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netics/음성학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 피치 실현 양상*

윤영숙 1 , **
Youngsook Yune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경남대학교 교양융합대학
1College of Creative Convergence Studies, Kyungnam University, Changwon, Korea
**Corresponding author : ysy0622@kyungnam.ac.kr

© Copyright 2024 Korean Society of Speech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31, 2024; Revised: Dec 09, 2024; Accepted: Dec 10, 2024

Published Online: Dec 31, 2024

국문초록

본 연구에서는 중국어와 동형동의 관계에 있는 한국어 한자어의 피치를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이 어떤 양상으로 산출하는지 보국어 간섭과 피치 대역 축소라는 L2 억양의 보편적 특징을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운율 유형론적으로 다른 언어군에 속한다. 중국어는 대표적인 성조언어로 모든 음절이 고유의 성조를 지니며 어휘 성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장 억양에도 유지된다. 그러나 한국어는 비성조언어로 성조가 어휘의 의미를 구별하는 음운론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조언어의 특성이 한국어를 학습하는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에 어떤 양상으로 반영되는지 음운론적·음성학적으로 그 특성을 분석하였다. 우선 음운론적 분석에서는 각 음절의 피치형태를 바탕으로 모국어 성조의 간섭여부를 조사하였다. 모국어 영향은 4성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4성의 성조가 한국어한자어 발음에서 일종의 default 피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음성학적 분석에서는 pitch level, pitch span, PDQ(pitch dynamism quotient) 값을 통해 해당 음절의 음높이와 피치변동의 폭, 피치 변동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결과를 살펴보면 Pitch level에서는 모국어의 영향보다는 언어 보편적 양상인 피치대역 축소 현상이, pitch span과 PDQ 값에서는 모국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우세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는 제한된 피치대역에서 피치의 국소적 변동률이 크다는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본 연구를 통해 한국어 숙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고급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 피치에서 모국어 간섭과 피치축소라는 보편적 영향이 공존함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국어 간섭과 피치축소라는 두 요소의 영향은 제한적 범위에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음절 성조 형태와 평균 pitch level, pitch span, PDQ 값이 2음절에서 다소 중화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L2 억양 습득과정에서 목표어 억양에 근접해 가는 또 다른 중간 언어적 특성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목표어에 근접하는, 보다 자연스러운 피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성조의 반복적 사용과 제한적인 음역대 사용을 지양하는 학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influence of Chinese on the pitch of Sino-Korean words produced by Chinese learners of Korean. Korean and Chinese are typologically classified into different prosodic categories. Chinese is a tonal language, while Korean is a non-tonal language in which tones do not serve phonological functions. In this context, Sino-Korean words provide a mechanism for observing the interference of the native language and aspects of L2 intonation, such as pitch reduction. To investigate these aspects, we conducted both phonological and phonetic analyses. In the phonological analysis, we examined the pitch pattern of each syllable and observed similarities with native tones. In the phonetic analysis, pitch span, pitch level, and pitch dynamism quotient (PDQ) were used as prosodic measures. Six native Korean speakers and 20 intermediate and advanced Chinese learners participated in a prosodic production test. The material analyzed consisted of 10 Sino-Korean words embedded in six sentences. The results showed that Sino-Korean words produced by Chinese speakers exhibited certain similarities with native tones, a low pitch level, a more expanded pitch span, and greater syllable-internal pitch variation. These results suggest that the learners' L2 intonation is influenced by two major factors: native language interference and low pitch level phenomena. At the phonetic level, these two factors coexist.

Keywords: L2 억양; 모국어 간섭. 피치 대역 축소; 피치 레벨; 피치 스팬; PDQ(pitch dynamism quotient)
Keywords: L2 intonation; native language interference; pitch reduction; pitch level; pitch span; pitch dynamism quotient (PDQ)

1.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발화에 미치는 모국어 성조의 영향을 음운론적·음성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즉 모국어인 중국어와 동형동의인 한국어 한자어의 피치 실현에 미치는 중국어 성조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모국어의 영향과 언어 보편적 현상이 공존하는 L2 억양의 중간 언어적 특징을 파악하여 목표어 화자와 다른 외국어 억양을 유발하는 피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자어 억양에 미치는 모국어 영향의 범위를 파악하고 L2 억양의 습득 원리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L2 억양에서 나타나는 모국어의 영향은 문장의 특정 어휘에서 국소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Kim & Liu, 2011) 그 보다 더 큰 단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Mennen, 2004, 2007; Ueyama, 1997) 두 현상 모두 목표어 화자와 다른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생성할 수 있다.

