쳐 정조음에 도달한다는 선행연구(Kim M. et al., 2020a)를 참고할 때, 조음활동 시의 약한 근력은 경우에 따라서는 청지각적으로 왜곡오류나 심지어 생략오류로 지각될 가능성 또한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조음위치와 조음시간에 대한 시각 정보와 함께 정량적 지표값을 제공하는 전자구개도(electropalatography, EPG) 연구에서도, 검사자의 청지각적 판단과 EPG에 의한 시공간 지표값 간 불일치가 적지 않게 존재함을 보고한 바 있다(Friel, 1998; Oh et al., 2022). 그러나 음소 자체를 조음하지 않은 것(생략오류)과 목표 조음위치에 도달하여 목표 조음방법을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그 힘이 다소 부족한 것(근력 약증)은 치료사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중재 방향을 설정하게 할 수 있다. 생략오류, 약화오류(왜곡오류), 약증(근력)이 모두 동일한 선 상에 있는 증상 또는 원인일 수 있으므로, 이들을 별개의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청지각적 판단과 더불어 기기 등을 이용한 객관적이고 민감한 측정평가를 병행하여, 두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측정한 대부분의 근력 수치와 대상자들의 자음정확도 간에는 유의한 정적 상관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조음기의 최대 압력과 지구력이 말소리장애의 중증도와 유의한 상관이 있었다는 Potter et al.(2019)의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력의 발달과 조음의 발달에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다. 약한 근력이 조음발달을 더디게 하는 요인일 수 있지만, 반면 음소목록의 제한으로 조음활동을 통한 근력조절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해 근력이 약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조음을 위해서는 충분한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종성, 경음, 격음 등과 같이 보다 센 압력이 요구되거나 긴장성이 있는 음소를 정확하게 발음함으로써 근력이 강화되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의 경우 근력이 약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적극적인 조음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상과 같은 본 연구의 결과는 Shriberg et al.(2010)가 원인 모르는 말소리장애 하위유형 중 하나로 제안한 말운동장애 집단의 존재 가능성을 지지한다. 본 연구를 통해 근력에 대한 집단적 차이를 확인하였으나 말소리장애 집단 내에는 분명 다양한 개인차가 존재할 것이다. 이들의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음향학적 분석 또는 운동역학적 측정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가 병행되어야 하는 바, 언어재활사는 말소리장애 아동들의 이질적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다각적 평가의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