한국어(서울·경기 방언)어휘는 체계적·구조적·의미적·사회언어학적 분류에 따라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Kim, 2020). 체계적으로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삼중 체계를 지니는데 한자어가 한국어 어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료마다 다르나 적어도 55%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문어와 학술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어휘 대조분석에 따르면 한국어 한자어는 해당 중국어와의 형태적·의미적 동일성과 이질성을 바탕으로 크게 동형동의어, 동형이의어, 이형동의어 세 유형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그리고 동형동의어는 동형완전동의어(成分), 동형부분동의어(家長)로, 동형이의어는 동형완전이의어(客氣), 동형부분이의어(時間)로, 이형동의어는 완전이형동의어(來日/明天), 부분이형동의어(家族), 역순동의어(平和)로 세분된다(Choi, 2019; Ji, 2017).

한국어와 중국어 한자어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형태·의미적 유사성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어휘 습득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성·음운론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유사성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두 언어에서 한자어의 발음이 유사한 경우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각 음절을 모국어와 유사하게 발음 하려는 모국어의 간섭 현상이 우세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분절음뿐만 아니라 초분절음 층위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어와 중국어는 운율 유형론적으로 다른 언어군에 속하므로 모국어 간섭은 더 활발히 나타날 수 있다. 한국어는 어휘의 의미가 성조에 의해 구별되지 않는 비성조 언어이며 중국어는 대표적인 성조언어(lexical tone language)로 성조가 어휘 의미를 구별하는 음운론적 기능을 수행한다.

L2 학습에서 모국어와 목표어의 음운적·형태적·통사적 차이가 부정적 전이, 즉 간섭을 유발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대조분석 이론에 근거한다면 한국어 한자어 억양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침입적 간섭(intrusive interference)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목표어인 한국어와 모국어인 중국어의 어휘 억양은 그 생성 원리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성조 언어인 한국어의 어휘 억양은 억양구 성조(accentual phrase)의 지배를 받아 실현된다(Jun, 2000). 그러나 성조언어인 중국어는 음절마다 고유한 성조가 있으므로 어휘 억양은 각 음절의 고유한 성조의 연쇄로 생성된다. 이처럼 어휘 억양은 두 언어 모두에 존재하지만 구성조와 어휘 성조라는 서로 다른 운율 변수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L2 억양은 모국어 간섭과 더불어 피치 대역 축소라는 보편적 현상도 나타난다. 그 결과 L2 억양은 학습자들의 모국어에 상관없이 모국어나 목표어보다 더 협소한 피치대역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Andreeva et al., 2014; Mennen, 2004, 2007; Mennen et al., 2014; Ullakonoja, 2007; Zimmerer et al., 2014). 그리고 이러한 피치 대역 축소는 외국어 억양을 유발하는 한 요인으로 간주된다(Andreeva et al., 2014).

모국어 간섭과 피치 대역 축소라는 보편적 현상 하에서 모국어의 어휘 성조가 동형동의의 한국어 한자어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어휘 성조의 형태론적 분석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모국어와 동일한 성조형을 보인다 해도 음높이나 피치 대역에서는 모국어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고 이처럼 상이한 피치는 형태의 불일치와는 또 다른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축적된 동형동의 한국어 한자어 어휘 성조의 형태론적 분석(Kim & Liu, 2011; Xue, 2013)에 더하여 음성학적 분석을 병행하고자 한다. 선행연구들은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 어휘의 성조패턴이 성조 조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과 특히 3성과 4성이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었다. 즉 모국어의 영향이 특정 성조에 제한적으로 나타남을 보고하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의 어휘 억양을 음운론적·음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모국어 간섭과 피치 대역 축소 현상의 상관성을 조사하고 어휘 억양의 형태론적 동질성과 이질성이 유발하는 잠재적 음성 차이를 살펴 L2 한국어 한자어 억양의 습득과정과 생성원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는 다양한 언어적 배경에서 추출된 화자들의 음성 특징이 요구되는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분야에서도 필요한 연구가 될 것이다.

2. 한국어와 중국어의 어휘 성조체계

상기한 바와 같이 한국어와 중국어는 운율 유형론적으로 다른 언어군에 속한다. 한국어는 비성조언어로 어휘는 고유한 성조를 지니지 않는다. 그 결과 어휘 억양은 구성조로 실현된다. 한국어 문장 억양은 하나 이상의 음절로 구성되는 강세구(accentual phrase) 억양과 하나 이상의 강세구로 형성되는 억양구(intonation phrase)와 그 경계성조로 이루어진다. 강세구 억양은 4음절을 기준으로 LHLH 또는 HHLH를 기본으로 실현되는데 강세구 첫 음절이 [-기식성]의 음소로 시작되면 LHLH로, [+기식성]의 음소로 시작되면 HHLH로 실현된다. 강세구 경계성조는 기본적으로 H이므로 이론적으로 2음절 강세구는 LH, HH, 3음절 강세구는 LHH, HHH, 4음절 이상은 LHLLH, HHLLH로 실현된다. 특히 4음절 이상인 경우 세 번째 음절 이후 경계음절 이전의 모든 음절은 내삽(interpolation)에 의해 내림조인 L로 실현된다. 하지만 강세구 성조는 L과 H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변이형을 지닌다. 억양구는 그 안에 포함된 강세구 억양과 억양구 마지막 음절에 실리는 억양구 경계성조에 의해 결정된다. 억양구 경계성조는 H%, L%, HL%, LH%, LHL%, HLH%, LHLH%, HLHL%, LHLHL%의 9개가 존재한다(Jun, 2000, 2005). 그런데 억양구 경계성조와 달리 강세구 성조는 음절의 상대적 높이를 표시할 뿐 음절 내부의 피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 반면 중국어는 각 음절이 고유의 성조를 지니며 어휘 성조는 음절 성조의 조합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어휘 성조를 기반으로 문장 억양이 실현된다(Jung, 2014). 현대 표준 중국어는 굴곡 성조(contour tone)로 특정되며 1성(음평, high and level tone, H), 2성(양평, rising tone, LH), 3성(상성, falling-rising tone, HLH), 4성(거성, falling tone, HL)의 네 성조가 존재한다(Kim & Liu, 2011). 성조의 높이는 상대적이며 화자의 최저 음역대에서 최고 음역대에 걸쳐 실현된다고 한다. 성조의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를 음역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약 8도음에 해당하는 변화라고 한다. 음역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남자는 약 100–200Hz, 여자는 150–300Hz로 알려져 있다(Xue, 2013). 성조의 상대적 높이는 일반적으로 오도체계(five label tone system)로 설명된다. 오도체계란 음역을 균일하게 5등분하여 5개의 음높이로 나타내는 것이다. 1도는 가장 낮은 음역이며 5도는 가장 높은 음역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표준 중국어의 4성 체계를 표시하면 표 1과 같다(Xue, 2013).

표 1. | Table 1. 중국어 성조 체계 | Chinese tonal system
성조유형 성조형 오도제(IPA 기호)
1성(음평) H(높은 수평조) 55
2성(양평) LH(오름조) 35
3성(상성) HLH(내리오름조) 214
4성(거성) HL(내림조)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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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어의 각 음절은 고유한 성조를 지니지만 음절과 음절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고유의 성조형을 잃는 음높이 변화(변조, tone sandhi)가 나타나기도 한다(Lee & Sohn, 2010). 주로 상성인 3성이 변조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즉 선행 3성은 후행 글자의 영향을 받아 변이음으로 실현되는데 3성(상성) 뒤에 1성(음평)이 오는 경우 두 음절은 HLHHm이 아닌 HLHm1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Kim & Liu, 2011). 그리고 두 개의 거성이 이어질 때 첫 음절이 단어 강세를 받지 못하는 경우 음높이가 51에서 53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3. 연구 방법

3.1. 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는 음운론적 분석과 음성학적 분석을 병행하여 한국어 한자어에 대한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피치 실현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음운론적·음성학적 분석은 음성분석 프로그램인 Praat을 사용하여 각 음절의 피치곡선을 시각화하고 운율 변수 값을 측정하여 그 물리적 변화량을 조사하는 것이다.

우선 음운론적 분석은 분석 어휘의 피치 형태를 조사하는 것으로 각 음절 시작점과 끝점의 피치 곡선의 변화를 바탕으로 수평조, 오름조, 내림조, 오르내림조, 내리오름조 중 하나로 상정하고 중국어 성조와의 유사성을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일반 발화에서 완벽한 수평조는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내부의 피치 변화가 1 Qt 이하인 경우를 수평조로 한정한다.2 또한 어휘 성조가 없는 한국어의 경우 음절 내부의 피치 변화는 선행 음절에서 해당 음절의 음높이 목표지점으로, 또는 후행 음절의 음높이 목표지점으로의 피치 이행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음절 내부에서 일어나는 피치 변화로 판단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처럼 음운론적 분석은 모국어인 중국어와 유사한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 모국어 성조가 어떤 양상으로 개입하는지 한국어 구성조와 중국어 어휘 성조의 형태 대조를 통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음성학적 분석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과 한국어 화자들이 산출한 분석 어휘의 피치의 물리적 변화량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행연구에서 L1과 L2의 음높이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pitch level, pitch span, PDQ(pitch dynamism quotient)를 주요 분석 기재로 사용할 것이다.

Ladd(1996)에서 소개된 pitch level과 pitch span은 발화문이나 어휘의 시간 축 대비 피치곡선의 높낮이 변화의 폭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즉 pitch level은 화자의 최저 음역대를 기준으로 분석 단위의 피치 곡선의 전반적 높이를 구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 단어의 각 음절 평균 F0 값(Hz)을 구하고 각 화자의 최저 F0 값을 구한 후 그 차이를 1/4 tone(Qt)으로 정규화하여 산출하고자 한다. Pitch level은 그 값이 클수록 분석 단어가 화자의 높은 음역대에 위치함을 나타낸다. pitch span은 분석 단위의 음높이 변동의 폭을 나타낸다. pitch span은 분석 단위의 최대 F0 값과 최소 F0 값의 차이로 구하며 그 값이 클수록 분석 단위 내 피치 변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각 음절의 F0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를 구한 후 이를 1/4 tone(Qt)으로 정규화하여 각 음절의 pitch span 값을 구하였다. Zimmerer et al.(2014)에 의해 제시된 PDQ는 분석 단위 내 피치곡선의 변화량을 분석하는 값이다. 즉 분석 단위가 발화된 시간 축을 일정한 간격으로 분할하여 F0 값을 구하여 피치 변화의 추이와 그 정도를 측정하는 값이다. 본 연구에서는 Praat의 ‘pitch listing’ 기능을 바탕으로 한자어 단어의 각 음절의 F0 값을 매 0.15 ms 간격으로 추출하였고 추출된 값을 바탕으로 각 음절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한 후 평균값으로 표준편차를 나누어 PDQ 값을 산출하였다. PDQ 값이 작을수록 해당 단위 내부의 음높이 변동량이 적으며 PDQ 값이 클수록 내부의 음높이 변동량이 크다.

3.2. 분석 자료

본 연구의 분석 자료3는 중국어와 동형동의어로 사용되는 한국어 한자어 단어 10개이다. 단어 목록은 표 1에 제시되었다.

표 2의 단어들은 4개의 독립된 담화를 구성하는 문장들에 포함된 단어들로 한글과 한자라는 표기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두 언어에서 동일한 한자어와 의미를 공유한다. 하나의 긴밀한 의미구조를 지니는 담화 속 단어들은 발화 맥락과 단절된 독립된 단어보다 더 자연스러운 억양이 생성될 것이다. 분석 단어의 성조별 분포는 1음절과 2음절에서 4성이 오는 단어의 비율이 각각 70%와 40%로 4성의 비율이 높고 기타 성조의 비율이 낮다. 분석 자료가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담화 내에서 자연스럽게 발화된 단어를 추출하였기에 각 성조의 비율이 고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모국어 성조가 한국어 한자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므로 성조 분포의 불균형이 연구 목표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표 2. | Table 2. 분석 자료 | Words to analyze
단어 성조 단어 성조
요리 料理 4성+3성 공간 空间 1성+1성
부모 父母 4성+3성 조합 组合 3성+2성
외관 外观 4성+1성 과정 过程 4성+2성
내부 内部 4성+4성 세계 世界 4성+4성
구비 具备 4성+4성 방식 方式 1성+4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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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단어의 음절구조는 V와 CV의 개음절 비율이 65%, CVC의 폐음절이 35%이다. 하지만 둘째 음절의 CVC는 ‘과정’의 둘째 음절을 제외한다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의 연결과정에서 CV로 발음되기 때문에 실제 발화에서 CVC의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학습자들에게 비교적 발음이 쉬운 CV와 V의 비율이 약 85%이다. 그리고 분석 단어 중 ‘세계’를 제외하면 모두 평음, 모음, 비음으로 시작되므로 [-기식성]을 지니며 발화과정에서는 모두 강세구의 시작에 위치한다. 따라서 [-기식성]으로 시작되는 어휘의 두 음절은 LH, [+기식성]인 ‘세계’는 HH의 강세구성조가 생성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처럼 굴곡성조를 지니지 않는 한국어 표준어의 경우 L과 H는 음절의 연쇄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음높이일뿐 음절 내부의 피치변동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에서는 음절 내부의 피치 변동이 관찰의 목적이므로 L과 H 대신 오름조, 내림조, 수평조 등으로 음절 내부 피치변화를 표시하고자 한다. 그 반면 중국어의 경우 각 단어는 표에 제시된 다양한 성조형으로 실현될 것이며 이는 음절 내부의 피치 변동을 표시한다.

3.3. 피험자 및 녹음

분석 자료의 녹음에는 6명의 한국어 원어민 화자와 20명의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참여하였다. 한국어 화자는 남성화자 3명과 여성화자 3명으로 구성되었고,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는 10명의 남성화자와 10명의 여성화자로 구성되었다.

한국인 화자 6명은 서울 및 경기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표준어 화자들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만 21세이다. 한국어 화자들은 한국어의 분절음이나 억양 발음에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는 전형적인 표준어 구사자들이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은 20대 초·중반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로 평균연령은 24세이다. 중국어 화자들 역시 중국어의 특정 방언 구사로 표준 발음이나 성조 왜곡이 나타나지 않는 표준 중국어인 보통어 구사자들이다. 또한 대학에서 2년 이상의 한국어 학습 기간을 거쳤고 한국어 발화에 특이한 문제점이 없으며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에 합격하였거나 그와 유사한 실력을 지닌 중·고급수준의 한국어 학습자들이다. 이들은 한국에 유학 오기 전 개인적 또는 대학 기관에서 한국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의 경상지역에 거주함으로 경상방언에 노출된 학습자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중급 단계 이상의 한국어 학습자들을 피험자로 선정하였는데 발화속도나 유창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초급학습자들은 자연스러운 억양 생성이 어렵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녹음은 소음이 없는 조용한 방에서 개인별로 진행하였다. 녹음에는 SONY사의 디지털 녹음기인 ICD-SX713과 내장 마이크가 사용되었으며 Sampling rate 44,000Hz와 16bit 모드로 실시하였다. 녹음 진행 전 연구목적을 피험자들에게 설명하고 낭독 자료를 제시하여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문장의 의미나 억양 및 발음 방식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고 평소의 발화 습관에 따라 각 문장을 자연스럽게 발화하도록 했다. 피험자들은 보통 속도로 자료를 5회를 기본으로 반복 발화했다. 발화에 오류가 있는 경우 5회를 초과하여 발화하였고 녹음 중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피험자들이 발화한 전체 발화문 중 가장 자연스럽게 발화된 1회분의 자료를 화자별로 선별하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자료는 총 234문장에 포함된 260개 단어로 6명의 한국어화자가 발화한 총 54문장에 포함된 60개 단어와 20명의 중국인학습자가 발화한 180문장에 포함된 200개 단어로 구성된다.

4. 결과

4.1. 피치 형태

피치 형태는 각 음절별로 조사하였고 음성분석 프로그램 Praat을 통해 분석 단어의 피치 곡선을 시각화하여 각 음절 내부의 피치 형태를 바탕으로 분석되었다.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이 발화한 총 400음절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고 중국어 단어의 성조형과 비교하였다. 결과는 표 3에 제시되었다.

표 3. | Table 3. 중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 성조 실현 양상 | Pitch realization of Sino-Korean syllables
화자 1음절 2음절 전체
1성(H) 2.5% (1/40) 7.5% (3/40) 5% (4/80)
2성(LH) - 30% (12/40) 30% (12/40)
3성(HLH) 25% (5/20) 0% (0/40) 8.3% (5/60)
4성(HL) 73.6%% (103/140) 63.8% (51/80) 70% (154/220)
합계 54.5% (109/200) 33.0% (66/200) 43.8%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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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을 살펴보면 1음절과 2음절에서 모국어와 동일한 성조형으로 발화된 음절의 비율은 각각 54.5%, 33%로 모국어의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성조 유형별로 살펴보면 1음절과 2음절 모두 4성의 일치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 모국어에서 4성으로 발음되는 음절은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서도 4성으로 실현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 1음절에서는 3성, 2음절에서는 2성이 낮은 일치도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약 43.8%의 음절에서 모국어와 동일한 성조형이 실현되었다. 위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2음절에서 모국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다고 할 수 있다.

분석 어휘에서 나타나는 모국어 성조의 영향은 표 4에 제시되었다. 출현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조형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빈도가 없거나 낮은 조합은 표에서 제외하였다.

표 4. | Table 4. 한국어 한자어의 성조 실현 양상 | Pitch realization of Sino-Korean words
성조 조합 1성+4성 4성+1성 4성+2성 4성+4성 합계
빈도 5% (1/20) 15% (3/20) 15% (3/20) 43.3% (26/60) 16.5% (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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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살펴보면 단지 16.5%의 한국어 한자어 단어에서 중국어 성조의 영향을 관찰할 수 있는데 대부분 4성과의 조합에서 나타난다. 모국어에서 4성+4성으로 실현되는 한국어 한자어인 ‘내부’, ‘구비’, ‘세계’ 등의 발화에서 모국어 성조의 영향이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4성+1성과 4성+2성의 조합에서도 어느 정도의 영향은 관찰할 수 있다. 위의 결과는 중국어의 4성이 대응하는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고한 선행연구(Xue, 2013)와 유사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본 연구에서 4성에 해당하는 내림조는 매우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모국어 성조와 불일치하게 발화된 성조의 약 49%가(88/180) 4성으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어 학습자들에게 내림조가 일종의 default 성조로 작용하는 중간 언어적 기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내림조가 default 성조로 작용하여 그 출현이 잦아진다면 이는 한국어 화자와 다른 억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외국어 억양의 생성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림조의 생성이 모국어의 특정 성조와 관련이 있는지 살피고자 1성, 2성, 3성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4성을 다른 그룹으로 상정하여 독립변수로, 그리고 내림조의 실현 유무를 종속변수로 하여 교차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표 5에 제시되었다.

표 5. | Table 5. 모국어 성조와 내림조 실현에 대한 교차분석 | Results of chi-square test
빈도(%) 전체 Pearson χ2 p-value
비4성 4성
내림조 90 (37.0) 153 (63) 243 (100) 15.861 .000
비내림조 90 (57.3) 67 (42.7) 157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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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살펴보면 χ2=15.861, p<.000으로 중국어 4성이 한국어 한자어의 내림조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중국어 4성의 경우 동형동의의 한국어 한자어 피치에 부정적 전이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기한 바와 같이 다른 성조형과 달리 4성은 모국어 성조와 불일치하게 실현된 성조에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이로 인한 모국어의 영향력과 default 성조로서의 가능성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4.2. Pitch Level

Pitch level은 분석 단어의 평균 피치가 화자의 음역대에서 위치하는 높이를 파악하게 한다. 한국어 화자(KS)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CS)가 산출한 분석 단어의 pitch level 값은 표 6그림 1에 제시되었다. 표 6은 KS와 CS의 전체 평균 pitch level 값과 음절별 평균값을, 그림 1은 음절별 pitch level 값의 분포를 보여준다. 그림 1에서 KS1st, KS2nd는 각각 한국 화자의 첫음절과 둘째 음절을, CS1st, CS2nd는 중국 화자의 첫음절과 둘째 음절을 가리킨다.

표 6. | Table 6.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평균 pitch level(표준편차) | Mean value of pitch level (SD)
화자 전체 1음절 2음절
KS 14.67 (5.71) 13.98 (5.72) 15.36 (5.67)
CS 13.41 (4.70). 12.48 (4.69) 14.34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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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16-4-7-g1
그림 1. | Figure 1.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itch level값의 분포도 | Distribution of pitch level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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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 6에서 보듯이 분석 단어의 평균 pitch level 값은 KS보다 CS에서 전반적으로 낮다. 전체 음절의 평균 pitch level 값은 KS 14.67Qt, CS 13.41Qt으로 두 그룹은 1Qt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음절별 pitch level 값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KS의 첫음절과 둘째음절의 평균값은 각각 13.97Qt, 15.36Qt으로 이는 CS의 음절별 평균값인 12.47Qt, 14.34Qt보다 높다. 그림 1에서는 두 그룹의 pitch level의 값의 분포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상치를 제외한 음역대의 폭은 두 그룹에서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1음절의 최솟값과 최댓값이 KS보다 CS에서 낮으며 2음절에서도 최댓값을 제외한 3분위수까지 CS가 낮게 분포하고 있다.

만약 모국어인 중국어의 간섭이 나타난다면 한국어 한자어의 평균 pitch level값이 KS보다 CS에서 높게 나타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성조언어의 피치가 비성조언어의 피치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넓은 피치 대역으로 실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Yuan & Liberman, 2014). 따라서 위의 분석 결과에 의거한다면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의 pitch level은 모국어의 영향보다는 L2의 억양의 보편적 특징인 낮은 피치 대역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행연구(Zimmerer et al., 2014)에 따르면 L2 억양의 좁은 음역대는 목표어 산출에 대한 학습자의 확신이나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되며 이 같은 태도는 분절음 발음에 더 집중하게 함으로써 목표어 화자에 근접한 음역 실현을 억제한다고 한다. 본 연구에서 나타나는 CS의 낮은 음역대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KS와 CS의 pitch level 평균값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미성을 살피고자 독립 t-검정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표 7에 제시되었다.

표 7. | Table 7.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itch level의 t-검정 | Results of t-test on pitch level
정규성 검정 t-검정 df
F-value p-value t-value p-value
전체 2.600 .107 2.433 .015 518
음절별 1음절 1.505 .221 2.062 .040 258
2음절 1.838 .176 1.435 .151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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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료 분포의 정규성 확인 후 통계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체음절의 pitch level 값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었다[t=2.443, df=518, p=.015]. 음절별 t-검정에서는 1음절에서는 유의미한 차이[t=2.062, df=258, p=.04]가 있으나 2음절에서는 평균값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계적 유의미성은 나타나지 않았다[t=1.435, df=258, p=.151].

4.3. Pitch Span

본 연구에서 pitch span은 분석 음절 내부의 피치 변동폭을 파악하기 위해 각 음절의 F0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로 추출하였다. 결과는 표 8그림 2에 음절별로 제시되었다.

pss-16-4-7-g2
그림 2. | Figure 2.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itch span 값의 분포도 | Distribution of pitch span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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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 8을 통해 pitch span의 평균값은 KS보다 CS에서 높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전체 음절의 평균 pitch span 값은 KS, 약 3.04Qt, CS, 약 3.53Qt으로 두 그룹의 평균값의 차이는 약 0.5Qt이다. 음절별 평균 pitch span 값에서도 KS는 각각 2.97Qt, 3.10Qt, CS는 3.72Qt, 3.34Qt으로 모든 음절에서 CS의 음절 내 피치 변동폭이 KS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에 나타난 두 그룹의 pitch span 값의 분포를 살펴보면 이상치를 제외한 최솟값과 최댓값의 사이의 분포 범위가 2음절에서는 두 그룹이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1음절에서는 KS보다 CS에서 매우 넓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pitch level 분석 결과와는 다른 양상이다.

표 8. | Table 8.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평균 pitch span(표준편차) | Mean value of pitch span (SD)
화자 전체 1음절 2음절
KS 3.04 (1.96) 2.97 (1.86) 3.10 (2.06)
CS 3.53 (2.13) 3.72 (2.29) 3.34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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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ch level과 pitche span의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본다면 평균적으로 CS의 한국어 한자어는 KS가 발화한 한자어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피치 대역으로 실현되나 음절 내부에서의 변동폭은 KS보다 크게 실현됨을 알 수 있다. 이는 굴절 성조를 가짐으로써 음절 내 피치 대역 변동이 큰 모국어의 간섭 현상이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 전이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S와 CS에서 나타나는 pitch span의 평균값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살펴보기 위해 독립 t-검정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표 9에 제시되었다.

표 9. | Table 9.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itch span의 t-검정 | Results of t-test on pitch span
정규성 검정 t-검정 df
F-value p-value t-value p-value
전체 .804 .370 –2.250 .025 518
음절별 1음절 1.071 .302 –2.316 .021 258
2음절 .001 .978 –.797 .426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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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자료의 정규성 분포를 확인하고 독립 t-검정을 실시한 결과 전체 음절의 pitch span의 평균값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t=–2.250, df=518, p=.025]. 그러나 음절별 검정에서는 1음절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으나[t=–2.316, df=258, p=.021] 2음절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t=–.797, df=258, p=.426].

4.4. PDQ

PDQ(pitch dynamism quotient)는 음절 내에서 일어나는 피치의 변동량을 시간축을 바탕으로 측정한 값으로 음절 내부 피치 변동량을 보다 정교하게 관찰할 수 있고 피치 변화 추이를 포착할 수 있다. 또한 PDQ는 F0 평균값을 정량화함으로써 그룹 간 비교가 더 용이해진다. 일반적으로 PDQ 값은 F0 값이 측정 가능한 모음 구간을 중심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초성에 비음이나 유음이 오는 경우 초성과 중성을, 종성에 비음이 오는 ‘공간’과 ‘방식’의 경우 중성과 종성의 F0 값을 매 15ms 간격으로 측정하여 산출하였다. 결과는 표 10그림 3에 제시되었다.

표 10. | Table 10.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평균 PDQ(표준편차) | Mean value of PDQ (SD)
화자 전체 1음절 2음절
KS 0.03050 (0.020) 0.03054 (0.021) 0.03046 (0.021)
CS 0.03471 (0.022) 0.03941 (0.025) 0.0320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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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Figure 3.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DQ 값의 분포도 | Distribution of PDQ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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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0을 살펴보면 평균 PDQ 값은 모든 음절에서 CS가 KS보다 높게 나타나 음절 내 피치 변동의 추이 폭이 CS에서 더 크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림 3에 나타난 1음절과 2음절의 PDQ 값의 분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치를 제외한다면 CS의 음절 내 피치 변동폭은 모든 음절에서 KS보다 높다.

전체 음절에 대한 KS와 CS의 평균 PDQ 값은 각각 0.0305, 0.0357Hz로 CS의 PDQ가 약 0.06Hz 높다. 음절별 평균에서도 KS의 1음절과 2음절 평균 PDQ 값은 각각 0.0305, 0.0304Hz이나 CS는 0.03941, 0.0320Hz로 높게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PDQ 값은 매 15ms마다 나타나는 피치 변동의 추이를 보여주는데 PDQ 값의 상대적 차이는 피치 변동량의 차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평균 PDQ 값에서 나타나는 CS의 상대적으로 높은 변화량은 모국어인 굴절성조의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PDQ 값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는 PDQ 값이 낮은 경우보다 음절 내부의 피치 변화가 보다 활발히 나타나며 이는 청지각적으로는 보다 역동적인 피치로 인지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물리적 차이는 목표어 화자와 상이한 피치를 생성할 수 있다.

KS와 CS에서 관찰된 PDQ 평균값의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살펴보기 위해 두 집단의 평균값에 대한 통계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표 11에 제시되었다.

표 11. | Table 11. 한국어 화자와 중국어 화자의 PDQ의 t-검정 | Results of t-test on PDQ
정규성 검정 t-검정 df
F-value p-value t-value p-value
전체 1.469 .226 –2.285 .023 518
음절별 1음절 1.586 .209 –2.535 .012 258
2음절 .011 .915 –.540 .590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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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단의 PDQ 값의 정규 분포를 확인하고 독립 t-검정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전체 음절에 대한 두 그룹의 평균 차이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t=–2.285, df=518, p=.023]. 음절별 평균 PDQ 값의 차이에 대한 유의성 검정의 경우 1음절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으나[t=–2.535, df=258, p=.012] 2음절에서는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t=–.540, df=258, p=.590].

5. 결론

본 연구에서는 중국어와 동형동의 관계에 있는 한국어 한자어의 피치를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어떤 양상으로 산출하는지 살펴보았다. 성조 언어인 중국어는 모든 음절이 고유의 성조를 지니며 어휘 성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장 억양에서도 유지된다. 이러한 성조 언어의 특성이 한국어를 학습하는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에 어떤 양상으로 반영되는지 음운론적·음성학적으로 그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와 더불어 L2 억양에서 나타나는 피치 대역 축소현상이 모국어 간섭에 미칠 수 있는 범위를 살펴보았다.

우선 음운론적 분석에서는 각 음절의 피치형태를 바탕으로 모국어 성조의 간섭여부를 조사하였다. 모국어 영향은 내림조로 실현되는 4성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었으며, 모국어에서 4성으로 실현되지 않는 한국어 한자어에서도 그 출현 빈도가 높게 나타나 4성의 내림조가 한국어 한자어 발음에서 일종의 default 피치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4성의 잦은 출현은 한국어 화자와 다른 부자연스러운 억양을 유발하는 잠재적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성학적 분석에서는 pitch level, pitch span, PDQ 값을 통해 해당 음절의 음높이와 피치 변동의 폭, 피치 변동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pitch level에서는 모국어의 영향보다는 L2 억양의 보편적 양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한국어 화자보다 낮은 음역대에서 해당 어휘의 피치가 실현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pitch span과 PDQ 값에서는 모국어 영향이 상대적으로 우세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절 내 피치 변동이 한국어 화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모국어의 굴절성조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의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는 제한된 피치 대역에서 국소적 피치 변동률이 크다는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L2 억양 습득 과정에서 목표어 억양에 근접해 가는 또 다른 중간 언어적 특성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국어 간섭과 낮은 피치 대역이라는 두 요소의 영향은 제한적 범위에서 나타남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음절의 성조 형태와 평균 pitch level, pitch span, PDQ 값이 2음절에서 어느 정도 중화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2음절 이하에서 음성학적 대립이 다소 중화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어 강세구 첫음절의 성조 유형을 결정하는 음소 기식성의 유무는 2음절 이하에서는 변별력을 잃는 것과 같은 원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한국어 숙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고급 학습자들의 한국어 한자어 피치에서 모국어 간섭과 L2 억양의 보편적 영향이 공존함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목표어에 근접하는 보다 자연스러운 피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성조의 반복적 사용과 제한적인 음역대 사용을 지양하는 학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는 분석 단어의 성조가 고르게 통제되지 못한 점과 한국어 숙달도 별 비교·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 제한된 분석 자료와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였고 학습자의 한국어 노출 빈도에 대한 정보, 분석 방법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Notes

* 이 연구 결과물은 2022학년도 경남대학교 학술진흥연구비 지원에 의한 것임.

* This work was supported by Kyungnam University Foundation Grant, 2022.

1 ‘m’은 한 가지 음가를 유지하여 발음함을 의미한다.

2 Seong et al.(2008)은 언어의 미묘한 높낮이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2 tone보다 작은 1/4 tone이 적합하다고 하였다.

3 본 연구는 2021년 수행된 연구의 자료 중 일부 한자어 어휘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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